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지지 말자, 착취 당하는 것에

20, 30세대에게 추천하고 싶은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입문서>

오마이뉴스 2016.4.4.


성영이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활동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잠깐 즐겨보던 웹툰이 있다. 직장 내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웹툰인데 그 중 한 에피소드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끓는 물 속 개구리' 이야기. 끓는 물에 개구리를 갑자기 넣으면 뜨거워서 팍 뛰쳐나간다. 하지만 찬 물에서 점차 끓이면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온도 차를 느끼지 못하고 조용히 죽어간다. 이 정도는 원래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런데 웹툰은 다른 충격을 주었다. 아무리 천천히 삶아도 온도가 높아지면 개구리도 위험을 감지한다. 하지만 뛰쳐나갈 수 없다. 이미 다리가 익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과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울고 있었다. 후배는 한 잡지사의 어시스턴트로 일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밤 10시, 11시 야근은 기본이고 주말 출근도 마다하지 않는데 월급은 40만 원 남짓. 패션계와 미용계에서 도제식으로 착취한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지만 돈 많은 대형 잡지사에서도 이런 식인 줄 몰랐다.


내 주변의 친구들은 지금 다 이런 식이다. 이제 막 졸업을 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학과 내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동기는 약 30명 정도, 이 중 정규직이 되었다는 소식은 단 두 명, 일찌감치 대학원을 간 친구가 한 명 있다. 


그 외에는 자격증 시험이나 고시를 준비하거나 인턴, 계약직, 어시스턴트 등을 하면서 열심히 스펙을 쌓고 있다. 나름대로 서울에서 알아주는 대학에 다녔고 학교 다니는 내내 스펙을 쌓았는데 여전히 우리는 앞날을 잘 모르겠다.


이상하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왜 원하는 정도의 직장에 진입하지 못할까. 어느 정도로 '갖춰야', '미쳐야'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내가 그렇게 부족한 사람인가. 결국 이 또한 극복해야 하는가.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 모양일까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입문서>에 따르면 '일자리'는 이미 존재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눈만 높아서 이 지경인가? 아니, 그 존재하는 일자리의 수준이 대체적으로 낮아서 노동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청년들이 차마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열심히 일해도 먹고 살기 힘든 시대이기 때문에. 


청년 일자리 문제는 근본적으로 한국사회가 수십 년간 추구해 온 성장 정책에 대한 결과로서 기존의 '노동체제'가 한계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울음을 그치고 "괜찮아요. 언니. 극복해야죠 뭐"라고 말하는 후배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이렇게 말했다. 


"네가 약해서 못 버티는 게 아니야. 넌 착취당하고 있어. 그것도 엄청난... 따라서 너무 수고하고 있고 너무 고생하고 있다."


고용, 주거, 부채, 교육. 지금 청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청년문제들은 그동안 한국사회가 풀지 못한 각종 사회문제들의 총체적 결과물이고, 이는 곧 우리 사회의 낡은 체제가 수명을 다하고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가운데, 그 변화의 실마리가 될 청년들은 지금 어떤 취급을 당하며 있는가. 끊임없이 기성세대의 기준에 맞추려고 자신을 비판한다.


문득 반기를 든다. 좀 더 숙련되고 정제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창의력과 상상력은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가고 사회를 변화시킬 원동력이다. 사회문제에 익숙해지고 이를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바꿀 수 있는 변화의 존재인 것이다.


제멋대로 학과를 없애거나 통폐합시키는 대학, 지나친 월세, 서포터즈 또는 인턴이라는 이름의 열정페이. 누구나 한 번쯤 우리가 사는 이 곳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헬조선, 노오력, 흙수저라는 말의 등장이 그 증거이다. 그러나 우리의 의문에 그 누구도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았다. 초중고, 심지어 대학교까지. 언론도 충분치 않다.


그래서 나는 후배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다. 이 책은 20, 30대 청년 25명이 청년 스스로의 시각에서 바라본 청년문제와 기타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설명해놓은 책이다. 노동/인권/대학/평화통일 4개 분야에서 문제점과 원인, 그 대안까지 마치 친한 친구 또는 선배가 설명해주는 것처럼 쉽고 친절하다. 


청년이라면 누구나 의문을 제기하는 것들에 대해 큰 산을 그릴 수 있는 책이다. 처음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위한 말 그대로 '입문서'다. 게다가 올 초에 나온 신간도서로 최근 화제가 된 사건들(여성혐오, 대학 구조조정, 메르스, 송파 세 모녀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공감이 간다.


하지만 25명이 챕터를 나눠서 써서 그런지 앞서 언급한 사실이 중복되어 나오거나 어떤 글은 조금 동의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이 꼭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 청년들 안에서도 수많은 이견들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논쟁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예 제대로 된 논쟁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그 논쟁을 위한 발제문이다. 25명의 청년들이 먼저 말을 꺼낸 것이다. 


청년들이여, 착취당하는 데 익숙해지지 말자. 점점 끓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사람도 익숙해지더라. 곧바로 행동을 취할 수 없어도 괜찮다. 하지만 알자. 같이 알고 있자. 뭔가 잘못되었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우리가 서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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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