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얼짱’ 공천, 청년의 미래는 어둡다

한겨레 2016.2.25.


박영민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자원활동가


“남북관계만 풀리면….”

벌써 몇 해째 스스로를 다독이며 학문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전공을 바꿔야 하는 건지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나는 동국대 북한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이다. 남북관계가 최악인 이 시점에 취업이란 말은 잔인하게만 들린다. 남들은 비전이 있다고 얘기하지만 먼 얘기일 뿐이다. 얼마 전 학과 졸업식의 졸업생은 총 5명. 그중 네 명은 대학원에 진학했고 한 명의 소식은 알 수 없다. 최근 3~4년 사이 전공을 살려 취업에 성공했다고 소식을 전한 선배는 단 한 명, 학과에 길이 남을 전설 같은 이야기이다. 3~4학년 중 절반 이상이 서울 노량진에서 정모(정기모임)를 하는 상황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은 첫 취업을 하기까지 정규교육 외에 평균 1.2년을 할애한다. 또한 2015년 취업 전문업체인 잡서치 등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 비해 1년 이상 장기구직자는 1.6배 늘어났고 구직자들의 눈높이는 약 3분의 1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눈을 낮추고 1년 이상의 시간을 들일 의사가 있어도 취업의 문턱은 결코 낮아지지 않는다. 앞의 고용정보원 자료는 구직자가 취업에 들이는 비용이 평균 510만원이라고 발표했는데, 이 역시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한다.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뿐만 아니라 경제적 능력까지 필요한 것이다.


청년들의 현실은 암울한데, 정부는 헛발질만 한다. 청년들의 취업을 미끼로 부모 세대의 마음을 졸이게 하는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것도 모자라 말뿐인 청년정책으로 세금을 낭비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정부의 청년일자리 정책은 2015년 감사원 감사를 통해 많은 지적을 받았다. 직접일자리 사업의 참가자 중 1년 이상 고용이 유지된 이는 15.2%에 불과하고, 전체 취업자 증가율은 6.28%인 것에 비해 청년의 경우 2.71%에 불과하다. 중소기업과 연계한 청년취업대책 역시 정부의 대대적인 광고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다. 정부가 효율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을 남발할 때 청년들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정부가 1조원이 넘는 세금을 어딘가에 쏟고 있을 때 청년은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며 ‘일단 알바라도…’라고 한숨을 쉰다. 또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청년수당으로 싸우고 있을 때 청년은 떼인 수당을 받기 위해 사업주와 씨름한다.


20대 국회에서도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예비후보자 1426명 중 20~30대 후보는 56명(3.9%)이다. 이들이 모두 공천을 받을 수도 없고, 기존 정치인에 비해 인지도가 낮아 당선 확률도 낮을 수밖에 없다. 여야가 20대 국회 비례대표 당선권에 배정한 청년은 고작 1~2명이라고 한다. 도대체 20대 국회에서는 누가 우리를 위해 일할지 묻고 싶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정치권이 청년을 ‘소비’하는 방식이다. 당내의 청년위원회 주요 활동은 소위 ‘얼굴마담’ 혹은 ‘선거동원’뿐이라고 한다. 청년 정치인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실력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얼짱, 스타성, 패기 등의 단어가 언론을 어지럽게 장악하고 있다. 희망차게 기대하고 싶지만 만만치 않은 미래일 것이다. 작은 희망의 단서라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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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지식인·청년 집담회…‘무능한 야당’ 신랄한 비판


한겨레 2015.12.16.


“고만고만한 사람이 경쟁하다 갈라져”

“새정치가 기본적인 신뢰를 받지 못해”

“정권 아닌 정치권 심판론이 위력 발휘” 


“새정치민주연합 토론회를 가면 사회적 문제에 대해 ‘어떻게 이길 것이냐’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 토론회를 가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더라. 후자의 고민을 하는 게 선거에서 이기지 않겠나.”(이관후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15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세교연구소 회의실은 30여명의 시민사회·지식인·청년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달아올랐다. 시민사회 인사들의 모임인 ‘세상나눔’에서 ‘국가 위기, 분노와 좌절, 그리고 시민의 역할’이란 주제로 진행한 집담회였다. 백승헌 ‘바꿈’ 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집담회에선 박근혜 정부 아래의 ‘정치 실종’과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흔들리고 있는 야권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한 반성과 모색도 이뤄졌다. 


“문재인, 안철수 모두 고만고만한 사람이 고만고만한 경쟁을 하다가 갈라진 상황이다.”(정대화 상지대 교수), “안철수 의원이 대안세력이라는 것에, 문재인 대표가 국가운영의 능력을 갖췄다는 것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야권과 시민사회의 실력이 안 되는 것 아닌가 싶다.”(정현곤 사단법인 시민 이사) 


집담회에 모인 인사들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흔들리는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에 대해 리더십 문제보다 ‘문제 해결 능력’과 ‘신뢰’, ‘실력’이 부재한 실태에 초점을 맞췄다. 최영찬 서울대 교수는 “국민들이 정치에 바라는 건 문제 해결 능력과 믿음이다”라고 말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다 폐기하는 과정에서 야당이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은 게 없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좌클릭·우클릭이 문제가 아니라 야당이 기본적인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은 “최근 문재인·안철수 두분 모두 지지율이 올라갔다고 한다. 두 사람이 의제나 시대적 패러다임을 두고 싸움을 벌였으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무능한 야당’이 정권심판론 대신 정치권 심판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반사이익을 기다리는 것 이상의 전략과 정치적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거대 야당이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에 정권보다 야당이 더 미워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는 (정권심판론이 아닌) 정치권 심판론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토양이다.”(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보스정치의 시대가 사라졌는데 계파만 남았다. ‘분당하면 누가누가 따라 나간다’며 여전히 ‘보스’ 따라다니기에 바쁘다. 이런 ‘빠문화’가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부른다.”(최영찬 서울대 교수) 


무기력한 야당의 원인으로 ‘486그룹’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정현곤 이사는 “486 의원들은 대학 때 의식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고, 최영찬 교수는 “정치권에 들어간 486들은 민주화 운동에서 큰 역할을 했지만, (국회 입성이라는) 복권만 탔지,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세대를 대변하지 못한 ‘안철수 현상’에 대한 반성도 이어졌다. 안철수 의원이 2014년 독자 창당 추진 당시 새정치추진위원회 추진위원을 맡았던 최유진씨는 “안철수 현상과 새정치는 미래세대를 대변하는 정치였어야 한다. 근데 (안 의원이) 대선주자로서 민주화 세대의 대표가 되려는 순간 안철수 현상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담회를 끝낸 참석자들은 “정치권이 아무리 실망스럽더라도, 정치가 소수 정치인의 전유물이 되도록 놓아둘 수는 없다”며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정부와 여당은 비상한 국가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국정 방향을 일대전환해야 한다”, “야당이 국민에게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가치와 비전·리더십·문화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정치, 사회적 상황에 대해 정치권 이외의 시민운동과 지식인 사회 역시 반성해야 한다. 시민이 함께하는 정치개혁에 나서야 할 때다”라는 세가지 호소를 17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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