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4일 금요일 오후 7시, 청담역에 위치한 페미니즘 카페이자 사회적협동조합 '두잉(DOING)'에서 <나는 분단국의 페미니스트입니다>의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나는 분단국의 페미니스트입니다>는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과 '들녘'출판사가 함께 만들고 있는 청년 백과전서 '룰디스'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후기1) 분단국에서 페미니즘을 말하는 것의 의미


(기사 바로가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47376)


한반도는 해방 직후 분단국이 되었고, 60년이 지난 지금도 휴전상태에 놓여있다. 최근 평화협정과 종전선언의 기류가 보이기도 하나, 우리는 여전히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전히 주말마다 광화문에서는 국가의 '안보'와 '안녕'을 걱정하는 이들이 자칭 '태극기 집회'를 열고 있다. 또한 빨갱이 논리는 일상 속에서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리잡고 있다.


한편,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18년 미투 운동, 2019년 낙태죄 폐지 ‘헌법불합치’ 등 굵직굵직한 젠더 이슈들 또한 대한민국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한반도의 분단 문제’와 ‘젠더’ 이슈가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핫하게’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반도 분단 문제’와 ‘젠더’를 주제로 3명의 저자가 모여 책을 썼다. 책 이름은 <나는 분단국의 페미니스트입니다>. 함께 북한에 대해서 공부하며 대학 시절을 보냈던 3명의 친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성찰하며, 길을 찾아가다 만나게 된 ‘젠더’라는 키워드로 엮어낸 이야기가 담겨 있다. 두가지 키워드-한반도 분단 문제와 젠더-가 마치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 서로를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페미니즘의 렌즈로 한반도를 바라보는 작업이라고 해야할까? 도통 엮일 수 없을 것 같은 두가지 주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이렇게 책으로 나온 것이다. 북토크에서는 3명의 저자가 질문을 준비하고 그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는데 저자들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저자 ‘수지’는 “한반도에서 여성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분단국 군사주의하에서 여성들이 타자화되어온 역사를 돌아보고 식민지, 냉전, 전쟁을 거치며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도구로 전락했는지 이야기했다. 남성이 전쟁에 참여하면서 표면적으로 여성들이 사회적 진출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쟁은 태생적으로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적인 역할로 구분했고 그 속에서 여성을 도구로 삼았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정전체제하에서는 남성도 여성도 한낱 성별화된 병기일 뿐이라고 했다. 북한에서도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 여성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성 해방을 계급문제로 보는 한계도 분명히 존재했다고 말한다. 분단이 지속되는 한 여성들은 가부장적 질서에서 순응하기를 지속적으로 요구받게 될 것이고, 당연히 젠더 문제는 사소한 것으로 치부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저자 ‘영민’은 분단국의 민주주의에서 여성이 어떻게 배제되었는지, 학생운동, 진보 정치에서 정치인들이 여성을 어떻게 소외시키고 성소수자를 배제하는지 이야기했다. 그리고 북한 여성을 타자화하고 피해자로 보는 게 아니라 동등한 여성의 위치성으로 읽어낸다면 북한의 여성들과 더 진보적인, 민족을 뛰어 넘는 주제로 이야기 하고 싶다고 했다.


저자 ‘추재훈’은 승자남성과 패자남성이라는 개념으로 여성혐오의 기원을 분석했다. 전쟁은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를 가르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승자는 섹슈얼리티를 독식하게 된다. 이 배경이 여성혐오로 이어지는 추동력이 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자기 성찰적인 맥락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갔다. 학교, 군대 내에서 내재화된 남성성에 주목한 것이다. 페미니즘 분야에서 남성성이라는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할텐데 생물학적 남성인 추재훈씨는 페미니스트 남성의 관점으로 남성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북토크 내내 열띤 참여와 분위기가 이어지며 마무리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문뜩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사회 속에 있는 다양한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듣고 치열하게 그들과 소통하며 그들이 객체가 아닌 주체로 설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들이 펼쳐낼 이야기가 앞으로 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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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2) 죽을 때까지 간을 찢고 허파를 쪼아대는 독수리와 매를 가슴속에 품고 살아야 했습니다.


 <나는 분단국의 페미니스트입니다> 북 토크가 열렸다. 책마다 북 토크를 진행했으니 세 번째 북 토크인 셈이다. 매번 같은 장소에서 진행했으니 어쩌면 관계자들에게는 비슷한 행사의 반복으로 느껴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유난히 이번 북 토크에는 시작 전부터 묘한 긴장이 흘렀다.


내가 느낀 긴장감은 이 책의 제목에서 기인했는지도 모른다. 한반도가 ‘분단국가’가 된 지 70년이 넘었다. 청년들에게 ‘분단’, ‘민족’ 같은 말은 책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개념에 가깝다. 나를 포함해 요즘 대한민국에서 자신을 분단국의 국민이라고 소개하는 청년이 얼마나 있을까. 페미니스트라는 말도 그렇다. 차차 나오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분단국의 페미니스트. 틀린 말도 아닌데 어딘가 도전적이고 문제적이라는 느낌을 받는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일 것이다.


사회를 맡은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저자들을 향한 첫 질문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이들은 왜 하필 ‘분단’,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로 함께 글을 쓰게 되었을까.

수지: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빨갱이였는데 이게 억울해서 뭉쳤어요. 마이너한 감성이 있다 보니 페미니즘에서 또 모이게 됐어요. 저는 국제정치, 영민 씨는 운동, 사회학, 재훈 씨는 군대, 남성들 조직이란 분야에서 페미니즘 감수성의 공통점을 가지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영민: “셋 다 글을 쓰는 일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아요. 다른 방식도 있었겠지만, 글을 씀으로써 우리의 목소리를 내자는. 저희는 우연히도 운이 좋게도 북한학을 배우면서 남한 사회, 한반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고, 여기에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이 더해져 자연스럽게 함께 책을 쓰자는 얘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재훈: “저 스스로도 좀 신기한 때가 있었어요. 내가 왜 이걸 생각하고 있지? 근데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었나 싶어요. 내가 접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접하면,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잖아요? 저는 좀 많이 부끄러웠어요.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스스로에 대해 파헤쳐보는 시간을 가졌고, 이 결과가 책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사회의 모순을 깨닫고 비판적으로 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누군가는 못 본 체하는 길을, 누군가는 맞서 싸우는 길을 택할 수도 있다. 저자들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살아가는 방식이자 싸우는 방식이 아니었을까. 토크는 ‘물음이 있는 이야기’라는, 저자들이 준비한 퀴즈 코너로 이어졌다. 책을 읽으면 쉽게 답을 알 수 있는 질문도 있었고,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며 답을 내기 주저하던 참석자들도, 한 명 두 명 상품을 받아가기 시작하자 너 나 할 것 없이 답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퀴즈 덕분에 다소 경직되었던 분위기가 풀린 것이다. 그래서였을지 이 글 서두에 언급한 긴장 때문이었을지, 지난 북 토크 때보다 훨씬 활발하고 열띤 토론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수지가 준비한 첫 질문부터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정말 한국전쟁은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속화했나? 전쟁이 여성의 사회적 진출의 계기가 된다는 내용은 역사 시간에 들어봤을 법한 내용이기는 하다. 수지는 이에 그렇다고 답하면서도 기존 관념이 흩어진 것은 아니었으며, 양날의 칼과 같은 측면이 보였다고 말한다. 전쟁 이후에는 여성 노동자들이 다시 남성 노동자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하거나, 가사노동 및 양육 부담과 노동 부담을 동시에 져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북한이 남한보다 먼저 남녀평등법을 제정했다는,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이지만 책을 읽지 않고 북 토크에 참여한 독자에게는 꽤 흥미로운 퀴즈가 이어졌다. 사회주의 여성해방론에 입각해 이루어진 북한의 남녀평등법은, 사회주의와 동일한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여성 해방을 계급 문제와 동일시했기 때문에 여성의 노동자화가 곧 여성 해방이라고 본 것이다.


재훈은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질문했다.

“죽을 때까지 간을 찢고 허파를 쪼아대는 독수리와 매를 가슴속에 품고 살아야 했습니다.”

이 구절이 가리키는 대상은 무엇일까? 물론 프로메테우스가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답은 남성이었다. 의외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으로서 받는 억압과 차별에 크게 분노했던 사람인데 그런 억압을 만들어낸 계급에 대해 왜 이런 말을 했을까. 그런데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로 유명한 우에노 지즈코도 비슷한 맥락의 말을 했다고 한다. 남성은 단일한 집단, 계급이 아니다. 재훈이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한 최초의 배경이기도 했다.

이는 다음 질문 ‘프랑스 혁명 당시 혁명군의 주요 공격이 되었던 사람은 누구인가?’와 이어졌다. 답은 마리 앙투아네트인데, 왕비를 성적으로 희화화하고 모욕하는 팜플렛을 통해 당시 사회는 민주적 효과, 평등의 효과를 거두었다. 물론 이때 평등은 남성들 사이의 평등이다. 기존 왕정 사회의 ‘승자남성’들의 권력의 상징인 마리 앙투아네트를 무시하고 짓밟음으로써 기존의 권위를 함께 무너뜨린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것이다.


영민의 첫 질문은 ‘정말 선언만 하면 누구나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나?’였다. 플로어에서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며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7,8년 전쯤 연령대가 꽤 높으신 분들이 동호회에서 페미니스트 선언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아니라는 쪽으로 토크가 흘러가는 가운데 영민의 답은 ‘알 수 없다’였다. 현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대통령 선언을 했기 때문에 촉발된 의문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고 마음 아프기도 했지만, 꼭 필요한 질문이기도 했다. 이 분단된 현실 속에서 나는 얼마나 페미니즘 선언에 입각하고 있는가. 또 다른 질문에서, 영민은 ‘여성’에 대한 담론들이 실제 여성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개념녀’, ‘김치녀’, ‘된장녀’ 같은 말들은 그것들을 수용하든 거부하든 어떤 식으로든 여성들의 삶을 고정시키고 규정짓는다.


이밖에도 남북한의 통일이 필요한 이유가 우리가 한민족이기 때문인지, 남한에서 북한은 독재와 군사화된 이미지로 주로 남성화되어서 그려지는지, 남북 경쟁에서 남한이 단연 승자인지 등 흥미로운 질문이 여럿 나왔다. 패널들뿐 아니라 플로어도 이들 질문에 대해서 대체로 부정적인 답을 내놓았다. 플로어에서도 탈북민들의 정체성 문제 등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덕분에 열띤 토론 분위기가 형성되었지만, 그 열기를 채 다 전달하지 못해 아쉽다.


한때 통일은 다른 모든 이슈에 우선하는 것처럼 여겨진 때가 있었다. 지금도 국가 경제를 제외하면 거의 최우선적 이슈로 보이기도 한다. 분단과 한국전쟁, 민족 담론은 젊은 세대들 머릿속에서는 이미 흐릿해졌지만, 대부분의 한국 남성들이 자유로울 수 없는 군대 문제 때문에라도 우리는 이 이슈에서 눈을 돌리기가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통일 문제에는 관심을 가지면서도 정작 북한을 이해하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 안쓰러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은 있었지만, 무조건적인 동정은 어쩌면 몰이해의 한 부분이 아닐까.


한편 페미니즘은 언제나 사회의 비주류였다.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는 언제나 더 중요한 이슈에 묻혔으며, 그들만의 문제로 축소되어 치부되었다. 화제가 되더라도 단지 성별 대립이라는 문제로 이해될 때가 많으며, 퀴어 문제는 잘 드러나지도 않은 채 묻힌다. 『나는 분단국의 페미니스트입니다』 의 저자들은 북한학을 전공했으며 페미니즘에 적을 두는, 비주류와 비주류의 결합과도 같은 위치에 있다. 하지만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면, 우리가 그저 귀를 막고 눈을 돌리고 있었을 뿐 우리 바로 옆에서, 아니, 우리 삶의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예상보다 훨씬 토크 분위기가 뜨거워서 놀랐다. 서로 의견이 다르거나 조금씩 충돌하는 부분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상호 존중하는 멋진 토론이 오갔다고 생각한다. 기사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책을 써서 토크의 계기를 만들어 준 저자 수지, 추재훈, 영민과 토크를 이끌어준 사회자 김성경 교수, 그리고 토크에 참여한 분들 모두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글을 마치고 싶다.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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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