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상대로 남편 월급 공개 소송 낸 사연은...

국회 대책비와 공금의 사익 편취 행위

2015.07.01.

전진한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준비위원, 알권리 연구소 소장

지난 한 달간 우리 사회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투명한 정보 공개'가 왜 중요한지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수많은 어둡고 음습한 곳에서 '부패'라는 곰팡이가 스멀스멀 자라고 있고, 그 곰팡이들이 우리 사회를 서서히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곰팡이 중 가장 충격적으로 보았던 사례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의해서 밝혀진 '국회 대책비'다. 이 사건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국회 대책비라는 돈은 특수 활동비라는 국가 공금에 의해서 배정된 예산인데, 이 예산을 자신이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스스로 밝힌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다른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이 고백을 했다.

공금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으면 그 자체로 법을 위반했다는 것이고, 자신들에게 제기된 혐의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다른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는데 왜 이런 주장을 했을까? 추정컨대, 정치권을 비롯해 수많은 행정 기관에서 이 돈을 사익 편취 행위를 하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특수 활동비는 개인 봉급 및 활동비로 쓰는 것을 서로 묵인 및 방조하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이와 관련해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몇몇 의원들은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별다른 논의와 진전이 없어 보인다.

남편의 월급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필자는 2009년쯤 특이한 경험을 한 사례가 있다. 중년의 여성 한 분이 남편과 이혼 소송 중인데 남편의 월급을 제대로 알지 못해 재산 분할 과정에서 불리하다고 필자에게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난 이혼 전문 변호사한테 상담하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남편이 국가정보원 직원이었는데 국정원에서 받은 월급 이외에 급여성 특수 활동비로 외도를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혼 소송과 별도로 정보 공개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금인 특수 활동비가 이렇게 사용되었으니 당연히 공개해야 하고, 자신이 받아야 할 돈이 외도에 쓰였으니 자신의 재산권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당시 이 상담을 받고 공개 여부 판단이 굉장히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만약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특수한 임무 수행의 대가로 지급되는 공금으로 외도를 했다는 뜻이 된다. 결국, 이 여성분은 국정원을 상대로 자신의 남편 월급 및 수당을 공개하라는 정보 공개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이렇게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는 것은 국회 대책비를 포함한 특수 활동비는 영수증  및 사용용도 등을 첨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국가 공금의 사익 편취 행위를 인정하는 셈이 된다. 참고로 2015년 정부 예산 중 8810억6100만 원이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편성되어 있고 이 돈은 언제라도 이런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이런 사례가 확산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실상 권력을 가진 공직자들에게 급여 이외에 막대한 이익을 합법적으로 보장하게 되고, 이는 결국 국민의 거센 조세 저항을 부를 것이다. 아울러 반드시 적재적소에 사용되어야 할 세금들은 또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공직자들에 의해 계속 엉뚱한 곳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에서도 관례화돼 있는 특수 활동비

게다가 이 같은 돈이 국회에서 관례화되었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국회는 매년 정부의 특수활동비 사용을 '예산 및 기금 운용 계획 집행 지침'을 통해 이를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3년에 국회가 지적한 내용 일부를 살펴보자.

○ 특수 활동비. 업무 추진비, 특정 업무 경비 집행 요건 엄격화
- (특정 업무 경비) 정부 구매 카드 사용이 원칙, 불가피할 경우 외에는 현금 지급 금지 지급 일자, 지급 금액, 지급 사유 등 지출 내역을 구체적으로 기록·관리.  (2013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 지침) 

놀랍지 않은가? 이런 분명하고 명백한 지적을 하고도 '국회 대책비'라는 국가 공금으로 아들의 유학비, 생활비로 썼다고 전·현직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다.

이런 공금들은 생각보다 많은 곳에 존재한다. 우선 정치권만 하더라도 1980년 이후 1조가 넘는 국가 보조금을 정당에 지급한 이후 단 한 번의 감사원 감사가 없었다. 2014년 한 해 동안 새누리당에 지급된 보조금만 363억 원, 새정치민주연합 338억 원이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전에 일했던 '투명 사회를 위한 정보 공개 센터'에서 정보 공개 청구를 해보니 사용 내역 상당수가 '조직 활동비'라는 명목으로 대부분 식대로 사용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국회 대책비를 포함한 특수 활동비의 사익 편취 행위는 이번 기회에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아울러 행정부를 감시해야 할 국회도 스스로 이런 행태를 돌아보고 특단의 대책을 세워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우리는 메르스 사태를 통해 똑똑히 보았다. 향후 국회와 사법부의 판단을 우리는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