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은 ‘세상을 바꾸는 공론장’ 프로젝트를 진행중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공론장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이야기를 모으고 여러 논의와 쟁점을 통해 대안을 고민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번에는 청년들이 생각하는 통일과 대북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진보-보수 청년들이 각자가 상상하는 통일은?

신정현 : 제주 강정마을에서 평화운동을 하면서 분단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 이후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연구하고 싶어 북한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더불어 민주당 당적을 가지고 고양시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대연 : 아르헨티나에서 살다 왔다. 그곳에서 본 북한의 여러 도발은 한 때 성장가도를 달린 남미 여러 국가들의 몰락과 복합적으로 비교되며 자연스럽게 통일·외교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현재 외무고시를 준비중이며 바른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수현 : 대학을 다니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여러 진보적 의제들이 ‘빨갱이’라는 프레임에 갇히는 걸 느꼈다. 그런걸 보면서 자연스럽게 북한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현재는 통일경제포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초롱 : 테러리즘과 안보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북한 연구에 대한 흥미로 이어져 북한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현재는 ‘북한의 투자 위험도 분석’에 관해서 연구하고 있다.


북핵문제, 미중패권 경쟁에 맞춰야 VS 우리 주도로 풀어내야

이대연 : 애초에 북한이 왜 평화의 대상인지, 통일의 대상인지 의문시 된다. 북한은 김씨 일가가 3대 세습을 하고 있는 국가다. 다만 우리 머리 위에 핵과 도발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이를 제어하는 것이지, 굳이 통일의 대상일 필요는 없다.

김수현 : 북한과 우리는 사고방식 자체가 다르다. 우리 입장에서 북핵이 큰 위협이듯 북한의 입장에서는 한미군사훈련이 큰 위협일 수 있다. 지금 남북은 전쟁의 위협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그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북 대화와 교류가 필요하다.

이대연 : 대화와 교류를 통해 한반도 전쟁 위협을 줄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북한이 우리하고 대화하고 교류한다고 해서 도발을 멈추겟는가. 동북아 정세는 미-중 패권경쟁의 큰 측면에서 봐야지,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남북문제를 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선제적 대화 제의와 남북교류는 자칫 호구 잡혀, 넘겨줄 건 다 넘겨주고 얻는 건 아무것도 없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본다. 

신정현 : 우선 남북관계가 미중간의 패권관계로만 정의되는 것에 반대한다. 김대중 정부 당시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풀어낸 것은 우리 정부였다. 지금까지는 북한의 도발이이라는 액션에 우리 정부가 제재하는 리액션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액션하고 북한이 리액션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 햇볕정책도 초기 2년은 북한에서 흡수통일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6.15남북정상회담, 금강산관광, 개성공단까지 이어졌다. 특히 개성공단은 북한 군부 입장에서는 몇 개 사단이 후방으로 밀리는 치명적인 일이기도 했다. 이게 바로 우리의 주도적 액션에 북한이 리액션한 것이다. 미중패권 경쟁 때문에 우리가 할 일이 없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할 일을 만들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대북정책 북핵문제 초래 VS 이명박-박근혜 대북제재 아무 효과 없어

이대연 : 우리가 먼저 액션을 하고 리액션을 요구하는 건 순진한 생각에 불과하다. 우선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남북관계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은 핵을 가지게 되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한 게 자그마치 1994년부터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핵무기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던 만큼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신정현 : 먼저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핵개발이 진행되었다는 근거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또한 대북재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고 대외(대중)무역이 높아지고 있다는 통계자료와 탈북민들의 증언들은 대북제재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오히려 지난 9년의 대북 제재 기간 동안 우리는 역할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초롱 : 금강산관광의 수입이 어디로 갔는가. 또한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받을 수 있는 수입이 얼마나 되겠는가. 결국 많은 돈이 당으로 가고, 김씨 일가에 호주머니로 간 건 사실이지 않은가?

신정현 : 그렇다면 남한에서 돈 쓰면 그게 문재인 돈 줄이 되는가. 북한의 경제 규모 대비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북한이 개성공단 하나로, 금강산관광 하나로 먹고 사는 게 아니지 않는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가지고 북한의 핵무기와 도발의 근거처럼 확대해석하는 것이 매우 문제 있는 발언이다.


인도적지원, 더 이상 퍼주기 안되 VS 상호 호혜적으로 가야

이초롱 :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북한에 대해 막무가내식 퍼주기를 한 건 사실로 봐야하지 않은가? 그리고 북한은 그걸 거절할 이유도 없는 것으로 봐야한다.

신정현 : 도대체 어떤점이 막무가내인가?

이대연 : 북한 정권이 대북지원금을 마음대로 유용한 것이 바로 막무가내다. 북한 국민들을 살리라고 준 돈이 그리로 들어가지 않았는가. 제대로 된 모니터링 없는 대북지원은 그 금액이 100원이건, 1,000원이건 문제는 문제인 것이다.  

신정현 : 그렇다면 지금 대북지원을 하고 있는 EU나 국제기구들도 다 퍼줬다고 설명할 것인가. 물론 모니터링이 안 되는 건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국가대 국가의 관계에서 그 나라의 자금흐름을 샅샅이 보고 운반상황까지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은 국가간 인도적 지원에 있어 부적절한 개입이며 남북 간의 자존심 문제도 걸려 있다. 그래서 모기 퇴치나 개성공단 같은 상호호혜적인 방법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 남북교류 중단으로 모든 대화채널이 막혔다. 판문점에서 소리치고 대화하는 게 한반도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까지 고려해야한다.

이초롱 :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을 이야기를 하면서 반대로 연평도 포격, 북한의 여러 도발에 대해서는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묻고 싶다. 물론 대화채널을 가지는 건 중요하지만 그 채널을 가지고자 퍼주기식으로 가는 건 반대한다. 무엇보다 대화는 대화대로 하지만 북한의 변화를 위해서는 하드파워도 당연히 필요한데 너무 소프트파워만 강조하는 것 아닌가?


남북경협, 북핵으로 이어질 가능성 우려 VS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단

김수현 :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관건이라면 오히려 정치·군사적 접근 보다는 경제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개성공단이다. 북핵문제는 이미 한반도와 여러 주변국의 복합적 요인으로 결부되어있다. 하지만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은 상대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충분한 기제가 될 수 있다. 남북은 아주 특수한 관계이고 우리는 서로 접점을 늘려가며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관점에서 경협사업은 꼭 필요하다. 

이대연 : 남북경협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4대강 사업도 5년간 22조를 썼다. 그럼 1년에 4-5조원 꼴이고, 우리나라 1년 예산을 단순히 350-400조원으로 잡으면 1년 예산에 4대강 사업은 고작 1-2%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대도 이 나라 전체가 난리였고 모든 건설사가 명운을 걸 정도로 큰 사업이었다. 이처럼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이 북한에 1-2% 영향만 줘도 정말 크게 영향을 주는것이다. 그런 사업들이 지금 북한 자금줄로 들어가는 건 분명한데 언제까지 무책임하게 북핵문제를 대해야 하는가?

신정현 : 북한이 개성공단이 없었으면 핵개발을 안했을까? 아니다. 개성공단 유무를 떠나 북한은 체재의 보장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다. 북핵 문제가 마치 개성공단 때문에 빚어진 것처럼 말하는 건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또한 개성공단은 저렴한 노동력과 근접성으로 우리 기업과 원청업체까지 많은 이익을 준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 미중구도 속 하드파워 보여줘야 VS 남북관계 개선의 메시지를 던져야

이대연 : 김대중 정부에서 우리 역할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 중국이 패권 국가로서 아직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후로 중국이 패권국가가 되었다고 볼 때 김대중 정부와 지금은 상황이 매우 다르다. 대표적인 예로 노무현 정부 동북아 균형자론이 국제사회 외면 받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금 한반도 운전대를 이야기하는 것 역시 미중 패권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이야기이다.

신정현 : 그렇지 않다. 물론 남한이 결정자 역할을 할 수 없지만 조정자 역할은 지금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정권이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할 첫 번째 역할은 바로 남북관계 회복을 기축으로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이다. 적극적인 남북대화 재개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대화를 통해 상호 조건을 알아보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대연 :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필요한건 중국을 압박해 북한을 확실하게 제재 하는 것이다. 중국에 한미일 삼각동맹이나 사드 등을 협상 카드로 내세워 북한을 더 강하게 제재하도록 유도해야한다. 그래야만 오히려 제재 끝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대화로 나올 것이다.

김수현 : 지금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대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초기만 해도 개성공단으로 협상했는데 지금은 개성공단마저 없어지니 서로 주고 받을 카드가 없어졌기 떄문이다. 이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해온 대북제재로는 북한의 태도 변화도, 북핵문제도 전혀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입증되었다. 이제 문재인 정부에서 첫 번째 할 일은 바로 북한과 대화 창구를 여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첨예한 부분이 남북관계와 통일 이야기입니다. 전쟁을 경험한 국가로서 이런 대립과 갈등의 잔재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려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렸지만 함께 모여서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많은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은 우리 사회 여러 쟁점들과 의제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공유하면서 대안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 이런 기획을 지속 할 예정입니다.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대구 '박근혜 탄핵' 24% 득표, 무너지는 패권

한국정치, 새로운 판이 열리다

2016.4.14. 오마이뉴스


손우정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이사

누가 예상했을까? 이번 선거가 어느 때보다 신뢰할 수 있는 여론조사 자료가 제공되지 못했고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공천 악수가 쏟아진 '깜깜이' 선거였더라도, 이 날의 결과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 수많은 여론조사 전문가들, 정치평론가들은 아마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고 싶지 않았을까? 그러나 실제로 운 사람은 따로 있을 것이다. 


표면적인 결과는 국민의당의 승리다. 제3정당을 표방한 수많은 선행사례들이 그랬듯이, 국민의당도 소리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막강한' 캐스팅보트를 가진, 향후 정국을 주도할 세력으로 우뚝 섰다. 새누리당이건 더민주건 이제 국민의당을 설득하지 못하는 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모양새가 됐다. 의석수는 38석이지만 과반 의석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보유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결과에서 주목할 지점은 무엇보다 한국 정치를 둘러싼 기존의 행동양식이 균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묻지마 지지를 낳게 한, '패권정치의 균열'이다. 


흔들리는 패권, 높아진 선택의 자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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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투표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에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장 먼저 무너진 패권은 '선거의 여왕'이라는 신화다. 새누리당은 공천 잡음으로 판세가 흔들리자, 콘크리트 지지율을 가졌다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연계하는 전략을 취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개입'이라는 세간의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격전지를 방문했고, 선거 당일 날에도 빨간 옷을 코디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총선결과를 연계한 전략은 정권의 레임덕을 가속화 하는 악수가 되고 말았다. 난공불락의 철옹성이 사실은 진흙으로 만든 둑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순간, 작은 균열도 커다란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벌써부터 신화가 해체된 빈자리를 총선 책임론을 둘러싼 갈등이 대체할 기미가 보인다.  


총선 결과의 후폭풍은 결코 작지 않아 보인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나타난 공동의 위기 앞에 타협과 화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올 법 하지만, 그간 정부가 보인 행태로 짐작건대 그 정도의 포용력과 이해심을 갖춘 멘탈리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화해와 타협은 일정한 양보와 잘못의 인정을 전제로 하지만, 과연 그럴 정도의 소양이 있을 것인가? 가능성이 낮다.


지역주의를 근간으로 한 패권도 흔들렸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은 물론, 더민주의 텃밭인 호남 역시 요동쳤다. 새누리당은 영원한 아성인 대구가 뚫렸음은 물론, 부산과 울산에서는 치명타를 입었다. 어떠한 '바람'에도 수도 서울의 교두보 역할을 해내던 강남신화도 깨졌다. 강남의 무효표 양산은 지금의 정치세력이 강남지역에 존재하는 어떤 마지노선마저 깨버렸다는 것을 시사한다.


여권이 승리한 곳의 내용도 흥미롭다.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 달성구(병)에서는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조원진 의원이 3선에 성공했지만, 무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공약으로 내세운 무소속 조석원 무소속 후보가 24%를 득표했다. 게다가 울산에서 승리한 두 명의 무소속 노동자 후보는 박근혜 정부가 해산시킨 통합진보당 출신이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주력하고 있는 노동개혁안을 결사 반대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단지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으로 머물지 않았다. 지역패권이 균열된 것은 호남도 마찬가지다. 야권에서는 지역 이상의 의미를 가진 광주에서 더민주의 전패, 그리고 전남과 전북에서 고작 2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얻은 것은 묻지마 지지를 요구한 지역주의가 크게 흔들린 현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20대 총선은 야당의 승리가 아니라 여당의 패배다. 더민주는 야권분열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서울에서 대승을 거뒀지만, 실상은 더민주를 지지한 표심의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서울 총 49석 중에 35석을 얻은 더민주는 서울지역 정당득표에서는 25.93%에 머물러 28.83%를 얻은 국민의당에 뒤졌다. 유권자들이 정권심판 투표를 감행하면서도 '더민주가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던진 것이다.


결국 이번 총선은 집권여당의 패배임은 분명하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를 규정하던 낡은 정치적 행동양식이 커다랗게 흔들리고 있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일시적인 것인지, 새로운 변화의 시작인지는 아직 확언할 수 없지만 정치를 좌지우지하던 구조적 힘은 약해지고 변화를 가능케 할 행위의 자율성과 선택의 폭은 매우 높아진 시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결국,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국민의당의 약진, 야권 대선전략 수정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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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4일 오전 국민의당 마포구 당사에서 선거상황판에 당선된 후보의 이름표를 붙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최대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것에는 이처럼 기존 구도에 대한 유권자의 거부 정서가 한몫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야권 분열이 야당에 일방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진단과 달리, 국민의당 표는 '새누리는 싫지만 더민주도 싫은', '더민주도 싫지만 차마 새누리는 찍을 수 없는' 표를 쓸어 담았다. 


이런 결과는 국민의당의 약진이 이른바 '안철수 현상'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2011년 재보궐 선거에서부터 나타난 안철수 현상은 그 실체와 무관하게, 현실정치에 대한 불만과 새로움에 대한 욕망이 투영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당의 성공적 결과 역시 거대 양당체제에 대한 불만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투영된 결과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추구하는 새정치는 내용상의 새로움이라기보다 위치상의 새로움이다. 새누리의 막가파식 정치에 질린 합리적 보수와 '운동권 정당'이라는 실체 모호한 이미지를 뒤집어 쓴 더민주의 오른쪽 그룹을 수렴하겠다는 전략은 적중했다. 전통 야당지지자들은 물론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표 역시 효과적으로 흡수한 국민의당의 득표율은 국민의당 정강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모호함'이 주는 다양한 가능성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국민의당이 자리 잡은 정치적 위치는 더민주가 총선·대선 전략을 통해 자리 잡으려던 바로 그 위치다. 중도화·보수화 전략으로 중간층의 지지를 얻겠다는 발상은 국민의당의 존재로 인해 이제 그 실효성이 의심받을 처지에 놓였다. 중도화 전략 승부에서 더민주는 결코 국민의당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대선을 앞둔 더민주의 생존전략은 국민의당은 하지 못할 '선명야당' 노선으로의 회귀일 수밖에 없다. 더민주의 호남에서의 대패와 정당지지율 제3당이라는 결과는 국민의당 전략과 겹치는 '모호함의 전략'이 가져온 부정적 측면이다. 


결국 새누리당-국민의당-더민주의 3당체제를 기반으로 한 향후 정치지형은 각각의 위치에서 더 분명한 가치 지향을 드러내는 방향에서 재편될 수밖에 없으며, 그 내용은 새로운 정치구조의 탄생으로 귀결될 것이다.


열린 공간, 우리는 새로움을 만들 수 있을까?


향후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각 정치세력은 총선 결과를 둘러싼 각가지 묘수와 전략에 골몰하고 있을 것이고, 새로운 승부수들이 던져질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정권과 여당이 총선 결과를 민의로 수용하고 자신들이 밀어붙이려 했던 여러 시나리오를 포기할 리는 없다. 


그들에게는 '정권교체'만큼 끔찍한 결과는 없을 것이며, 그 결과를 막기 위해서라면 다양한 창조성을 발휘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 선거가 끝난 바로 다음 날부터 검찰은 울산에서 승리한 윤종오 당선자의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섰고, 당선자 98명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지금은 행위의 자율성이 높아진 시점이다. 국민들이 절묘하게 현재의 퇴행적 정치흐름을 저지해 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이후의 전망을 그려내고 압박할 가능성도 열렸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진보정치의 주변화는 뼈아픈 대목이다. 정의당이 기존 의석보다 1석이 늘었고, 울산에서도 진보정치인이 2명이나 탄생했지만 지금의 구도에서 의미 있는 원내 활동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노동당과 녹색당, 민중연합당 등 진보정당을 표방한 정치세력의 성적표도 초라하다. 아마도 과거 진보정치가 지난한 내부 갈등으로 대중적 지지를 소진하지 않았다면, 안철수에게 투영된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은 진보정당에 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원내 정당은 아니더라도, 심지어 정당이 아닌 이들도 할 수 있는 역할은 남아 있다. 지금의 가변적인 공간, 높아진 행위자의 자율성 틈 속에 국민의 목소리를 투영해 내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심판의 목소리가 엉뚱한 곳으로 향해 가지 않도록 적극적인 행동 역시 필요하다. 물론 의문은 남는다. 이런 노력이 현재의 퇴행을 저지하는 것을 넘어, 새로움을 만들 힘으로 커질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그러나 제동은 이미 걸렸고, 새로운 공간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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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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