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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대학을 다시 세워낼 수 있을까

- 김창인


‘대학의 위기’를 말하고자 한다. 사실 ‘대학의 위기’라는 화두는 꽤 오래 전부터 논의된 진부한 주제이다. 인문학 위기담론을 비롯해 대학이 마땅히 수행해야 할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상, 고등교육이 아니라 취업양성소로 변모한 현실, 등록금으로 장사하는 사학재단들. 모두가 새롭기 보단 익숙한 이야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한국사회에서 대학은 망하기는커녕, 더욱 번성해왔다. 좁은 땅덩어리에 대학은 하루가 갈수록 더 많아져갔고, 등록금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왔다. 뉴스에서 사학비리에 대한 이슈가 연일 터져도, 기업에서 대학에서 배운 것이 쓸모없다고 사원 재교육에 대한 불평을 토로해도 대학에 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대학이 가진 힘이었고, 이는 바로 사학재단의 권력으로 수렴되었다.

역설적으로 ‘대학의 위기’는 대학과는 무관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대학을 기반으로 국가와 시장으로부터 독립된 학문적 연구를 하고 싶었던 사람들, 대학의 정치성을 회복하여 사회의 정의를 말하고 싶었던 사람들의 처지가 위기였을 수도 있다. 이와 무관하게 대학은 늘 건재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학은 진정한 위기에 당면했다. 줄어드는 학령인구라는 시기적 현황에서, 대학은 자신들끼리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않으면 도태되어버릴 것이다. 말 그대로 ‘대학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대학의 두 가지 위기가 중첩되는 시기에 ‘지속가능한 대학’에 대해 질문하려 한다. 대학의 목적과 역할에 대한 위기와 대학의 존립에 대한 위기는 연결되어 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현재 조건에서 대학이 겪고 있는 위기는 대학이 대학답지 못한 그 내용의 부재로부터 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오랫동안 고등교육에 대한 성찰과 고민 없이 진행되어 온 대학 정책의 결과물이다. 돌이켜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고등졸업자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교육에 대한 열의가 높은 나라이지만, 정작 대학 그 자체에 대한 고민과 성찰은 놀랍게도 부족해왔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입시의 종착점으로서의 대학, 그리고 취업의 포문을 여는 출발점으로서 대학 이외의 대학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배제되어왔다.

그러나 대학은 언제나 시대에 따라 그 모습과 역할을 달리하며 변해왔다. 그 과정에서 성장하면서 시대에 요구에 부응해왔다. 그리고 대학은 다시 한 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되어야 하는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현 시기 대학은 벼랑 끝에 서 있다. 한 발짝만 헛딛어도 낭떠러지로 떨어질 판국이다. 이에 우리는 한국 대학의 현실을 되짚어보고, 그 대안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먼저 김창인은 대학기업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내고 있다. 대학과 기업의 불안한 동거를 대학의 역사를 통해 살펴보고, 해방 이후부터 들어선 한국 대학의 설립과정을 추적하여 한국형 대학기업화의 뿌리를 찾고자 했다. 또한 비영리 교육기관인 대학이 어떻게 이윤을 추구하는지, 그 과정에서 교육이라는 본연의 역할은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이러한 대학기업화와 맞서 싸우고 있는 학생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자본에 포섭된 대학이 어떤 괴물이 되었는지에 대해 낱낱이 고발한다. 대안으로는 공공재로서의 교육을 제시하며, 사유화할 수 없는 대학을 말하고 있다.

이동현은 학벌론에 대해서 다룬다. ‘학벌주의’라고 단순화되어 제기되는 한국 대학의 근본적인 병폐에 대해서 분석적으로 파고든다. 학벌이 무엇이며, 왜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차근차근 짚어주고 있다. 또한 인적 네트워크로 기능하는 학벌과 사회적 상징으로 작용하는 학교력을 구분하고, 이들이 형성되어 온 과정을 통해 학벌론을 총체적으로 정리한다. 단순히 ‘학벌주의가 불공정하기 때문에 문제이다’라는 관점을 넘어, 능력주의의 산물로서 학벌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며 그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고준우는 대학 내 학생들의 대표기구인 학생회를 통해 학생정치를 주제로 논한다. 최근 들어 동시다발적으로 어려움에 빠진 각 대학의 총학생회의 현실을 통해, 무엇이 학생회를 위기로 몰았으며, 이러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이유와 대안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대학 내 탈정치화의 흐름을 학생회가 가진 대표성과 효용성이 약화되면서 그 조직의 정치적 주체가 흔들리고 있는 현실로 분석하고, 그 배경으로는 학생운동의 퇴조를 제시한다. 이에 정치적 갈등을 표현해 줄 양식이 부재해진 대학에서 학생정치를 어떻게 하면 복원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안 또한 제안하고 있다.

우리는 위 세 가지 글을 통해 현재 한국 대학이 벼랑 끝에 서 있으며, 이를 다시 세워내야 한다고 말하고자 한다. 안타깝게도 촛불 정부라는 문재인 정권이 등장한 이후에도 고등교육의 문제는 여전히 방치상태다. 박근혜 정부가 대학을 시장중심가치로 개편하고자 했다면, 문재인 정부는 말 그대로 대학을 시장에 방치해버렸다. 이러한 현실에서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하는 것은 정부나 사학재단이 아니라, 다시 제일 처음 대학의 위기를 고민했던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이 책이 그러한 사람들과 함께 더 나은 대학을 논할 수 있는 한 줌의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