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이제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나요?"

[토론회] 박근혜 정권의 성격과 시민사회의 대응

민중의 소리 2016.2.1. 이정무 기자



28일 열린 시민사회 활동가들과 참여적 지식인들의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이남주(성공회대 중국학과, 정치학) 교수의 발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럼 이제 독일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나요? 나치의 쿠데타, 아니면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날까요?”

나치가 권력을 장악하기 직전의 베를린 풍경을 묘사한 소설의 한 대목이다. 


물론 이 교수가 30년대 독일의 상황과 지금의 한국사회를 1대1로 비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독일을 한국으로 바꿔서 “그럼 이제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나요?”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의 성격과 시민사회의 대응 토론회에서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점진 쿠데타(creeping coup d'état)

이 교수는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점진 쿠데타(creeping coup d'état)’로 설명한다. 이 개념은 마치 쿠데타처럼 1987년 이후의 민주적 거버넌스를 지속적으로 약화시키지만, 이를 군사정변 대신 선거절차를 통해 정당화하고 있는 정권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한 시도다. 

이 교수의 설명은 이렇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노태우-김영삼 정부와 마찬가지로 보수정권이다. 그러나 노태우-김영삼 정부가 1987년 이후의 흐름을 역전시키는 대신 수용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했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다만 쿠데타처럼 급진적으로 민주적 거버넌스를 중단시킬 수 없으니 지속적인 변화를 통해 질적 전환을 시도한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일본이나 독일의 경우처럼 “공동체의 위기의식이 심화되지만 이러한 위기의식을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으로 바꿔낼 수 있다면 이러한 시도는 성공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금 위기를 거론하는 것은 야권만이 아니라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도 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이들 보수진영의 ‘위기’론 뒤에는 ‘좋았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roll-back)’ 전략이 놓여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금을 단순히 역주행이나 보수와 진보 사이의 선거를 통한 정권 주고받기의 과정으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올해가 역주행이 임계점을 넘어 ‘영구집권’으로 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통합진보당의 강제해산, 민주노총에 대한 소요죄 적용 시도, 국정원의 정치 도구화, 테러방지법 추진 같은 현상을 일회적 해프닝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1987년의 6월항쟁을 통해 정립된 거버넌스가 ‘민주주의’와 이를 제약하는 ‘분단체제’의 타협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7년 항쟁을 통해 민주주의가 거스를 수 없는 국가운영의 원칙으로 되었지만, 국가보안법처럼 이에 반하는 요소들이 뒷문으로는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보수 기득권세력에게 불편하지만 참을 만 했던 이런 ‘예외상태’는 김대중 정부의 남북화해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점차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위기감을 느낀 보수세력내에서는 이들을 ‘종북’으로 규정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비판자들의 정치적 생존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득세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롤백(roll-back)’ 전략의 첫번째 성과였던 이명박 정부는 그렇기에 노태우-김영삼 정부와는 다른 성격을 띠게된다. 남북관계에 대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태도가 앞선 보수정부들과 다른 것도 당연한 셈이다. 다만 이명박 정부의 롤백 시도는 촛불시위와 2010년 지방선거(천안함 침몰 직후 진행된!)에서의 패배 등으로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이 교수는 평가했다. 그러나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다시 승리한 보수세력은 그 이후 좀 더 적극적으로 롤백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 - 이제는 점진적 쿠데타라고 부를 - 이라는 주장이다.

무능과 무위:박근혜노믹스의 얼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의 성격과 시민사회의 대응 토론회에서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발제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두번째 발표를 맡은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현재 상황을 2007~8년의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는 국면으로 분석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나름대로 목표는 잘 세웠지만, 실제 하는 일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자신의 ‘무능’과 ‘무위’를 노동자에게 책임전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연구원은 2007년 이후 위기에서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은 높아졌지만, 그로인해 위기가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되는 결과를 빚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물론, 자본 역시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고, 이를 책임져야 할 국가도 부채가 쌓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김 연구원은 의도가 무엇이었건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과감한 복지공약을 내건 것은 시대적 흐름상 피할 수 없는 일이었으며, 고용률 70% 달성 목표나 ‘미래 먹거리 찾기’ 차원에서 제기된 창조경제론도 그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같은 맥락에서 2014년에 나온 ‘통일대박론’ 역시 자본의 새로운 탈출구를 찾는 차원에서 이해할만한 것이 된다.


하지만 김 연구원이 제시한 다양한 수치가 최종적으로 보여준 것은 박근혜 정부가 이 모든 목표에서 ‘무능’했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무위)’는 점이었다. 복지정책의 후퇴는 물론 교용률이나 남북교역추이 등이 이런 무능과 무위의 증거다.


대신 박근혜 정부의 일거리가 된 것은 부동산 경기 띄우기였다. 김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를 띄워 경기회복의 실마리로 삼겠다는 정책 만큼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다면서 “작년의 성장률에 (그나마) 기여한 부문은 민간소비나 설비투자가 아니라 건설투자였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건설투자가 본질적으로 미래에 발생할 투자인 주택소비를 현재를 끌어오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김 연구원은 이를 ‘가불형 성장’이라고 부르면서 이런 ‘가불’ 방식은 반드시 후과를 남기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블랙프라이데이같은 행사로 국민들을 부추겨 내년에 살 스마트폰을 미리 사게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벌써 정부내에서조차 주택의 과잉공급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소비절벽의 조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좌우에서의 비판도 나와

박근혜 정부의 ‘성격’이라는 다소 낯선 주제에 대한 토론이었던 만큼 반론도 이어졌다.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은 “(성격규정과 같은) 큰 그림도 필요하겠지만 박근혜 정부의 행태와 연결된 전략 개념이 더 좋겠다”면서 “전략이라는 차원에서 다음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보수회귀적 아젠다를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박근혜 정부는 보수회귀적 측면이 있지만 여론을 매우 중시하는 등 민주주의 제도 하에서 자신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점진적 쿠데타같은 개념이 과연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이견을 제시했다.

왼쪽으로부터의 비판도 있었다. 권영숙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은 “1987년 이후의 ‘현존하는 민주주의’가 정상이고, 지금은 비정상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획복해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면서”라면서 “1987년 이후의 민주주의, 나아가 김대중-노무현의 자유주의 정부가 낳은 사회경제적 문제가 ‘민주주의에 대한 환멸’을 낳았고 이것이 두 우익 정부의 등장을 만들어낸 이유”라고 꼬집었다.

또 시민사회의 대응이라는 측면에서는 발표자나 토론자 모두 충분한 의견이 제시되지는 못했다.

다만 김공회 연구원이 ‘최저임금영향률’이라는 개념을 강조하면서 “최저임금에 의해 자신의 임금이 정해지는 노동자가 14% 수준이며, 최저임금에 사실상 연동되어 임금인상률이 결정되는 노동자들을 포함하면 최저임금의 영향력은 막강한 수준”이라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이번 4월 총선에서 여야의 주요 정치세력으로부터 ‘불가역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안을 내놓은 것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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