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사회적 소통 전문가 과정(이하 청사전)’은 (사)바꿈,세상을 바꾸는 꿈(이하 바꿈) 회원 중 10여명의 청년들이 모여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7개월 동안 내부적으로 민주시민교육, 갈등관리, 퍼실리테이션, 비폭력대화와 관련된 교육을 듣고 치열한 회의 끝에 청사전을 빚어내었다고 한다. 전대미문(전에 없던 대화, 미래를 여는 질문) 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7월 20, 21, 27, 28일 총 네 번에 걸친 교육이다. 대중에게 열린 프로그램이지만 연령은 10~30대가 대상이다.


 늦은 장마로 매우 습하고 궂은 날씨였던 7월 20일 토요일 오후 2시경, 1호선 제기역에 근처에 위치한 역사문제연구소에 청년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청사전 첫 번째 날에는 대략 50명의 사람들이 함께했고, 박순성 바꿈 이사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청년 사회적 소통 전문가 과정(청사전)’ 1강이 시작되었다. 박 이사장은 이 프로그램이 전적으로 청년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참여한 청년들을 격려했다. 윗 세대는 ‘소통’ 이라는 개념조차 생각하지 못했으며,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호만 외쳤던 시대를 살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음으로 강금실 사단법인 ‘선’ 이사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선은 청소년, 청년 공익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자 하기에 이번 청사전을 후원하게 되었다고 했다. 강 이사장은 70년이라는 짧은 세월에 걸쳐 이루어진 한국의 근대화, 그 사이에 내부의 증오를 만들어 낸 한국 전쟁, 강대국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항상 갈등과 문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한국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런 상황 속에 살고 있는 한국의 청년들에게 개인의 문제가 곧 시대적이고, 세계사적인 과제임을 인식하고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결국 갈등은 관계 내에서 발생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출발점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인격’이며, 그러므로 우리가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는 것이 소통의 출발점이 아닐까 라는 것이 강 이사장의 생각이었다. 서로의 인격이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은 곧 개개인의 자유가 훼손되었기 때문이며, 청사전이 너와 나의 진정한 자유의 회복을 촉진하여 소통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라는 바람으로 강 이사장의 축사가 마무리되었다.



 이어서 김연수 바꿈 상임이사가 참가자들에게 청사전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만인이 투쟁에 돌입해있는 것과 같은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화를 통해 이 현실을 풀어나가야 할 필요성 아래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개개인은 과연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기술이 있을까? 청사전 기획단들이 시민역량강화를 위한 민주시민교육, 다층적 갈등 대응 방법을 터득하기 위한 갈등관리, 합리적 의사결정을 촉진하는 퍼실리테이션, 상호간 민주적 소통을 위한 비폭력대화에 대한 교육과정을 사전에 듣고 각 프로그램의 장점을 모으고 한발자국 더 나아가려고 한 결과물이 바로 청사전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회적 소통에 대한 컨텐츠가 완성품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청사전을 통해 참여자들이 함께 만들어나가고 채워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약 1시간가량의 1부 순서가 끝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2부-(평화 감수성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적 소통 워크숍의 순서가 진행되었다. 강사는 이대훈씨(강사 본인이 원한 호칭이다)였다. 진행에 앞서 워크숍의 의미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워크숍은 ‘공방’ 이라는 뜻인데, 이는 한 명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함께 만들어나가고 조립한다는 것을 가리킨다고 했다. 대훈씨가 본인을 요리사에, 오늘의 워크샵을 뷔페에 비유하는 것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뷔페의 모든 요리를 다 먹겠다고 욕심 부리면 배탈이 나기 마련이니 그 중에 참여자들이 원하는 것만 취사선택하여 가져가기를 당부했다. 또한 이 워크샵은 일반적인 강의에서처럼 마지막 순서에 정리를 하고 결론을 내는 형식을 지양한다고 했다. 가장 눈에 띄던 점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대훈씨의 복장과 테이블 배열이었다. 대훈씨는 여느 강사들처럼 양복을 갖추어 입은 것이 아닌 편해 보이는 캐쥬얼한 청바지와 밝은 하늘색의 카라티를 입고 있었다. 관계 내에서 소통을 방해할 수도 있는 복장을 통한 사회적 권위 드러내기를 피하고자 함이 그의 의도이지 않을까 싶었다. 워크샵 시작 전 쉬는 시간에 강의실에 일렬로 정렬되어 있던 모든 테이블을 뒤로 빼고 참여자들은 줄을 맞추지 않은 의자에 이리저리 흩어 앉았다. 



 “이제 첫 번째 메뉴를 풀어보겠습니다. 세계 거의 모든 문화, 문명에서 사람들이 모이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을 잘하게 되면 일이 잘 풀리지만, 바쁘거나 귀찮거나 엄숙하면 안하게 됩니다. 바로 인사입니다.”

참여자들 대부분이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 어색해하며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 대훈씨는 참여자들에게 추가적인 미션을 단계별로 주었다.

-안녕하세요, 상반신 숙이기, 악수, 점심 드셨어요 등 상투적인 인사 제외

-2인 1조로 짝을 짓고 인사하기 (1분)

-짝과 헤어질 때 꼭 ‘이름’ 기억하기

-무조건 오늘 처음 만난 사람과 짝하기

-각자의 내면에 있는 어려운 사정을 헤아리는 질문 던지기 (1분 30초)

-5-6인 1조로 모여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짝이었던 타인의 이야기를 정성껏 소개하기(5분)

-처음 워크샵을 시작하기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어떻게 왜 변했는지 관찰하기

 참여자들은 대훈씨의 요청에 따라 부지런히 이리저리 의자를 굴리며 낯선 타인들을 만나기 위해 강의실을 누볐다. 이 모든 것이 길쭉한 장벽 같던 테이블이 사라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로 눈치를 보며 쭈뼛쭈뼛하던 분위기가 왁자지껄하게 변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상투적인 간단한 인사를 넘어 자연스레 서로의 내면의 이야기까지 나누는 사이로 발전했다. 이 모든 것이 단 30분 내에 벌어진 일이었다. 마지막 관찰 단계에서 참여자들의 피드백을 조금 소개하자면; “통상적인 인사를 배제해야 했을 때 조금 더 고민을 하게 되고, 내 앞에 있는 사람의 관심사는 무엇일까 조금 더 고민을 하게 되었다,” “단계를 거치면서 타인에 대한 선입견과 경계를 자연스럽게 깨게 되었다,” “구체적인 사람이 아닌 타인들이라는 덩어리로 여기던 사람과 함께 관계하고 말하기 시작했을 때 정말 짧은 시간 안에 친밀해진 느낌이 들었다.” 




 이 활동의 취지는 한 사람만의 목소리가 등장하는 것, 즉 ‘목소리 독재’ 현상을 줄이기 위함이다. 민주적인 소통을 추구할 때 권력 있는 하나의 목소리가 지배하는 것이 아닌 다수의 목소리가 동일하게 등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 대훈씨의 설명이다. 그가 마이크를 사용하기 꺼려하는 것 역시 마이크를 통해 주목되고 증폭된 한 사람의 목소리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어떻게 말을 잘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저 사람이, 다수가 평등하고 적극적으로 말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나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알아보는 것이 이번 활동의 목적이었다. 단 하나의 결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다수의 목소리, 다수의 생각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 바람직한 소통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활동은 2인 1조로 진행되었는데, 처음에는 감각의 레이더를 최대한 섬세하게 작동시켜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다. 영혼을 담아 온 몸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이어서 다음에는 똑같은 이야기를 할 때 듣는 사람은 상대방의 시선을 절대로 마주하지 않고 딴청을 피우며 듣지 않는 척을 해야 했다. 참여자들은 바닥을 보거나, 머리를 만지거나, 턱을 괴거나, 피곤한 척을 하거나, 핸드폰을 보는 것과 같은 행동을 통해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에는 역시 6인 1조로 모여 처음과 두 번째 상황에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세부적인 관찰에 토대한 피드백이 있었다. 공통적으로 나온 의견은 더 이상 말하고 싶은 의욕을 상실했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전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반응 정도에 따라 내가 가진 몸의 움직임, 감각, 동기가 굉장히 달라질 수 있고, 심지어 온도마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대훈씨의 설명이다. 소통을 할 때 단순히 청각이 아닌 사람들 사이의 ‘기운(power)’이 교환되는 것이다. 상대방의 어떤 움직임, 시그널이 화자를 어떻게 훌륭한 스피커로 만들어주었는지(empower)를 관찰하는 것이 이번 활동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이었다. 참여자들은 적절한 추임새, 눈 마주침, 박수와 같은 몸의 다양한 제스처들을 통해 어떻게 소통이 진행되는 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세 번째 활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대훈씨는 본인이 겪은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다국적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한국 교사들이 보통 자주하는 행동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의자 줄 맞추기’이다. 한국에서는 보통 의자를 앞에 강단을 향해 직선으로 줄을 맞추고, 앞뒤와 양옆의 간격도 신경 쓴다. [전쟁과 학교]라는 책을 쓴 퇴임한 교사에 따르면 줄 맞추기의 역사적 기원은 20c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줄을 맞춤으로써 감시자 또는 통제자는 누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확연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기가 바뀌었지만 21세기의 한국 사람들도 여전히 이런 행동을 반복한다. 의자 배치는 결국 권력 문제와 관련이 깊은데, 줄을 맞춤으로써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경직되고, 앞을 향해서만 방향이 쏠리게 된다. 모임이 진행될 때 의자배치는 결국 참여자들의 의지, 동기, 몸, 정신에 모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 대훈씨의 생각이며, 이 워크샵 초반에 테이블을 모두 치우고 줄을 맞추지 않은 의자 배열 역시 이 때문이었다. 참여자들은 앞선 활동을 통해 이를 몸소 경험했기 때문에 대훈씨의 설명에 모두 동의하는 것 같았다.

 세 번째 활동은 두 번째 활동이었던 ‘상대방은 나를 어떻게 멋진 스피커로 만들어주었는가’를 심화 적용하는 시간이었다. 6인 1조로 돌아가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말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화자를 굉장히 중요한 사람,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동의하는 추임새, 얼굴의 근육, 표정, 박수, 앞으로 몸을 기울임 등과 같은 반응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화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empower). 그 다음에는 화자는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팔짱, 눈 감기, 발등 보기, 한숨 쉬기, 동의하지 않는 말, 바쁜 척 하기 등의 연기를 했다.

 네 번째 활동은 ‘(민주적)브레인스토밍 4원리’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었다. 모든 모임을 진행하는 데에 있어 의견을 주고받을 때 적용해야 할 좋아좋아, 많이많이, 서로서로, 섞어섞어의 원리이다. 당신은 우리 모임에 있어 중요한 사람이고 당신의 의견은 중요하다는 ‘좋아좋아’, 결론을 빨리 내리지 않고 잠재력을 끌어내어 또 무엇이 있을 지를 고민하게 하는 ‘많이많이’, 말 독재자를 추방하고 한 번에 한 가지 의견만 이야기 하고 타인의 의견을 듣는 ‘서로서로’, 나온 의견들을 요약하는 ‘섞어섞어’ 원리이다. 앞의 활동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언어를 통해서만 하는 것이 아닌 온 몸을 가지고 이 원리들을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모든 참여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인식시키고 그 안에 이야기하도록 하는 것은 말 독재자를 막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눈을 마주치고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행동은 모임을 촉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은 한다. 소통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요약의 역할 역시 필수적인데, 논점을 벗어나 이리저리 독백하는 참여자를 돕기 위해 키워드 위주로 화자의 의견을 요약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대훈 씨는 총 4시간에 걸친 워크샵을 마치면서 다시 한 번 언어뿐만 아닌 인간의 모든 점들이 관계와 소통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소통을 진행함에 있어 단 한 숨에 해결하려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오늘 워크샵과 같이 각각의 단계와 흐름을 잘 디자인 하는 것이 관건임을 설명했다. 참여자들의 의견 개진 속에 각각을 이어주는 질문자(진행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설명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한다는 선언, ‘나는 하나의 정해진 답을 주는 자가 아니다’라는 선언이 바로 수평적인 소통의 출발점임을 명시했다.


 오늘의 청사전 워크샵은 구체적인 활동을 기반으로 시작하고, 대훈 씨는 마지막에 항상 참여자들끼리 조를 묶어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관찰했는지 최대한 구체적으로 나누도록 격려했다. 단 한 사람도 낙오되고 빠지는 사람 없이, 순서를 정하고 시간을 정해 평등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설계 되었다. 활동에 대해 대훈 씨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결론을 내리기 전에 항상 참여자들이 먼저 본인들의 생각과 느낌을 말하도록 설계된 워크샵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참여자들의 몸으로 먼저 경험하도록 하고, 최대한 세심하게 관찰한 느낌을 참여자들이 직접 말하게 하고, 그 다음에야 대훈 씨의 진행자로서의 짤막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것은 하나의 정답과 결론을 내리지 않기 위한 치밀한 워크샵 디자인 계획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청사전 참여자들은 4시간 내내 상대방의 눈을 마주하고 경청하는 기술을 배우고 평상시 무의식적으로 하던 행동에 대한 반성을 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민주적인 소통을 위한 장애물들은 우리 사회 도처에 여전히 널려있기 때문에 참여자들은 1강의 설레임도 있지만 그들 삶에서의 현실적인 고민을 안고, 가시지 않은 의문들을 품고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2강 후기를 기대해주세요.

* 후 원 : 사단법인 선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 세상을 바꾸는꿈을 위해 후원해주세요 (국민은행 468037-01-023581)*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