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⑤]  최민혁, 37세, 애기가 없을 때는 싸운 적이 없었는데 <평균 34.1세, 근황 인터뷰> 

최민혁, 83년생, 37세, 남, 기혼, 자녀 2명, 중견기업 근무, 서울시 강서구 거주 

본 기획은 국민권익위원회 후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나는 엄마를 부양해야 하는데…… 

나는 어머니가 혼자 사셔. 아버지는 내가 20대 때 돌아가셨는데, 가족 모두가 상속포기를 했거든. 아버지께서 빚이 많으셨어. 그래서 나는 엄마한테 용돈을 드려야 하는 사람이야. 소액이 아니라 어머니 생활비를 드려야 해. 이 부분 때문에 와이프랑 결혼 코 앞까지 갔다가 파투났었어. 웃기지만, 어머니에게 용돈 드리는 금액 한도를 ‘합의’하고 결혼을 했지. 나는 매월 100만원씩은 어머니한테 용돈 드려야한다는 거였고, 아내는 그건 너무 많다 였지. 합의점이 겨우 60만원으로 좁혀졌어. 그래서 결혼했다. 그런데 아직도 이 부분 때문에 와이프와 계속 티격태격 싸우고 있다.

와이프 입장에서는 우리 돈이 어머니한테 계속 들어가는 게 못마땅하겠지. 그런데 우리 엄마가 쇼핑을 하시면, 와이프는 그 꼴을 못 보는 거야. 엄마는 돈도 없는데 왜 사치를 부리냐고 잔소리 엄청 해. 내가 볼 땐 어머니의 쇼핑이 사치는 절대 아니야. 엄마가 무슨 모피를 사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다른 친구들처럼 계절 바뀌면 옷 한 두벌 사는 정도인데. 며느리 입장에서는 시어머니에게 들어가는 돈이 너무 아까운 가봐. 그래서 와이프한테 “너도 친정 엄마께 용돈 그냥 드려라. 양가에 똑같이 드리자.” 라고 했어. 근데 와이프는 “우리 엄마 아빠는 용돈 안 줘도 돼”라고 해. 그럴 돈 있으면 우리 돈 모으는 게 낫다고. 그럼 나는 뭔가 죄인이 된 것 같다? 나는 엄마를 부양해야 하는데, 와이프 눈치는 겁나 보이고. 와이프는 불만이 계속 쌓여가고…… 

그래서 올 여름부터는 그냥 비자금을 만들기 시작했어. 와이프 몰래 챙겨드려야 이 갈등이 안 생길까 싶더라고. 거짓말을 참 싫어하는데 어쩔 수 없겠더라.  


애기가 없을 때는 싸운 적이 없었는데……


첫째 아들이 6살이고 둘째 딸이 3살이야. 퇴근하면 와이프가 애들을 거의 나한테 전담시켜. 와이프는 마치 내가 놀고 왔다는 듯한 태도야. 아내는 육아휴직 중이거든. 지금은 외벌이 상태지. 경제권은 아내한테 있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게 너무 웃긴 거야. 나는 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와서 또 애기 보고, 주말에도 마찬가지야. 애는 거의 내가 보거든. 아내는 “주말엔 자기가 해!” 이래. 나는 그렇게 따지면 365일 일하는 거 아니냐? 하루 중에 출퇴근 시간 말고는 내 시간이 없어. 그런데 내가 경제권도 없으니 너무 억울한 거야. 그래서 1년 전에는 경제권이라도 나한테 달라고 했지. 최소한 돈이라도 내가 쥐고 있어야겠다 싶었거든. ‘아니, 내가 회사에서도 일하고, 집에 가면 또 일하는데. 왜 나는 돈도 없냐!’ 라고 말은 못했지만, 그런 심정으로 이야기를 했지. 근데 아내는 엄청 충격이었나봐.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예상 밖이었나봐. 나는 항상 받아주기만 할 줄 알았나보지. 

요즘 세상이 좋아지긴 했지. 육아도 부부 모두 같이 하고, 남자도 육아휴직도 할 수 있고. 물론 우리 회사는 남자가 육아휴직 쓰는 사람이 1도 없지만. 이제는 남자가 돈을 벌어와도 대우 받는 시대도 아니야. 아버지 세대랑 좀 다르지. 게다가 내가 볼 때는 와이프가 셋째 애기야. 와이프도 내가 보살펴야 할 대상이거든. 내 몸이 바스러져요 아주. 

사실 애기가 없을 때는 아내에 대한 불만도 딱히 없었어. 부부 둘이서 사는 게 평탄했지. 싸우지도 않았고. 부부만 둘이 있으면 배려와 여유가 있었는데, 애기가 나오는 순간부터는 여유가 싹 없어진 거야. 요즘엔 아내의 불만들이 조율이 잘 안돼. 내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양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겨나. 내 몸만 축나는 것 같아. 애기가 없을 때는 싸운 적이 없었는데…. 

그래서 아내한테 베이비시터를 제안했지. 베이비시터가 있으면 서로 여유가 생길 테고 안 싸울 것 같아서. 그런데 아내가 가성비를 엄청 따지거든. 단번에 거절하더라. 돈이 아깝다고. 베이비시터가 몇 시간 일 해봤자 집안일 딱히 할 일도 없고 그 돈이 너무 아깝다는 거야. 결국 우리 부부의 싸움은 끝날 수 없게 됐어. 식기세척기도 사고 건조기도 샀으면 좋겠는데. 아내는 그 모든 걸 사치라고 생각하고 못 사게 해.

아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결혼한지 9년이 됐는데도 전세 살이거든. 그 마음 이해는 해. 대출도 아직도 까마득히 있고. 그런 걸 생각하면 베이비시터는 엄청난 사치인데 그래도 나는 이렇게 감정 소모, 육체 소모되느니 좀 투자하면서 살았으면 좋겠거든. 

그런 차원에서 베이비시터 가격이라도 좀 내렸으면 좋겠어. 정부차원에서 베이비시터 지원 정책은 있는데, 맞벌이 기준이 있어. 외벌이는 안돼. 정부 차원에서 보육료 지급하는 거 말고 어린이들을 돌볼 수 있는 시설이나 인프라를 좀 잘 만들어줬으면 좋겠어. 부부들에게 여유가 너무 없어요. 생각보다 결혼생활에 우울한 부부들이 많을 거라 생각해 나는.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