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적인 대학구조, 총선에서는 '외면'

20대 총선후보자들은 대학 개혁 공약을 밝혀주세요

오마이뉴스 2016.3.8.

박영민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자원활동가


'청년 공동행동'(가칭), '흙수저당', '알바당' 등 이번 총선과 관련해 청년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청년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절벽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일까.


이번 설, 집으로 내려가는 청년들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당황함을 느꼈다. '2015년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완성으로 대학등록금 부담 50% 경감'이라는 정부 광고를 KTX 좌석 등받이에서 접했기 때문이다. 대학 4학년인 필자 주위에 펼쳐지고 있는 잔인한 현실에서 저런 광고에 헛웃음만 나온다. 


얼마 전 등록금심의위원회 기간이 되자 등록금을 인하하라는 학생들의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한국장학재단 SNS에 올라온 청년 사연은 화제가 되었는데, 소득변화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국가장학금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새누리당의 19대 총선 공약이자, 여야가 합의하에 이끈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시행령은 대학회계 투명화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등록금이 인하될 것이라 기대되었다. 2012년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대학회계투명성만 높여도 등록금을 15~30%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작년 9월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회계 관련 법안 5개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1개 이상의 법 규정을 지키지 않은 학교는 97.3%에 달했다. 하지만 실제 정부의 권고대로 대학 스스로가 밝힌 적발 건수는 4년제 대학 기준 10.9%에 불과했고 5개 규정을 모두 준수한 대학은 단 4곳뿐이었다.


등록금 문제의 화두였던 적립금 논란 역시 교육부의 불성실한 태도에 보답하듯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여야는 본 법안을 통해 지나치게 많은 이월금(적립금)을 보유하는 대학에 대해 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대학교육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2009년부터 4년 새 전국 165개 사립대학의 적립금은 15.7%, 1조 1091억 원이 증가했다. 재단이 적립금을 쌓아두고 등록금을 인하하지 않아도 빠져나갈 구멍은 곳곳에 존재한다. 


적립금은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처가 엄정히 분류된다. 즉, 해당 목적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다. 물론 그리 복잡하지 않은 절차를 통해 사용목적을 변경할 수 있지만 기부금의 경우 기부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는 적립금을 이용해 등록금을 인하하라는 학생들의 요구에 학교 측이 핑계를 대는 '구멍'이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사용목적을 변경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요구 앞에서는 '쓰고 싶다고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화되어가는 학교로부터 학생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교육부는 결국 청년을 외면했다. 뽑아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다는 국회도 허울뿐인 법안을 던져놓고 사라졌다. 어떠한 보호막도 남아있지 않은 청년들은 직접 나서는 것 이외에는 방법을 찾을 수 없다. 물론 청년은 한 순간도 '가만히 있으라'에 동조하지 않았다. 수원대, 상지대, 동국대 사태 등 교육부나 국회도 눈을 돌린 재단비리에 대해 정면으로 맞선 이들은 분명 학생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싸늘하다. 투신선언, 50일 단식 등 목숨을 건 학생들의 싸움은 끝나지도, 이기지도 못했다. 이들의 싸움은 언제나 맨 땅에 헤딩하기였다. 관련 법규도, 판결도, 정부의 중재도 없는 상황에서 거대한 학교를 이기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뿐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는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다. 더 이상 포기할 것도 없는 'N포 세대'의 움직임을 보면서 각성해야 한다.     


이제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청년들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대학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중요한 영역이지만, 공약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 정치인들은 청년들을 이용해 자랑하기 바쁘지만, 절망적인 대학구조에는 눈을 감고 있다. 매우 이중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20대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대학개혁과 관련해 공약과 실천의지를 발표해야 한다. 이제 감성적으로만 청년들에게 표를 요구하지 말고, 대학구조와 관련된 구체적인 공약을 보고 싶다. 총선이 대학을 외면할 때, 우리 청년들의 삶은 점점 황폐화 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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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