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출신, 토익 점수도 별로, 취미도 특기도 없는 만년 취준생 구직남. 그는 서류전형 한 번 통과해보지 못하고 계속되는 불합격과 좌절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이 취준생 구직남이 국내 굴지의 기업에 붙어 버렸습니다. 그 동안 고생하신 부모님 생각, 가정형편 그리고 무엇보다 높은 연봉과 엄청난 직원복지에 그는 감탄합니다. “여기가 바로 신의 직장이구나.” 하지만 구직남은 우연치 않게 회사의 엄청난 부조리를 목격하고 맙니다. 그는 이제 내부고발을 할 것인가, 아니면 조용히 살 것인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직장내 부조리, 우리의 선택은 “참는다. 모른척한다.” 



국제투명성기구(IT)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는 100점 만점에 54점으로 세계 180개국 중에 52위 수준입니다. 부패지수가 70점은 넘어야 사회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라고 하는데 한국은 50점대로 절대 부패에서 겨우 벗어난 상태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부패 지수를 반영하듯 실제 직장 내 부정부패 사례는 매일 뉴스로도 접할 수 있습니다. 금융권에 있는 한 회사는 자신의 자녀 면접에 임원인 아버지가 직접 들어가 채용할 정도로 정도와 상식을 뛰어넘었다고 합니다. 사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강원랜드와 같은 대규모 채용비리는 공공기관 전반에 걸쳐 만연하다고 합니다. 부정 사례도 규정 외 가산점, 성별 또는 대학차별, 면접일자 변경, 점수조작 등 다양하다고 합니다. 


직장 내 부조리도 많습니다. 모 항공사 총수 일가의 갑질처럼 인권모독에 가까운 갑질은 도무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또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직장 내 성희롱과 성차별까지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당사자 또는 주변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어쩌다 슈퍼맨이 된 사람들의 비애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무려 100명의 환자가 C형 간염에 걸린 사실을 신고한 두 명의 간호조무사가 있습니다. 이 두 명의 공익제보자 덕분에 의료법이 개정되고 C형 간염의 체계적인 관리와 대책이 마련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두명의 간호조무사는 병원의 회유와 협박을 받고 신분이 노출돼 결국 권고사직을 당하였습니다.


장애인 거주시설의 횡령과 폭행을 제보한 선생님이 있습니다. 이 제보로 시설은 폐쇄되었고, 관련자는 형사고발, 재단 임원은 해임 되었습니다. 한 선생님의 용기로 장애인 인권침해가 막아졌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해고되었고 부당해고 판결로 복직되었지만, 직장 내 따돌림과 근무 차별 등의 보복 조치를 당했습니다.


이처럼 직장 내 수많은 부조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해결을 위한 의도로 제보하는 경우 이른바 ‘내부고발’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이런 내부고발은 물론 법적으로 보호받게 되어있지만 아직 법안이 미비하고 직장에서 어떻게든 색출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문제에 대해 쉬쉬하며 암묵적으로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심지어 피해자의 태도를 오히려 질타하거나 집단 따돌림을 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직장갑질119의 <직장 내 불합리한 대우 시 대처방법> 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부당 대우 시 대처방법에 대해 참거나 모른척한다는 의견이 조사자들의 과반수를 넘기는 53.6%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 문제는 알고 있고, 그 해결책도 알고 있지만 하겠다는 사람보다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더 많은 셈입니다. 


우리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세상을 바꾸는 연극, 시민이 쓰는 연극”



지난 9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청년허브에서 이러한 직장 내 문제들을 연극으로 고발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극단99도, 빠띠는 “세상을 바꾸는 연극, 시민이 만드는 연극” 이라는 주제의 행사를 열어 앞서 말한 구직남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보여주고, 연극 후반부를 시민들이 직접 연출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이 선택한 연극은 11월 말에서 12월 초, 반부패 주간에 실제 창작 연극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우선 참가한 50명의 시민들은 자신들이 직장에서 당한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시민들은 직접 직장 내 문제를 고발하는 연극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연극의 주요 내용으로는 본인이 제과회사에서 최종면접에서 뽑힌 사람이 면접관의 지인이었던 사례, 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복장불량을 지적하며 치마를 들치거나, 부모님 욕을 하는 등 성희롱과 언어폭력을 남발하는 사례, 그리고 직장상사가 주인공에게 부당하게 초과근무를 강요하는 스토리, 직쟁 내 불만을 주변 지인에게 토로하지만 “그건 힘든 게 아니다. 당연한 것이다.” 라는 부당한 조직문화에 순응하는 사회적 모순 등의 내용 등이 연극으로 연출되었습니다. 


가장 많은 득표수를 얻은 시민연극의 주제는 직장상사라는 이유로 과도한 업무 몰아주기를 하는 직장 내 갑질이었습니다. 본 행사에 참가한 김기홍씨는 “대학교 4학년이라 곧 취업 전선에 나갈 텐데 앞으로 겪게 될 직장, 사회생활에서 갑질 등의 부조리가 없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제도나 사회적 인식개선이 있으면 좋겠다.” 라며 참가 소감을 밝혔습니다.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사회초년생 때 다녔던 기관에서 명절이면 원장님 댁에 명절선물을 사다 드리는 것은 각자 챙기게 했어요. 예산을 결정하는 시기에는 상품권을 공무원에게 전달하는 것은 관행이었어요. 시골이었고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었고 얼른 이 기관을 나가서 그 꼴을 안보고 싶었어요, 이00(34)

일하던 가게에서 실장이 사원들한테 “커피는 예쁜 여자가 타야 맛있고, 술은 몸 좋은 여자가 따라야 맛있다.” 혹은 “화장 안하는 편인데 여자는 나이 먹으면 추해지고 보기 싫어지니 화장은 필수고 예의다.” 처음에는 무시했는데 점점 수위가 올라가고 터치도 시작하는걸 보고 덤볐다가 그만두게 되었어요. _심00(30대)

과거 중소기업에 근무할 때 제품이 불량이란 이유로 납품한 회사로 직접 찾아가서 불량제품을 하루 종일 골라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_황00(30)

직장 내 부조리, 주요 타켓은 청년

바꿈,세상을바꾸는꿈에서 직장 내 다양한 문제들을 취합하면서 나온 사례들입니다. 이 외에도 취업비리, 갑질, 성희롱 등 여러 문제들이 청년들로부터 나왔습니다. 실제 이런 부조리들은 잊을만하면 뉴스에서 다뤄질 정도로 흔한 일입니다. 문제는 이런 직장 내 부조리의 피해가 사회적 약자인 청년들에게 대부분 집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취업비리 입니다. 올해 2월 KEB하나·광주·부산은행 모두 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이유도 다양합니다. 출신학교 차별, 임직원 친인척 채용은 물론이고 심지어 임직원인 아버지가 딸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경우도 드러났습니다. 

사기업 뿐 아니라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더욱 심각합니다. 정부가 지난 1월 공공기관 채용 비리 사례를 조사한 결과, 무려 80%인 946개 기관에서 4,788건의 채용 비리가 적발되었다고 합니다. 내용도 각양각색입니다. 채용계획 변경, 사전에 미리 선발자를 내정하는 것과 같은 절차 무시, 면접조작, 서류나 필기 등의 점수 조작 등입니다. 대표적인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강원랜드입니다. 올 초 문제가 드러나 청와대가 조사에 들어갔고 부정합격 혐의가 확인된 강원랜드 직원 226명이 면직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어렵게 직장에 들어가도 문제는 끝나지 않습니다. 직장 내 갑질과 성희롱도 비일비재 합니다. 공식 업무 외 사적 업무를 시킨다거나, 보고서나 아이디어를 가져가거나, 최근 논란이 된 대한항공처럼 심각한 언어폭력과 인격모독도 심각합니다. 갑질 사례가 대표적인 경우는 교수와 대학원생이 일방적, 수직적 구도를 이루고 있는 학계입니다. 과거 논란이 된 인분교수처럼 대학원생의 향후 진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교수의 갑질은 여러 차례 문제가 된 바 있습니다. 바꿈의 사례 모집 중에서도 “교수가 자기 아들이 축구선수 메시를 좋아한다고 그 옷을 사달라고 시켰다.” 라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또 직장 내에서 성범죄는 대부분 비정규직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실제 검찰청에 따르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는 2014년 449건에서 2016년 545건으로 늘었습니다. 검찰청에 신고 된 기준으로만 봐도 쉬는 날을 제외하고 순수 업무일로 따지면 하루 2번꼴로 우월적 성범죄가 발생한 셈입니다. 이들의 대부분은 역시 청년들 입니다.

직장내 문제, 청년들의 대응은 “참고 견딘다.”

“아무래도 취업이 어렵고 간신히 얻은 기회인데 놓치기도 아쉽고, 들어가서 이렇게 나가버리면 다른 사람 눈치도 있고, 커리어에도 안 좋을 것 같아요.” _유00(25) 

더 큰 문제는 이런 문제에 대한 청년들의 대응은 대부분 “참고 견딘다.” 는 것입니다. 

원인은 높은 실업률과 비정규직 입니다, 올해 3월 청년(15~29세) 공식 실업률은 11.6%입니다 그러나 단기 알바, 공시생 등 실질적 실업상태인 청년들을 합칠 경우 24%에 이릅니다. 청년 100명중 24명은 일을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나머지 일을 하는 청년들은 행복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8월 기준 청년층(15∼29세) 임금근로자 35.7%가 비정규직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60세 미만 노동자 가운데 유일하게 청년층만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일을 못하는 청년,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청년 그리고 일을 구해도 직장 내 여러 갑질에 시달리는 청년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할까요?

청년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고 풀 새로운 방향 전환이 필요해

총수 일가의 갑질이 도를 넘은 대한항공은 조현민 전 부사장 갑질을 계기로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언론과 사회적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이들 중 일부는 얼굴을 가리고 직접 행동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아시아나 항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무능한 경영진으로 인해 벌어진 기내식 대란, 자신의 딸을 이사로 삼고 별거 아닌 것처럼 말하는 총수의 부도덕 및 각종 문제에 대한 이슈가 커지고 있습니다. 

직장 내 여러 문제들이 이슈화되는 경우, 공통점은 바로 SNS입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노동자들이 만든 익명 단톡방은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오고가며 다양한 문제들이 고발되었습니다. 지난해 출범한 직장 갑질 119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노무사·변호사·노동전문가 등 200여명이 모여서 단톡방을 중심으로 갑질 사례를 받고 상담하는 이곳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직장 내 문제에 적극 대응하는 노동조합 역시 새로운 방식으로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들을 공유하고 함께 나누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즉 이제는 시민들이 직접 전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의제가 만들어지고 이슈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 필요한 것은 바로 시민들이 직접 이야기하고 토론할 ‘공론장’입니다. 

특히 바꿈,세상을바꾸는꿈은 7일 기획한 “연극으로 바꾸는 세상, 시민이 만드는 연극”은 직장 내 여러 문제를 공유하고 대안을 연극으로 풀어내는 새로운 공론장 기획 중 하나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우리 사회 여러 문제들을 연극으로 풀어내기 위해 노력 중인 청년극단 ‘극단99도’ 민주주의 온라인 플랫폼 ‘빠띠’가 함께합니다. 직장에서 겪는 청년들의 여러 이야기를 오는 7일 청년허브에서 모여서 풀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11월 말에서 12월 초 반부패주간에 실제 창작연극으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참가신청하기 : https://goo.gl/B1TDFN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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