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④] 우리회사에서 육아휴직자는 ‘죽일 놈’, ‘개민폐’ <평균 34.1세, 근황 인터뷰>


김혜진, 88년생, 32세, 여, 미혼, 중소기업 근무, 경기도 안양시 거주 

본 기획은 국민권익위원회 후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아이 없는 삶이 더 괜찮을 것 같다

결혼, 하고 싶지만 솔직히 두려워요. 결혼하는 데 필수요소인 책임감과 희생정신을 제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아직도 결혼이 두려운 거 같아요. 28~29살에 결혼한 친구들은 1~2살이 된 아기들이 있어요. 엄마가 된 친구들의 삶을 보면 너무 힘들거든요. 

한 친구는 아기가 생기고 나서 시댁 근처로 이사를 갔어요. 아침에 출근 할 때 시어머님 댁에 애기를 맡기고 출근해요. 퇴근할 때 시어머니에게서 애를 데리고 집에 돌아오면 본인은 저녁을 못 먹는 게 태반이래요. 애기 밥 먹이고 집 청소 하느라 하루가 다 간대요. 애기가 잠도 없어서 12시에 잔대요. 하루 중에 자유시간이 10분도 없다고 울어요. 애기를 사랑으로 봐주는 시어머니에게 고마운 마음도 크지만 솔직히 엄청 부담스럽다고 해요. 매월 용돈을 드리지만 사실 대출 이자만도 버거운 수준이라서 마음도 힘들다고 했어요.

저랑 같은 팀에 있는 여자 대리님도 3살 된 애기가 있는데, 애기 1명 키우는 데 어른 셋이 매달려도 힘들어 죽겠대요. 맨날 우는 소리해요. 둘째 계획 있냐고 물어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저한테 애기 낳지 말라고 해요. 

이런 유부녀의 삶을 보면 차라리 아이 없는 삶이 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재작년에 결혼한 친구는 친언니가 애기를 키우는 걸 보면서 애기 안 낳을 거라고 선언을 했어요. 딩크족 하겠다고! 시댁 부모님을 설득하지 못했지만 계속 싸우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애기를 생각하면 과연 내가 한 아이의 인생을 책임 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생각도 들고. 애한테 너무 집착하면 미래의 제 인생이 비참해질 거 같단 생각이 막연하게 들어요. 애가 제 인생의 전부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에요. 엄마는 이런 내 마음도 모르고 맨날 시집 빨라 가라고 잔소리를 해요. 결혼한 친구들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어려운 이야기들 들려주면, 엄마는 그럼 “그냥 부잣집에 시집가!”라고 하세요. 말이 안 통해요. 


좋은 옷도 사고 싶지만 꾹 참아요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모을까 혹은 돈을 벌까를 고민해요. 저는 중소기업에 다녀요. 같은 대학교를 나온 친구들에 비해서 연봉이 낮아요. 악착 같이 돈이라도 많이 모아야 결혼도 하고 집도 살 수 있을 거니까요. 그래서 부모님에게 10만원 이상의 선물은 드려본 적이 없어요. 제가 이기적일 수도 있는 데 일단은 자린고비처럼 아낄 수 있을 때 ‘아끼고! 모으자!’라는 마인드에요. 좋은 가방, 좋은 옷도 사고 싶지만 꾹 참아요. 

돈 때문에 부모님이 싸우는 걸 많이 봤기 때문에 결국 행복도 돈의 여유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사실 부모님이 50대 후반이신데, 이혼 준비 중이에요. 돈 때문에 왈가왈부하는 인생을 살고 싶지 않거든요. 지금은 힘들지만 나중을 생각해서 개미처럼 모을 거에요.

최근에는 연애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잘 안되요. 또 돈 나갈 걸 생각하면 연애를 하면 안되나 싶기도 해요. 그리고 소개팅에 나가면 사람이 너무 잘 보인다고 해야되나? 제 편견인지 모르겠는데 이 사람은 저래서 싫고 저래서 싫어져요. 사람을 평가하는 걸 싫어하지만 그렇게 되요. 사람을 만나는 데 방어적이 됐어요. 왜 그렇게 됐을까 생각해보면 실패하기 싫어서 인 것 같아요. 

지방 국립대를 나오고 서울로 취직한, 중소기업을 다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연애할 생각도 못한다고 했어요. 연애는 자신에게 사치라고 했어요. 학자금 대출을 아직도 갚고 있고 회사 근처에서 반전세로 자취생활을 하니까 월에 30만원 적금하기도 너무 힘든 상황인 거죠. 이런 상태에서 연애는 꿈도 꿀 수 없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그 친구가 자전거를 너무 좋아해서 자전거를 거금을 주고 산 거죠. 저는 정신이 나갔다고 나무랐지만 또 너무 슬프더라고요. 열심히 일한 나에게 그 정도도 못쓰는 상황, 그리고 연애를 아예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육아휴직자는 ‘죽일 놈’, ‘개민폐’

이직을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다니는 회사는 중소기업이라 그런지 결혼하고 육아휴직이 보장이 안돼요. 보통 큰 회사들은 육아휴직을 하면 새로운 사람을 뽑잖아요. 그런데 저희 회사는 작으니까 육아휴직하면 ‘대역죄인’이 돼요.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 일을 나눠서 해야 하거든요. 육아휴직자는 ‘죽일 놈’, ‘개민폐’에요.

최근에 최초로 남자 과장님이 육아휴직을 냈어요. 그런데 팀장이 맨날 전화해요. 만나서 이야기 좀 하자고. 무슨 이야기겠어요. 육아휴직 그만 쓰고 돌아오라는 거죠. 

다른 중소기업들은 출산휴가 3개월도 못쓰게 하는 곳도 많다고 해요. 대체할 사람이 없어서죠. 그래서 사람들이 대기업, 대기업 하는 것 같아요. 큰 회사로 가려고 하는 게 이런 이유에요. 많은 사람들이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중소기업에서는 어려운 것들이 많아요.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