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을 인생코칭하는 토니 로빈스는 질문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얻는 답은 무엇을 질문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이끌어 내기 위한 질문의 힘은 대단하다.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고 말하기 싫어하는 사람조차 질문을 받으면 답을 해야 할 것 같다. 누군가를 대화에 초대하기도 하고 다른 각도에서 현상, 문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게 한다. 

우리가 하고 있는 질문에는 4가지 유형이 있다.  1. 열린 질문 -자유롭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 예) 인생에 가장 어려웠던 일은 어떤 일이었나요? 2. 한정 질문 –제한된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 예) 치킨을 먹을까 삼겹살을 먹을까? 고향이 어디세요? 3. 반복 질문 – why를 반복하는 질문, 예)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4, 닫힌 질문 - YES /NO로 대답하는 질문 예) 그 일을 했나요? 

퍼실리테이터를 하면서 가장 절실히 개발하고 싶은 역량은 바로 [질문하기] 이다. 퍼실리테이터는 열린 질문을 통하여 참여자의 생각과 의견을 최대한 많이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하지만 제대로 질문을 던진다는 건 상당히 어렵다. 독일 네트워크 컨설팅 업체 소속으로 한국의 고객을 만나 인터뷰하는 일을 하고 있다. 네트워크와 IT는 매년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분야이다. 매년 전세계의 인터뷰어 십여 명은 온라인으로 실시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시작 전, 독일 업체는 질문 있으면 언제든 하라고 알려준다. 교육에 참여한 다른 국가의 인터뷰어들은 교육 중에 언제든 질문을 던지고 이해 되지 않는 부분은 다시 설명도 요구한다. 사실 나도 궁금한 게 많았다. 하지만 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3시간의 교육은 끝나 버렸다. 나는 질문들을 모아두었다. 하지만 마지막에도 결국 못했다. 내 질문을 답하기에는 또 여러 자료를 펴야 했고 처음부터 일부분 다시 설명을 해야 했었다. 결국 궁금한 점은 즉시 물어봐야 그 많은 내용들을 되풀이 하지 않는 것이란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교육을 마치고 생각했다. 나는 왜 이렇게 질문을 못할까? 내가 망설이는 이유는 내 질문이 너무 무식해 보이지 않을까, 말을 자르고 질문하는 것이 무례해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질문은 나의 부족함을 다른 사람 앞에 드러내야 하는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인터뷰어 중 나는 유일한 아시아계 사람이다. 우리는 사실 아이였을 때 정말로 많은 질문을 던지는 존재였다. 하지만 원하는 답을 받지 못하고 자라왔다. 대답을 피하는 부모에게, 교사에게, 친구에게 한때는 불만을 가졌지만 결국 어느 새 똑같이 어른이 되어 있다. 

나는 부모로서 “엄마, 하늘은 왜 파란색이야?” 라는 아이의 질문에 “원래 파랬어, 나 태어날 때부터 파란색이었어.” 라는 의미 없는 대답을 한다. 그리고는 더 질문을 못하게 “숙제 했어? 치우라는 거 치웠어?”라는 질문 아닌 질문을 다시 던진다. 결국 이런 환경에서 자란 나의 아이도 역시나 나와 같은 질문 못하는 한국인으로 자랄 확률이 높다.   한국에서는 수업이든 강의든 대부분 모든 설명이 끝나고 나서 마지막에 Q & A 시간을 가진다. 난 한때 한국에서 교육 중에 질문을 던졌다가 나중에 설명할 내용이니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성질이 급하고 참을 성이 없다는 평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수업이나 강의를 마치고 질문을 한다는 것은 남들에게 민폐라는 분위기가 높다. 다들 마치고 가려고 하는데 누군가의 개인적인 질문으로 강의에 잡혀 있다는 느낌을 준다. 결국 정말 궁금하다면 수업 중에 질문하지 않고 마치고 강사나 선생님을 찾아가서 개인적으로 질문을 하게 된다.

한국에서 처음 세미나를 진행한 미국인 전문가가 강의 중에 질문이 있는지 물어봤지만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쉬는 시간에 자기의 ‘세미나가 그렇게 완벽했나 왜 질문이 없을까?’ 나에게 물어봤다. ‘질문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마치고 물어보거나 질문을 하고 싶은 사람은 당신을 빤히 쳐다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럼 혹시 질문이 없는지 한번 개별적으로 확인 해보라’라고 조언해 주었다. 우리는 질문에 익숙하지도 않고 더군다나 좋은 질문을 한다는 것은 너무 어렵다. 이렇듯 [질문하기]라는 것 자체가 상당한 문화적 차이와 배경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문화를 고맥락 문화(high-context culture)와 저맥락 문화(Low-context culture)로 구분했다. 고맥락 문화는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밖으로 전달된 부분보다 내재적으로 숨어 있을 확률이 높다. 메시지 자체 보다 메시지가 사용된 상황(맥락)을 파악해야 진정한 의미를 파악 할 수 있다. 퍼실리테이션에서 발언자가 가진 상황적 불편함을 알아 차리고 발언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부모님께 용돈을 드렸더니 ‘괜찮다, 돈도 없을 텐데 너나 써라’라는 말은 절대로 용돈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다. 고맥락 문화에서는 우회적이고 함축적이다. 이 부분은 눈치나 감으로 파악해야 한다. 질문 없이 문맥을 파악하고 원래의 의도를 알아차리면 한국에서는 이해가 빠른 통역사, 능력 있는 퍼실리테이터가 된다. 즉 이해의 책임이 말하는 사람이 아닌 듣는 사람에게 있다. 

저맥락 문화는 말하는 메시지에 정보를 그대로 담아낸다. 즉 명료하고 직설적이다. 유럽과 북미의 많은 서양 국가들이 저맥락 문화에 속한다. 그래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언제든 질문을 해도 된다. 왜냐면 말하는 사람이 명료하고 정확하게 이야기를 제대로 안 했기 때문에 듣는 사람이 이해를 못한다고 여긴다. 이해의 책임은 말하는 사람에게 있다. 

내가 독인 인터뷰 질문지로 한국 담당자와 인터뷰를 진행한 첫해, 충분한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저맥락 문화의 대표적인 국가 독일의 질문지에는 상당히 열린 질문들이 많다. “이 서비스는 어떠한 가치를 창출합니까?” 라고 질문을 한다면 우리는 이 질문이 애매모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독일 질문의 의미는 질문 그대로다. 뭐든 답해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열린 질문에 한국 사람은 어떻게 답해야 할지 어려워한다.  우리는 단답형 문화와 정답을 맞춰야 성공하는 문화에서 자라왔다. 

대부분 이런 열린 질문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묻는지 더 상세히 설명해달라고 다시 요청한다. 즉 ‘니가 원하는 답이 뭐냐?’ 라는 것을 궁금해 하고 그에 따라 답을 하고자 한다. 한국에서 유럽식 질문 ‘이 서비스는 어떠한 가치를 창출합니까?’에 대한 답변을 받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이 질문을 좀더 구체적으로 세분화 해야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서비스 제공에 있어 장점/단점, 이점, 혜택은 무엇인가? 만족/불만족한 점은? 매출 상승/하락은? 효율성의 증대/감소는 어떠했나요?’ 등 문맥에 맞게 좀더 구체적인 질문하여 그 답변을 모아야 한다. 결국 마지막에 빅 퀘스천(big question) ‘이 서비스는 어떠한 가치를 창출합니까?’에 대한 답변을 정리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열린 질문은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열린 질문은 답변자를 어렵게 만든다. 컨설팅 업체와 전문가 간 인터뷰 통역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한국인이 외국인 전문가에게 질문할 경우 한국인은 상당히 구체화된 질문 리스트를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을 벗어나는 일 없이 순서대로 질문을 이어간다.  한 시간 인터뷰에 거의 두 장 분량의 질문지가 온다. 한국의 질문 유형은 구체적인 정보와 내용을 확인 하고자 한다. 그래서 질문도 구체적이며 정확한 정보를 원한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인이 한국인 전문가와 인터뷰를 할 경우 그 쪽에서 사전에 알려주는 질문은 한 시간에 3개 정도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개괄적인 열린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나서 답변자의 답변을 듣고 그 내용에 따라 적절한 질문을 이어 나간다. 그래서 커다란 질문(big question) 몇 개만 오는 것이다. 심지어 3개의 질문을 다 하지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은 작은 질문의 공들을 모아서 큰 자루에 담에 전체의 내용을 파악한다. 질문이 일반화된 문화에서는 커다란 질문의 자루를 먼저 펴고 작은 공을 모아 세부적인 내용을 담아간다. 서로 반대적인 개념의 열린 질문을 통해 원하는 의견과 생각을 들을 취합해 간다. 퍼실리테이션에 대한 연구와 자료는 대부분 유럽이나 북미의 자료이다. 퍼실리테이터는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질문을 구성한다면 참여자의 의견과 생각을 더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어깨 통증으로 전기 치료를 받으러 간 정형외과에서 멋진 퍼실리테이터를 만났다. 치료사는 질문했다. “어깨가 왜 아프다고 생각 하세요?” 나는 ‘왜 나한테 이런 질문을 하지? 치료를 받으려 오면 환자한테 무엇 때문에 어깨가 아픈지 알려주고 주의 하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나는 답변했다. “ 제가 가방을 무겁게 매고, 한쪽으로만 매고, 컴퓨터 작업할 때 오래 한자세로 앉아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자 치료사는 “다 알고 계시네요. 왜 아픈지!” 라고 했다. 어깨가 아픈 이유를 난 이미 알고 있었다.

퍼실리테이터에게 필요한 질문의 역량이란 이렇듯 참여자들이 ‘스스로 답은 내 안에 있었구나’ 느낄 수 있도록 올바른 질문을 하는 것이다.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