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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알릴 의무와 세월호

2016.5.26. 경향신문

 

전진한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


지난 5월18일 롯데물산이 서울시에 제출한 ‘잠실 제2롯데월드 안정성 연구용역결과 보고서’에 관한 정보공개심의회가 열렸다. 이 회의를 위해 정보공개법을 심층적으로 연구한 전문가 5명과 정보공개정책과 관계자, 그리고 용역담당 주무부처 공무원 등이 참여했다. 이 회의에는 속기사도 배석해 회의 전 과정을 속기록으로 남긴다.


이날 회의는 롯데 측의 비공개 요청이 있었기에 더욱 세밀한 토론을 거쳐야 했다. 우선 공개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담당 공무원과 치열한 청문 과정을 거친다. 이후 어떤 결정이 시민들에게 더 유익할 것인지 심층적 토론을 한 후 참석자가 모두 동의하는 가운데 공개결정을 내렸다. 며칠 후 이 과정을 담은 기록은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에 게재된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정보공개심의회는 위에서 언급한 과정을 거쳐 모두 대면회의로 진행했다. 엄청난 업무량과 압박감에 참석자와 준비하는 공무원들 모두 힘들지만, 시민을 위한 의무라고 생각하며 일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4년간 261건을 심의했고, 이 중 63%를 공개로 결정했다. 이것이 바로 시민의 알권리가 어떻게 실현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반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참사에 관한 알권리는 전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선원의 과실 이외에도, 선체에 결함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이는 세월호를 인양한 후 직접 실물로 조사해야 침몰 원인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목포해양경찰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123정의 폐쇄회로(CC)TV 영상 보유 사실을 부인하다가 뒤늦게 보유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 CCTV 영상은 생존자 구조 책임에 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어 철저히 분석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사고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런데 정부는 세월호 특조위(이하 특조위)가 6월 말 활동을 종료한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정부에서 예산 등을 지원하지 않으면 특조위는 유지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특조위가 실질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이고, 이후 피해자들이 조사를 요구한 신청사건은 230건이나 된다. 이 사건들은 모두 복잡하게 관련돼 있고 향후 치밀한 조사가 요구됨에도 조사기관 자체가 사라져 영구히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욱 걱정스러운 점은 특조위가 해체되면 기록물관리법 제25조(폐지기관의 기록물관리)에 따라 조사를 위해 생산·수집했던 기록들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이 기록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경우, 이를 분류하는 작업에만 몇 년이 걸릴지 예측할 수 없다. 쉽게 말해 수년간 시민들은 세월호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처럼 특조위가 해체되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알권리 및 진상조사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만약 해체가 결정되더라도 일반 시민들이 언제라도 접근할 수 있도록 이 기록들을 세월호 추모시설에 전시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다시 서울시 얘기로 돌아와 보자. 지난 5월20일 전국 최초로 지방영구기록물관리기관인 서울기록원의 첫 삽을 뜨는 기공식 행사를 했다. 서울기록원이 완공되면 각종 기록을 다양하게 수집하고 체계적인 보존·전시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행사에 행정자치부 장관과 차관, 국가기록원 원장이 불참하고 직원 몇 명만 참석시켰다. 


주무관청의 책임자로 이 행사보다 더 중요하고 바쁜 일정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답답한 노릇이다. 혹시 시장이 야당 소속이라 불참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국가는 시민들에게 각종 정보를 알릴 의무가 있다. 그것이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국가는 단 한 명의 알권리를 위해서, 제도 개선과 예산 배정을 해야 하며 그것이 다른 참사를 막는 예방주사가 된다. 알권리가 곧 살 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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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바꿈 포럼 - 20대 총선평가>


"뜻밖의 결과, 뜻있는 과제: 총선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



○ 일시: 2016년 4월 26일(화) 18:30

○ 장소: 서울시NPO지원센터 1층 대강당


○ 사회: 박순성 (바꿈 이사장,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토론:

. 이관후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 민주주의 연구소 연구교수)

. 안진걸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 참여연대 사무처장)

. 임경지 (2016 총선청년네트워크, 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

. 백승헌 (바꿈 이사장, 전 민변 회장)


○ 후원: 국민TV




누구도 예상치 못한 20대 총선이었습니다. 전통적 지역주의의 균열과 야권의 교차투표, 3당 체제와 여소야대.

국민의 심판으로 기존의 정치구조가 크게 흔들리면서 행위의 자율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이번 총선 결과를 정확하게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2017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우리의 과제가 무엇인지 파악해 보고자 바꿈은 26일(화) 18시 30분에 서울시NPO지원센터 1층 대강당에서, "뜻밖의 결과, 뜻있는 과제: 총선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20대 총선 평가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국민TV로 다시보기


160426_바꿈_20대_총선평가_포럼_자료집_온라인배포.pdf



포럼은 박순성 이사장(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이사장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의 사회로, 라운드 테이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토론자는 이관후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 민주주의 연구소 연구교수, 안진걸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 · 참여연대 사무처장, 임경지 2016 총선청년네트워크 · 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 백승헌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이사장 · 전 민변 회장이 참여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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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윤경·채이배 당선자에게 거는 기대

2016.4.20. 경향신문


전진한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


비가 오던 오후, 원고 작성을 위해 강남역 근처 카페를 찾았다가 낯선 풍경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20대로 추정되는 청년들이 100여석 되는 테이블을 빼곡히 차지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옆자리 청년들은 취업 지원서로 보이는 문서를 작성하며 토론하고 있었고, 한쪽에서 그마저도 지쳤는지 엎드려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날 2~3시간 동안 본 카페 풍경은 음악과 쉼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처절한 전쟁터였다. 세상은 이들을 코피스(Coffee+Office)족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 경험 후 약속을 위해 카페를 갈 때는 코피스족을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생각보다 주위에 많은 후배들도 대낮에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이들 대부분은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학 강의를 하다 보면, 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매주 수업에 정장 차림으로 참여하던 학생은 일주일에 2~3번씩 취업면접을 보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이 학생은 자기가 왜 면접에서 계속 탈락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 너무 힘들다고 울먹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수업에 참여하던 대학생 상당수가 대학 학자금 및 취업·자취를 위해 상당한 금액의 빚이 있었고, 그 빚은 이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학생들과 맥주 한잔을 기울이면서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들도 졸업 후 취업을 위해 카페를 전전하는 냉엄한 현실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출간된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입문서>에는 이런 청년들의 실태가 잘 드러나 있다. 2015년 6월 기준으로 102만명의 대학생들이 7조7000억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고, 최근 5년간 은행이 대부업계에 매각한 청년층 부실채권은 866억원이었다. 또한 서울 지역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 52.6%가 자취를 하고 있고, 월 평균비용으로 66만원을 쓰고 있었다. 이런 빚과 비용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 청년들을 집어삼킬 것이다.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겠다며 20대 국회에 도전장을 던진 청년들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와 기득권의 높은 장벽 앞에서 실패의 쓴잔을 마셔야만 했다. 청년 후보자들의 처지와 코피스족들이 묘하게 닮아 있어, 가슴이 아플 뿐이다. 그나마 이번 선거에서 청년들의 투표율이 크게 상승했고, 이 문제를 계속 연구하던 민간 전문가 2명이 20대 국회에 입성했다는 점은 매우 다행스럽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당선자이다. 그는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은행이 대부업계에 매각한 부실채권의 문제를 인식하고 소각운동을 벌여왔던 서민 금융전문가이다. 최근에는 청년 주빌리 은행을 창립하고, 청년들의 악성 빚 실태를 알리고, 빚 탕감 운동을 벌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가 국회에서 구조적 부실채권을 제도적으로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 한명은 국민의당 채이배 당선자이다. 그는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대기업 지배구조를 연구하고 문제제기를 해온 대표적인 기업전문가이다. 공인회계사의 직업적 특성상 대기업 지배구조를 지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청년 창업 및 취업을 방해하고 있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해 강력한 감시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대기업들의 로비에 굴하지 않고, 기업을 전문적으로 감시하는 국회의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두 당선자 이외에도 20대 국회는 청년들의 지옥 같은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대낮에 코피스족으로 가득 차 있는 카페 풍경은 우리 사회가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들의 절망적인 모습은 우리 사회의 가까운 미래의 민낯이다. 취업과 빚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20대 국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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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수저’를 꿈꾸는 청춘들 입문서


2016.4.15.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양리리 서대문도서관친구들 대표


 세상에는 바꾸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다. 집도, 차도, 직업도 심지어 어쩔 때는 나까지도 바꾸고 싶다. 사용하는 언어도 촌스러운 우리말보다 멋진 영어로 바꾸고 싶고, 가장 바꾸고 싶은 인생 또한 한 방이기에 오늘도 로또 복권 가게 앞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줄을 선다.


 그토록 바꾸고 싶은 것은 많은데 왜 이리 바꿀 수 있는 것은 드문 것일까? 바뀌지 않는 것들 투성이일까? 


 역사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무언가를 가장 바꾸고 싶어 한 이들은 흙을 금으로 바꾸겠다는 허황된 꿈을 꾸던 중세의 연금술사들일 것이다. 아, 이전까지는 세상이 바뀐 후 “드디어 새로운 세상이 왔네!” 하며 살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상이 있다. 이렇게 세상이 바뀔 것이다.” 하고 황당한 청사진을 보여준 칼 마르크스라는 인물이 그 뒤를 이을지 모른다.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아도 무언가를 바꾸고 싶어 했던 선조들이 꽤 많았다. 물론 대부분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러나 아는가? 바로 그 허황된 연금술이 근대 화학을 잉태했고, 황당한 마르크스의 주장이 자본주의의 병폐를 끊임없이 수정하도록 한 원동력이 되었다는 사실을. 전봉준의 세상을 바꾸고자 한 꿈은 실패했지만 그로부터 조선의 근대 개혁이 시작되었고, 답답한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고자 몸을 던져 싸운 무수히 많은 젊은이들의 죽음을 거름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은 싹을 피웠다. 


 그렇다. 바꾸고자 하는 꿈만으로는 부족했다. 세상은 바꾸고 싶은 꿈만으로는 결코 바뀌지 않았다. 세상을 바꾼 것은 그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던진 이들의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 행동은 철저히 공부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왜 바꾸어야 하는지, 그런데도 왜 바뀌지 않는지, 바꾸기 위해서 노력한 이들은 왜 실패했는지, 그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공부하지 않고, 그저 “지금까지도 바꾸고 싶었지만 더욱 격렬히 바꾸고 싶다.”라는 망상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아, 그런 망상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도 상당한 공부가 필요하다.


 이른바 흙수저를 금수저로 바꾸기 위해서 해야 할 행동은 복권방 앞에 길게 줄을 서는 것이 아니라, 공고한 세상의 신분질서를 바꾸기 위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나서야 한다는 사실, 청년실업률을 더 낮은 수치로 바꾸기 위해서는 써 먹지도 못할 내 스펙을 끊임없이 바꾸는 게 아니라 재벌-언론-정치-대학-신분으로 순환되는 사회의 체제를 먼저 바꾸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입문서>>라는 참 재미없는 제목의 책은 우리 삶을 온통 바꾸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정보로 가득하다. 바꾸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공부로 가득하다. ‘핵노잼’한 제목을 확 깨주는 것은‘핵꿀잼’한 내용이다. 왜 ‘핵꿈잼’이냐고? 촌스러운 우리말로 쓰인 내용을 읽는 순간 갑자기 답답한 내 마음이, 삶이 시원한 사이다 세례를 받기 때문이다. 아! 사이다 세례만큼 시원한‘핵꿀잼’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이 글을 쓴 이들은 유명 작가도 아니고, 박학다식한 교수님들도 아니다. 그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여기서 당하고 저기서 치여 이제는 단칸방 한구석으로 밀려난 청춘들이다. 다만 그들이 우리와 다른 점은 앞서 깨달았다는 사실뿐이다. 공부해야 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흙수저로는 밥 한 숟갈 뜰 수 없지만 금수저 또한 밥 먹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모든 젊은이가 함께 모여 스테인리스 수저로 밥을 먹는 세상을 꿈꾸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2016년에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대한민국의 몽상가는 연금술사도 아니고 마르크스도 아니며 전봉준도 아닌, <바꿈청년네트워크>이다. 이 책을 지은이들 말이다.


 우리 삶의 길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꾸어줄 길을 앞서 개척해준 청년들에게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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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박근혜 탄핵' 24% 득표, 무너지는 패권

한국정치, 새로운 판이 열리다

2016.4.14. 오마이뉴스


손우정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이사

누가 예상했을까? 이번 선거가 어느 때보다 신뢰할 수 있는 여론조사 자료가 제공되지 못했고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공천 악수가 쏟아진 '깜깜이' 선거였더라도, 이 날의 결과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 수많은 여론조사 전문가들, 정치평론가들은 아마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고 싶지 않았을까? 그러나 실제로 운 사람은 따로 있을 것이다. 


표면적인 결과는 국민의당의 승리다. 제3정당을 표방한 수많은 선행사례들이 그랬듯이, 국민의당도 소리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막강한' 캐스팅보트를 가진, 향후 정국을 주도할 세력으로 우뚝 섰다. 새누리당이건 더민주건 이제 국민의당을 설득하지 못하는 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모양새가 됐다. 의석수는 38석이지만 과반 의석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보유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결과에서 주목할 지점은 무엇보다 한국 정치를 둘러싼 기존의 행동양식이 균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묻지마 지지를 낳게 한, '패권정치의 균열'이다. 


흔들리는 패권, 높아진 선택의 자율성

기사 관련 사진
박근혜 대통령 투표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에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장 먼저 무너진 패권은 '선거의 여왕'이라는 신화다. 새누리당은 공천 잡음으로 판세가 흔들리자, 콘크리트 지지율을 가졌다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연계하는 전략을 취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개입'이라는 세간의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격전지를 방문했고, 선거 당일 날에도 빨간 옷을 코디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총선결과를 연계한 전략은 정권의 레임덕을 가속화 하는 악수가 되고 말았다. 난공불락의 철옹성이 사실은 진흙으로 만든 둑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순간, 작은 균열도 커다란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벌써부터 신화가 해체된 빈자리를 총선 책임론을 둘러싼 갈등이 대체할 기미가 보인다.  


총선 결과의 후폭풍은 결코 작지 않아 보인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나타난 공동의 위기 앞에 타협과 화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올 법 하지만, 그간 정부가 보인 행태로 짐작건대 그 정도의 포용력과 이해심을 갖춘 멘탈리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화해와 타협은 일정한 양보와 잘못의 인정을 전제로 하지만, 과연 그럴 정도의 소양이 있을 것인가? 가능성이 낮다.


지역주의를 근간으로 한 패권도 흔들렸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은 물론, 더민주의 텃밭인 호남 역시 요동쳤다. 새누리당은 영원한 아성인 대구가 뚫렸음은 물론, 부산과 울산에서는 치명타를 입었다. 어떠한 '바람'에도 수도 서울의 교두보 역할을 해내던 강남신화도 깨졌다. 강남의 무효표 양산은 지금의 정치세력이 강남지역에 존재하는 어떤 마지노선마저 깨버렸다는 것을 시사한다.


여권이 승리한 곳의 내용도 흥미롭다.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 달성구(병)에서는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조원진 의원이 3선에 성공했지만, 무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공약으로 내세운 무소속 조석원 무소속 후보가 24%를 득표했다. 게다가 울산에서 승리한 두 명의 무소속 노동자 후보는 박근혜 정부가 해산시킨 통합진보당 출신이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주력하고 있는 노동개혁안을 결사 반대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단지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으로 머물지 않았다. 지역패권이 균열된 것은 호남도 마찬가지다. 야권에서는 지역 이상의 의미를 가진 광주에서 더민주의 전패, 그리고 전남과 전북에서 고작 2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얻은 것은 묻지마 지지를 요구한 지역주의가 크게 흔들린 현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20대 총선은 야당의 승리가 아니라 여당의 패배다. 더민주는 야권분열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서울에서 대승을 거뒀지만, 실상은 더민주를 지지한 표심의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서울 총 49석 중에 35석을 얻은 더민주는 서울지역 정당득표에서는 25.93%에 머물러 28.83%를 얻은 국민의당에 뒤졌다. 유권자들이 정권심판 투표를 감행하면서도 '더민주가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던진 것이다.


결국 이번 총선은 집권여당의 패배임은 분명하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를 규정하던 낡은 정치적 행동양식이 커다랗게 흔들리고 있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일시적인 것인지, 새로운 변화의 시작인지는 아직 확언할 수 없지만 정치를 좌지우지하던 구조적 힘은 약해지고 변화를 가능케 할 행위의 자율성과 선택의 폭은 매우 높아진 시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결국,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국민의당의 약진, 야권 대선전략 수정은 불가피


기사 관련 사진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4일 오전 국민의당 마포구 당사에서 선거상황판에 당선된 후보의 이름표를 붙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최대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것에는 이처럼 기존 구도에 대한 유권자의 거부 정서가 한몫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야권 분열이 야당에 일방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진단과 달리, 국민의당 표는 '새누리는 싫지만 더민주도 싫은', '더민주도 싫지만 차마 새누리는 찍을 수 없는' 표를 쓸어 담았다. 


이런 결과는 국민의당의 약진이 이른바 '안철수 현상'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2011년 재보궐 선거에서부터 나타난 안철수 현상은 그 실체와 무관하게, 현실정치에 대한 불만과 새로움에 대한 욕망이 투영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당의 성공적 결과 역시 거대 양당체제에 대한 불만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투영된 결과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추구하는 새정치는 내용상의 새로움이라기보다 위치상의 새로움이다. 새누리의 막가파식 정치에 질린 합리적 보수와 '운동권 정당'이라는 실체 모호한 이미지를 뒤집어 쓴 더민주의 오른쪽 그룹을 수렴하겠다는 전략은 적중했다. 전통 야당지지자들은 물론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표 역시 효과적으로 흡수한 국민의당의 득표율은 국민의당 정강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모호함'이 주는 다양한 가능성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국민의당이 자리 잡은 정치적 위치는 더민주가 총선·대선 전략을 통해 자리 잡으려던 바로 그 위치다. 중도화·보수화 전략으로 중간층의 지지를 얻겠다는 발상은 국민의당의 존재로 인해 이제 그 실효성이 의심받을 처지에 놓였다. 중도화 전략 승부에서 더민주는 결코 국민의당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대선을 앞둔 더민주의 생존전략은 국민의당은 하지 못할 '선명야당' 노선으로의 회귀일 수밖에 없다. 더민주의 호남에서의 대패와 정당지지율 제3당이라는 결과는 국민의당 전략과 겹치는 '모호함의 전략'이 가져온 부정적 측면이다. 


결국 새누리당-국민의당-더민주의 3당체제를 기반으로 한 향후 정치지형은 각각의 위치에서 더 분명한 가치 지향을 드러내는 방향에서 재편될 수밖에 없으며, 그 내용은 새로운 정치구조의 탄생으로 귀결될 것이다.


열린 공간, 우리는 새로움을 만들 수 있을까?


향후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각 정치세력은 총선 결과를 둘러싼 각가지 묘수와 전략에 골몰하고 있을 것이고, 새로운 승부수들이 던져질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정권과 여당이 총선 결과를 민의로 수용하고 자신들이 밀어붙이려 했던 여러 시나리오를 포기할 리는 없다. 


그들에게는 '정권교체'만큼 끔찍한 결과는 없을 것이며, 그 결과를 막기 위해서라면 다양한 창조성을 발휘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 선거가 끝난 바로 다음 날부터 검찰은 울산에서 승리한 윤종오 당선자의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섰고, 당선자 98명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지금은 행위의 자율성이 높아진 시점이다. 국민들이 절묘하게 현재의 퇴행적 정치흐름을 저지해 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이후의 전망을 그려내고 압박할 가능성도 열렸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진보정치의 주변화는 뼈아픈 대목이다. 정의당이 기존 의석보다 1석이 늘었고, 울산에서도 진보정치인이 2명이나 탄생했지만 지금의 구도에서 의미 있는 원내 활동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노동당과 녹색당, 민중연합당 등 진보정당을 표방한 정치세력의 성적표도 초라하다. 아마도 과거 진보정치가 지난한 내부 갈등으로 대중적 지지를 소진하지 않았다면, 안철수에게 투영된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은 진보정당에 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원내 정당은 아니더라도, 심지어 정당이 아닌 이들도 할 수 있는 역할은 남아 있다. 지금의 가변적인 공간, 높아진 행위자의 자율성 틈 속에 국민의 목소리를 투영해 내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심판의 목소리가 엉뚱한 곳으로 향해 가지 않도록 적극적인 행동 역시 필요하다. 물론 의문은 남는다. 이런 노력이 현재의 퇴행을 저지하는 것을 넘어, 새로움을 만들 힘으로 커질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그러나 제동은 이미 걸렸고, 새로운 공간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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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지지 말자, 착취 당하는 것에

20, 30세대에게 추천하고 싶은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입문서>

오마이뉴스 2016.4.4.


성영이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활동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잠깐 즐겨보던 웹툰이 있다. 직장 내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웹툰인데 그 중 한 에피소드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끓는 물 속 개구리' 이야기. 끓는 물에 개구리를 갑자기 넣으면 뜨거워서 팍 뛰쳐나간다. 하지만 찬 물에서 점차 끓이면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온도 차를 느끼지 못하고 조용히 죽어간다. 이 정도는 원래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런데 웹툰은 다른 충격을 주었다. 아무리 천천히 삶아도 온도가 높아지면 개구리도 위험을 감지한다. 하지만 뛰쳐나갈 수 없다. 이미 다리가 익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과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울고 있었다. 후배는 한 잡지사의 어시스턴트로 일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밤 10시, 11시 야근은 기본이고 주말 출근도 마다하지 않는데 월급은 40만 원 남짓. 패션계와 미용계에서 도제식으로 착취한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지만 돈 많은 대형 잡지사에서도 이런 식인 줄 몰랐다.


내 주변의 친구들은 지금 다 이런 식이다. 이제 막 졸업을 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학과 내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동기는 약 30명 정도, 이 중 정규직이 되었다는 소식은 단 두 명, 일찌감치 대학원을 간 친구가 한 명 있다. 


그 외에는 자격증 시험이나 고시를 준비하거나 인턴, 계약직, 어시스턴트 등을 하면서 열심히 스펙을 쌓고 있다. 나름대로 서울에서 알아주는 대학에 다녔고 학교 다니는 내내 스펙을 쌓았는데 여전히 우리는 앞날을 잘 모르겠다.


이상하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왜 원하는 정도의 직장에 진입하지 못할까. 어느 정도로 '갖춰야', '미쳐야'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내가 그렇게 부족한 사람인가. 결국 이 또한 극복해야 하는가.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 모양일까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입문서>에 따르면 '일자리'는 이미 존재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눈만 높아서 이 지경인가? 아니, 그 존재하는 일자리의 수준이 대체적으로 낮아서 노동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청년들이 차마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열심히 일해도 먹고 살기 힘든 시대이기 때문에. 


청년 일자리 문제는 근본적으로 한국사회가 수십 년간 추구해 온 성장 정책에 대한 결과로서 기존의 '노동체제'가 한계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울음을 그치고 "괜찮아요. 언니. 극복해야죠 뭐"라고 말하는 후배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이렇게 말했다. 


"네가 약해서 못 버티는 게 아니야. 넌 착취당하고 있어. 그것도 엄청난... 따라서 너무 수고하고 있고 너무 고생하고 있다."


고용, 주거, 부채, 교육. 지금 청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청년문제들은 그동안 한국사회가 풀지 못한 각종 사회문제들의 총체적 결과물이고, 이는 곧 우리 사회의 낡은 체제가 수명을 다하고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가운데, 그 변화의 실마리가 될 청년들은 지금 어떤 취급을 당하며 있는가. 끊임없이 기성세대의 기준에 맞추려고 자신을 비판한다.


문득 반기를 든다. 좀 더 숙련되고 정제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창의력과 상상력은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가고 사회를 변화시킬 원동력이다. 사회문제에 익숙해지고 이를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바꿀 수 있는 변화의 존재인 것이다.


제멋대로 학과를 없애거나 통폐합시키는 대학, 지나친 월세, 서포터즈 또는 인턴이라는 이름의 열정페이. 누구나 한 번쯤 우리가 사는 이 곳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헬조선, 노오력, 흙수저라는 말의 등장이 그 증거이다. 그러나 우리의 의문에 그 누구도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았다. 초중고, 심지어 대학교까지. 언론도 충분치 않다.


그래서 나는 후배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다. 이 책은 20, 30대 청년 25명이 청년 스스로의 시각에서 바라본 청년문제와 기타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설명해놓은 책이다. 노동/인권/대학/평화통일 4개 분야에서 문제점과 원인, 그 대안까지 마치 친한 친구 또는 선배가 설명해주는 것처럼 쉽고 친절하다. 


청년이라면 누구나 의문을 제기하는 것들에 대해 큰 산을 그릴 수 있는 책이다. 처음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위한 말 그대로 '입문서'다. 게다가 올 초에 나온 신간도서로 최근 화제가 된 사건들(여성혐오, 대학 구조조정, 메르스, 송파 세 모녀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공감이 간다.


하지만 25명이 챕터를 나눠서 써서 그런지 앞서 언급한 사실이 중복되어 나오거나 어떤 글은 조금 동의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이 꼭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 청년들 안에서도 수많은 이견들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논쟁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예 제대로 된 논쟁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그 논쟁을 위한 발제문이다. 25명의 청년들이 먼저 말을 꺼낸 것이다. 


청년들이여, 착취당하는 데 익숙해지지 말자. 점점 끓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사람도 익숙해지더라. 곧바로 행동을 취할 수 없어도 괜찮다. 하지만 알자. 같이 알고 있자. 뭔가 잘못되었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우리가 서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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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난민'이 새겨진 방수 옷을 만들었나

['기억'을 기억하다] 차지량 현대미술작가

프레시안 2016.4.5.


이소망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이사&오민정 사진작가


우연히 찍었다던 사진 한 장을 전달 받았다. 광장에 모인 군중 사이 SF영화에서 봐봄직한 유니폼을 입은 사내가 커다란 깃발을 휘날리며 뽀족이 서 있었다. 작년 겨울, 물대포가 할퀴고 간 자리에 다시 모인 사람들 틈에서였다. 생각 없이 받아 든 사진을 보면서 나는 안면근육을 있는 대로 다 써버렸다. 통쾌하다가도 문득 서글프고, 웃음을 터트리다가도 돌연 비장해지는 심정이 여과 없이 표정으로 드러난 것이다. 단지 범상치 않은 그의 옷차림 때문이 아니다. 그의 왼쪽 가슴에 새겨진, 그리고 그가 들고 있던 깃발에 박혀있던 '난민'이란 글씨 때문이었다. 


한국난민의 등장,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 1조 1항을 생각하면 이상하지만 광장을 채운 사람들의 사연을 생각하자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나는 그를 한번 찾아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사진 외에는 그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지만 서울에서 김 서방을 찾겠다는 각오는 있었다.


"1차 민중총궐기에서 물대포를 목격하고 그 옷을 떠올리게 됐어요. 방한용은 아니지만 방수용 옷이거든요. 방수기능을 갖고 있는 옷이 있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동해 시위에 참여했어요. 갖고 있는 옷이 다섯 벌인데, 그걸 입을 사람이 있느냐고 온라인에 간단하게 물었고 의사를 보인 분들과 함께 참여하게 된 거죠."



찾았다. 사진 속 주인공이자 '난민'이 새겨진 방수용 옷을 갖고 있는 사람, 차지량 작가였다.


그는 그 옷이 방수복이어서 입고 나갔다는 것 말고는 더 말하지 않았다. 난민에 대한 의미심장한 대답을 기대했건만 옷이 잠수복 소재로 만들어 졌다는 말만 겨우 덧붙였다. 내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던 저 옷이 단순히 방수복에 그친단 말인가? 솔직히 실망할 뻔했다. '뻔'했다는 것이지 실망했다는 건 아니다. 찾고 보니 그는 꽤 유명한 사람이었다. 다수의 공연에 예술 감독으로 참여했고, 굴지의 예술 페스티벌에 선정 및 초청된 미디어 아트 작가였다. 그렇다고 이런 그의 유명세가 나의 실망감을 잠재웠다 생각하지는 말아주기를. 나를 홀린 그의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개인성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어떠세요? 잘 유지되고 존재하고 계신가요? 저는 그 부분을 얘기하고 싶어요. 개인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가까운 것에 있을 수 있어요. 강남의 인구밀도 일 수도 있고, 주차관리원 아저씨의 성질머리일 수도 있는데 결국 이런 것들에 영향을 주는 것이 뭐냐는 거죠."


시스템, 정확히는 시스템 자체를 학습할 수밖에 없는 여러 사회구조가 문제였다. 그는 시스템 결정권자가 되어 본 적 없는 개인들이 이미 견고하게 세워진 구조에 흡수되어 버린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시스템과 개인에 대한 차지량 작가의 고민은 '세대독립클럽'(2010년), '일시적 기업'(2011년). 'new home'(2012년), '한국난민시리즈'(2015년) 로 이어진 관객 참여형 예술 프로젝트로 발현됐다.


"주로 했던 작업들이 다 제 삶과 관계되어 있어요. 2011년은 직장생활을 3,4년 정도 했던 친구들이 제 주변에 많았던 시기에요. 대부분 그 즈음이 기업문화에 물들어가는 시기잖아요. 그걸 보면서 기업 시스템을 설계한 사람들과 거리가 먼 우리 세대가 어떻게 시스템의 질서를 학습하게 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고 그게 '일시적 기업'이라는 작업으로 이어졌어요. 'new home'은 도시계획에 관여하지 않은 세대가 도시의 주거공간에 내몰리는 상황에 치닫는 것을 보며 시작한 작업인데, 저 역시 너무 단단한 현재의 주거시스템에 무력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들이 많았거든요. 이렇게 내 의사와 상관없이 결정되는 내 삶의 유형들을 경험하며 시스템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일시적 기업'은 기업 시스템, 'new home'은 주거 시스템에 대한 차지량 작가의 실험 현장이었다. '일시적 기업'은 일반 기업의 그것처럼 정식 기업 채용공고를 통해 지원자를 모집하고 면접도 실시했다. 일시적 기업 지원자들이 면접에서 받은 질문 중 몇 개를 추려보면 이렇다. 임시직 퇴직 후 정규직 사원과 연락하고 지낸 경험은 있는가? 급여는 어떤 항목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는가? 이런 질문도 있다. 임시직이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사장의 신임을 한 몸에 받던 중, 회사노조가 파업을 결정했다. 참가 할 것인가? 근무시간에 개인적인 볼일로 인터넷을 하다 발각되고 경고조치를 받았다. 개인적인 볼일이 끝나지 않았다면 몰래 할 것인가? 


"'new home' 안에서는 이런 질문들이 있어요. 함께 살면 가족일까? 어떻게 바라봐야 가족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인터뷰를 참여자들이 하게 돼요. 이런 질문들에 답하면서 주거유형을 결정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집에 대해, 가족에 대해 재정의를 하는 과정을 겪게 되죠. 일시적 기업에서는 내가 기업문화에 얼마나 흡수되어 있고 개인의 질서는 얼마만큼 가지고 있느냐를 가늠해 보게 되는 질문들을 비디오 면접을 통해 제공했죠."



일시적 기업에 채용된 직원들이 수행해야 하는 업무는 대기업 테러였다. 무기라고 해야 형광물총과 물풍선이 전부였지만 실제로 기업 건물에 침투(!)해 총을 쏘고 폭탄을 던져야 했다.  대기업이 청년 세대 사이에서 점유하고 있는(특히 취업에 있어서) 위치를 생각하자면 이 테러는 자기부정이라도 해서 쥐어짜낸 용기로 할 수 있을까 말까한 행동이었다. 그래서 개인과 기업 시스템 사이에 균열을 내고 지원자 스스로의 질서를 더듬어 보는 면접은 '일시적 기업'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차지량 작가의 또 다른 프로젝트 'new home'은 주거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한국의 대표적인 주거유형인 원룸, 빌라, 신도시 아파트에 일시적으로 거주하면서 벌이는 커뮤니케이션의 기록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완공 직전이거나 완공 후 빈 공간으로 남아 있는 거주지를 일시적으로 점유해 자기 영역을 만들 돼,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었다. 누울 자리를 위해 나눠 받은 돗자리도 예외는 아니다. 'new home' 참여자들은 하룻밤 몸을 뉘였던 돗자리마저 학으로 접어 창문 밖으로 날려 버린다. 청라 신도시 고층 아파트에서 진행 된 'new home'이 게 중 가장 압권인데, 이미 밑동을 삼켜버린 매립지 안갯속으로 돗자리 학들이 추락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비극적이다. 차지량 작가가 생각하는 이 스토리의 결론은 더 극단적이다. 둥지를 갖지 못해 집단적으로 내몰린 철새들, 그 철새로 대변되는 인간들의 집단자살이 그가 준비한 이야기의 끝이었다.

"저는 삶의 방법론들이 더 많아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삶의 방향이 정말 많아져야 하고 한 가지 질서가 아니어야 하는데 지금 시대의 방향과 질서는 한 가지로 너무 짙어지고 있는 거죠. 지금의 질서가 한쪽 방향으로 흐르고 있을 때 다른 쪽 방향에 대한 극단을 제안하면 그 둘의 사이를 넓게 생각할 수 있잖아요? 제가 하고 있는 극단적인 제안은 시스템을 전복하려는 것이라기보다 이 제안들을 통해 현실이 개정될 수 있는 가능성들을 각자가 다 상상하고 스스로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요성이 있어요."

차지량 작가의 '한국난민시리즈'의 탄생은 갑작스러운 게 아니었다. 주거와 일자리의 균형이 붕괴된 사회에서 삶의 지속이 가능할리 없고, 테러와 자멸을 선택하느니 이런 국가를 떠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국가 시스템에 대한 극단적 제안으로 장장 2년간 진행해 온 그의 최근 프로젝트 '한국난민시리즈'는 총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배경은 2024년, 국가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가상세계를 설정하고 참여자들의 난민 신청을 받았다. 난민 신청자들을 만나 난민증을 발급하는 과정이 '한국난민시리즈'의 첫 번째 에피소드 ‘한국난민판매’에 담겨있다. 두 번째 에피소드인 '한국난민대표'에서는 난민증을 발급 받은 100명의 사람들이 부산항에 모여 준비한 배를 타고 진짜 국가를 떠나는 상황이 벌어진다. 난민들은 배에서 각자의 난민 신청 사유를 밝히기도 하고 그들의 대표도 뽑았다. 그리고 얼마 뒤, 난민들이 도착한 곳은 각자가 신청한 국가가 아니라 2014년의 대한민국이었다. 2024년 부산항을 출발한 배가 100여명의 난민을 싣고 2014년 부산항에 도착하면서 ‘한국난민대표’ 에피소드가 끝난다. 처음 이 에피소드를 만들 때만 해도 미래에서 온 난민들의 등장은 없었다고 한다. 다소 황당한 결론을 내면서까지 이야기의 흐름을 바꾼 이유가 있었다.

"'new home'과 마찬가지로 한국난민시리즈의 두 번째 에피소드를 그릴 때도 집단적인 침몰이 초안이었어요. 배를 하나 빌려 난민으로 등록된 사람들을 다 데리고 떠난 다음 가짜 구조요청을 하고 협상을 하는 게 원래 이야기의 끝이었죠. 그런데 첫 번째 에피소드를 하고 그다음 달에 세월호가 터졌어요. 개인적으로 세월호를 타보기도 했던 저한테는 너무 큰 충격이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사회구조의 잔인한 부분들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었어요. 방송이 어떤 방식들로 오보되고 거기에 사람들은 어떤 영향을 받고 이런 것들이 제가 기초적으로 설계했던 하나의 오작동 코드였거든요. 그런데 그게 현실로 드러나니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세 번째 에피소드를 생각해 내는 과정이 오래 걸렸어요."

세월호를 겪고 원래의 초안대로 이야기를 끝낼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실질적인 대상과의 온전한 협상을 세 번째 에피소드의 목표로 잡았다. 미래에서 온 난민과의 협상을 위해 일반 관객과 국회의원을 초대했다. 관객은 국민대표, 국회의원은 협상대표자들이었다. 그렇게 '한국난민시리즈'의 세 번째 에피소드 '한국난민협상'은 2015년 4월 17일에 열렸다. 장소는 여의도가 보이는 한강이었다.

부산항을 거쳐 한강에 유입된 미래의 난민들은 빈약해 보이는 오리 튜브에 의지한 채 이렇게 말했다. 미래에서 온 우리는 미래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불균형에 대한 극단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결정권자들은 이것들을 개정하고 우리 난민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2015년의 한국, 우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바로 그 옷, 사진 한 장으로 차지량을 찾아 나서게 만든 그 난민 복장이 이 에피소드에서 등장한다. 잠수복 소재로 만들었다는 난민 협상 수트였다. 2015년 한국의 대표자들과 협상이 결렬되면 언제고 물 위에 떠다녀야만 하는 운명을 직감하고 있는 옷이었다. 방수라는 옷의 기능이 함의하고 있는 시간과 사연만 따져 봐도 이 수트가 한 편의 에피소드에 쓰인 소품 정도로 그 운명을 다 할 것 같지는 않다. 2015년 물대포를 쏘아대는 대한민국 광장에 다시 등장한 것처럼 말이다. 


비단 방수기능 때문만이 아니다. 차치량의 '한국난민시리즈'의 모든 현장은 종료됐지만 이 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예민한 감각이 환영(幻影) 정도로 남아 있던 한국난민의 존재를 "있음"으로 각인시켜버렸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이 사회의 시스템을 마주할 때마다 난민의 삶을 떠올리게 돼버렸다. 시스템의 균형이 무너질수록 우리도 난민이 되리라는 공포도 커질 것이다. 하지만 이 불균형을 바로세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형태의 미술이 익숙하지 않다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게 요즘의 애플리케이션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현장이라는 게 모든 삶의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이 부분을 경험하는 것이 삶에 있어서 여러 태도를 확장시키는 과정이기도 하잖아요. 저는 제 작업이 그 부분들로 기능한다면 좋겠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제 작업을 함께 한 관객들이 다른 시스템을 상상할 수 있는 개인, 시스템에 상상력을 제안할 수 있는 개인으로 확장 된다면 좋기를 희망하는 거죠."


한국난민의 탄생을 알린 것도 그이지만 막을 방법도 그에게서 찾았다. 고착된 시스템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 넣는 개인과 지금과는 다른 시스템을 제안하는 개인들이 많아지는 것. 그리고 그 개인들이 만들어 가는 유연한 사회 시스템의 존재에서다. 


'한국난민시리즈'의 세 번째 에피소드 ‘한국난민협상’의 제목은 '멈출 수 있는 미래의 환영'이다.(쉽게 한국난민판매, 대표, 협상으로 부르고 있지만 실은 큰 제목들이 따로 있었다. 한국난민판매는 '뉴미디어를 장착한 체념이 광장을 가로지른다' 한국난민대표는 '대표의 균형이 개인을 살린다'이다) 차지량 작가가 '한국난민시리즈' 마지막에 이르러 '멈출 수 있'음을 얘기하고 있는 것도 그가 벌인 프로젝트를 통해 개인에게로 그리고 사회로 확장된 상상력에 기댄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극단으로 치닫는 이 불균형한 사회를 멈출 수 있다는데, 차지량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보는 일, 마다 할 이유가 없다. 


* 한국난민협상 자리에 초청한 국회의원들은 왔는지, 그래서 협상은 잘 됐는지에 대한 결과는 이 글에서 밝히지 않겠다. 차지량 작가가 '한국난민시리즈'의 영화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니 결론은 영화를 통해 확인해도 좋을 것 같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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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자세한 내용은?


▼ 청년공약 비교평가 토론회 자료집 다운로드


160331_자료집_청년정책공약비교평가토론회_총선청년네트워크.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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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당사자들이 직접 쓰는 청년교과서가 발간되었다.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 입문서(궁리출판)」는 노동, 인권, 대학, 평화·통일 파트로 구성된 청년들을 위한 교과서이다. 수많은 문제를 봉착한 청년들이 이 책 한권으로 각 삶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집필했다. 


2014년 초부터 기획과 필진을 모집하고 필자들 전체가 한 달에 2번 정도의 모임을 통해 내용을 쌓아갔다. 반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글을 쓰고, 글을 수정하는 노력 끝에 드디어 세상 밖에 나오게 된 나름 역사적인 작품이다.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과 법무법인 <지향>의 후원으로 제대로 된 청년교과서를 만들고 싶다는 상상은 현실이 되었고 벌써부터 뜨거운(?) 반응에 새삼 놀라고 있다.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냥 하겠다고만 하면 되요' 뭐 이런 제안이 다 있나 싶었지만 당장 할 일도 없었고, 막무가내의 자신감이 재밌기도 해서 흔쾌히 오케이를 던졌다. 그 대답이 1년 이상의 시간을 쓰게 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청년이 쓰고, 청년이 읽는 책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다양한 논의를 담고 있는 청년입문서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특히나 관점도 살아온 환경도 다른 이들이 조언하듯 쏟아낸 말들은 청년들의 공감을 사기에 역부족이었다. 여러 단체에서 실제로 활동가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모여, 자신이 먼저 경험한 사회적 문턱의 문제를 다루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    


북한학과 재학생인 만큼 평화·통일 분과에서 참여하게 되었다. 각자가 생각하는 평화와 통일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 것인지, 분단의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회의가 진행되었다. 시민단체 간사, 통일교육 강사, 북한학 석사과정 학생, 인권운동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속원들 사이에서는 무엇이 평화이고, 무엇이 통일인지 결정하는 일 조차 어려운 과정이었다. 심지어 '청년'이 누구인지 판단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노동, 인권, 대학으로 이루어진 다른 분과 사정도 다르지는 않았다. 어렵사리 시작된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곳도 있었고 이미 썼던 글들을 모두 지운 곳도 있었다. 사람 수 만큼이나 많은 문제들에 봉착하는 광경을 보며 분명 같은 가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임에도 무수히 많은 이견들이 생기는 구나, 세상을 바꾸는 일은 정말 멀고 험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숱한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논의는 멈추지 않았다. 분명한 차이점들이 있었지만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가치를 향해 움직인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했다. 청년이기에 알 수 있는 부조리함이 만연했었고 그렇기에 청년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다. 책 제목을 '모르면, 사기 당할 수도 있는 이야기'라고 정하자는 얘기까지 나왔었다.


색다른 시선도 한몫 했다. '캐러멜 마끼아또' 보다 청년 시급이 더 싼 현실, 낭만적인 캠퍼스가 아닌 처참한 대학 현실, 선후배가 군대에서 겪고 있는 반인권적인 일 등 청년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려고 했다. 평화·통일 분과의 경우 역시,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분단에 집중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헬조선'과 분단이 얼마나 닮아있는지 깨우쳐가는 과정을 그리고자 노력했다.


누군가는 청년이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다 말하고, 누군가는 '요즘 애들'은 세상을 바꾸기에 턱 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그들이 진짜 청년을 모르기 때문에 던진 말이다. 우리는 이미 세상을 바꾸고 있다.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목소리로. 또한 비슷한 처지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목소리를 전달하려 한다.


당신의 삶은 결코 잘못되지 않았고, 이 책 속에 녹아있는 20여명의 청년의 삶은 당신과 꽤 닮아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응원하고 스스로 전진하는 청년들의 앞길에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 입문서」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힘냅시다,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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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은 망했다? 그럼 89석은 뭔가

정치공학만 난무, 시대정신 논쟁은 실종

2016.4.1. 오마이뉴스


손우정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이사


▲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현수막이 30일 오후 서울 노원역 인근에 나란히 걸려 있다.

ⓒ 남소연


20대 총선이 본격적인 레이스에 올랐다. 각 당은 말 많았던 공천을 마무리하고 승리를 위해 질주하고 있다. 판세를 점치는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관전 포인트는 새누리당이 개헌 저지선을 돌파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 박근혜 정권의 등장 이후 노골적인 민주주의 퇴행이 시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향후 한국사회가 격변을 겪을 것이라는 점은 당연지사다. 


예정된 듯 보이는 패배 앞에 그 정도를 축소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야권에서는 슬금슬금 후보 단일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중앙당 차원의 야권연대는 물 건너 간 지 오래지만, 지역에서 개별 후보 차원으로 진행되는 단일화 논의는 급물살이다. 이미 몇몇 지역에서 '야권 단일후보'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만큼 유권자들이 주변화 된 총선도 드물다. 루소는 자유민주주의 대의제 하에서 국민은 선거 때만 주인이 된다고 역설했지만, 20대 총선에서 국민은 선거를 앞두고서도 주인행세를 못하고 있다. 선거를 둘러싼 모든 이슈의 초점이 계파갈등, 총선갈등에 집중되어 있으며, 선거를 앞둔 야권연대 논의도 철저한 선거공학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은 이미 망했다"는 냉소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이런 식으로 흘러 보내도 좋은 것인가? 


지금은 진보도 퇴행도 가능한 시대정신의 불안정한 각축기


지금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을까? 또 어디로 가야 할 것일까? 이런 질문은 항상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가 또 없다. 지금은 우리가 이제까지 지내온 시간과 다른, 새로운 어떤 체제를 예고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국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존재한다. 흔히 1987년 헌법개정으로 촉발된 정치체제의 변화와 함께 한국사회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된 '87년체제'라고 보는 입장도 있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체제인 '97년체제'로 보기도 한다. 그 외 여전히 53년체제라는 주장과 새로운 08년체제라는 주장 등 현시기를 규정하는 다양한 논의가 '불과' 몇 년 전에만 해도 활발히 일어났다. 


이런 다양한 주장 중 무엇이 타당한지를 따질 생각은 없다. 그러나 현재의 시기가 생명을 다한 기존의 체제를 넘어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시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1987년 이후 우리의 삶과 태도를 강하게 규정했던 요인들은 모두 그 정당성을 상실했다. 뿌리 깊은 분단체제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으로 흔들렸으며, 무한경쟁을 모토로 한 신자유주의는 영국과 미국에서부터 마지막 거친 숨을 내쉬고 있다. 


1987년 개헌의 최대 성과였던 자유민주주의적 대의질서 역시 마찬가지다. 체육관에서 뽑던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뽑는 것이 시대과제였던 것은 분명하지만, 위임자와 수임자의 질적 괴리,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대의제의 한계 역시 이미 드러났다. 국회는 국민들의 신뢰를 전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의 촛불은 87년 정치체제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기존 시스템의 한계가 자동적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생명을 다한 이 낡은 체제와 완전히 작별하지 못했다. 낡은 것은 사라졌으나, 새로운 것은 출현하지 않는 지적 방황과 혼란의 시기는 2008년부터 계속 진행 중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 무엇을 극복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과 방향은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그 방향은 마치 시계추가 좌우를 왕복하듯 87년 이전 시대로의 퇴행을 향해가기도 하고,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을 향하기도 한다.


2008년 촛불시위 이후보다 진보적인 체제로의 이행이 가능할 듯 보였던 시계추는 현 정부 들어 다시 오른쪽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소위 '민주화' 이전처럼 국가의 감시와 통제는 강화되고 있으며, 차이를 허용하지 않는 전체주의적 시도들이 반복되고 있다. 그동안의 민주적 성과가 아무리 보잘 것이 없다 하더라도, 그조차도 허용하지 않는 노골적인 퇴행 앞에서도 '스톱'을 외치는 목소리조차 점차 작아지고 있다. 문제제기 수준의 이견이 '배신의 정치'라는 수식어 속에, 모호한 총선승리의 구호 속에 과감히 내쳐지고 있는 지금, 정치적 퇴행은 분명한 현상이다. 


의석이 없으면 진보할 수 없는가? 


지금의 시대가 진보도, 퇴행도 가능한 가변적이고 불안정한 시점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불과 몇 해 전의 새로운 장밋빛 전망도, 지금의 퇴행도 확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지금이 퇴행기라면 진보의 공간도 있었다. 알다시피 2008년 촛불은 정치적 사건을 계기로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움을 구현하자는 집단적 움직임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제거된 것이 아니라, 가능성과 공간은 존재하는데 말문을 닫아버린 야권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의 퇴행을 막기 위해, 더 나아가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이 힘을 합치자는 목소리가 조금씩 강해지고 있지만, 그 수준은 한참 낮아졌다. 그나마 2008년 이후에는 가치에 기초한 단일화를 통해 새시대의 비전을 보여주려는 노력이라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철저히 선거공학적인 판단만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의 상황은 2012년 19대 총선의 분위기와 무척이나 다르다. 오히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분노의 심판론이 몰아쳤던 17대 총선 이후, 뉴라이트의 등장과 북핵 문제의 확산 등 전사회적인 보수화 바람이 불어 닥친 후에 치러진 2008년 18대 총선과 유사하다. 당시 2007년 대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일군 한나라당은 18대 총선에서 153석을 얻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얻은 152석보다 단 한 석만 많았던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달랐다. 2008년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회창의 자유선진당이 18석을 얻었고, 친박연대가 14석을 얻었다. 여기에 대부분 보수성향이었던 무소속까지 포함하면 보수진영의 의석수는 최대 210석에 달했다. 반면, 당시 더민주당의 전신인 통합민주당이 81석, 창조한국당 3석, 민주노동당 5석 등 진보·개혁 진영의 의석수는 모두 합쳐도 89석에 지나지 않았다.


▲ 2008년 18대 총선 결과 2008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보수진영은 최대 210석이라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반면, 진보개혁적야권은 89석 수준이었다.

그러나 제1야당이 127석을 얻은 19대 국회가 2008년 이후 야당보다 더 잘 싸웠다는 근거는 없다. 2008년 이후 사회적 진보의 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왔다.

ⓒ 손우정


2012년 총선에서 제1야당이 127석을 얻었고, 지금은 국민의당과 분당했지만 그래도 107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과반이 아니라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변명이 사실이라면, 2008년 총선 이후 2012년까지의 시기는 한국 정치 최대 암흑기여야 했다. 그러나 현실이 그랬는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촛불의 등장 이후, 오히려 죽을 쑤던 야권은 생기를 얻었다. 야권연대도 단지 후보를 단일화하는 것에서 더 나아갔다. 시민사회까지 적극적으로 결합해 야권연대를 추진했던 2010년 6.2지방선거에서는 각 중앙당 차원의 야권연대가 무산된 이후, 개별 후보 간 단일화가 추진되었다. 그러나 당시 광범위하게 '반MB연대'(이명박 대통령을 반대하기 위한 연대)가 제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후보단일화에 머물지 않았다. 내용 상의 가치연대를 추진하기 위해 시도되었던 것이 이른바 '공동정부 전술'이었다.


모든 야당이 포함되지는 못했지만, 서울의 경우 서대문, 노원, 강서, 동대문, 성북구에서 후보단일화와 공동정부를 위한 공동정책합의서를 도출했고, 경기도에서는 고양, 부천, 성남, 수원에서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졌다. 강원도, 경상남도, 대전시에서도 후보단일화와 지방공동정부, 공동 정책이 합의되었다.


물론 공동정부 구성과 합의된 진보적 의제가 선거 이후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최소한 당시에 추진된 후보단일화가 '묻지마 단일화'거나 정치공학에만 머문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최소한 국민들에게, 이 단일화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비록 추상적이지만 지금의 낡은 시스템을 어떤 방향으로 바꿀 것인지에 대한 많은 정보가 담겨 있었다.


2012년 19대 총선도 마찬가지였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간에 진행된 단일화 논의에는 '공동정책합의문'도 포함되었다. 그 합의를 얼마나 지켰는지와는 별개로, 최소한 새로운 시대를 향한 가치 기반의 연대가 추진되었다. 이런 다양한 시도들의 성과는 지방선거 이후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등으로 나타났고 최소한 '형식적'일지라도 여당 후보의 대선공약에도 포함되도록 강제할 수 있었다.


'권력의지'는 없고 '권력욕'만 있는가


총선을 앞두고 현재 제기되고 있는 후보별 단일화 움직임에 대해 재를 뿌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지난 3년간 집권여당이 보인 퇴행을 지켜보노라면, 그들의 움직임을 저지하고 시계추를 멈춰 세우는 것만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울며 겨자먹기'로 사태를 관망하기에는 지금의 시점이 너무나 엄중하다. 선거공학에만 빠져 있는 야당의 모습에서 '권력의지'가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권력의지를 '집권을 향한 열망' 정도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 니체가 말했던 '권력의지'는 집권이 아니라 '새로움을 구현하려는 의지'를 말한다. 새로움을 구현하지 못하는 집권 열망은 권력의지가 아니라 권력욕과 다르지 않다. 이 사회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를 알 수 없는 상황, 최악을 저지하기 위해 차악이라도 택하라는 오래된 정치공학적 산물은 아직도 분명히 존재하는 국민들의 열망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선거에서, 우리가 도달해야할 목표가 '다시 2012년 19대 총선 직후 정도'라면, 그래서 기껏해야 19대 국회 기간의 모습들의 반복만이 예상된다면  그래서 끄집어 낼 수 있는 열정과 에너지가 얼마나 되겠는가?


단지 선거 결과, 의석 수 몇 개에 집착하기보다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시야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엄중한 상황이다. 총선 결과는 단지 의석수 몇 개로 결론 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거대한 사회변화를 이루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우리가 어느 때보다 실망감이 큰 이번 총선이라 할지라도, 그냥 흘려보낼 수 없는 이유다. 


또 하나. 민주주의에서 정치의 주체는 누가 뭐래도 국민이다. 2008년 총선에서 야권의 참혹한 패배 뒤에 이 사회를 조금이나마 긍정적 방향으로 이끈 것은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의 힘이었다. 기성정당에 실망했다고 뒷짐 지고 냉소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찾아보면, 여전히 국민이 할 일은 많고 그 힘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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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 2번 김종인'에 묻혀버린 사람들

더불어민주당 비례공천 사태에서 소외된 것은 결국 청년비례

오마이뉴스 2016.3.24.

박영민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자원활동가


종단이 정해준 단독후보와 이를 둘러싼 세력다툼, 이전 총장을 지지하는 교직원. 2014년 말부터 시작된 동국대학교의 총장선거 사태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각 이해관계들은 학내의 민주주의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의 진정성을 교묘히 이용하려 했고 언론은 이들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뱉어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생들은 끈질기게 행동했다. 40여 일의 고공농성, 2000여 명의 학생들의 총회, 50일의 단식투쟁 등 이미 고인 물이 되어버린 종단과 학교에 맞서 최선을 다했다. 학생들의 진심에 힘입어 동조단식을 결의한 4개의 천막이 생겨나고 학내는 민주주의를 되찾으려는 열망으로 가득했다. 지난 2년간의 동국대의 모습은 이번 더불어민주당 비례공천 사태와 어딘가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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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총선 더민주 공천장 수여 받은 박경미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20일 앞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천장 수여식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비례대표 후보 1번을 받은 박경미 홍익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에게 공천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날 김 비대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야 현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을 바꿀 수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에게 힘을 몰아 달라"고 호소했다.

ⓒ 유성호



유치하다 못해 헛웃음이 나온다. 국민들에게 반감을 사는 후보들을 내세우는 것도 모자라 당헌·당규를 무시하는 행태, 당무정지라는 카드를 들고 나오는 모습까지 무엇 하나 이해하기 어렵다. 어느 일당 체제 독재국가의 선거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자행되는, 더군다나 자신이 진보임을 주장하는 야권에서 발생한 터무니없는 사건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불합리로 점철된 비례공천을 발표하고 비대위원들이 독불장군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청년비례대표 후보들은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5분 면접', 내정 의혹, 현 의원들의 공천개입 논란 등 수차례의 부당함에도 인내심을 발휘하려 했던 후보들은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의 청년비례후보 폄하발언에 결국 참았던 분노를 표출했다. 


이들은 홍 위원장의 사퇴와 공식사과를 요청하며 수용되지 않을 시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홍 위원장과의 면담을 진행하려 했고, 약속된 만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들에게 가로 막혀 진입하지 못했다. 언론 또한 논문표절부터 각종 문제 발언, 김 대표가 2번을 받을 것인지, 14번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논란 등에 집중하느라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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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과 장경태, 정은혜 비례대표 후보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비례대표 선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김 의원은 "당헌에 명시되어 있는 청년 비례대표 2명을 명확하게 당선 안정권에 배치해 달라"며 "청년 비례대표 2석을 일반투표를 통해 중앙위원회에서 선출하는 것은 명백히 당헌 위반이다"고 주장했다.

ⓒ 유성호



김 대표의 번호에 그리도 집착한 비대위원들과 언론은 청년들의 비례대표 번호에는 관심 갖지 않았다. 홀수에 여성을 배치해야 한다는 규약을 무시하면서도 그들이 지키고 싶었던 것은 청년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청년후보이자 여성인 16번의 정은혜 부대변인이 이러한 더민주의 생각을 정확히 증명한다. 규약위반을 감수하면서도 당선권 안에 청년을 배치하지 않는 지도부, 이를 전혀 문제 삼지 않는 언론. 선거특수 마냥 '청년팔이'를 이용하려 했던 당 지도부와 언론의 초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힘겹게 싸움을 이어온 동국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청년비례대표 후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 선언했다. 그들은 착한 내가 떠나면, 여긴 정말 나쁜 놈만 남아있는 정당이 된다는 말과 함께 지도부가 보여준 부끄러운 모습을 꼭 바꿀 것이라고 다짐했고 스스로에 당당했다. 


다른 공간 속의 똑 닮은 두 가지의 사건은 그들의 지도부만큼이나 우리를 부끄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놈이 그놈'하는 식의 염세주의는 나의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말 같지도 않은 사안으로 싸우고 있는 기득권의 모습에 우리까지 놀아날 수는 없다. 선거를 결정짓는 사람은 비례대표의 다양성과 상징성을 더럽히는 이들이 아닌 표를 던지는 '우리'다. 


지쳐 버렸다고 말하기엔 희망적인 청년들이 여전히 빛나고 있다. 속보로 쏟아지는 비례공천관련 기사들 속에서 보다 나은 사회를 꿈꾸는 우리가 응원해야 할 대상이 누군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회가 진보하려면 누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정의를 위해, 이 나라, 혹은 민주주의를 위해 진짜로 싸우고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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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입문서


- 청년,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만들다 -

바꿈 청년네트워크 지음, 궁리 출판사, 304쪽, 15,000원




"2,30대 청년 25명이 바라본 한국 사회의 문제점과 원인, 그 대안까지"


"청년이라면 누구나 의문을 제기하는 것들에 대해 큰 산을 그릴 수 있는 책"


"처음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위한 말 그대로 '입문서'"


"마치 친한 친구 또는 선배가 설명해주는 것처럼 쉽고 친절"



<책 소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안한 삶의 풍경들


‘서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도 바뀐다’


서문에서 인용한 만화 송곳의 대사이다.

오늘날 청년이 서 있는 공간과 과거 청년이 서 있는 공간은 전혀 다른 곳이다. 과거와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청년들이 불쌍하고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도

청년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로 받아들여 대책을 고심해야 한다.


청년들이 ‘서 있는 곳’이 과연 제대로 된 곳인지, 아니라면 이걸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세대의 시선으로


사회에서 비교적 성공했거나 글쓰기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청년들의 삶에 대해 이런저런 해석과 해법을 이야기해주는

'외부자' 시각이 아닌, ‘청년 스스로 쓴 청년 사회입문서’이다.

바꿈청년네트워크에는 대학생, 백수, 시민단체 활동가, 교육활동가 등 다양한 청년들이 모여 있다.

전에는 서로 몰랐던 사람들이 ‘우리가 우리 이야기를 써보자’는 하나의 이유로 모였다.

바꿈 청년들이 스스로 만드는 책이니만큼 ‘청년의 시각’, ‘청년의 이야기’를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다.





우리 사회를 새롭게 바라보고 바꾸어가고자 합니다!


어떤 정답이나 대안을 이야기하기보다 그걸 하기 위한 토대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회를 보는 다양한 시각들이 충돌하고 소통하고 조율되어야만 ‘청년들의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

책에도 청년들이 생각하는 대안들이 담겨 있긴 하지만, 바꿈의 이야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청년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소통하면서 대안을 만들어 간다. 

그래서 바꿈이 추구하는 대안은 ‘정답’이라기보다 ‘방법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곁에 있는 또래의 청년들, 청년과 소통하기 원하는 기성세대와 함께 토론하면 좋을 책이다.




<목차>


발간사 

서문 


1부 | 노동을 아름답지 않게 만드는 것들

1 청년 일자리 

2 열정을 가지고 참고 견디라고요? 

3 당신의 노동은 얼마입니까? 

4 우리가 가진 몇 안 되는 비빌 언덕, 4대 보험에 대하여 

5 ‘노동자’ 모두 여~기여기 모여라(feat, 헌법33조) 


2부 |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

1 인권은 감정이다 

2 인권 결핍의 대한민국 군대 

3 우리 사회 혐오읽기-여성과 성소수자를 중심으로 

4 광화문역에는 장애인이 살고 있어요 

5 다름으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 세계시민으로 함께 살아가기 

6 메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7 송파 세 모녀에게 우리가 돌려주어야 할 말, ‘죄송합니다’ 


3부 | 대학이 우리에게 알려준 것들

1 대학공략법 

2 자신의 미래를 빛내러 온 대학에서 빚만 내는 대학생들 

3 엇나간 교수와 학생의 사이 

4 비리재단은 현재 진행중 

5 대학을 권력으로부터 자유케 하라! 

6 기업이 되어버린 대학 

7 아직도 우리는 대학에서 희망을 찾는다 


4부 | 평화, 통일보다 낯선

1 통일이라 쓰고 탈분단이라 읽는다 

2 분단 모순 극복으로서의 통일 

3 이게 우리가 싸워야 할 일이 아니야! 

4 청년 실업 ‘중동’보다 ‘남북경협’에서 

5 핏빛이 아닌 장미의 붉은빛으로 

6 스무 살, 분단을 인식하고 평화에 공감하자! 


에필로그



<저자 소개>


저자: 바꿈청년네트워크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는 20~30대 청년 활동가의 모임이다. 2015년 2월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입문서' 제작을 목표로 대학, 노동, 인권, 평화.통일 등 4개 분과로 운영되어 왔다.


강태경(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

강혜진(숭실대학교 학생)

김성은(홍익대학교 졸업생)

김윤영(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김정숙(건강세상네트워크 활동가)

단청(여성학을 배우는 학생)

리온소연(수원다문화도서관 지구별상상운영자)

박영민(동국대학교 북한학과 재학생)

박혜영(노동건강연대 상임활동가)

변규홍(청년녹색당 전국위원/전 KAIST 학부 동아리연합회 회장)

손우정(성공회대학교 연구교수/바꿈 이사)

신정현(사람도서관 리드미 관장/청소년통일교육 전문가)

오세연(전 청년유니온 사무국장)

유애리(예비 사회활동가)

윤지선(손잡고 활동가)

이다솜(독립다큐멘터리스트)

이동철(한국노총 법률원 부천상담소 상담간사)

이인섭(전 군인권센터 활동가)

이진수(인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 샘 초등교사)

임지훈(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 박사과정 재학생)

전진한(알권리연구소 소장/바꿈 이사)

전진희(대학고발자 운영자)

정별(홍익대학교 학생)

정욜(인권재단 사람 활동가)

최수지(학교통일교육 전문강사)

최형순(전 경기대학교 총학생회장)

홍명근(시민의날개 상임활동가)



서평 "익숙해지지 말자, 착취당하는 것에" 성영이 상임활동가 2016.4.4. 오마이뉴스


저자 후기 "청년은 이미 사회를 바꾸고 있다" 박영민 자원활동가 2016.4.4


서평 "‘스텐수저’를 꿈꾸는 청춘들 입문서" 양리리 서대문도서관친구들 대표 2016.4.15.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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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입문서』를 펴낸 바꿈청년네트워크 인터뷰(출판사 궁리)


2016.3.17


Q  우선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입문서』를 펴낸 ‘바꿈청년네트워크’ 총괄코디네이터이자 바꿈 이사인 손우정입니다. 바꿈은 시민사회의 다양한 잠재적 가능성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협력 사업을 펼쳐보고자 2015년 7월 7일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이라는 이름으로 창립된 ‘신상’ 단체입니다. 청년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활동가 25명을 모아서 ‘바꿈청년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많은 격려 부탁드려요. 



Q  이번에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입문서』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우선 바꿈청년네트워크라는 모임이 조금 낯섭니다. 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A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바꿈은 독자적인 활동을 펼치기보다 우리가 조금만 힘을 합치면 다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단체, 개인에 대한 지원·협력 사업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요즘 가장 힘든 것이 청년이잖아요? 그래서 첫 번째 주력 사업 중 하나로 청년들이 모여서 우리 사회 이야기를 직접 해보자고 결정했어요. 그래서 이곳저곳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20~30대 청년 활동가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렇게 모인 25명의 청년이 바로 ‘바꿈청년네트워크’입니다. 이제 책을 냈으니, 독자 여러분들이 많이 읽어주시면 그만큼 활발한 활동이 가능하겠지요? 무엇을 할지 딱 결정된 것은 없지만 더 많은 청년들과 사회문제를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Q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입문서』는 기존에 나왔던 청년을 주제로 한 다른 책들과 어떤 점에 차별화를 두고자 했는지요? 이 글을 쓴 필진들 또한 궁금합니다. 

A  청년들의 힘든 삶이 주목받으면서 청년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책은 ‘외부자’의 시각에 머물렀던 것 같아요. 다시 말해 사회에서 비교적 성공했거나 뛰어난 글쓰기 재능을 가진 분들이 청년들의 삶에 대해 이런저런 해석과 해법을 이야기해주는 것이죠. 이번에 나온 책은 ‘청년 스스로 쓴 청년 사회입문서’라는 것이 가장 특징인 것 같아요. 바꿈청년네트워크에는 대학생, 백수, 시민단체 활동가, 교육활동가 등 매우 다양한 청년들이 모여 있습니다. 전에는 서로 몰랐던 사람들이 ‘우리가 우리 이야기를 써보자’는 하나의 이유로 모였어요. 전문가들이 쓴 청년도서보다 조금 전문성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우리가 우리 스스로 만드는 책이니만큼 ‘우리의 시각’, ‘우리의 이야기’를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Q  전체 4부로 되어 있는 이 책은 ‘인권, 노동, 대학, 통일’을 큰 주제로 잡아 필진이 글을 써내려갔습니다. 다른 주제들은 ‘청년’ 하면 늘상 떠오르는 의제들이었는데, ‘통일’이 포함된 것은 조금 의외였습니다. 이렇게 네 주제를 배치한 까닭이 궁금합니다. 

A  ‘청년’이라는 범주로 묶여 있지만, 사실 모인 사람들 대부분 서로 고민도 다르고 관심사도 달랐어요.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요. 우리의 계획은 모든 청년의제, 사회문제를 다루기보다 우리의 관심사부터, 할 수 있는 이야기부터 해보자는 것이었어요. 평화통일문제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이 하나 둘씩 모이니까 ‘평화통일분과’가 만들어지고, 대학문제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하나 둘 씩 모이니까 ‘대학분과’가 만들어지는 식이었어요. 아쉬운 것은 좀 더 많은, 좀 더 다양한 분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거예요. 그렇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보는 것이 지금 청년의 현실에서 더 필요한 도전 아닐까요? 다음 편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Q  예전에 청년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한 나라의 미래를 이끄는 집단으로 여겨졌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청년들이 측은지심의 대상으로, 여전히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에 대해 어떤 진단을 하고 있는지요?

A  서문에 ‘서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도 바뀐다’는 만화 송곳의 대사를 인용했어요. 오늘날 청년이 서 있는 공간과 과거 청년이 서 있는 공간은 전혀 다른 곳이에요. 과거와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청년들이 불쌍하고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도 청년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청년들에게 ‘힘을 내’, ‘도전을 해봐’, ‘참여해야지’ 하고 과거의 모습에 견줘 요구하기보다 이 구조, 청년들이 ‘서 있는 곳’이 과연 제대로 된 곳인지, 아니라면 이걸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아울러 바꿈 청년네트워크에서 청년문제에 제시하는 신선한 대안이 궁금합니다. 

A  우리가 만든 책은 ‘사회입문서’예요. 다시 말해 어떤 우리만의 정답이나 대안을 이야기하기보다 그걸 하기 위한 토대를 만드는 데 집중했죠. 우리 사회를 보는 다양한 시각들이 충돌하고 소통하고 조율되어야만 ‘청년들의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고 봐요. 책에도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이런 저런 대안이 담겨 있긴 합니다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이야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청년들이 우리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으로 소통하면서 정말 ‘청년의 대안’을 만들어 가는 것이 신선한 것이죠. 그래서 우리가 추구하는 대안은 ‘정답’이라기보다 ‘방법론’에 가깝습니다. 독자분들도 좋은 대안을 만드는 과정에 함께 하셔야 하고, 그 공간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이 바꿈청년네트워크의 역할이 아닌가 싶어요. 



Q  독자들, 특히 청년 친구들에게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조언을 해준다면요? 

A  가장 중요한 것은, 사서 읽어 주십시오! 하하. 농담이고요, 이 책은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정답을 담은 책이 아니예요. 동의하기 어렵거나 책보다 더 좋은 생각을 가진 독자분들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럴 때 옆에 있는 같은 청년들, 청년과 소통하기 원하는 기성세대와 토론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이 책에는 이렇게 나와 있는데 나는 생각이 달라. 이건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이 든다면 혼자만 생각하지 말고 서로 대화하고, 더 좋은 대안을 찾는 밑거름으로 삼는 것. 이것이 우리가 의도하는 바입니다. 대화할 사람, 소통할 사람이 없다면 바꿈으로 연락주세요. 바꿈은 그런 대안들, 소중한 고민들을 서로 연결하고 지원하기 위한 곳이니까요. 바꿈이 만든 ‘청년 사회입문서’의 활용법은 철저히 독자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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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알파고'에게 맡기시라

민주주의의 후퇴를 야기하는 20대 총선 공천상황

오마이뉴스 2016.3.16.


박영민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자원활동가


청년이 고시에 몰리는 건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가지고 있는 매력 때문만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문제지와 내가 채점할 수 있는 명확한 답안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붙고 떨어졌는지, 어떤 기준인지, 스펙을 아무리 쌓아도 알 수 없는 기업의 선출 과정에 지쳐 버린 탓도 있다. 16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준비한 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후보들도 이와 같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식물국회'라는 평이 무색할 정도로 19대 국회의 마지막은 뜨거웠다. 전 국민을 집중 시킨 필리버스터부터 선거구 확정까지, 20대 총선이 다가오는 것을 의식한 정당들의 초조함이 곳곳에 뿌려졌다. 마지막 장식에 박차를 가하느라 정신이 없었는지 20대 총선의 공천 상황은 아비규환이다.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후보가 결정되지 않은 지역이 많고, 상향식, 개혁을 천명한 초반의 패기와는 다르게 이번 공천과정 역시 '깜깜이 공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선거구 확정이 늦어지면서 후보를 결정할 시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대 총선의 공천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은 비단 늦은 결정뿐만은 아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통해 정치신인을 길러내고, 보다 민주적인 방식으로 후보를 선출할 것을 약속했지만 정작 국민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의 마찰이었다. 심지어 살생부, 욕설 파동으로 당내 공천과 관련한 어두운 단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상황도 심각하다. 뚜렷한 방향도 없이 선거 관련 당규의 폐지와 유권해석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위임하며 '입맛대로 공천'이라는 우려를 샀고, 이해찬을 비롯해 몇몇 후보가 당의 결정에 불복해 탈당까지 감행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근거와 기준 없는 공천으로 비판받고 있다. 또한 정청래 의원 컷오프와 관련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박영선 의원과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이 공천과정에 개입했다는 논란을 사기도 했다. 


더민주당의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생 신분의 필자가 보는 더민주당의 청년비례대표 공천상황은 처참하다. 모호한 기준과 각종 특혜 논란과 관련해 합격자 4명 중 2명이 퇴출 및 사퇴로 자리를 떠났고, 2000여 명의 당원이 공천관리위원회 위원 전원 사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성명서를 발표해 이목을 끌었다. 자신 있게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청년정치인들은 차라리 '공천고시'라도 준비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5분 면접'으로 청년정치인들에게 모욕을 준 것과는 상반되게 두 정당은 개혁공천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한 개혁은 이전 국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18대 총선 공천에서 한나라당은 현역의원의 39%를 탈락 시켰고 19대의 경우 46%였지만 20대 총선 공천의 경우 14일 기준으로 현역의원의 탈락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야당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18대 32%, 19대 37%를 기록했지만 20대 총선은 24%에 머물러 무엇이 개혁이라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힘없는 청년정치인에게 보여준 잔인함과는 달리 '최악의 국회'라 소개되는 19대 국회에 지나치게 관대한 것이다.  


국민을 대리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후보를 결정짓는 공천이 이러하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계파갈등과 '깜깜이 공천'의 반복이 1978년 단 한명의 후보로 진행된 대통령 선거를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공포감마저 느껴진다. 개혁과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두 거대 정당의 노력은 눈물겹지만 잘할 자신이 없다면 물러나야 한다. 발전은 못할 망정 후퇴를 눈앞에 두고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더 이상 그들에게 맡길 수 없다. 차라리 '알파고'에게 맡기시라,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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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이나 그 아이를 살릴 기회가 있었다

[서평] 왜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가… 인권 변호사들이 말하는 기록되지 않은 구조적인 참사

미디어오늘 2016.3.16.


전진한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이사


빌라 화장실에 3개월 동안 감금되어 있다가 사망한 신원영군(7)이 안치된 평택시 청북면 평택시립 추모 관에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원영군의 얼굴을 보니, 큰 돌덩이 하나가 가슴을 짓누른다. 과연 이 아이는 우리가 살릴 수 없었던 것인가. 우리 사회는 희망이 있는 것인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곤 한다. 


원영군이 학대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2014년 3월이다.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은 5차례에 걸쳐 원영군 가정을 현장조사 한 끝에 학대 정황을 포착했으나 관련법(아동학대 범죄에 관한 특례법)이 없어 다시 그 지옥 같은 곳으로 돌려보내야 했다. 아이는 두려움에 떨며 집으로 돌아갔고 결국 죽어서 그 집을 탈출할 수 있었다. 이는 사이코패스 부모를 만난 한 아이의 비극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민낯을 생생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원영군 사건은 2013년 10월에 발생한 울산 사건과 놀랍게 닮아 있다. 당시 이 사건 민간단체 조사 위원으로 참석했던 김수정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14일 출간된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에서 당시 참혹한 현장을 담담히 기록하고 있다. 


“여덟 살 때 사망한 아이는 계모의 폭행으로 갈비뼈 16개가 부러진 상태였고, 그 갈비뼈들이 폐를 찌른 것이 사망의 원인이었다. 계모는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폭행을 반복해 엉덩이 근육이 소멸되어 섬유화가 진행된 사실을 확인되었으며, 다리를 부러뜨리고 화상을 입히는 등 잔혹한 학대를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범죄에 관한 특례법’은 국회에서 입법화됐고 2014년 9월부터 시행됐다. 김수정 변호사는 책에서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고 그에 근거한 제도 개선안을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주체는 정부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단 한 번도 정부가 진상조사에 나선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2000년 영국에서 ‘빅토리아 클림비’ 라는 아이가 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영국정부는 15개월 동안 37명의 조사 패널을 구성해 사건 진상을 조사했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조사 패널들은 12차례 아이를 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냈고 그 결과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 가해자 부모는 종신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우리는 3년도 되지 않아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고 말았다. 기록되지 않는 참사는 곧 반복된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사회 각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감춰진 문제에 대해 담담히 기록하고 있다. 


1998년 열차 검수원이었던 A씨 등 동료들은 새마을호 열차 바퀴 축에서 6개월 동안 바퀴에서 열이 심하게 나는 축상 반열 16건을 확인한다. 그들은 노조를 통해 이 문제를 제기했으나 차량 사무소는 관련 문제제기를 외면하면서 오히려 그들을 부당하게 전환 배치했다. 그러는 사이 1998년 12월 포항을 출발해 서울로 가던 새마을 열차 차축에서 축상 반열이 원인이 돼 화재가 발생한다. 그들은 불안감에 1998년 12월 29일 철도 노조와 도시가 주최하는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폭로했다.


그들의 폭로로 수많은 승객들의 목숨을 살리는 계기가 되었지만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가혹한 징계와 전출이었다. 이 싸움을 돕던 이상희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그때만큼 미국의 법 제도가 부러운 적도 없었다. 미국은 1989년 내부고발자 보호법을 제정했는데 그 안에는 내부고발이 징계의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점만 입증해도 내부 고발자는 보호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내부고발자 A씨는 자살로 자신의 생을 마감했다. 비극적인 일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다른 제보자들은 내부고발이 인정되어 현재 검수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이외에도 의료사고, 군 가혹행위, 난민 문제, 프로야구 임수혁 선수 등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사건들을 담당 변호사들의 시각으로 차분히 기록하고 있다. 저자 8명은 모두 인권 변호사이자, 사회에 소외받은 시민들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는 변호사들이다. 망각은 곧 반복된다는 것을 뜻하며 그 반복은 나 자신에게도 언제든지 닥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사람의 사건은 이 시대의 과제이며, 우리는 그 과제를 기록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과거 한 개인의 사건으로 우리사회의 미래를 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차분히 정독할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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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꿈-새사연 공동포럼

《'버니샌더스' 돌풍과 한국 정치》



듣보잡에서 유력 미국 대선 후보자로! 버니 샌더스 돌풍


지난 3월 3일 바꿈-샌더스 공동포럼《'버니샌더스' 돌풍과 한국 정치》이 뜨거운 토론과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미국 정치의 특성부터 그 가운데 남달랐던 샌더스의 정치여정, 그리고 그의 열풍이 한국정치에 주는 시사점까지 알아보았습니다!



Q. 지난 40년 간 하나의 노선을 일관되게 주장해오고 운동가적 정치로 이를 증명해온 샌더스, 왜 한국의 민주당은 중도에 눈을 돌리는가?

    그러한 전략은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

Q. 74세 버니 샌더스에게 왜 미국의 밀레니엄 세대는 열광하는가? 힐러리가 그동안 놓친 것은 무엇인가?

   반면 흑인들은 왜 힐러리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는가.

Q. 한국은 왜 샌더스 같은 정치인을 낳지 못하는가?

...


열기는 뒤풀이까지 이어갔습니다.

새사연과 함께한 바꿈의 첫 포럼, 앞으로도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뵐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버니샌더스' 돌풍과 한국 정치》

일시: 2016년 3월 3일(목) 오후7시

■ 장소: 가톨릭청년회관 4층 바실리오홀

■ 순서

- 발표1: "버니샌더스의 정치여정과 진보정책" 정희용(새사연 이사, 도서 '버니샌더스의 정치혁명' 기획자)

- 발표2: "미국 정치의 특성과 샌더스 현상" 안병진(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
- 토론: 질의, 응답 및 열린 토론

  - 사회: 손우정(바꿈 이사, 성공회대 연구교수)

■ 자료집

20150303_정희용_버니샌더스의 정치여정과 진보정책.pdf

20150303_안병진_미국 정치의 특성과 샌더스 현상.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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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인 대학구조, 총선에서는 '외면'

20대 총선후보자들은 대학 개혁 공약을 밝혀주세요

오마이뉴스 2016.3.8.

박영민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자원활동가


'청년 공동행동'(가칭), '흙수저당', '알바당' 등 이번 총선과 관련해 청년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청년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절벽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일까.


이번 설, 집으로 내려가는 청년들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당황함을 느꼈다. '2015년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완성으로 대학등록금 부담 50% 경감'이라는 정부 광고를 KTX 좌석 등받이에서 접했기 때문이다. 대학 4학년인 필자 주위에 펼쳐지고 있는 잔인한 현실에서 저런 광고에 헛웃음만 나온다. 


얼마 전 등록금심의위원회 기간이 되자 등록금을 인하하라는 학생들의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한국장학재단 SNS에 올라온 청년 사연은 화제가 되었는데, 소득변화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국가장학금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새누리당의 19대 총선 공약이자, 여야가 합의하에 이끈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시행령은 대학회계 투명화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등록금이 인하될 것이라 기대되었다. 2012년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대학회계투명성만 높여도 등록금을 15~30%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작년 9월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회계 관련 법안 5개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1개 이상의 법 규정을 지키지 않은 학교는 97.3%에 달했다. 하지만 실제 정부의 권고대로 대학 스스로가 밝힌 적발 건수는 4년제 대학 기준 10.9%에 불과했고 5개 규정을 모두 준수한 대학은 단 4곳뿐이었다.


등록금 문제의 화두였던 적립금 논란 역시 교육부의 불성실한 태도에 보답하듯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여야는 본 법안을 통해 지나치게 많은 이월금(적립금)을 보유하는 대학에 대해 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대학교육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2009년부터 4년 새 전국 165개 사립대학의 적립금은 15.7%, 1조 1091억 원이 증가했다. 재단이 적립금을 쌓아두고 등록금을 인하하지 않아도 빠져나갈 구멍은 곳곳에 존재한다. 


적립금은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처가 엄정히 분류된다. 즉, 해당 목적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다. 물론 그리 복잡하지 않은 절차를 통해 사용목적을 변경할 수 있지만 기부금의 경우 기부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는 적립금을 이용해 등록금을 인하하라는 학생들의 요구에 학교 측이 핑계를 대는 '구멍'이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사용목적을 변경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요구 앞에서는 '쓰고 싶다고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화되어가는 학교로부터 학생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교육부는 결국 청년을 외면했다. 뽑아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다는 국회도 허울뿐인 법안을 던져놓고 사라졌다. 어떠한 보호막도 남아있지 않은 청년들은 직접 나서는 것 이외에는 방법을 찾을 수 없다. 물론 청년은 한 순간도 '가만히 있으라'에 동조하지 않았다. 수원대, 상지대, 동국대 사태 등 교육부나 국회도 눈을 돌린 재단비리에 대해 정면으로 맞선 이들은 분명 학생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싸늘하다. 투신선언, 50일 단식 등 목숨을 건 학생들의 싸움은 끝나지도, 이기지도 못했다. 이들의 싸움은 언제나 맨 땅에 헤딩하기였다. 관련 법규도, 판결도, 정부의 중재도 없는 상황에서 거대한 학교를 이기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뿐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는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다. 더 이상 포기할 것도 없는 'N포 세대'의 움직임을 보면서 각성해야 한다.     


이제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청년들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대학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중요한 영역이지만, 공약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 정치인들은 청년들을 이용해 자랑하기 바쁘지만, 절망적인 대학구조에는 눈을 감고 있다. 매우 이중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20대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대학개혁과 관련해 공약과 실천의지를 발표해야 한다. 이제 감성적으로만 청년들에게 표를 요구하지 말고, 대학구조와 관련된 구체적인 공약을 보고 싶다. 총선이 대학을 외면할 때, 우리 청년들의 삶은 점점 황폐화 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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