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 기간제 교사는 결혼할 수 없는거 알지? <평균 34.1세, 근황 인터뷰>

박규철, 87년생, 33세, 남, 미혼, 기간제 교사, 경기도 광명시 거주

본 기획은 국민권익위원회 후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결혼은 해야겠는데, 책임과 무게가 싫어

연애에 흥미가 없어. 재미없어. 연애하면 부담이 돼. 자유의 억압도 있고. 그냥 부담 없이 살고 싶기도 해. 책임과 무게가 싫어. 정말 내 사람이란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으면 결혼하겠는데, 일단 그런 사람이 없고.

결혼에 자신이 없어. 내가 병이 있나 봐. 사람을 만나면 이 사람과 지속하려는 자신감이 없어. 내가 여자를 안 좋아하나? 그건 아닌데. 언젠가부터 사람한테 흥미를 잘 못 느껴. 사랑? 해본 적은 있었지. 과거 연애에서 상처를 한번 받은 후로는 길게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해.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나는 사람을 만나면, 머릿속으로 관계를 한번 끝낸다? 안 좋은 습관인데 그래서 상대방한테 급 질리는 거야. 그래서 누구 만나기도 귀찮아. 어차피 끝날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나의 모순은 연애는 싫은데, 결혼은 해야겠다는 거야, 결혼을 안 해도 인생이 만족스러울까? 그건 아닐 것 같아. 누군가가 있는 게 다를 것 같아. 지금이야 젊으니까 이러고 있지. 나이 들어봐라. 혼자는 못 살걸? 정신병 걸릴 걸? 상실감 같은 게 있을 것 같아. 혼자 살면 둘보다 더 낮은 단계의 정서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난 남자니까 더 궁상맞지 않을까? 

요즘 휴일에 집에 있으면 오전 까지는 아무 말도 안 해. 말할 대상이 없잖아. 그렇게 이틀만 보내도 내 정서에 별로 안 좋은 게 느껴져. 사람이 뭔가 우울해지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어. 밖에 나가면 다른 사람들은 이야기할 사람이 많은데 나는 없다. 그런 우울한 느낌이 있어. 이제 우리는 나이도 차서 캐주얼하게 친구 만나기도 어려워. 나랑 친했던 여자애들은 이제 다 결혼해서 나 안 만나. 결혼했으니까 볼 친구들이 더 줄어들었지. 그런데 나는 월화수목금 교단에서 입을 털다가 주말에 아무 말을 안 하니까 그 기분이 더 이상해. 

결혼을 하려면 연애를 해야겠지? 그런데 못하겠어. 소개팅 많이 했지만 내가 순수하게 사람을 못 보고. 상대방도 날 겁나 따져서 평가하는 게 느껴져. 내가 조건이 좋은 것도 아니고. 소개팅도 이제 못하겠다. 힘들어. 

게다가 우리집은 나 못 도와줘. 내가 알아서 해야 돼. 우리 엄마는 내가 결혼을 안 하는 걸, 그런 이유에서 찾으시더라고. ‘집에서 못 도와주니까 쟤가 결혼을 못하나보다’ 하고. 그런데 아니라고는 안 해 나도.

지금 나는 계약직이잖아

나는 초겨울에 항상 드는 고민이 있어. 내가 정교사가 아니잖아. 정교사 시험이 11월 초 요맘때야. 그럼 나는 심적으로 또 부담이 시작되지. 없는 나를 포장하고 면접을 봐야 하지. 머리를 싸매가면서 문제 풀고. 잘되면 좋지만 떨어지면 또 탈락 스트레스를 무진장 받겠지. 아직 시험을 보지 않았는데도 스트레스야 벌써. 11월부터 기간제 선생들 표정들 보면 안 좋아. 20대 어린 기간제 교사 친구들은 임용고시 공부를 하겠지.

나는 그냥 사립 가려고. 임용은 포기했어. 그런데 사립학교에서 정교사 티오가 많이 없긴 해. 지금 나는 계약직이잖아. 1년 단위야. 원래 이 학교도 재계약이 없는 학교 인데, 지난 해에는 나를 재계약 시켜주더라고 그래서 지금까지 여기 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는 거야. 그나마 운이 좋은 건데. 내년엔 어떻게 될지 모르지. 불안하지. 

기간제 교사를 나이 먹어서도 쭉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나이 많은 기간제 교사들은 학원 강사로 있다가 채용이 된 케이스고. 젊은 사람들이 쭉 가는 경우는 없어. 기간제 교사들도 결혼 하긴 해. 그런데 웃긴 건 여자 기간제 교사들이 결혼하지. 남자 기간제 교사는 결혼한 사람이 없어. 희한하지. 동료 남자 기간제 교사가 결혼 전체로 연애를 길게 했었어. 그런데 여자네 아버지가 어디 고등학교 행정 실장이었나봐. 그 아버지가 남자애한테 정교사가 되면 결혼을 하고 아니면 그만두라고 했대. 2년 교제했는데 남자가 정교사가 못돼서 결국 헤어졌잖아. 아버지가 자신이 사회적 지위가 있다보니까 좋은 집안에 딸을 시집보내고 싶었겠지. 남자애가 빼어나게 잘 사는 집도 아니었고.

그런데 이 케이스는 결국 남자 직업이 안정이 안되서 결혼 못하고 헤어진거잖아.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는 남자의 상태는 안정적이어야 되고, 여자는 남자의 상태에 의해서 이래도 되고 저래도 괜찮고 그런 것 같아. 

아, 그리고 기간제 교사 여자들은 임신 안 해. 출산하면 계약 종료거든. 출산휴가는 없으니까. 애 낳는 사람은 거의 없어. 못 봤어, 이 학교에서는 아직까지. 


좀 가벼워져야

요즘 사람들에게서 삶의 철학이 느껴지지 않아. 너무 돈에 얽매여서 사니까. 다들 너무 날카로워지고 대화를 하면서도 서로 타협이 안되잖아. 인간처럼 산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 

사람들이 좀 가벼워져야 하는 것 같아. 갭이 너무 크잖아. 어떤 애는 집을 몇 억짜리를 가지고 있다거나 하는 소리를 들으니까. 나는 아닌데? 그럼 나는 루저인가? 사회가 자꾸 그런걸 이야기하니까 문제인 것 같아. 

내가 명문대를 나오지 않더라도 인서울을 하지 않더라도 사는 데 큰 장애가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해. 물론 사회는 그렇게 점점 바뀌고 있는 것 같아. 기술직에 대한 대우가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해. 근데 지금보다 더 기술적이 더 대우를 받는 사회가 되어야 해. 과하게 예를 들면 배관 뚫는 사람이 시간당 10만원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되면 많이 바뀔 것 같아.

내 학교도 교육 비전은 ‘아이들의 꿈과 끼를 길러주자’야. 그럼 그럴 시간을 줘야지. 밤 10시, 12시까지 붙들어 놓고. 게임 좀 하면 뭐가 어떠냐? 완전히 일탈로 가지만 않으면 돼. 범죄로만 안 가면 되지. 다들 좀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어. 이 사회에 불안감을 느끼는 건 성인이나 애들이나 똑같아. 사회가 조금 느슨하게 사는 것에 대해 보장을 안 해주니까. 어렸을 때부터 남을 이기는 경쟁을 부추기고 그 습성 그대로 회사원이 되고. 회사는 또 출혈경쟁까지 하대니까. 숨 쉴 곳이 없잖아. 조금 쉬었다가 가면 좋을 텐데. 한 발자국 멀리 서서 나를 직면할 시간도 없어. 

나는 이럴 때 일수록 소득의 고점에 있는 사람들이 기부도 많이 하고 베풀어서 좀 넉넉한 사회가 되면 좋겠는데. 위에 있는 사람은 더 올라가려고 하고 더 착취하고, 아래 있는 사람들은 더 도태되고 더 불안해지고. 정책도 정책이지만 나는 사람들의 인식과 이 사회 분위기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