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엄마는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평균 34.1세, 근황 인터뷰>

최미혜, 87년생, 33세, 여, 기혼, 자녀 1명, 전업주부, 경기도 화성시 거주

바꿈세상을바꾸는꿈과 LAB2050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 여러 문제를 진단하고 창의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사회전환의전략” #(해시태그)공론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5월 25일(토) 오후 2시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2030, 일의 미래를 상상하다." 라는 주제로 여러 노동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대안을 나눠 볼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2030세대의 다양한 이야기를 우선 공유하기 위한 시리즈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많은 관심과 공유 부탁드립니다. #공론장 신청하기 : bit.ly/일의미래

모든 가치가 다 돈으로 결론이 나는 것 같아 

2018년 3월, 집을 드디어 샀지. 물론 대출이 50% 정도? 청약이 어찌 잘 됐어. 서울 보다 훨씬 싸. 서울 전세값으로 여기는 조금만 무리하면 집을 살 수도 있겠더라! 사실은 서울에서 더 떨어진 곳, 산이 잘 보이는 그런 집에서 살고 싶었는데 그건 너무 도태될까봐 무서워서 여기로 왔어.

내가 청주에서 살면서 그래도 산이 곁에 있는 집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내 딸에게도 그러한 여유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 그런데 서울과 지방의 문화격차를 너무도 잘 아니까, 서울 외곽 이상을 벗어날 수가 없겠더라고. 나는 청주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을 했잖아. 청주에서는 서울과 같은 피 튀기는 경쟁을 못 느꼈거든. 청주는 사실 서울과는 단절 지역이잖아. 확실히 서울로 가까워질수록 사회적 분위기와 주변 커뮤니티에서 경쟁이 심화되는 게 느껴져. 나는 서울 사람들의 이런 경쟁 심리가 부동산 가격까지 가는 게 아닐까 생각해. 

이런 격차를 끊으려면 경제적으로 사람들이 지나치게 잘 살려고 하는 욕심이 없어져야 된다고 생각해. 그런데 자연스럽게 사는 게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리에겐 없는 거 같아. 적당한 돈의 수준. 적당히 산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될 것 같고. 그런 게 없으니까 모든 가치가 다 돈으로 결론이 나는 것 같아. 

예를 들어서 누군가가 “난 음악을 하고 싶어.”라고 하면 대답은 ”그럼 돈이 있어야지!”라고 말하잖아. 결국 모든 가치들이 목적과 수단이 다 돈으로 수렴하는 게 너무 안타까워. 난 또 충격이었던 게 남편이 맨날 돈을 많이 벌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거든. 그래서 언젠가는 질문을 했어. “오빠는 돈 많이 벌어서 나중에 뭐 할거야?” 했더니 “돈 많이 벌어서 놀거야”라고 대답하는 거야. 나는 그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어. 돈 많이 벌어서 신나게 놀면 좋은 인생인가? 다른 가치는 없는 걸까? 그게 정말 잘 사는 걸까? “그거 말고 없어?”

“니가 뭘 했겠어!”, 항상 아버지 앞에 가면 이상하게 주눅이 든다.

나는 졸업하고, 취직하고 나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상태가 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이 과정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 맞닥뜨려보니까 내 시간을 소비하는 게 너무 많아. 내 것을 성취할 수 있는 시간이 하나도 없다고 할까? 예를 들어 나의 감정 소비도 업무나 나를 위해서 시간을 할애하는 게 아니라, 남편의 부모라서 같이 해야 되고 남편의 누구라서 같이 해야 되고. 물론 당연히 결혼을 했기 때문에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 이런 부분에서 자유로운 사람도 있지만 나는 최선을 다 하려고 하거든. 생각보다 결혼 후 생겨난 관계들이 좀 많이 피곤한 거? 난 이 생각을 전혀 안 했거든. 물론 이것 때문에 내가 못 견뎌서 이혼하겠다는 건 건 아니지만, 결혼을 하려면 이런 생각도 했어야지 않을까 싶어.

관계가 되게 피곤하다? 엄마랑 자녀의 관계는 끊어지는 관계는 아니잖아. 근데 결혼이나 연애는 선택에 의해 끊어질 수 있는 관계인데 이걸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 에너지를 쏟아야 해. 치워버리고 싶지만 계속 대화를 해야 해. 대화할 거리가 너무 많아. 그 에너지 소비가 너무 커. 그래도 같이 살려면 계속 대화 해야 해. 서로 다른 부분을 계속 좁혀가야 하거든. 그래서 둘이 있어도 사실 더 외롭고 상실감이 커. 채워지지 않는 게 있어. 

최근에는 무슨 일이 있었냐면. 우리가 동탄에 집을 샀잖아. 시아버지는 서울에 집을 사지 왜 거기 시골에 집을 샀냐고 뭐라고 하시는 거야. 그리고 집 살 때도 남편이 엄청 힘들었는데, 시아버지는 남편한테 “하기야, 너가 뭘 잘하겠냐.” 맨날 타박을 하셨어. 내가 볼 때 시아버님이 기본적으로 무엇을 잘 성취하시는 분이야. 그런 아버지께서 보실 때는 어린 남편이 항상 아쉬운 거지. 

항상 아버님이 남편에게 하시는 말이 “니가 뭘 했겠어!”, “항상 너는 안됐다!”라고 질타하셔. 그냥 “잘한다”라고 하면 더 잘할 수 있는데. 맨날 이렇게 구박하고 잔소리를 하셔. 우리는 항상 아버지 앞에 가면 이상하게 주눅이 드는 거야. 

그래서 내가 큰 맘을 먹고 아버님, 어머님 계시는 식사 자리에서 용기를 내서 이야기를 했어. “아버님, 저는 아버님이 좀 안 외로웠으면 좋겠는데, 아버님은 너무 옆 사람들한테 곁을 안 두세요. 왜 아버님은 항상 이것도 아니다. 저것도 아니다. 나무라는 소리만 하세요. 우리도 아버지한테 칭찬 받고 싶어요.”라고 했어. 말하면서 나도 눈물이 나오더라. 그랬더니 아버님이 아니라며 너네들 잘하고 있다고 그때 서야 칭찬을 해주시더라고. 

부모님 세대는 우리보다 더 많이 성취한 세대고 지금 돈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세대잖아. 우리는 많이 억눌려 있는 세대고. 위에서 지적 받을 사람들이 많고. 우린 경제력부터 부족하니까. 부모님 세대가 권위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 세대가 권위를 내려놓지 않고서야 우리가 힘을 받을 게 없다는 생각. 우리가 잘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좀 기다려주었으면 좋겠는데. 아버지 세대들도 너무 빡빡하게 살아오셨기 때문인지 기다리시는 것도 너무 못하셔. 그런데 바뀌었으면 좋겠어. 자식 세대들을 야단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럼 나도 결혼 생활에서 스트레스도 없어질 것 같고, 관계의 피곤함도 조금 덜 느낄 것 같아. 

나의 성취와 만족을 ‘육아’에서 찾는 건 아닌 것 같아

다시 나의 일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임신을 하면서 과감하게 일을 그만 뒀는데, 다시 내가 일을 찾으려면, 생초보나 마찬가지니까 피땀 흘려서 끌어올려야 하잖아. 겁이 많아졌어. 집에서 애만 보고 있고, 어딜 나가지도 않으니까. 

그리고 내가 이루는 관계가 아주 깊은 관계들 밖에 없잖아. 남편, 부모, 아이가 끝이지. 업무적으로 얽힌 관계는 없으니까 사람 만나는 게 무서워졌어. 엘리베이터에서 사람 만나는 것도 부담스러워. 그리고 위층 언니가 나를 불러도 부담스러워. 사람들이랑 친해지는 부담감이 너무 큰 거야.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전문적인 어떤 주제가 있어서 내가 무언가를 선제안하고 같이 할 사람을 모으고 하면 좋은데. 내가 그런걸 할 수 있을까? 이제는 못할 것 같아.

아는 언니가 우리 아파트 근처에서 살더라고. 그 언니도 애가 하나야. 그 언니도 애기 낳고 일 그만두고 전업주부 생활을 했었거든. 그런데 이제 애가 좀 커서 아르바이트를 한대. 웹사이트 만드는 일을 한다더라고. 포토샵 학원도 다닌대. 다시 시작하려면 저렇게 학원도 다니면서 새롭게 재능을 다져야 하는 거지. 내 필드가 아니었던 분야에서 신생아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잖아. 일을 시작하려면 신입, 생초보의 시기를 다시 거쳐야 하는 거잖아. 

나는 5년차 대리였는데. 나름 전문가였는데, 결국 그 시기에 놓쳤던 것에 대한 갈증이 있는 것 같아. 애를 낳고 키우는 게 좋아 보일 수도 있지. 그렇지만 나는 애기 안 낳고, 자기 일을 챙겨가는 여자들을 보면 많이 부러워.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