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⑨] 시댁이 갑질 하는 것 같아 <평균 34.1세, 근황 인터뷰>

김민채, 83년생, 37세, 여, 기혼, 중소기업 근무, 경기도 안양시 거주

본 기획은 국민권익위원회 후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적당한 전세가 좀 있었음 좋겠다. 

집이 너무 스트레스야. 집을 살 수 있을까? 일단 집은 대출 정책 기준이 부부합산 7천 이하에게 혜택을 주는데 난 이 기준이 어이가 없어. 기준이 너무 현실적이지 않아. 예를 들어서 모든 부부가 결혼을 30대 초반, 20대 후반에 한다고 하면 그 둘은 연차 수가 안되니까 연봉을 합쳐도 7천이 안될 확률이 많겠지. 그런데 보통 요새 결혼을 늦게 하잖아. 36세~40세 남녀가 결혼을 하면은 기본 10년차씩 일텐데 그 둘의 연봉은 7천이 넘는 경우가 많을 거야. 요새는 부부가 맞벌이를 많이 하고. 30대 중후반에 결혼을 많이 하고. 왜 이런 현실적인 생각은 안 할까? 

나랑 같이 일하는 여자 대리가 하는 말이, “우리가 그렇게까지 돈을 많이 벌어서 명품 가방을 싸지른다거나 해외여행을 마음 편히 다니는 고연봉자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수준인데 대출에서도 혜택을 못 받는다.” 이런 말을 하더라. 그래서 요즘 친구들이 결혼하고 혼인신고도 안 하는 이유가, 한 사람으로 집을 사야 혜택을 더 받으니까 혼인신고도 안 하는 꼼수를 써. 그런데 우리 부부는 혼인신고도 일찍 해서 망했지 뭐. 

그리고 집이 없다는 것. 너무 슬퍼. 우리집도 전세거든. 이제 만기 2년이 다 돼서, 집을 살까 하고 알아봤다가 너무 우울해졌지 뭐야. 이번에 집 값이 엄청 치솟았잖아. 그러니까 아예 못 구하지. 그리고 교통이 좋으면 집값이 너무 너무 비싸. 인서울도 아니고 경기도권으로 알아봤는데도 진짜 비싸. 용인, 영통 정도를 가야 그나마 전세 3억 대로 가는데, 그것도 교통이 좋은 곳은 4억대야. 그런데 싼 곳이 있어! 교통이 더럽게 안 좋아! 이번 겨울에는 이사해야 하는데 적당한 전세가 있었음 좋겠다. 제발.


회사 안에 어린이집이라도 있으면 좋은데

자녀 계획은 아직 없어. 그런데 옆 팀에 선배 언니들도 자녀 계획은 많이 없는 것 같더라. 애기를 낳으면 당장 봐줄 사람도 없고. 그게 제일 문제인 것 같아. 애기를 볼 사람이 없는 게. 나는 일을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회사 안에 어린이집이라도 있으면 좋은데 없잖아. 어린이집이 있으면 점심 때라도 가서 애기보고 올 수 있는데, 그게 아니면 애가 아침 8시부터 맡겨져서 저녁 7시까지 있어야 하는데, 상상만해도 그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아니면 부모님에게 맡겨야 하는 건데, 그럼 부모님 댁 근처로 이사를 가야 하잖아? 그런데 우리 부모님은 분당에 사셔. 분당은 집 너무 비싼 거 알지? 전세도 너무 비싸. 분당은 투기지역이라서 대출도 잘 안 나와. 전세가 4억 이상인데, 대출이 30-40%밖에 안 나온다고 치면 물건이 있어도 우린 못 들어가지. 

그러니까 애기를 맘 놓고 맡길 수 있는 데가 많아야 돼. 어린이집도 대기 안하고 맡길 수 없는 상황이 돼야지. 어린이집이 너무 없으니까 애기가 태어나자마자 어린이집을 신청한다고 하잖아. 그리고 요새는 어린이집 교사들 폭행 사건들도 있으니까 찝찝한 곳보다는 좋은 곳으로 가고 싶으니 경쟁률이 더 세지고. 차라리 국/공립 어린이집을 더 확대하든지. 

그게 아니면 탄력근무제가 도입이 잘 되면 좋지. 그런데 우리 같은 사무직은 다들 똑 같은 시간에 일을 해야 거래처랑 커뮤니케이션을 하니까. 회사에서는 정책이 있어도 못쓰게 해. 이것도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 어린이집이 사무실 근처에 있는 게 제일 베스트 같아. 

작년에 이직한 최대리님 알지? 그 대리님 회사에는 어린이집이 있대. 완전 만족하면서 회사 다닌다더라. 그게 정말 큰 복지인 것 같아. 우리회사도 있으면 좋을 텐데. 만약에 회사 규모가 작아도 주변 회사들이랑 같이 연합을 해서 어린이집을 하나 만들면 좋을 것 같아. 회사끼리 연합해서 어린이집을 만들면 관할시에서 보조금을 주는 식이면 어떨까? 부모들이 자녀들을 키우면서도 일 할 수 있게 해야 해. 그럼 여자들도 오래 일할 수 있을 건데.

어린이집 때문에 고민하던 내 친구는 시어머니 댁으로 들어가버렸어. 또 다른 친구는 시어머니댁 근처로 이사를 갔어. 시댁살이의 시작이지 뭐. 맨날 죄인처럼 아침에 애기를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저녁에 애기를 찾아가더라. 나는 그렇게까지는 하기 싫어. 그렇게 하면서까지 애기를 낳아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시댁들이 갑질 하는 것 같아 

시어머니는 예전에는 나를 볼 때마다 “왜 애를 안 낳냐”. 라고 하셨지. 그것 때문에 시어머니랑 다투기도 했었어. 친정 엄마는 아무 말도 안 해. 꼭 시댁 식구들이 뭐라고 한다? 남편네가 큰집이야. 남편이 장손이거든. 명절에 친적 분들 모이면 시어머니가 꼭 한마디를 해. “다른 애들은 손주자랑 한다더라. 너는 언제 손주 데려올래?” 이러셔. 아니, 내가 무슨 그 집 손주자랑을 위해서 애를 낳아야 하는 사람이니? 어른들은 왜 그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할까? 진짜 애가 잘 안 생겨서 그럴 수도 있는데. 아님 그런 잔소리는 남편한테만 하든지. 꼭 모든 친척들 있는 자리에서 하시잖아. 그래서 나도 참다참다가 시어머니한테 내 입장을 대놓고 이야기 해버렸어. 우리 일이니까 그런 말씀 하지 마시라고. 

그래도 시어머니가 자꾸 손주 타령을 하셔서 남편한테 엄청 성질을 냈지. “다시는 어머니가 절대 그런 말 하지 못하게 해. 안 그러면 나 이제 시어머니랑 대판 싸울 거야!”라고 마지막이라고 말했어. 그 이후로는 시어머니께서 손주 말씀을 안 하시더라고. 그런데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말은 못해도 궁금할 거 아니야.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그래서 저번 명절에는 작은어머니가 친척들 다 있는 자리에서 궁금해하는 척 하면서 물으시는 거야. 시어머니가 작은 어머니한테 시킨 거지. 너무 티가 나더라고. 내가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3번을 공손하게 답했는데도 자꾸 되물으시는 거야. 그래서 나도 화가 나더라고. 그래서 결국 대놓고 어른들 앞에서 남편 면박을 줬어.“니가 대답해! 이게 나만의 문제야? 우리의 문제지!” 그랬더니 그제서야 작은어머니가 당황해 하시면서 더 안 물어보시더라고.

나는 이게 시댁이 갑질 하는 것 같아. 시댁은 왜 그런 걸까. 어른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애기 낳는 것, 어른들 모시는 것 등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그런데 우리 상황은 옛날 같지 않잖아.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데. 본인이 애기 봐줄 것도 아니면서.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