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이자 보수당 당수인 테레사 메이(Theresa Mary May)와 러시아 월드컵 스페인-포르투갈전에서 골을 넣은 레알마드리드 소속 세계적인 수비수 나초 페르난데스(Nacho Fernández). 이 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1형 당뇨 환자라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당뇨 환자가 약 500만 내외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당뇨하면 식습관이나 운동과 같은 자기관리 실패로 흔히 치부하는데요. 1형 당뇨와 2형 당뇨는 혈당수치 변화에 문제가 있다는 점만 빼고는 발병 기전이 다릅니다. 1형 당뇨는 어느 날 갑자기 췌장세포에 문제가 생겨 혈당관리가 안 되는 질병으로 생활습관이나 식생활과는 전혀 무관하게 발병합니다. 그러므로 1형 당뇨는 후천적 원인인 2형 당뇨와 달리 어린아이에게도 발병할 수 있어 흔히 소아당뇨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소아당뇨 아이 엄마의 판결은 ‘기소유예’

(실제 영국 메이 총리 왼팔에는 1형 당뇨 센서가, 오른팔에는 센서 자국이 보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1형 당뇨와 2형 당뇨를 잘 구분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당뇨에 대한 심각한 편견이 있습니다. 채혈을 하거나 주사를 맞는 것을 굉장히 불편하게 보는 시각이 있어서 1형당뇨 환우들은 화장실에서 남몰래 혈당 체크를 하고는 한답니다. 문제는 이런 인식을 바꿔야 할 정부 기관에서조차 1형 당뇨에 대해 편협하게 접근했다는 점 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꿈,세상을바꾸는꿈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함께하는 스타트업법률지원단이 변론한 김미영씨 사례입니다.


김씨는 1형 당뇨 아이의 엄마입니다. 김씨는 혈당체크를 위해 수시로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 피를 내는 아이가 안타까웠습니다. 김씨는 잠 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해외 커뮤니티를 뒤지던 중 채혈 없이 혈당 체크가 가능한 ‘연속혈당측정기’를 발견합니다. 게다가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1형 당뇨 환자와 부모들이 각자 오픈 소스로 연속혈당측정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공유해 놓았다고 합니다. 엔지니어 출신인 김씨는 연속혈당측정기를 직접 들여와 오픈소스를 활용해 핸드폰으로 아이의 혈당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연동하였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1형 당뇨 아이 부모들은 김씨에게 연속혈당측정기를 문의하기 시작합니다. 김씨는 많은 환우와 부모들이 이 기기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참 대단한 엄마입니다. 그러나 식약처는 상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불법의료기기수입 및 광고 혐의로 김씨는 무려 3차례나 조사합니다. 그리고는 지난 3월 검찰에 김씨를 송치합니다. 다행히 이 소식이 여러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올라가는 등 크게 이슈화 되었습니다. 그리고 검찰은 지난 6월 29일에 김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습니다. 기소유예는 죄는 일부 있을 수 있으나 검사가 이를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변론을 맡은 스타트업법률지원단 성춘일 변호사는 기소유예 판결이 아닌 완전 무죄를 받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안했지만 김씨는 너무 지치고 힘들다며 현 상황에서 사실상 가장 좋은 결과인 기소유예 처분에 만족한다고 밝혔습니다. 


1형당뇨 제도개선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김씨 사건 이후 식약처는 많은 것을 바꾸었습니다. 원래 희귀병 약의 경우 기업은 상품성이 없기 때문에 시판하지 않아서 국가가 희귀의약품센터를 만들어 희귀병 치료약을 공급 합니다. 그러나 의료기기는 사정이 다릅니다. 과거에는 특정 개인이 허가되지 않은 의료기기를 수입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습니다. 의료기기를 사용하려면 임상실험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업자등록도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김씨 사건 이후 식약처는 환우 개개인이 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위한 법을 검토해서 만들겠다고 발표하고 4월에 절차를 모두 완료했습니다. 여전히 복잡하기는 하지만 이제는 연속혈당측정기와 같은 의료기기를 환자가 수입하려면 ‘요건면제수입확인서’를 발급 받으면 가능해졌습니다. 심지어 식약처는 연속혈당측정기 사용 방법을 설명한 카드뉴스와 영상도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또한 희귀의약품센터와 같이 의료기기안전정보원을 두어 희소질환 환자들이 사용하는 의료기기에 대해서 국가가 구입, 수입통관까지 대신해 주기로 하였습니다.


비급여 부분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연속혈당측정기 기기와 소모품 비용을 100% 환자와 가족들이 부담했으나 건강보험공단과 복건복지부 간담회에서 9월까지 일부 비용에 대해서는 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세관에서 과거 관세법을 위반 했던 부분에 대해서 각자 기기 수입에 따른 세금을 고지했으나 식약처 사건 이후 세금 고지도 취소했다고 합니다. 


김씨 고발 사건 이후 약 반년 사이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이는 것 같습니다. 다만 기자는 이 기사를 쓰면서 한 가지가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왜 정부는 진작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1형당뇨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합니다.


연속혈당측정기 사용 이후 김씨와 아이의 삶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그 전에는 아이의 혈당에 문제가 생길까 학교 근처에서 상시 대기하던 엄마는 이제 집에서도 원격으로 아이에게 인슐린 주사를 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아침에 배나 팔에 연속혈당측정기를 찰 때나 또는 수영 같은 운동을 할 때는 불편합니다. 그러나 과거 혈당 체크와 채혈의 어려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아이 성격도 밝아지고 활동성도 커졌다고 합니다. 


국내 1형 당뇨 환자는 2만명에서 - 4만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 중 18세 이하 1형 당뇨 환자는 약 4-5천명으로 추정되며 이들을 24시간 꾸준히 혈당관리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혈당관리만 잘 된다면 일상생활은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세계적인 축구 선수 나초 페르난데스나 영국의 정치 거물 테레사 메이처럼 말이죠. 외국에서는 이미 어릴적부터 눈이 나빠서 안경 쓰는 것과 비슷한 인식을 가질수 있도록 교육도 받는다고 합니다. 테레사 메이 총리가 민소매로 당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이유도 편견 없는 인식에서 나오는 거겠죠?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당뇨에 대한 인식이 왜곡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감염병이라는 말도 안되는 편견이 있기도 하며 무엇보다 환자들은 인슐린 주사를 놓는 것이 일상인데 이를 안 좋게 보는 시선으로 당뇨인들이 위축되기도 합니다. 실제 학교에서 선생님이 반에서 나가라고 하거나, 카페에서 주사를 놓다가 제지 받거나, 심지어 마약으로 오인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We are not waiting.(우리는 기다리지 않는다.) 전 세계 1형 당뇨 커뮤니티 문구에 써 있는 슬로건입니다. 1형 당뇨는 어느 날 갑자기 올 수 있습니다. 김씨 사례로 1형 당뇨와 관련된 여러 제도가 개선되었다면 이번에는 인식 개선을 위한 카카오 같이가치 펀딩도 진행중 입니다. (https://together.kakao.com/fundraisings/54047) 어쩌면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기다리지 않는 부모들의 행동!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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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바꿈 청년네트워크)


수백개의 카메라가 한 사람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고개를 든 그는 크게 도시 이름을 외친다. 적막했던 장내는 순식간에 환호로 가득찬다. 화면은 곧 발표 상황을 중계를 통해 지켜보던 시민들의 모습으로 넘어간다. 수백명이 자신의 일처럼 박수를 치며 기뻐한다. 누구의 아버지는 그곳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아버지가 물을 팔수도 있는 일이고, 누구의 누이는 경기 진행요원으로 일할 수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몇명이 일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구는 수만명이라 하고 그에 따른 이익은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 한다. 우리 모두의 경사에 흥분이 넘쳐난다. 하지만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가정이 몇이나 될지, 숨 막히는 노동착취에 시달리게 될 이가 몇명에 이를지, 과도한 언론통제와 치안유지정책으로 몇명이나 감옥에 갇히게 될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다.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라고 불리는 월드컵, 올림픽 등이 열리는 2년마다 경기장 스펙에서부터 출전 선수와 경기 결과, 각국의 응원열기, 국가 순위에 이르기까지 각종 뉴스가 언론을 통해 쏟아진다. 아시안게임, 동계올림픽, 유니버시아드까지 더하면 그 주기는 더욱 짧아진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강제퇴거-노동착취-공권력 남용-표현의 자유 탄압으로 이어지는 인권침해가 필연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은 주목받지 못한다. 대형 스포츠 행사는 인권 취약계층에 재앙으로 다가온다.


베이징 올림픽 관련 개발에 의한 철거 현황(2000~2008년)

출처 : ‘주거권을 위한 공정한 시합(Fair play for housing rights)’ 보고서


스위스의 주거권과 퇴거 센터가 발표한 ‘주거권을 위한 공정한 시합(Fair play for housing rights)’ 보고서에 따르면 1988년 서울부터 2008년 베이징까지 6번의 하계 올림픽으로 인해 살던 곳에서 강제적으로 쫓겨난 사람이 2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림픽, 월드컵 등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도시 재개발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당국은 스포츠 행사와 연관된 주택 개발과 경기장 건설에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붓지만, 이에 따르는 수익을 취하는 사람은 기득권에 한정된다. 경기장 건설을 위해 철거가 이뤄지는 곳은 저소득층 가구가 거주하는 지역이 다수를 차지하며, 철거는 경기 개최일이라는 '데드라인'에 맞추기 위해 토론과 주민투표 등의 민주적 절차는 생략된 채 무리하게 강제로 집행되곤 한다. 당국에서는 낡고 오래된 지역 주택을 재개발한다는 장점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해당 지역에 새로 지어진 주택은 기존에 거주하던 주민이 감당할 수 없는 가격으로 상승해 입주를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다. 2012년 런던의 사례에서 보듯이 당국이 저소득층을 위해 공급하겠다던 공공주택의 물량은 약속했던 절반 수준에서 최대 31%로 기존 계획에 못 미치고 있다. 


카타르월드컵 인도·네팔출신 이주노동자 사망자 수 


대형스포츠 이벤트 사망자 수

출처 : ITUC(국제노동조합연맹)


2022 카타르 월드컵 1200 (2010년12월부터 2015년5월까지 사망자 추정치)

2014 소치 동계올림픽 60

2014 브라질 월드컵 10

2008 베이징 올림픽 6

2010 남아공 월드컵 2

2012 런던 올림픽 1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 1


*카타르월드컵이 열리는 2022년에는 사망자 수가 7000명이 넘을 것이라 ITUC(국제노동조합총연맹)는 예측하고 있음


짧은 시간 안에 경기장을 세우는 고된 일은 이주노동자의 몫이다. 국제앰네스티가 발표한 '아름다운 경기의 추한 단면(The ugly side of the beautiful game)'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에 투입된 노동자의 90%는 인도, 파키스탄, 네팔 등지에서 온 이주노동자이며 이들은 참혹한 노동착취와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다. 섭씨 50도에 이르는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 하루 12시간 넘게 작업하는 경우도 허다하며, 더럽고 좁은 숙소에서 여러 명이 생활해 전염병이 유행하기도 한다. 카타르 정부에서 이주노동자에게 적용하는 ‘카팔라(Kafala)’는 고용주의 허가 없이는 직장을 옮기거나 출국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제도로 노동 착취의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고용주들은 이주노동자들의 본국 귀환을 막기 위해 일부러 임금을 체불하거나 여권을 빼앗고 근무조건에 항의하는 이들에게 출국을 막겠다며 협박을 일삼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처참한 현실이 국제사회에 대대적으로 공개되었음에도 카타르 정부와 국제축구연맹(FIFA)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디다스, 코카콜라 등의 글로벌기업은 어마어마한 마케팅 기회가 될 ‘스포츠 축제’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후원을 계획 중이지만 건설 노동자들의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출처 : ‘리우데자네이루주 공공안전교육원’


당국의 용인 아래 기업이 개발과 홍보에 열을 올리는 사이 공권력은 시민을 향해 칼을 겨눈다.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을 개최한 브라질의 경우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치안 정책을 강화했지만, 오히려 이 과정에서 공권력에 의한 사망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타인에 의해 목숨을 잃은 5명 중 1명은 경찰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희생자 대다수가 빈민가나 소외지역에 사는 젊은 흑인 남성으로 알려졌다. 월드컵이 개최된 2014년에 경찰에 의한 사망률이 전년도보다 39.4% 증가했으며, 올림픽을 앞둔 2015년에는 2014년보다 11% 더 증가했다. 스포츠 행사를 빌미로 강화한 치안 정책은 무분별한 공권력 사용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되었고, 국가 폭력에 면죄부를 부여했다. 

이러한 문제가 곪고 터지는 사이 모두가 침묵했던 것은 아니다. 현상을 목격한 시민과 언론은 당국에 항의하고, 기사를 보도하고, 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백명의 사람이 무작위로 구금되었고 몇몇은 범죄활동과 관련됐다는 불문명한 이유를 들어 법적 제재를 받았다. 특히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언론을 탄압하는데 스포츠를 악용했다는 평가를 받은 때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중국 정부는 사회질서 문란행위 단속을 명목으로 시민운동가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교화를 위한 노동’에 동원했으며, 사회운동 단체들이 올림픽 종료 때까지 허가 없이 베이징을 방문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이 기간 동안 영장 없는 임의구속 건수가 크게 늘었고 구치소 내 폭행 사건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티베트, 파룬궁 등과 관련된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 대해서는 접속을 차단하기도 했다.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 중에도 조명은 여전히 화려한 경기장을 비추며,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분투했다.

삶의 터전이 짓밟히고 밀렸다. 버티던 이들은 끌려나간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거대한 아레나가 들어선다. 땅을 다지고 골조를 세우는 사이 저평가된 노동력 수천은 고혈을 쥐어짠다. 이제 곧 막이 오를 경기장을 중심으로 주변마을에 대한 심상치 않은 공권력이 사용된다. 주변을 정리한다는 이유로 목소리를 가진 여럿은 카메라 렌즈 밖으로 사라진다. 사라진 그들은 갇히고 매질을 당하고 총을 맞았다. 아레나에는 함성이 터지고 욕망이 분출된다. 시선이 머물지 않는 곳에는 억압의 굴레가 숨통을 조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게임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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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메뉴얼도 있었는데 골든타임 놓쳤다

행정의 골든타임과 메르스 사태

프레시안 2015.06.07.

전진한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설립준비위원, 알권리 연구소 소장


정부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첫 확진 이후 18(67일 오전 11) 만에 메르스 발생 및 경유 병원 정보를 공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한 정보 공개 요청과 싸늘해진 민심에 중앙 정부가 드디어 반응을 한 것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접촉자들이 발생했고, 민심은 들끓고 있으며 전 세계는 한국의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왜 이런 일이 발생했으며, 향후 이 문제에 대해서 한국 사회는 어떻게 이겨나가야 할지 분석해보도록 하자.

 

이번 사태는 전형적인 행정의 골든타임을 놓친 결과이다. 복잡하고 다양해진 현대 사회에서 국가 행정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러 재난이 발생하면 최대한 신속하게 국가 행정은 국민들에게 위험성을 공지하고,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명해야 한다.

 

이 정보를 공개하는 시점은 전문가들과 의논해야 하고, 공개의 위험성과 실익에 대해 이익형량을 평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시민들은 동요하고 불안해한다. 그 결과 사적 정보 유통을 의존하게 되고, 유언비어가 창궐하게 되며,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바로 지난 18일 동안 생생하게 이런 경험을 하고 있다. 그 결과 경제는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으며, 각종 모임은 취소되고, 국제 사회에서는 메르스 '민폐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

 

사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매뉴얼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정부 3.0 캠페인'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정부 3.0 캠페인을 위해 수많은 교육과 재정을 쏟아 부었으며, 각 공무원들도 성과를 내기 위해서 많은 공력을 들였다.

 

그러면 각 공공 기관마다 각종 포스터와 현수막에 장식되어 있는 정부 3.0 캠페인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 정부 3.0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에 게시된 이미지. 개방/공유/소통/협력을 핵심 콘셉트로 내걸고 있다.


정부 3.0이란 신뢰 받는 정부, 국민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공공 정보를 적극 개방·공유하고,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며 소통·협력함으로써 국민 개개인에 대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에 최대 역점을 두는 새로운 정부 운영의 패러다임이다.

 

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3.0 캠페인을 메르스 사태 해결 과정과 접목시켜 보자.

 

메르스 환자가 확진되면 국민 행복을 위해 관련 병원 정보와 환자 치료 과정 및 접촉자들의 이동 경로를 적극적으로 개방, 공유한다. 또 청와대와 중앙 정부(보건복지부, 행정자치부 등) 및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에게 위 정보를 전파해 칸막이를 없애고 범정부적인 대책본부를 만든다. 아울러 불안해진 국민들의 마음을 안심시키기 위해 각종 예방법과 위험성을 연령에 맞게 맞춤형 정보를 각종 매체 및 문자를 통해 제공해, 시민들을 진정시킨 뒤 이번사태를 차분히 해결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18일 동안 관련 병원의 반발과 시민들이 불안케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관련 정보를 비공개로 일관했고, 시민들은 관련 정보를 사적으로 유통시키며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바빴다. 재난 문자는 시태 발생 17일이 지난 66일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시민들에게 전달되었다. 그나마 문자를 받지 못했다는 사람들은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를 통해 불만을 쏟아냈다. 많은 시민들은 이런 뒤늦은 정부의 움직임에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정부 3.0 캠페인은 이런 국가 비상사태와 분리해서 시행하라고 있는 캠페인이 아니다. 오히려 정부 3.0 캠페인은 이번 사태에 전혀 적용되지 않아 또 다른 부처 칸막이를 만들었다.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정부 3.0 추진위원회는 이번 사태에서 무슨 역할을 했는지 궁금할 뿐이다. 오히려 논란은 있었지만 이번 사태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정확한 인지한 서울시청이 메르스 사태 해결의 고리를 제공했다.

 

이제 메르스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향후 보건복지부를 포함해 관련 부처들은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조금이라도 상황이 발생하면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으므로, 최대한 관련 전문가들과 논의해 정보 공개의 범위를 조정해야 할 것이다.

 

메르스 사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의 숨겨져 있던 민낯을 다시 고스란히 드러내고 말았다. 결국 정부의 리더십은 행정의 골든타임에서 결정되고 골든타임의 성패는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는데서 시작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향후 메르스 사태의 해결을 위해 우리 사회가 총체적인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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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대응 잘하던 한국, 메르스엔 왜 속수무책?
중국이 본받던 한국, 왜 이렇게 됐을까
프레시안 2015.06.03.
전진한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설립준비위원, [알권리연구소] 소장


 중동에서 발병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한국에서 크게 유행할 조짐을 보인다. 수많은 시민이 메르스를 두려워하고 있으며, 나아가 정부의 부실하고 무원칙한 대응에 분노하고 있다. 서울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이곳이 대한민국 수도가 맞는지 답답하기까지 하다.

 지난 2002년 11월 중국 남부 광둥(廣東) 성에서 발생, 홍콩을 거쳐 세계로 퍼진 전염병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대응해 한국 정부가 보여줬던 기민한 모습과는 정반대다. 당시 한국 정부는 사스 발병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했고, 그 결과 국내에서는 사스 환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한국은 세계 보건기구로부터 찬사를 받았던 모범적인 전염병 방역 국가였다. 

 당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사스의 발생지로 지목받았던 중국이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필자는 2010년 아시아재단과 베이징대학교 '공공참여 연구와 지지센터'(공공참여센터)의 초청으로 베이징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중국 정부는 2008년부터 인민의 알 권리를 구체적으로 보장하는 정보공개청구제도(정보공개법)를 도입했는데, 필자에게 이 법의 운영과정 전반에 대한 조언을 요청했다. 

 그때 공공참여센터 담당자들과 중국의 정보공개제도 도입 과정에 대해 여러 얘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놀라운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선 중국 공산당과 인민은 2003년 당시 중국 관료들이 사스 대응 과정에서 보인 무능함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사스가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대책 하나를 세우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서, 중국 관료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것이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참고 대상이 한국 정부였다. 사스 발발 당시 한국 관료들의 신속하고 전문적인 대응을 보면서, 중국 관료와 한국 관료의 차이점을 분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결과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된 것이 바로 정보공개법의 도입 여부였다. 

▲ '3차 감염'이 나오면서 메르스 감염자 세계 3위, 아시아 1위를 기록한 한국.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지난 1998년부터 아시아 최초로 정보공개법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관료들이 생산한 정보가 시민에게 공개되었다. 시민이 정보공개 청구권을 가짐에 따라 공공기관의 투명한 행정이 일상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의 공무원은 시민과의 접촉면이 늘어났고, 인민 위에서 군림하려고 했던 중국 관료들과는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공공참여센터 담당자들의 설명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중국도 원자바오 총리를 중심으로 정보공개법의 도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사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정보공개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한국을 비롯한 정보공개제도 선진국 사례들을 꾸준히 모으고 조언을 받으면서 중국은 정보공개제도 도입을 결국 이루어냈다. 

 이로써 2008년부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거의 모든 공공기관의 재정, 예산, 결산 등 통계자료와 행정사업, 공공위생과 식·의약품 안전 등에 관한 긴급사항, 토지 개발, 환경 규제 등의 정보가 공개 대상이 되었다. 또한, 중국 인민과 기관이 관련 정보를 청구하면 행정기관은 15일 이내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필자가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한국의 시민사회는 공공기관을 상대로 어떤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는지, 그 청구가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소개해 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담당자들은 정보공개제도로 인한 한국의 변화상에 대해 매우 진지한 태도로 경청했고, 한국에서 일어난 정보공개운동을 중국에서도 펼쳐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 결과 2015년 현재까지 중국의 정보공개제도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모습은 어떠한가? 메르스 관찰 대상자만 1000명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각종 괴담이 난무하고 있다. 학교는 휴교에 들어가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도대체 12년 전과 비교하면 무엇이 어떻게 변했기에 한국 관료들이 이렇게 무기력한 모습으로 바뀐 것인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관료들의 무책임한 모습은 세월호 사건 이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국민안전처의 담당자가 "300만 명이 메르스에 감염되어야 비상상황"이라고 발언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국가에 큰 사태가 발생할수록 대통령과 정치권은 책임지는 리더십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시스템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각종 제도와 예산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한 번 한국 정부의 시스템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12년 전 사스 사태를 겪고 철저히 내부에서 개혁을 추진해왔음을 우리는 주목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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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은 2013년 기준 103%에 이르러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미흡한 상태이나 절대적인 주택 부족 문제는 크게 완화되었습니다. 건축물 재고량도 2014년 기준 69십만 동이 넘습니다.

 그러나 양적 증가에 비해 건축물의 안전과 유지 관리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이 주변에서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건축물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는 재난위험 시설을 조사하여 특정관리대상시설 등으로 지정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그 시행령에 따르면 재난관리책임기관은 특정관리대상시설을 매년 정기적으로 안전점검해야 하고 재난 위험성 제거를 위해 장·단기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합니다.

 건축물은 안전등급 평가 기준에 따라 안전도가 우수한 A등급부터 안전도가 매우 불량한 E등급까지 총 5등급으로 나뉩니다. 이 중 D등급은 건물의 주요부재에 결함이 있어 긴급 보수가 필요한 등급이고 E등급은 심각한 결함으로 붕괴 우려가 있어 사용을 즉각 금지하거나 다시 지어야 하는 등급입니다. 이처럼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D등급과 E등급은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되어 특별히 관리 받아야 하는데요, D등급은 월 1회 이상, E 등급은 월 2회 이상 정기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합니다. D등급이든 E등급이든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되면 해당 관리책임기관의 공보 또는 홈페이지에 명칭과 위치, 관계인의 인적사항, 해당 등급 평가 사유가 공고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들은 모두 중앙행정기관 장에게(현재 국민안전처장관, 과거 소방재청장) 보고되어야 합니다.

 

1969년에 지어진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 스카이아파트

(이미지 출처: 조선일보 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3/18/2015031801387.html)


 서울시에 서울시 재난위험시설 현황을 정보공개 청구해보았습니다. 2015417일 기준 대형공사장을 제외한 서울시 내 재난위험시설은 총 217동에 달했습니다. 이 중 공공시설은 10동이고 민간시설은 207동이었습니다첨부파일에는 시설명이 모두 기입되어있습니다.

 시설유형별로 분류해보면 아파트가 64기타 건축물이 59연립주택이 47기타 시설물이 25판매시설이 13아동 관련 시설과 노인복지시설(노유자시설)이 총 4종교시설이 2동이었습니다.

 책임기관에 따라 분류해보았습니다.

 영등포구-관악구-구로구-성북구 순으로 재난위험시설이 20동 이상으로 가장 많았는데요, 이에 대한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조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중랑구, 도봉구는 재난위험시설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는 아파트 평균단위 매매가격 순위(20149월 기준) 1, 2, 3위를 차지한 소위 부자 동네입니다. 반면 재난위험시설 다()지역은 아파트 평균단위 매매가격이 영등포 12, 관악구 14, 구로구 18, 성북구 17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안전 및 유지관리 활동의 1차적인 책임은 관리주체에 있습니. 그러나 관리주체가 영세하거나 다중이 이용하는 건축물의 경우에는 국가가 철저히 조치를 취해야합니다. 가난하다고 건축물 재난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면 그것은 21세기가 아니라 19세기의 이야기입니다. 대한민국의 시계는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서울시 재난위험시설 현황(정보공개용).xls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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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전진한'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준비위원]간결한 정보의 힘으로 사회 바꿀 것

내일신문 2015.03.31. 이재걸


"매년 중요한 정부기록, 연구보고서가 쏟아져 나옵니다. 하지만 소위 '전문가'들끼리만 공유될 뿐 태반은 일반 시민에게 전해지지 않아요. 어렵고 복잡하니까요."

정보의 홍수 시대. 사람들은 복잡하고 거창하기보다 간결하고 삶에 와 닿는 정보에 쉽게 귀 기울인다. 모바일이 주를 이루자 정보가 '손바닥'에서 넘치면 외면받는 상황까지 갔다. 정치·언론은 물론 시민사회도 '간결한 정보' 만들기가 숙제인 이유다.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바꿈)'은 정보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 목표인 신생 시민사회단체다. 전 민변 회장인 백승헌 변호사를 비롯해 대학교수, 치과의사 등 다양한 분야 종사자 90여명이 참여 중이다.
 

바꿈은 정부기록을 비롯해 학계·기관 보고서와 시민단체 조사결과 등을 가리지 않고 연구·가공해 오는 5월부터 시민들에게 인포그래픽·그림 등으로 알기 쉽게 제공할 예정이다.

전진한(사진) 바꿈 준비위원은 "시민을 움직일 만큼 콘텐츠 생산능력이 뛰어남에도 이를 쉽게 전달하는 데 애먹는 단체들과 협업해 (정보를) 유통할 계획"며 "핵심은 정보의 간결화와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전 위원은 정보공개운동만 13년째인 기록 전문가다.

2000년대 초반 참여연대 정보공개사업단에 몸담으며 국가기록물 관리실태를 살피다가 아예 '기록관리학'으로 석사학위까지 땄다. 기록관리학이란 정부기록을 분석·관리·이관하는 일이다. 전공을 이수한 대학원 동기들이 대부분 아키비스트(정부기록 전담 공무원)로 취업한 반면 그는 계속 시민사회에 남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를 만들고 활동했다.

후쿠시마 원전사태 후인 2013년에는 원전 관련 정보들을 망라·재구성한 '방사능와치' 사이트를 만들어 무려 방문자 8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사이트로는 드문 기록이다.

그는 요즘 '바꿈' 공식출범을 앞두고 안전·정치·복지·청년·동북아평화 5가지 주제와 관련한 논문들을 분석 중이다. 안전에 관한 것만 2217권 찾았다. 해양, 건축, 철도를 비롯해 김밥, 감기약, 향수 등에 관한 것까지 각양각색의 조사자료가 나오더란다.

전 위원은 "지난해 세월호참사를 계기로 해양안전에 관한 자료들을 집중분석했는데 2009년에 공개된 것만으로도 이미 참사가 예견된 상태였다"며 "이런 내용들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돌고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사전에 경종을 울리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와 언론은 이미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지만 우리는 발생할 사건을 미리 짚어내는 게 목표"라며 "이미 만들어진 수많은 기록을 분석하면 앞으로 벌어질 사회문제를 예견하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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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정보, 전문적인 정보에 햇볕을 허하라.

–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을 왜 시작했는가?

더 플랜B 2015.4.5


전진한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준비위원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하는 장면을 생방송으로 지켜보던 기억이 생생하다.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가 온몸을 감싸면서 빠르게 뛰던 심장 소리가 아직도 느껴진다. 당시 주변에 많은 활동가들이 거의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고, 모이기만 하면 스멀스멀 용솟음 치고 있는 방사능 걱정으로 한숨 짓기 바빴다.

반면 일반 친구들을 만나면 두 가지 반응을 볼 수 있었다. 방사능은 바람을 타고 미국 쪽으로 갈 것이라며 우리와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웃던 친구가 있었다. 너무 기가차서 각종 수산물과 공산품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물으니, 그제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또 한 친구는 각종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흉측한 괴 생명체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도 이렇게 되냐며 나에게 묻곤 했다.

당시 이런 경험을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우선 우리 활동가들이 벌이고 있는 각종 운동의 과정과 결과물들이 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핵발전소 및 방사능의 각종 어려운 용어는 이를 더욱 가로막고 있었다. 이후 많은 고민을 했다. 그토록 위험한 핵발전소와 방사능의 위험을 시민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시민운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참을 고민한 후 우리가 직접 이 일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아무리 어려운 용어라도 쉽게 풀어쓰면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2013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핵발전소 문제 및 방사능 문제를 인포 그래픽으로 정리한 ‘방사능 와치(http://www.nukeknock.net)’ 라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인포그래픽은 디자인 전문가들과 홍익대 디자인과 학생들의 도움을 얻었고,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환경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다. 어려운 용어는 되도록 쉽게 풀어 썼다. 사이트의 목적은 단 한가지였다. 중학교 2학년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자. 사이트의 개설과 동시에 트래픽량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불과 몇 개월 만에 페이지뷰가 800만이 훌쩍 넘어갔다. 이 경험은 참으로 많은 깨달음을 얻게 해주었다.

방사능와치에 올라와있는 인포그래픽

그러나 얼마 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온 국민들은 가까운 바다에서 벌어진 이 사태에 대해 분노했다. 당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들에게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세월호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 원인을 찾자고 했다. 자료를 찾을수록 엄청난 비밀들이 공개되기 시작했다. 통계청 사이트에는 선박들의 연령을 20년에서 25년으로 늘려주었던 2009년부터 해양사고가 속출했다는 통계를 볼 수 있었다. 프리즘이라는 사이트에서는 2010년 당시 국토해양부가 생산한 보고서에 해양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원인으로 운항 일정이 바빠 시스템을 유지할 시간이 부족하고, 안전관리매뉴얼의 분량이 많으며, 심지어 선원의 나이가 많고 선원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내용을 버젓이 공개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4년이나 방치해 둔 것이다.

해양경찰청 홈페이지에는 목포여객터미널에 12척의 배를 2시간 20분 동안 점검했다는 보고서가 나와 있었다. 한 척당 13분이다. 자전거 한 대도 제대로 검사하지 못할 시간으로 선박을 검사한 것이다. 이밖에도 기가 막힌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청와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자신들이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 매뉴얼에는 컨트롤 타워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이 매뉴얼에는 큰 재난사고가 나면 충격 상쇄용 아이템을 만들어 시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여 있었다. 이외에도 세월호 사건이 총체적인 부실에 의해서 발생된 문제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자료를 보면 볼수록 소름이 돋았다. 이후 언론의 경쟁적 취재로 실시간으로 보도되었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자료를 미리 발견해 시민들과 소통했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자책감이 밀려왔다. 평소 이런 자료들은 시민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자료를 찾기도, 해석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자료들, 시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한다.

이 사건 이후 향후 시민운동의 목표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했다. 두 가지 결론을 얻었다. 우선 기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유통되고 있는 정보들을 일반인들에게 전달하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딱 중학교 2학년 수준으로 말이다. 여러 시민사회단체에서 생산하고 있는 컨텐츠를 살펴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았다. 시민사회단체에서 생산하고 있는 결과물들을 시민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최근 웹툰으로 제작된 미생, 송곳 등은 한국의 노동현실이 어떤지 생생하게 전달해주었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이 뼈아프게 느껴야 할 지점이다.

또 다른 결론은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해 논평하기보다는 일어날 사고에 대해 경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각종 연구용역서, 학계 논문, 통계, 빅데이터 등을 찾으면서 위험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자료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핵발전소 등의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많이 공유되고 있고 지역주민들도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다른 부분에 대한 위험 예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시민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이미지출처 : The Library by Zhu, on Flickr)

중학교 2학년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앞에서 말한 두 가지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이하 바꿈)’ 이라는 단체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 시민사회단체들이 생산하고 있는 수많은 컨텐츠들을 인포그래픽, 웹툰, 카드뉴스, 동영상 등으로 가공하여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각종 자료들을 찾아서 공개할 예정이다. ‘바꿈’은 스스로 몸집을 키우지 않고,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유통하는 데 최대한 집중할 예정이다. 또한 ‘청년, 복지공동체, 안전사회, 지속가능한 미래, 한반도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성숙한 민주주의’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이와 관련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 자료를 찾아 최대한 쉽게 가공해 시민들에게 전달할 것이다.

컨텐츠가 차고 넘치는 시대다. 하지만 이 중에서 우리사회의 부패하고 썩은 곳을 지적하는 내용은 잘 찾을 수 없다. 온갖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정보들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반면에 구석구석 시민들을 위해 훌륭한 컨텐츠를 만드는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있지만 내용의 전문성과 딱딱함으로 인해 시민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이 간극을 줄이는 것이 ‘바꿈’의 최대 목표가 될 것이다. 향후 ‘바꿈’이 우리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창립 주체로 참여하고 있는 나조차도 기대된다.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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