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정치를 거부합니다’ 공론장 스케치 


기성 정치의 문제점를 말할 때 누군가는 양당제 위주의 독점적 정치제제로 인한 대표성의 위기를 꼽는가 하면, 어떤 이는 변화에 무관심한 정치권의 태도를 지적한다. 이런 문제의 대안으로 항상 언급되는 것이 있다. 바로 ‘청년 정치’다. 기성세대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청년 스스로가 새로운 정치로써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청년 정치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청년 정치인들은 청년 정치를 거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청년 정치’라는 단어에 숨겨진 함정 때문이다. 청년네트워크 바꿈이 기획한 ‘청년 정치를 거부합니다’ 공론장은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지난 10월 12일 혜화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청년 정치를 거부합니다’ 공론장에는 모두를 위한 청년의 정치를 꿈꾸는 시민과 청년 정치인들이 모였다.이들은 청년 정치가 나아갈 길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1부 청년 정치를 거부하는 청년들

공론장은 ‘청년팔이 사회’의 저자 김선기의 발제로 시작됐다. 그는 먼저 세대주의를 설명하며 단순히 연령대를 기준으로 정치인이 대표성을 갖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 사회에는 연령 뿐만 아니라 젠더,직업 등 다양한 격차가 존재하는데 세대주의에서 비롯된 세대별 정체 세력화는 이런 격차를 다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청년 정치라는 용어가 가진 한계를 지적했다. 젊은 세대를 청년이라는 하나의 틀로 뭉뚱그려 부르는 것 자체가 청년들에게 ‘청년’의 일만 하도록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가 청년을 일방적으로 호명하고 동원하는 형태가 된다면,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부여한 정체성에 의해서만 활동하게 된다”고 말하며 “이는 곧 청년 정치의 논의를 납작하게 만드는 결과”라고 비판했다. 또한 청년의 정치에서 청년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 역시 전략적으로 필요한 지점이라고 밝혔다. 생애주기에 따른 집단으로 개개인을 인식하는 세대주의론에서 벗어나, 전 세대가 더 넓은 차원에서 다양한 청년의 의미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언론과 기성 정치인들이 청년들의 역할을 축소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는 청년 정치인들이 청년의 목소리를 모아 활동하는게 아닌, 기존의 청년 활동가들이 청년 목소리를 직접 사회에 대변하는 사회임을 강조했다.


2부 8인 8색 청년들이 꿈꾸는 정치의 미래 

8개 정당의 청년 정치인들은 다음 세대를 위한 정치를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각자 정치를 시작한 계기, 자신만의 담대한 포부, 청년 정치를 거부하는 이유 등을 묻는 질문에 답하며 자신이 선정한 테이블 주제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내 삶을 위한 정치를 시작한 김소희 미래당 공동대표는 기상세대가 말하고 바라본 청년 정치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청년정치가 아직 유효한 이유는 당사자가 정치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시대의 메시지를 던지는데 청년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국민들이 반대하는 건 국회의원 수 증가가 아닌 특권의 증가”라며 승자독식의 기존 정치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가 삶의 사명이라는 백경훈 자유한국당 당원은 ‘청년’ 정치라는 이름 안에서 논의될 수 있는 콘텐츠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즉, 청년 세대만을 위한 정치보다는 미래를 견인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젊은 정치인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계 기술문명의 흐름을 좇는 ‘미래 혁신’ 아젠다를 어떻게 설정할것인가를 젊은 정치인들이 앞장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와 주변인들의 행복을 위해 정치를 시작한 고은영 제주녹색당 공동위원장은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건 청년정치 같은 세대별 정치가 아닌 새로운 정치”라고 말했다. 그는 보편적인 삶을 강조하며 앞으로 국가 운영의 성과는 GDP같은 경제 지표대신 보편적인 삶의 지표로 측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복지에 대한 제도권 차원의 문제의식을 느꼈다는 송명섭 바른미래당 강원도당대학생위원장은 믿을 수 있는 정치인들이 있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 정치란 단어 자체가 스티그마가 돼서 마치 청년들만 이 주제만을 언급할 수 있다는 사회 인식이 만연한 점을 문제로 짚었다. 또한 현재 복지는 수혜적 시스템인 것을 지적하며 모든 사람들이 누릴 수 있도록 복지의 기회가 확대돼야 함을 강조했다. 

지역에서 시작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는 왕복근 정의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은 청년들이 각자 노동, 여성, 성소수자 등 다양한 의제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개개인이 지역의 상황과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려면 추가근로제 없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이 인간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 창당을 준비 중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세대는 나이로 구분되는게 아니라 사회적 역사와 맥락 속에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새로운 사회에 맞는 정치 세력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또한 급격한 사회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 해결 방법으로 온 국민이 매월 60만원의 기본소득의 도입을 꼽았다. 

돈보다 땀이 대접받는 사회를 꿈꾸는 정다운 더불어민주당 청년당원은 진보 보수를 뛰어넘는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회의 불평등으로 청년들의 가능성을 축소시키는 현 정치를 비판한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같은 제도로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정치파트너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마트 노동자 투쟁를 계기로 정치에 입문한 전진희 서울 청년민중당 부대표는 “기성정치의 굴레에서 청년정치는 실현될 수 없다”고 말하며 민중의 직접 정치를 주장했다. 또한 광장에서 머무르는 정치가 아닌, 노동자들이 정치의 주체가 된 정치 공동체를 꾸릴 수 있기 위해 힘써야 함을 강조했다. 


3부 시민들이 그리는 정치의 청사진

이후 각 주제에 대해 청년 정치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테이블이 진행됐다. 참가 시민들은 원하는 주제의 테이블에 착석해 각 주제와 관련된 문제 상황을 진단하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모색했다. 


1조 정치개혁팀은 국회의원의 특권 계급을 지적하며 지역구 중심의 정치 개혁을, 2조 미래와 혁신팀은 인공지능 교육, 정보 인권 관련 법규 제정 등 기술친화적 시스템 도입을 강조했다. 3조 보편적인 삶팀은 세대별, 계층별로 맞춤형의 사회적 안전망과 관련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4조 복지와 기회팀은 복지의 개념과 범위를 재정립하고 자원 배분 측면의 현실화를 제안했다. 5조 노동팀은 노동 교육을 의무화하고 관련 법 제도를 강화할 것을 주장했고, 6조 기본소득팀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토론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7조 기회평등팀은 기회 평등한 세상을 위해 개인과 조직 그리고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8조 민중의 직접정치팀은 개인들의 정치활동이 보장되는 정치적 조직과 관련 플랫폼 마련을 촉구했다. 


공론장 마지막 순서에는 종이 비행기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청년 정치인들과 시민들은 “청년 정치를 거부합니다”를 외치며 각자의 소망을 담은 종이 비행기를 날렸다.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