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는 공론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수능위주전형 비율 확대 ▲중장기적으로 절대평가 과목 확대 ▲공정하고 투명한 입시제도,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입시제도 지지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공론화위원회는 “결과에 대한 수용도가 높으며, 공론화 과정이 생각을 정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라고 본 공론화를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대입제도개편 결과와 시민들의 수용성과 별개로 본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에 ▲의제 설정의 적절성 ▲공론화 설계 모형 검토 ▲공론화 대상과 규모 등 다양한 논의 지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이후 우리 사회 주요의제에 시민참여를 통한 공론화 과정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평가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할 평가 토론회는 사실상 전무한 형편입니다.

이에 한국형 공론화 네트워크는 대입제도개편 공론화 설계와 진행과정을 평가하고 향후 공론화 방향에 대한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한국형 공론화 네트워크는 공론화와 관련된 정부, 기관, 학계, 시민사회 등이 함께 모여 구성한 네트워크로서 대입제도 공론화를 평가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우리 사회 공론장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본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참가신청하기 : https://goo.gl/gFQYEf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시민 참여단 활동은 이번 주 토요일에 1차 숙의 토론회가 진행되고, 그 다다음 주 주말에 2박 3일 일정으로 2차 숙의 토론회가 진행됩니다. 모두 참석 가능하시지요?” 

“네.” 

“온라인으로 진행된 사전 교육 모두 수료하시고 토론회도 모두 참석하시면 사례금으로 65만 원이 지급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대학입시제도대편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으로 선정되다.

모든 것은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인터넷 강국이요 SNS 선진국이라고는 하지만, 정부의 모든 공식적인 대민 업무란 얼굴을 마주보고 접촉하는 대면 접촉 혹은 유무선 통화로 접근하는 ARS 응답을 벗어나지 못한다. 때는 지난 6월 중순경. 설거지를 하는 엄니를 대신해 전화를 받았다. 왜 내가 받았을까. 모르겠다. 모든 소설 같은 일에는 약간의 우연이 섞이기 마련이다. “안녕하세요?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위원회입니다. 전화 받아주셔서 감사하고요, 지금 통화 괜찮으세요?” 나는 막 밖에서 들어와 옷을 홀딱 벗고 소파에 드러누워 허벅지를 박박 긁으며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친절했지만 무척이나 촉박했기에,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귀를 스마트폰에 바짝 갖다 댔다. 그 말투나 억양이 적어도 누군가의 등을 맛있게 떠먹으려는 살기가 느껴지지는 않았기에 나 역시 반 박자 빠른 속도로 “괜찮습니다! 말씀하세요!”라고 대답했다. 사실 이 전화기는 제 것이 아니라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우리 엄니 전화기인데요, 라고 말하려다가 그냥 말았다. 상담원 선생님은 맹렬한 기세로 준비된 멘트를 읊기 시작했다. 

“축하드립니다! 선생님은 대입 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위원회 시민 참여단의 예비 모집자로 선정되셨습니다!” 

이윽고 내 정치 성향과 연령대, ‘대입 제도’에 대한 의견 등을 묻는 간략한 설문 조사가 이어졌다. 상담원 선생님은 앞만 바라보며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냈다. 그가 하루 과업을 조금이라 빨리 마칠 수 있도록 나 역시 신속하고 적확하게 답변을 뱉어냈다. 내가 기억하는 질문은 이런 것들이다. 

“원내 정당 중 지지하는 정당이 있습니까?” “선생님께서는 현행 입시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선생님께서는 대입 제도가 개편된다면 가장 시급히 고쳐야 할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대입 제도 개편을 찬성하신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내 대답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상담원 선생님은 모든 질문을 다 던진 뒤 “정말 운이 좋으십니다. 선생님께서는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위원회로부터 시민 참여단 예비 명단으로 선발되셨고요. 최종 선발이 종료되면 7월 초쯤 다시 연락이 갈 예정이니까 꼭 전화를 받아주세요. 정말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게 연거푸 ‘운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렇게 나는, ‘4000만 분의 2만’의 확률로 걸려온 이 행운의 전화를 끊었다. 7월 10일 한 차례 더 전화가 걸려왔고 다음날 참석을 재차 독려하는 당부 연락이 한 번 더 왔다. 다시, ‘2만 분의 550’의 확률로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나는 꼭 참석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대답했다. 전화기 너머의 상대방은 웃었다. 

“그리고 행사 당일 오전에는 외부 언론사에서 촬영도 하고 인터뷰도 할 수 있습니다. 얼굴은 가급적 측면부만 촬영하도록 사전에 협조해놓겠습니다. 혹시라도 언론에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시면, 미리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고가는 길에 사고가 나면 보상금을 지원해드리기 위해 여행자 보험에 가입시켜드리겠습니다. 주민번호 열한 자리를 불러주시면 감사하겠고, 혹시라도 주민번호 노출을 원하지 않으시다면 그냥 생년월일만 불러주세요.” 

나는 언론에 내 얼굴이 나와도 괜찮고, 주민번호 11자리도 얼마든지 불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정도 사기극이라면 한 번쯤 속아 넘어가 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전화를 끊었고 2할, 아니 1할쯤 되는 책임감을 안고 첫 번째 숙의 토론회를 기다렸다. 그리고 토론회가 열린 토요일이 됐다. 


7월 14일 토요일 08:34

오랜만에 서울역에 왔다. 세종대 국제컨벤션센터로 향하는 셔틀 버스는 서울역 앞 광장이 아니라 역 뒤편에 서 있었다. 지하철 1호선 출입구로 따지자면, 2번 출구 쪽이 아니라 3번 출구 쪽. 토요일 아침 댓바람부터 이 삭막하고 황량한 구도심에 서 있다니. 

550명의 시민 참여단 중 수도권과 제주도, 강원도에 거주하는 사람은 서울에서, 영남권과 호남권에서 사는 사람은 각각 부산과 광주에서, 그리고 중부권에 거주하는 시민 참여단은 대전에서 토론회를 진행한다. 서울과 광주 토론회는 7월 14일 토요일에 각각 세종대 국제컨벤션센터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부산과 대전 토론회는 7월 15일 일요일에 각각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과 KT대전인재개발원에서 열린다. 김포에 거주하는 나는 세종대로 향했다.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시민 참여단을 세종대로 ‘이송’하기 위해 셔틀버스 여러 대가 투입됐다. 나는 서울역 출발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8시 50분에 출발하니 반드시 8시 40분까지는 도착하라는 문자가 행사 전 이틀간 세 통 정도 왔다. 문자 메시지에는 ‘인솔자’라는 정체불명의 직책명이 적혀 있었고 심지어 휴대전화 번호까지 나와 있었다. 나는 시민 참여단 이송을 책임지는 고위직 공무원들의 번호가 아닐까, 적어도 주무관쯤은 되겠거니 했는데 막상 집결 장소에 도착해보니 버스 앞에는 앳된 얼굴을 한 잘생긴 청년 두 명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참여단들의 신상을 확인하고 버스에 탑승시키고 있었다. 다 합쳐 4일 참석해 65만 원을 받는 나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꿀알바를 찾은 두 청년을 응원하며 버스에 올랐다. 

청년 알바생이 들고 있는 인원 명부를 슬쩍 보니 내 이름 옆에는 ‘30~39세’라고 적혀 있었다. 550명의 시민 참여단 중 ‘30~39세’ 그룹은 몇 명이나 될까? 가보면 알 것이다. 버스 좌석은 이미 절반 정도 차 있었다. 대다수가 40대 이상의 어른들이었다. 60대를 훌쩍 넘긴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있었다. 나 말고 다른 시민 참여단의 모습을 실물로 영접하자 내가 정말 550명에 뽑혔구나, 라고 실감했다. 


09:29

나는 이날 처음으로 세종대가 강남 송파구에 위치한다는 것을 알았다. 꾸벅꾸벅 졸다 깨니 캠퍼스 안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터덜터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스태프’라고 크게 적힌 노란 조끼를 입은 청년들이 우리를 안내했는데, 나는 알바생들이 입은 그 노란색 조끼가 너무 탐이 났다. 한 벌 남으면 달라고 해야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씩씩하게 걸었다. 

‘광개토홀’이라고도 불리는 국제컨벤션센터 입구에는 무언가를 열성적으로 나눠주며 피켓 시위를 하는 어른들이 서 있었다. 그들이 나눠준 종이에는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위에는 “대입숙의에 참여하시는 시민들께 보냅니다”라는 글자가 바탕체로 적혀 있었다. 나는 고이 접어 책자에 가방에 넣었다. 

지하 2층에 내려가자 정장을 입은 직원들이 우리를 강당 안으로 몰았다. 강당 입구 앞에 설치된 임시 접수창구에서 공무원으로 보이는 남자로부터 내가 속한 조 번호가 xx번이라는 것을 듣고 기념품을 수령했다. 흔하디흔한 에코백 한 장과 싸구려 볼펜 한 자루였다. 나는 에코백을 곱게 접어 가방에 넣었다. 

강당 안에는 1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이 여러 개 펼쳐져 있었다. 이미 많은 참여단에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 원형 테이블 하나가 한 조다. 어떤 테이블은 어색한 공기 속에서 생판 처음 보는 남과 탐색전을 벌이고 있었고(우리 테이블!), 어떤 테이블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미 열띤 토론을 시작했다. 

내가 속한 xx조 테이블에는 남자 두 명이 앉아 있었는데 한 명은 5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누가 봐도 ‘꼰대’ 티가 나는 중년 사내였고, 한 명은 내 또래로 보이는 무척이나 순해 보이는 한마디로 만만해 보이는 청년이었다. 몇 사람이 더 올 때까지 나는 준비된 자료집만 뒤적거리며 침묵을 지켰다. 


공론화란?

특정한 공공정책 사안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입장과 이해관계를 깊이 있게 잘 살피며 민주적으로 해당 사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숙의자료집” 중에서

자료집에 적힌 ‘공론화’에 대한 정의다. 65만 원에 눈이 멀어 날름 신청했는데, 글쎄 과연 내가 그 값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왠지 말이 무척 많을 것 같은 50대 중년 사내는 여차하면 말을 걸어버릴 테다, 라는 태도로 이리저리 시선을 던지며 자꾸만 나와 순둥이 청년을 바라봤다. 다행히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중년 사내가 우리 테이블에 앉자 자연스럽게 두 중년 사내끼리 말을 섞기 시작했다. 물론 ‘꼰대’ 티가 나는 사내가 훨씬 더 많은 말을 했다(오후 5시 행사가 끝날 때까지 가장 많은 말을 한 사람은 단연 이 ‘꼰대’ 아저씨다). 


10:20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고 나왔다. 통통한 체격의 여자였는데, 진보 성향 단체의 임원이었다. 몇 분 뒤엔 이른바 ‘모더레이터’라는, 이번 숙의 토론회의 두 번째 꿀알바 집단이 우르르 장내로 들어와 각자가 담당하는 조별 테이블로 이동했다. 사회자가 오늘 일정의 대강을 설명하는 동안, 모더레이터들은 원형 테이블의 빈자리에 조용히 앉아 잔뜩 가져온 짐을 뒤적거렸다. 

이윽고, 오늘 언론으로부터 가장 많은 사진이 찍힌, 바꿔 말하면 언론 취재진들이 이곳에 온 이유이기도 한 ‘임석상관’ 김영란 전 대법관이 입장했다. 그는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위원회의 위원장이다. 김영란 위원장 뒤로 위원들이 졸졸 따라다녔다.

“그럼 본격적으로 토론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국기에 대해 예를 표하는 순서를 갖겠습니다. 장내에 계신 모든 분께서는 일어나주십시오.”

‘아니, 아직도 이런 전근대적이고 권위적이며 만고의 쓸데없는 짓(국기에 대한 경례)을 하는구나!’ 나는 예비군 훈련장에서나 하는 건 줄 알았던 이 오래된 의식을 따분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애국가 1절을 ‘시간 관계로 생략’한 뒤 김영란 위원장이 앞으로 나와 축사를 했다. 

“여러분, 정말 정말 보고 싶었습니다!” 

이 멘트 말고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음으로 550명의 시민참여단을 대표하는 9인의 참여단이 단상에 올라가 김영란 위원장과 악수도 하고 사진도 찍고 위촉장도 받았다. ‘아, 대한민국에서 국가가 주관하는 모든 행사는 이렇게 진행될 수밖에 없구나!’ 예비군 5년차인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노고에 깊이 탄복했다. 


10:45

장학사의 진행으로 간단한 설문조사가 진행되었다. 대입 제도 전반에 관한 의견을 묻는 설문이었고, 이번 1~2차 숙의 토론회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할 안건, 즉 ‘공론화 범위’에 대한 질문들이었다. “숙의자료집”이 제시하는 공론화 의제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

<공론화 범위>

1. 선발 방법의 비율

① 학생부위주전형(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수능위주전형 간 비율 검토

②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의 활용 여부 

2. 수능 평가방법 : (1안) 전과목 절대평가 전환, (2안) 상대평가 유지 원칙 

-“숙의자료집” 중에서


간단히 이야기하면 이렇다.

첫째, 정시와 수시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가. 

둘째, 수능을 절대평가로 할 것인가 상대평가로 할 것인가. 

셋째, 대학이 수험생들에게 수능 최저등급을 요구하는 것을 강제로 막을 것인가 허용할 것인가. 

시민 참여단은, 이 세 가지 의제에 관한 의견을 정리해 공론화위원회에 제출할 것이다. 그 ‘의견’이 향후 교육 정책 및 대입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모른다. ‘의견을 정리하는 방식’은 설문조사다. 공론화위원회는 시민 참여단을 대상으로 위 세 가지 의제에 대한 동일한 질문을 세 번 반복한다. 공론화 활동(1차 및 2차 숙의 토론회)이 진행됨에 따라 참여단의 생각이 어떻게 변하는지 파악하려는 의도다.

지금 하고 있는 설문이 첫 번째고, 다다음주 2박 3일 2차 숙의 토론회에서 첫날과 마지막 날 각각 두 번째와 세 번째 설문을 진행했다. 총 3회 설문의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는지, 혹은 변화가 있는지 없는지 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 


11:20 

설문이 끝난 뒤 잠깐 짬을 이용해 ‘신나고 즐거운’ 자기 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모더레이터가 진행했다. 우리 조는 50대 아저씨 두 명, 20대 여자 대학생 한 명, 30대 후반 유부남 한 명, 40대 아저씨 한 명, 60대 할머니 한 명, 50대 아주머니 한 명, 그리고 30대 미혼자인 남자인 나 이렇게 총 8명이 뭉쳤다. 

50대 아저씨 두 명 중 한 명은 자영업자였고 나머지 한 명은 안전 관련 공사에서 일한다. 20대 여자 대학생은 자리에 앉자마자 펜을 들고 자료집을 정독할 정도로 토론회에 진지하게 임했다. 30대 후반 유부남은 치과 의사였는데 사례금이 있다고 하길래 덥석 신청했다고 한다. 40대 아저씨(사실 50대 같기도 하다)는 ‘대기업’ 건설회사에 다닌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50대 아주머니는 강원도에 오셨고 입시를 앞둔 자녀를 두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시간이 없었던 관계로(내가 꼴찌로 소개했다) ‘김포 거주, 32세, 미혼, 회사원’ 딱 이렇게 네 단어만을 조합해 3초 만에 소개를 끝냈다.

이어서 곧바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1교시는 “공론화의 이해와 시민 참여단의 역할”, 2교시는 “대입제도의 이해”였다. 각각 25분과 45분이 배정되었는데, 이 시간은 참여단의 질의응답까지 포함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발제자들은 말 그대로 숨이 넘어갈 정도로 급박하게 발표 자료를 읽었다. 

점심으로는 도시락을 먹었다. 칠리 새우 한 마리, 소불고기 조금, 치킨 텐더 한 조각, 계란찜 한 조각, 닭날개 한 조각이 들어 있었다. 맛은 그저 그랬다. 그래도 공짜밥이니만큼 야무지게 맛있게 먹어줬다. 식사를 마치고 양치를 하러 화장실에 갔다. 자리에 돌아와 보니 우리의 TMT 아저씨께서 장광설을 하며 대화를 주도하고 있었다. “아이구, 말씀을 참 잘하시네요.” 60대 할머니가 그를 칭찬하자, 그는 겸연쩍게 웃으며 “아무도 말을 안 하니까 제가 그냥 나선 거죠 뭘” 하고 응수했다. “하핫!” 멋쩍은 웃음까지 더해져 그의 꼰대로서의 풍모는 가일층 웅장해졌다. 과연! 사람을 알아보는 내 식견이란! 나는 나 자신에게 감탄했다.


13:30

식사 후 본격적인 순서, 즉 이번 숙의 토론회에서 치열한 논쟁을 촉발할 네 가지 의제가 역순으로 발표되었다. 4번 의제, 3번 의제, 2번 의제, 1번 의제. 각각의 의제는 현행 입시 제도에 관한 서로 다른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고 당연히 그 해결책 역시 저마다 완전히 달랐다.

여기서 각각의 의제가 주장하는 바를 요약하고 정리하고 평가하고 분석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것 같다. 결코 귀찮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늘 의제 발표 후 진행된 조별 토론에서 나온 의견들을 맥락 없이 죽 열거하는 것이 차라리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각 의제에서 인용한 통계자료들 출처는? 똑같은 자료를 갖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하니까 헛갈린다. 이번 시민 참여단 활동에서 너무 완벽한 정답을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550개의 서로 다른 의견이 각축하고 뒤섞여야 ‘그나마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참여단 각자는 조금 거칠고 미완의 대안일지라도 서슴없이 자신의 견해와 주장을 내놓아야 한다. 

여기 나온 의제들은 최선이아니라 차선이다. 이번 공론화 활동은 진화한 민주주의를 실험하는 장일 뿐, 너무 많은 걸 기대하지 말자. 시민 참여단의 기본적인 역할은 대입 제도 개편 논의를 주변에 널리 알리고, 대안적 공의를 모으는 데에 기여하는 것이다. 주변에 널리 알려 시민들이 대입 제도 개편에 관심을 갖고 동참하도록 노력하겠다.

의제들은 좋은데, 다들 왜 이렇게 발표 시간을 못 지키죠?

바람직한 교육의 모습이라… 적어도 입시 때문에 ‘하고 싶은 공부’를 학생 스스로 포기하지는 못하게 해야겠죠.

무작위로 뽑힌 ‘비전문가’ 시민 집단이 모여 무슨 이야기를 하겠느냐고, 그런 아마추어 집단의 의견이 실제 교육 정책에 반영되는 것이 올바른 것이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도록 더 책임감을 갖고 참여단 활동에 임하겠다. 2차 때까지 모두 빠지지 말고 참석합시다.

2차 토론회 때로 오늘 모인 조가 유지되나요? (20대 여대생)

아이고, 우리 젊은 친구들은 공부 열심히 하시네. 우리 조는 공부 잘하는 사람들만 모였나봐. 하핫. (TMT 아저씨)

주최 측에서 나눠준 자료집의 질이 무척 형편없다. 우리 회사 신입사원이 만들어도 이것보단 잘 만들 것이다. 이런 자료집을 가져오면 그 직원은 사표 써야 한다. (‘대기업’ 건설회사 아저씨)


16:10

조별 토론을 마친 뒤, 각 조에서 나눈 이야기를 다른 조 참여자들에게 공유하는 발표 시간을 가졌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손을 들어 발언 기회를 얻으려 해서 좀 놀랐다. 하긴, 귀한 주말 중 하루를 통째로 할애해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라면, 저 정도의 열의는 평범한 수준일 것이다. 점심식사 후 진행된 의제 발표 때도 전문가 발제자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도발적이고 날카로운 질문이 여럿 나왔다. 많은 시민이 마이크를 얻기 위해 손을 번쩍 들고 ‘여기요!’라고 크게 외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우리 조에서는 나를 포함해 그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고 당연히 마이크도 오지 않았다. 


17:20

귀갓길에도 역시 셔틀 버스가 운행됐다. 올 때 탄 버스를 다시 타면 된다. 인원이 이미 배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버스는 못 탄다. 서울역으로 가고 싶은 어떤 아저씨는 눈물을 머금고 다른 버스를 탔다. 오후 5시가 넘었음에도 태양은 강렬했다. 토요일이었지만 캠퍼스에는 수많은 학생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자기네 학교에서 무려 ‘시민참여형 조사와 시나리오 워크숍이 결합된 형태로서 국내 상황에 적합한 공론화 모델이 개발, 적용되는 최초의 사례’인 이 공론화 활동의 첫 번째 숙의 토론회가 진행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강변북로로 진입한 버스는 아직 동호대교도 지나지 못했는데 서버렸다. 까치발을 들어 버스 앞을 내다보니 도로가 차로 꽉 막혀 있었다. 멀리까지 줄을 선 차들은 마치 오래 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저녁 6시면 넉넉하게 서울역에 도착하리라 생각했지만, 버스는 개미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움직일 뿐이었다. 

목소리가 들렸다. 나보다 뒤쪽에 앉은 어느 아주머니였는데, 옆에 앉은 사람에게 말을 건 것 같았다. 아마 같은 조였으리라. “이번에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더라고요. 저기 보이는 아파트가 내가 사놓은 아파트인데 원래는 되게 저렴하게 샀어요. 한 5억? 근데 지금 보니까 10억까지 올랐더라고. 참나.” 늘 버스 안에서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에워싸고 있는 아파트들의 소유주가 누구일까 생각했는데, 바로 그 집주인이 나와 같은 버스에 타고 있었다. 


시민참여단 선정

시민참여단은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 남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시민참여단 선정을 위한 대국민 조사’를 통해 선정하였다. … 우리나라 전체 국민을 대표하는 표본을 추출하는 1차 조사와, 1차 조사응답자 중 … 토론회 참석 의향을 밝힌 응답자 중 지역, 성, 연령 등 인구통계학적 분포 및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태도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시민참여단 550명을 선정하였다. 

-“숙의자료집” 중에서

과연, ‘인구통계학적 분포를 고려’해 폭넓은 계층의 참여단이 모였다. 수도권 변두리에 거주하는 임대아파트 입주자부터 강남 알짜배기 땅에 지어진 아파트의 소유자까지. 서로의 삶에 대해 조금도 상상해보지 못한, 아니 상상할 수 없었던 이 다채로운 계층이 모인 집단은 과연 어떤 공통된 의견을 내놓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한남대교, 반포대교, 동작대교, 한강대교를 기어이 돌파한 버스는 용산역을 뒤로 빙 돌아 청파동을 관통해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서울역 뒤편, 지하철 1호선 3번 출구 앞. 사람들은 짤막한 인사도 나눌 새 없이 각자의 공간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1차 숙의 토론회가 끝났다.

ps. 7월 27일부터 29일까지 2박 3일간 2차 숙의 토론회가 열린다. 이 후기도 곧 공유하곘다. 혹시 대입 제도 개편에 관한, 아니 대한민국 교육 제도와 철학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바꿈으로 서슴없이 이야기해주시길. 반영될지는 모르겠으나 성실히 전달하겠다. 


* 본 기고글은 318로 익명을 요청하신 공론화 위원회 참가자 후기입니다.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2017년 7월 5일

문래당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은 지난 대선 때 부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공익법인 공감 등과 함께

꾸준히 비정규직 문제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날은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경험을 가진

비정규직 사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먼저 발표를 맡으신 분은 '갱' 님이었습니다

2년차 엄마이자, 4년차 글쟁이, 6년차 프로그래머라고 소개한 갱님은

임신으로 인한 부당한 차별에 결국 회사를 나오게 된 이야기를

공유해주었습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영민님은

대학에서 석,박사들이 조교, 연구원, 계약직, 시간강사 등을 하며 받는

부당한 처우와 제도적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세 번째는 4,000일을 투쟁하고 있는

KTX 승무원 이야기입니다.


KTX가 처음 생겼을 때 '지상의 스튜어디스' 라며 1기로 뽑힌

승무원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해고되었습니다.

그게 벌써 10년도 넘은 일이고 여전히 복직을 위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네 번째 발제자는 문화, 예술 분야에서 일하는 한치님입니다.

TV를 보면 가수들이 녹음을 할 때 옆에 구석에서 앉아서 기계를 만지는 사람있죠?

그런 일을 한다고 합니다.


그 분야 역시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며 여러 차별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특히 문화 예술 분야는 사람들이 '노동이 아니다' 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어

더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은 전국불안정노동자철폐연대 엄진령 선생님이 발표했습니다.


뉴스를 통해 본 여러 사례들

배달원, 학습지 교사, 이랜드, KBS비정규직, 동희오토, 인천공항 등

 

특수고용노동자, 기간제노동자, 간접고용노동자 등의 사례를 들며

현황, 노동조건 실태, 정부대책, 해법 등을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끝나고 문래당에서 뒤풀이까지 함께했습니다.

발표 때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들으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공유했습니다.



흔히 노동문제 하면 너무 힘들고 우울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오늘 자리 역시 무거운 주제였지만, 형식을 풀어놓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되도록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은 노력하겠습니다.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두호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절부터 그 나름의 선택을 한다. 그리고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로 나가는 순간, 앞으로의 결정들이 나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지 못하기에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른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는가를 미친 듯이 엿보고 있을지 모른다.


나는 남성으로 태어나기를 선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선택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당신도 같을 것이다. 남성을 결정한 것은 당신이 아니지만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로 한 것은 당신의 선택이다. 당신은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로 선택한 그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이 글은 나의 소중하고 특별한 계기들로 인해 페미니즘을 접한 그 순간의 이야기이다. 반대로 말하면, 계기 없이는 이 세계를 제대로 보지 못했을 나의 찌질한 이야기이자,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항상 이런 눈빛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친구 두 명이 있었다. 스물의 그들은 몰랐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나타나는 차별들에 점점 숨을 가빠했다. 여성의 역할을 요구했고 여성으로 살아가길 강요받았다. 그들이 느낀 주변의 눈빛은 이마트에 높이 쌓인 예쁘장한 인형들을 고를 때의 그것과 같았을 것이다. 그들은 상자 안에 담겨 비닐 시트지 너머의 자신들을 고르고 있는 행복해 하는 눈들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스물의 나에게 ‘너의 눈빛도 똑같다’고 말했다. 나는 듣기 싫었다. 인정할 수 없었다.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몸서리치게 노력한 스무 해 남짓한 나의 인생은 잘못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에게 증명하고 싶었다. 올바르게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세상을 삐딱하게도 바라보고 이런 저런 활동들도 해보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나의 눈빛이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고 얘기해주었다.


모든 것에 지쳤을 때쯤 문득 그들이 나에게 왜 저런 말을 했을까 궁금했다. 내가 그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해보기로 했다. 그들과 함께 길을 걸을 때면 사람들은 그들을 구석구석 훑어본 뒤 나를 쳐다본다. 묻는 것이다. 그들과 함께 다니고 있는 나의 자격과 능력을. 그런 시선에 나도 그 사람을 쳐다보면 시선을 피한다. 나의 눈빛은 맞받아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우리를 훑어본 그 사람과 같은 눈빛이다.


주변은 나에게 물었다. 그들이 너와 연인 관계인지, 친구 관계라면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 수 있는지. 주변은 그들을 내가 가지고 있는 인형들 중 하나로 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주변을 하나씩, 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주변과 함께 할 수 없었다. 그들을 단지 나의 소유물로 바라보는 그 눈빛이 나는 불편했다.


주변에서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점점 깨달았다. 주변이 했던 말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내가 생각하고 했던 말들이었음을. 산더미 같이 쌓인 인형들을 웃으며 고르고 있는, 시트지에 뿌옇게 입김이 서릴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대고 바라보던 사람이 나였음을. 그들은 항상 이런 눈빛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우리는 과연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을까?


그들은 자신을 바라보는 그 시선에 숨을 가빠하며 시트지를 손으로 밀쳐내고 있었다. 묻어난 그 얼룩진 손자국 하나하나에 분노와 슬픔, 그리고 살고자 하는 욕망이 서려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입김으로 보이지 않게 덮어버렸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그 입김 위에 나의 숨을 포개지 않기로 했다. 내가 페미니스트로 살기 선택한 순간은 이렇게 축축했다.


선택 이후의 세상은 상자로 가득했다. 집, 학교, 직장에는 모두 켜켜이 상자들이 쌓여 있었고 모두 얼룩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저 얼룩은 아이와 야근에 시달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람의 것이었고, 저 얼룩은 오늘도 무사하길 바라며 막차 시간을 다급하게 확인하는 사람의 것이었고, 저 얼룩은 사람들의 시선에 지쳐 지하철에서 조용히 마스크를 꺼내 쓰고 있는 사람의 것이었다.


우리가 상자를 알아차릴 수 있었던 순간들은 모두 다를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상자가 아닌 당신 나름대로의 것으로 봤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본 그것의 어딘가에는 아픔과 분노가 묻어있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가족을 통해, 친구를 통해, 뉴스를 통해, 그 가슴 아픈 순간이 없었다면 영영 몰랐을 그 얼룩들에서 당신은 무엇을 보았는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나와 같은 생물학적으로 남자, 특히 이성애자라면 우리는 젠더 위계에서 가장 최상위층을 차지하고 있는 권력자이다. 동시에 우리는 페미니즘이라는 빨간약을 삼키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에 몸서리치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있는 지금,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운동에서 무엇을 느꼈는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해시태그 운동에 참여했는가. 아니면 스스로의 남성성에 괴로워하며 페미니스트의 자격과 의무를 이리저리 따져보았는가. 당신의 페미니즘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과연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 것인가.


당신은 어떤 페미니스트인가


데이비드 J. 커헤인(David J. Kahane)은 「남성 여성주의라는 모순 어법」에서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려 하는, 혹은 현재 하고 있는 남성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 번째는 허식가(the poseur)이다. 그는 페미니즘 이론을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는다. 실천하게 되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가부장적 환경과 직장 상사나 친구와의 관계 등에서 갈등이 생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남성인 것과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며 단지 페미니스트로 인지되길 바랄 뿐이다. 따라서 자아성찰에 따른 고통은 없다.


두 번째는 내부자(the insider)이다. 그는 페미니즘 이론을 공부하고 실천도 하며 책임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이 잘 해내고 있다고 믿는다. 가부장제와 같은 페미니즘이 말하는 해악들을 진지하게 성찰한다. 하지만 그가 이것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자신의 자부심으로 삼기 위함이다. 따라서 페미니즘의 고민이 자아성찰로 이어지지 않는다. 주변에서도 지지를 한다. 자신의 애인이, 동료가, 친구가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것은 표면적으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변화한다는데 어떻게 반대할 수 있겠는가.


세 번째는 인본주의(humanism)자이다. 그는 자신이 누리고 있는 가부장제의 이익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가부장제로부터 어떻게 억압을 받는지 잘 알고 있다. 인본주의자들이 집중하는 것은 바로 가부장제로부터의 억압 부분이다. 이전까지와는 다른 남성이 되길 바라며, 여성적 특성과 더욱 관계 맺기를 바라지만 초점은 남성들 간의 경쟁 약화, 아이와 보낼 수 있는 시간 증가와 같은 남성들의 복지에 있다. 따라서 이들의 관심은 가부장제의 폐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네 번째는 자기 학대자(the self-flagellator)이다. 그는 상대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깊은 지식과 단호한 태도를 보인다. 자신의 성차별적 충동, 과거에 현재에 대한 죄책감과 끊임없이 싸운다.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런 과도한 자기성찰은 이론과 실천 모두에서 발전적일 수 없다. 자기 비하에 몰입하면 할수록 행동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에 머뭇거리게 되고,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게 된다. 자기 학대는 자신의 정체성으로 지속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본주의자 또는 내부자로 옅어지거나 아예 페미니즘으로부터 등을 돌리기도 한다.


커헤인이 제시한 이 네 가지 유형이 전부인 것도, 남성 페미니스트가 반드시 이 네 가지 유형 중 하나에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러한 분류가 말하고 있는 것은 우리는 자기 성찰과 이론, 실천을 동시에, 적절한 수준으로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에 참여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 두려움에 하지 못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인 것 같다. 페미니즘 이론을 공부하면 할수록 페미니즘이 비판하고 있는, 타파해야 할 대상은 나 자신이었다. 개안 직후 자연스럽게 가장 먼저 한 것은 지금까지의 나의 행동과 언어, 살아온 과정에 대한 재해석이었다. 태어나 처음 내가 가진 것들이 얼마나 큰 것인지 느끼며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책임을 물었다. 나는 자기 학대자였다. 당신은 어떤 페미니스트인가.


페미니즘, 그 안과 밖의 어려움


나의 경우 이전까지의 나에 대한 재해석과 이로 인한 태생적 한계에 대한 내적 집중은 동시에 외적으로의 어려움을 가져왔다. 나의 주변 환경에서의 어려움은 페미니즘 안쪽과 바깥쪽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페미니즘을 모르거나 이에 긍정적이지 않은 사람들, 혹은 모르는 것과 부정적인 것을 동시에 해내는 사람들이다. 나는 여성인 친구가 많은 편인데, 이는 페이스북의 이성애자 연애 관련 페이지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는 주제이다. ‘절대 이성 간에는 친구가 될 수 없으니 자신의 애인이 이성 친구와 자주 놀지 않게 관리하라’는 것이다. 나의 남성 친구들도 이 문제에 대해 궁금해 했다. 이것은 ‘이성은 잠재적 연애 대상’이라는 성적 대상화의 문제를 나타낸다. 이러한 관점에서 남성 페미니스트란 잠재적 연애 대상에게 호감을 얻으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습게도 이 관점은 국립국어원도 다르지 않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페미니스트’를 검색해보면, 페미니스트를 “「명사」 「1」 페미니즘을 따르거나 주장하는 사람. 「2」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당신이 하고 있는 자기성찰의 의도와 그 목적은 여자에게 호감을 얻으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그리고 현실에서 실제로 여성과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을 보며 마지막으로 하는 말은 ‘이 사람은 게이가 아닐까’하는 소수자 혐오이다. 남자가 여자와 친구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게이만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하는 인식을 나타낸다.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소수자 혐오가 결합된 이 무지와 폭력의 끝은 우리의 말문을 막히게 한다. 이것이 페미니즘을 모르는 바깥에서의 문제라면 페미니즘 안쪽에서의 문제는 결이 다르지만 더 중요하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페미니즘 이론을 공부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해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맨스플레인(mansplain)이다.


가부장제의 폐해에 대하여, 성적 차별에 대하여 아무리 공부를 하더라도 지금도 작동하고 있는 가부장적 구조와 그것의 부분이자 재생하는 주체로서 나는, 이러한 관성에 얽매여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나의 페미니즘 지식과 실천 경험에 빗대어 자신감 있게 내딛은 것이 내가 가진 권력과 결합해 주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페미니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또한 나는 남성들에게 페미니즘을 말할 때 ‘이것은 여성우월주의가 아닌 남자에게도 가치 있는 일이다.’, ‘여성이 살기 좋은 세상이 우리도 살기 좋은 세상이다.’ 등과 같이 이것이 남성들을 차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성 페미니스트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운동이 결국 남성들의 이익과 복지 향상을 위한 것이라면 연대할 마음을 갖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권력을 내려놓기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온다는 것이다. 당신의 페미니스트 공동체와 그 연대는 어떠한가.


남자가 뱉어내는 페미니즘


고민의 연장으로 무엇보다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은 남성이 무섭다는, 남성혐오에 걸릴 것 같다고 고백하는 여성들을 만나는 것이다. 이것이 슬픈 이유는 이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에 대항해 우리 주변의 남성들이 단순히 자신들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죽음과 억울함의 대비는 우리 사회에서 남자답고자 하는 남자들의 모습이 어떤지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


죽음


몰래 카메라가 있을까 화장실 여기저기를 살펴보는 여성

데이트 폭력과 가정 폭력에 떠는 여성

테러를 당할까 이별하지 못하고 있는 여성

아기를 출산하는 순간 해고되어 재취업되지 않는 경력단절 여성

자신의 꿈을 이루려 일과 육아를 모두 떠안다 과로로 떠난 여성

페미니즘 티셔츠를 입었다고 해고된 여성

허락 받지 못한 가짜 페미니즘을 하는 메갈리아

가임기여서 지도에 표시된 여성

여자라서 죽은 여성


억울함


남자만 군대 가서 억울한 남성

남자만 무거운 것을 들어서 억울한 남성

여자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것이 싫은 남성

여자가 비싼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이 싫은 남성

여자가 운전하는 것이 싫은 남성

여자가 자신보다 똑똑한 것이 싫은 남성

여자가 직장 상사인 것이 싫은 남성

페미니즘은 여성우월주의라 싫은 남성

성평등주의가 아닌 여성주의라 싫은 남성

‘나도 여자가 많은 집에서 태어난’ 남성

여성들이 자신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아서 싫은 남성

여성과 남성이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자고 1인 시위하는 남성

여성혐오의 문제가 아닌 계급의 문제라며 조개 무덤을 쌓는 남성

자신을 잠재적 가해자라고 부르는 것이 억울한 남성


그리고 이 죽음에 대비한 나의 페미니즘 역사는 남자들의 억울함만큼의 보잘 것 없음을 자랑한다. 내가 페미니즘을 하고자 한 것은 ‘인간답게’ 살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하고자 한 이유,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이유는 그저 ‘살아있고자’ 함이었다. 나는 죽음에 대비해 불편함과 억울함을 뱉어내듯이 ‘인간’을 뱉어내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더 나은 인간이기 위해,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필요하기에 그들을 ‘보호’하고자 허겁지겁 페미니즘이라는 것에 뛰어들었을지도 모른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내가 가지고 있는 바로 그 권력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들을 그것을 통해 보호하고자 함은 부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올 뿐이었다.


당신이 만난 페미니즘이 필요하다


커헤인은 우리에게 세 가지를 말하고 있다. 하나는 윤리적으로 불완전하고 복합적인 존재로 기꺼이 자신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둘은 비판에 대해 개방적일 것과 지속적으로 자아 성찰을 하라는 것이다. 셋은 남성 활동가들과의 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가지라는 것이다. 우리는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동시에 ‘한남’과 ‘유니콘’의 사이, 분노와 용서의 사이에서 비틀거리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방에 앉아 울고만 있지 말자. 칭찬 받으려 하지 말자. 페미니즘으로 치장하지 말자. 분노와 용서 사이의 그 어딘가를 뚫고 나가자. 내가 만난 페미니즘은 무엇이 가장 옳은 길인지 알려주는 것이 아닌, 무엇이 옳지 않는 것인지 알려주는 것이었다. 우리의 한계를 넘기 위해 당신이 만난 페미니즘이 필요하다.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에이삐: 


“퇴사하면 필리핀 어학연수 가려고, 여기는 답이 없다.”

“유럽 바리스타 자격증 따자! 영국 카페에서 일하는 게 삶의 질이 더 좋을 듯!”

“해외 나가면 다른 길이 있을지도 몰라. 돈 모아서 일단 나가”


5년차 직장인인 회사 동기들이 모이면 꼭 이런 대화를 한다. 신세한탄과 더불어 퇴사하자를 외치곤 했는데, 언제부터일까 아예 한국을 떠나자는 말이 입버릇이 됐다. 더 나은 삶을 위한 탈출구는 아예 한국을 벗어나는 것이 답이라고 말하고 있다. 올해 동기들의 목표는 모두 영어 마스터하기다. 명확하지 않아도 한국에서는 어느 직장을 가든지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을 것임을 잘 안다. 한국 기업들의 착취적 노동환경은 구조적인 국가 시스템의 문제니까. 



나는 특히 대학생 이후부터 지금까지 3가지의 배신의 경험 끝에, 외국으로 가야겠단 생각을 시작하게 됐다. 3가지 배신이란 첫째, 학문의 배신, 둘째, 고용의 배신 셋째, 기업의 배신이다. 

 

1. 학문의 배신 - 사상보다는 방법론에 치우친 정치학


나는 꽤 진보적인 가치관을 지닌 10대 소녀였다. 친미주의자인 선생님에게 반항하면서까지 ‘효순이-미선이’ 추모 집회, 반미촛불집회에 나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재단’이 주최하는 청소년 토론대회에 나갔고, ‘전국 고등학생 토론대회’에 나가서 ‘청소년 노동권 신장’에 대해 피력하기도 했다. 학교 축제에서는 ‘전태일 열사’의 얼굴을 판넬에 그려 전시하기도 했다. 나는 이 사회에 쓴소리 할 줄 아는 진보적 언론인이 되고 싶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바람대로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정치외교학과에 입학 후, 뜨겁던 나의 정치의식은 희미해졌다. 


정치학 수업은 정치사상의 근간, 역사, 정신을 배우기 보다는 행태주의, 기능주의, 방법론에 입각한 수업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정치학도로서 정치원리와 선거제도 등의 방법론을 배우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수업의 비중이 월등히 행태주의에 쏠렸던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또한 2008년부터는 글로벌 바람이 불어 외국인 교수들이 대거 임용되었다. 정치외교학과에도 영국 출신의 외국인 교수가 임용이 됐고 그는 ‘국제정치’를 가르쳤다. 더 나아가 한국인 교수도 ‘미국정치론’이라는 수업을 개설하여 영어로 수업하고 영어로 시험을 보았다. 전공 수업이 학문의 깊이 보다는 영어 공부를 독려했다. 


이러한 커리큘럼 과정 아래, 정치학도로서의 정치의식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학생들 또한 어려운 정치사상 수업은 회피하고 점수 따기 쉬운 방법론 수업만 수강했다. 정치학도로서 가져야 할 문제의식, 시대정신은 강의실에서 휘발했다. 선배들은 더 이상 술을 마시면서 논쟁하지 않았다. 경제학, 경영학을 복수전공해서 각기 취업 전쟁에서 살아남으려고 바빴고 교내 취업센터 문을 두드리기 바빴다. 이것이 바로 단결할 수 없는 20대, 88만원 세대의 한 단면이었다. 


나도 시대정신의 열정을 잃고, 정치색을 잃어갔다. 점차 회색분자의 중간단계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오히려 나는 어렸을 적 좋아했던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 미술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문화기획, 철학 수업을 수강했고 문화예술에서 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2. 고용의 배신 – 계약직, 저임금을 피하기 위한 방황 ‘꿈’과 ‘고용의 안정’은 ‘반비례’하다는 씁쓸한 결론.



4학년, 취업준비생 시기. 많은 친구들이 대기업에 지원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며 사라졌다. 나는 목적 없이 무조건 대기업에 취업하는 건, 청춘을 낭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나의 길을 찾기 위한 노력과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미술동아리에서 시작된 관심으로 문화예술기획, 컨텐츠 기획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창의적인 내 재능과 능력을 믿었고 ‘창조’를 근간으로 두는 ‘기획자’의 직업을 갖고 싶었다. 특히 내가 졸업할 당시인 2011년은 트위터, 페이스북을 비롯한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가 각광 받은 시기다. 온라인 서비스에서 비전을 보았고 컨텐츠 기획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다행히 ‘웹에이전시’에서 인턴의 기회를 갖게 됐다. 


야근을 자처하면서 수 십 개의 스토리보드를 그리고 벤치마킹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본부장은 나를 인정해주었고 3개월의 인턴 기간이 끝난 후 정규직 전환도 수월하게 통과했다. 그러나, 나는 연봉계약서에 싸인을 할 때, 굉장한 찜찜함을 느꼈다. 연봉 1800만원, 기대보다 매우 낮은 연봉에 솔직히 실망했다. 알고 보니, 에이전시 계통의 연봉 체계가 10년차가 아닌 이상 박봉을 면할 수 없는 구조였다. 6개월 후, 결국 친구들과 연봉비교가 시작되면서 저임금의 자괴감을 못 이기고 퇴사했다. 


새로운 직장을 찾다가, 평소 관심이 많았던 미술계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미술계는 박봉 중에서도 박봉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비전공자인 내가 미술계에 입문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이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IT계에서 미술계로 직종 생태계 전환을 하며 나는 다시 인턴 생활과 저임금의 삶을 시작했다. 전시기획 인턴으로 받은 월급은 월 70만원이었다. 내 동생의 아르바이트 월급 보다 적었다. 그러나 회사 직원들 모두가 이를 당연하게 여겼다. 


즉, 미술계는 집안이 받쳐주지 못하면 종사하기 힘든 구조인 것이다. 게다가 나를 제외한 모든 직원들은 석사 이상의 고학력자였다. 국장은 박사 출신이었고, 과장도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이 입는 옷은 소위 명품이었다. 국장, 과장의 연봉도 알게 되었는데 그들의 직급이 무색할 정도로 적었다. 여느 사기업 말단사원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 대체 그녀들은 그 월급으로 어떻게 화려한 패션을 자랑하며 생활유지를 할까. 직원들은 국장의 부모가 돈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가 국장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돈이 많아서 국장까지 갈 수 있다는 논리가 통하는 곳이었다. 인턴 생활 6개월 째, 계약 직원 2명이 퇴사를 했다. 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아, 이래서 여유 있는 애를 뽑아야 된다니까! 이번에 새로 뽑은 00씨는 아빠가 한의사잖아. 그래서 뽑았어. 집안이 받쳐줘야 오래오래 다닌다니까!”


퇴사한 2명은 저임금을 견디지 못해 퇴사한 것이다. 그들은 사기업의 행정직 업무로 이직을 했다고 했다. 나도 머지않아 퇴사하느냐 저임금을 버티느냐의 고민이 찾아왔다. 미술계는 석사는 기본이다. 나도 미술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박봉으로 석사까지 밟아야 했다. 넉넉한 집안의 자녀가 살아남는 것이 통설이 된 이 곳. 박봉으로 석사를 하는 출혈을 일으키면서까지 이 곳에서 일해야 하는 당위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려 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다. 결국 미술계를 떠났다. 문화예술을 향한 비전과 꿈이 모두 사라지고 다시 백수가 됐다.


취업준비생의 삶이 다시 시작됐다. 나는 컨텐츠 기획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출판사에도 지원을 했었는데 모두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1~2년을 제시했다. 지난 2년 동안 저임금과 계약직 생활에 질린 나는 ‘계약직’이란 단어를 듣기만 해도 부아가 났다. 결국 다른 친구들처럼 고용의 불안정에 대한 걱정 없이 사기업, 가능하면 대기업에 취직하기로 결심했다. 2년의 방황 끝에 얻은 결론은 ‘꿈과 고용의 안정은 비례하지 않는다’ 였다. 꿈을 위해서는 고용의 불안정을 견뎌야 한다. 하지만 그건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었다. 저임금과 계약직의 나날들, 그리고 집안이 곧 능력이 되는 고용 현장의 아이러니를 다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3.기업의 배신 – 효율 아래 인간? 인간에 대한 예의는 어디에?



현재의 불안정을 넘어서는 길은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 뿐이었다. 100개 이상의 기업에 서류를 제출했다. 직업적으로 꼭 어딜 가고 싶다는 방향성이 사라졌기 때문에 기업 공채 입사라면 어디든 좋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부모님의 체면을 위해서도 더 좋았다. 또한 적당한 월급, 안정적인 고용 구조, 조직적인 시스템을 꼭 느껴보고 싶었다: 더 정확히는 친구들이 받는 연봉을 나도 받고 싶었다. 


당시 나는 졸업한지 2년이 넘었기 때문에 졸업예정자만 대상자로 뽑는 기업은 지원 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조건이 된다 싶으면 닥치는 대로 지원했다. 큰 관심이 없는 기업에도 모조리 지원했다. 제철회사, 제조기업, 게임회사 등 다양한 기업 면접장에 갔고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가까스로 한 대기업 유통 회사에 최종까지 붙었다. 


기업이 요구하지 않은 포트폴리오까지 별도 제출해가며 마케팅을 하고 싶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절박함이 통했는지 2013년 나도 대기업의 신입사원이 됐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저임금의 스트레스는 다소 해소가 됐다. 하지만 고용의 불안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다시 원점 상태가 됐다. 고민은 여전하다. 답이라고 생각했던 대기업도 답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원했던 체계와 시스템이 있고 적당한 월급이 있지만, 노동 환경은 ‘지속 불가능’이다. 내가 몰랐다. 기업에는 인본주의 사상이 없다. ‘효율경영’ 아래 ‘노동하는 직원’이 있을 뿐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 배려가 없다. 


매해 조직개편이 차갑게 일어난다. 회사는 ‘비효율, 비능률 척결’을 명분으로 오랫동안 회사에 충성했던 사람들을 단칼에 쫓아낸다. 금번 조직개편에서도 40대 과장, 차장, 부장 급들이 우수수 나갔다. 사전 통보란 없다. 인사발령이 뜨면 보통 일주일 내에 나가야 한다. 어떤 기업은 인사발령이 뜨면 바로 그 다음날 이동을 한다고 한다. 만약 그런 회사라면 통보 받은 다음날 아무런 준비도 못한 채 바로 실직자로 전락하는 것이다. 


올해 사업부의 목표는 ‘Low cost operation’ 이다. 매출은 계획대비 ‘110%달성’, 비용은 예산대비 ‘90%만 소진’하란다. 이게 무슨 아이러니한 말인가. 비용은 줄이면서 매출은 초과 달성하란다. 가능한 미션인가? 게다가 비용은 작년 대비 30%나 삭감했고, 매출 목표는 작년보다 15% 신장계획이다. 참으로 무서운 목표인 것이다. 이와 같은 회사의 무리한 목표 아래서 직원들의 야근과 업무 스트레스는 더욱 심해진다. 마른 걸레를 쥐어짜듯이 직원들은 끊이지 않는 실적 압박을 받는다. ‘저녁 있는 삶’은 꿈일 뿐, 보고 자료를 위한, 즉 페이퍼 업무를 위한 새벽 출근과 밤샘 야근이 강행되고 그것에 대한 보상은 없다. 노동의 질, 삶의 질이 바닥 수준으로 떨어진다. 


요새 야근 수당을 주는 회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야근수당을 대체하기 위해 회사가 고안한 아이디어는 ‘시간 외 수당 1시간’을 무조건 연봉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회사의 꼼수다. 야근 수당은 본래 세금 제외 대상인데 ‘시간 외 수당’이란 것은 연봉에 포함되어 세금까지 뗀다. 직원들 입장으로서는 손해다. 게다가 어느 누구도 6시에 퇴근하는 사람은 없다. 시간외 수당 1시간 보다 직원들은 훨씬 더 강도 높은 야근을 하고 있다. 회사는 이를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 한다. 


그리고 요사이 회사의 장기 목표 중 하나가, ‘향후 10년 이내 현재 인원의 30% 감축’이라는 소문이 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2015년 12월 시작된 ‘두산인프라코어’의 대규모 구조조정 사건. 신입사원까지 포함하여 희망퇴직을 받았던 충격적인 사건이다. 그 곳에는 내 친구도 있었다. 그 때 전해들은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팀장이 주임, 대리 급들을 불러놓고 이런 대화를 했다고 한다. 


“너네들 중 누가 퇴사할래?” 팀장이 물었다. 

“저는 결혼도 했고, 와이프가 임신 했습니다. 팀장님.” 한 선임 대리가 말했다.

“그래? 너는 죽어도 못나가겠다 이거지? 그래 너는 그럼 퇴사하지 말고, 여기서 승진할 생각 추호도 하지마!” 


두산인프라코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이듬해 양호한 영업이익을 얻었다. 재무상황이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씁쓸하다. 사람이 죽는 대신 기업은 살았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우리 회사도 두산의 피바람나는 구조조정이 언젠간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분명 회사는 사람에 의해서 굴러가고 사람의 노력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사람다운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모든 기업에 인본주의 사상을 심어주고 싶다. 


오래 전부터 인사팀에서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안착시키기 위한 교육 등을 수시로 연다. 그러나 기업 내 하향식 업무 지시와 위계적인 조직문화가 고쳐지긴 힘들어 보인다. 위계적인 질서로 꽉 짜인 조직 분위기 아래,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재기 발랄한 창의성은 3개월 안으로 말살된다. 어느 누군가 호기롭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눈썹을 찌푸리며 “그게 될 것 같아?” 라는 말로 아이디어의 발산을 빠르게 제지한다. 모순적인 것이, 창의적인 기획을 요구하면서 창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지 않는다. 


올해로 입사한지 5년차가 됐다. 지난 1월 대리로 승진했다. 그런데 동기 한 명은 진급하지 못했다. 그녀는 1달 전에 아기를 낳아 출산휴가 중이었다. 동기들은 조심스레 그녀가 출산휴가 중이기 때문에 누락된 것 같다고 짐작을 하고 있다. 3개월 출산휴가가 끝나면 바로 업무 복귀한다던 그녀는 1년 육아휴직을 써버렸다. 아마도 자존심에 1년 휴직 후 퇴사할 것이다. 또한 1년 육아휴직을 쓰면 아예 다른 사업부로 발령을 내버리는 경우가 많다. 업무의 연속성이 깨진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여자직원들은 1년 육아휴직 후, 그냥 퇴사해버린다. 


우리 사업부의 여자 직원 비중은 65%수준으로 굉장히 높다. 하지만, 여자 과장은 15% 남짓, 여자 차장은 10% 남짓, 여자 부장은 5% 남짓이다. 여자 임원은 없다. 그 많은 여자 직원들의 생명력은 대리에서 보통 끝나는 것이다. 여자 직장인으로서 비전 찾기가 힘들다. 


3가지의 배신 끝에, 회의론자가 돼버린 나



지속가능하지 않은 이 일터에서 내 삶을 전진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회의감이 든다. 물론 업무적으로 지난 4년간 많은 성장을 이루었고, 모범상을 받을 만큼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 과장으로서의 나의 모습을 생각하면 숨이 막혀온다. 또한 그 때까지 이 회사가 건재할 것이란 보장도 없다. 게다가 요새는 같은 업무를 5년 째 반복하니 매너리즘까지 왔다.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월급 이상의 가치가 없다. 회사에서 인정 받는 것은 업무와 나의 적합성 때문이 아니고, 단지 내가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내 업무를 확실하게 할 뿐이다. 내 재능을 살리는 일, 내 인생의 비전을 위해 이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꿈을 찾기 위해, 다시 24살의 방황을 또 하고 싶진 않다. 저임금과 고용의 불안정, 그 비참함을 나는 절실히 겪었고 잘 안다. 그렇다면 결국 이 회사에서 지루한 버티기를 지속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숨이 나온다. 


나는 그림그리기를 좋아하고, 어려서부터 창조적인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내 미래 비전은 바로 그 어딘가에 있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답 없는 고민만 되풀이 될 뿐이다. 결국 지구본을 반대편으로 돌려 유럽에서 시선을 멈춘다. 외국에서 이론부터 탄탄히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어졌다. 서른 한 살의 내가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일까. 여태까지 이야기를 했듯, 단 하나의 이유가 아니었다. 하루 이틀 겪은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 10년 동안 학문의 배신, 고용의 배신, 기업의 배신들을 겪으면서 쌓인 결과다. 


-기능주의에 매몰된 학풍과 이론의 실종

-불안정한 고용과 터무니없는 저임금

-지속불가능한 노동환경

-인본주의사상이 부재한 기업과 효율경영이란 무시무시한 슬로건


여러 가지 배신의 연속들이 한국에 대한 불신과 회의를 만들었다.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요새는 희망이란 단어가 굉장히 낯설다. 어떤 상황과 맥락에서 ‘희망’이란 단어를 쓰는 것인지 잊었다. 한국에서의 희망은 체념했다. 내 주변의 서른 한 살들은 이제 ‘외국’이라는 단어 뒤에 ‘희망’을 쓴다. 


100세 시대. 아직 인생의 70년이 남았다. 남은 70년을 위해 서른 한 살들은 무엇을 헤야 할까. 희망, 꿈, 열정, 긍정의 구름 아래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곳. 마음껏 창의적일 수 있는 노동 환경, 인간 중심의 철학을 가진 기업. 역사와 이론 중심, 인간다움을 가르치는 학교. 

한국에서는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유토피아적 상상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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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리(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이 글을 쓰기 전, “인권, 인권이 존재하기 위해 먼저 선결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해본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 봤을 때, 인권은 늘 그 대상의 존재를 인식하는 여부와 함께 확장하고 변화하고 발전해왔다. (물론 이는 선결, 앞뒤의 문제가 아닌 동반자적인 입장이겠다.) 하지만 성소수자 인권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에 너무 많다. 왜 원하지 않는 것일까? 이를 위해 성소수자의 존재를 끊임없이 지우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그렇고 내가 현재 활동하고 있는 대학사회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사회 속에 대학 사회가 있는 것이니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나는 내가 속해있고 접근성이 높은 대학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내가 속해 있는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이하 큐브)는 2013년 차별금지법 제정과 대학 내의 성소수자 인권 또한 우리 사회의 인권지수와 무관할 수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2014년에 만들어진 연대체이다. 이곳은 2016.12.31 기준으로 전국 54개 대학, 59개모임이 모여있다. 이처럼 대학사회는 상대적으로 성소수자에 친화적이고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일 수 있겠다. 하지만 성소수자모임이 많은 만큼, 어떤 경우에 따라 가시화가 되어 있다보니 그 만큼의 반동과 혐오, 탄압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서강대학교의 경우는 학내 성소수자모임인 ‘춤추는 Q’에서 신입학시즌에 게시한 성소수자 신입생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교수가 임의대로 철거한 사례가 있었다. 학내에서 게시를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행정정차를 다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해결하는 과정에서 교수는 ‘서강대 학우는 비성소수자들도 있는데, 성소수자 입학생만 축하하는 것이냐 그러면 안된다.’는 말과, 원래 지저분한 것을 잘 떼는 사람이라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되기도 하였다. 이에 학생 사회에서 각 학생회가 규탄 서명을 내고 고소장을 접수 하는 등의 대응을 진행하기도 했다. 


보수 기독교 교단의 대학인 총신대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총신대의 경우, 퀴어문화축제에 본 대학모임인 깡충깡충을 색출해 내겠다는 이유로 축제 당일 학교본부와 교단 소속 목사를 퀴어문화축제 행사장에 보내기도 하였다. 또한 퀴어퍼레이드를 하는데 깡충깡충 구성원들의 신원노출을 우려해 대신 깃발을 들었던 사람을 학교에서 고소를 하기도 하였다. 기본적으로 반동성애 운동을 하는 기독교이기에 채플시간에 혐오발언은 물론 교수들의 혐오발언도 매우 심한 곳이기도 하다.


몇몇 사례일 뿐, 대학이라는 공간의 혐오는 어느때보다 짙고, 반동은 어느 때보다 심하다. 숭실대는 인권영화제에 성소수자 관련 영화를 상영한다는 이유로 대관거절, 고려대도 마찬가지며, 성소수자의 존재를 대학 사회에서 끊임없이 지우려하고 지움당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김보미 서울대 총학생회장, 고려대 동아리연합회장를 시작으로 연세대 총여학생회장, 카이스트 부총학생회장, 계원예대 총학생회장이 생겨났고, 뿐만 아니라 학생사회에서 끊임 없이 커밍아웃을 하고 학생 사회의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일까? 왜일까?


이런 대학사회 내 탄압 속에서도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하고 있으며, 선출직은 아니지만 커밍아웃을 한 채, 인권위원회라는 학생사회 내 기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나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내고자 한다. 내가 있는 학교는 그렇게 성소수자를 비롯한 혐오가 가시적으로 팽배한 공간은 아니다. 하지만 교수님들의 입에서 “동성애는 출산을 할 수 없기에 수용할 수 없다.”, “동성애는 죄다.” 라는 말들이 간간히 나오고 있는 공간이다. 내가 성소수자임을 커밍아웃하고 활동을 결심하게 된 것 역시, 교수님들의 동성애 혐오적인 말들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여자/남자친구에 대한 물음은 물론, 이성애중심적인 발언이 나오고 그 과정에서 나의 존재가 지워지는 것이 답답했다. 


또한 학내에서 각종 문제시 되는 인권침해적 상황, 그리고 발언들이 비일비재하지만 아무도 제약하거나 조정할 수 없었던 상황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인권위원회라는 기구도 없었고, 총학생회 역시 부재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나는 이 상황에 있어 몹시 못마땅 하였고 이를 해결하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을 모으고 정책과 상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오는 것은 “내가 이것을 할 수 있는 명분이 있는가?”였다. 그래서 내가 인권을 말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당사자임을 보여주기 위해 커밍아웃을 했고, 학생 대표자들의 인준을 통해 학생회를 할 수 있었다.


학생회를 하면서 학생 사회는 많이 변했다. 각 과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보다 가시적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그에 따른 교육들을 각과가 자생적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기존에 말하지 못하던, 소수자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장애인도 장애인권 소모임이 만들어지고 운영되고 있고, 채식인들의 인권 역시 활발하게 교류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로서 나의 커밍아웃은 완성되었다. 


나의 커밍아웃은 맨 처음에는 나의 야망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 상대적으로 ‘관용적인’ 대학이라는 공간에 있으면서 쉽게 학생회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커밍아웃을 했던 것도 있다. 그리고 그냥 나를 숨기는 것 자체가 너무 이해가 가지않아서 말한 것도 있다. 내게 커밍아웃의 시작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나에게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소수자성을 무기삼아 치사하게 굴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나의 커밍아웃은 학교 안에 다른 변화와 의미를 만들어 냈다. 커밍아웃은 단순히 나의 존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를 말하는 것이었다. 숨겨진 사람들, 존재들이 세상에 거는 대화였던 것이다. 소통이었다. 커밍아웃은. 커밍아웃을 하기까지 끊임없이 내재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언어화를 하는 내부의 커밍아웃을 경험하고 그것을 밖에, 세상에 말하는 하는 커밍아웃을 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은 없다. 왜냐하면 오히려 나를 커밍아웃을 함으로서 세상으로부터 공격당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혐오의 사회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커밍아웃을 하는 이유를 찾았다. 그것은 나의 존재가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이고 우리 공동체에 던지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나의 존재로 인해서 학교는 변했다. 교수님들의 문제적 발언을 문제제기 할 수 있는 창구가 만들어졌고, 학생회가 소수자를 위해 신경써야 하는 부분들을 인식하고 준비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존재하였으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냈다. 그렇다. 나의 커밍아웃의 시작은 조금 별로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의 인권을 함께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인권은 어느 하나, 누구 하나만의 것이 아니다, 정말 상호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면서. 나는 나의 커밍아웃으로 만들고자 했던 학교를 만들 수 있었다. 


나의 존재로 세상에 끊임없이 말을 걸고 나를 증명해 보일 것이다. 나의 존재가 우리 모두에게 좋다. 좀 더 설쳐보자.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김민규씨는 26살 된 스타트업 청년 기업가다. 그에게 2016년은 끔직한 해다. 김씨는 2년 전 대학생 때 새롭게 각광받고 있던 3D프린트 아이템을 바탕으로 상명대 창업경진대회 우수 창업아이템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그 해 9월에는 대한민국 창업리그 전국예선에서도 수상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김씨는 '삼디몰' 이라는 3D프린트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그러나 창업 이후 각종 규제에 의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한국제품안전협회는 안전 확인 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전기용품안전관리법 위반으로 형사고발을 당한 것이다. 김씨는 검찰로부터 300만원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3D프린터는 완제품으로 판매할 경우 안전성 신고를 해야 하지만, 판매자가 부품만 팔고 소비자가 이를 조립하는 경우 명확한 법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김씨의 사업 아이템은 '3D 프린터'가 아닌 그저 '일반 프린터' 규제 조항에 들어가서 생긴 문제이다. 덕분에 김씨는 태어난 이후 처음 법원에 가보았다고 한다   

심지어 3D 프린트 사업은 박근혜 정부가 4차 산업혁명으로 규정하고 신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사업군이다. "규제들 물에 빠뜨려놓고 살릴것만 살려야 한다." 는 박 대통령의 논란이 될 정도의 강조가 있었으나 정작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필요한 규제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셈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삼디몰 김민규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막상 스타트업 현장에서는 정작 필요한 규제는 없고, 철폐되어야 할 규제만 잔뜩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최근 수 많은 청년이 창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창업현실이 녹녹치 않은 이유이다. 정부의 사전규제 정책 및 대기업의 갑질 행태로 온갖 어려움이 있다. 

이와 같은 청년창업 규제와 비법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바꿈)은 공동으로 스타트업 법률 지원단(스법단)을 지난 7일 발족했다. 앞서 소개된 김씨 역시 민변 한경수 변호사가 재판 변호를 맡고 있다.

스법단은 지난 17일. DDP에서 열린 스타트업 박싱데이에서 민변과 바꿈은 청년 창업법률 지원을 진행했다. 청년법률상담 결과 실제 여러 청년 창업가들은 특허문제, 상표등록, 인허가, 대기업갑질 등 다양한 법률적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다. 

향후 스법단은 바꿈에서 청년 및 일반 창업자들의 어려움에 대해 조직 및 사례 접수를 하고, 민변 소속 변호사 20여명이 지원한다. 법률지원 뿐만 아니라, 문제가 드러난 각종 사례에 대해서 국회 및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법률 및 조례 제정 및 개정운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최근 대학에 입학자가 많다고 난리이다. 대학의 입학 정원이 고등학교 졸업자가 훨씬 많다고들 이야기한다. 이제는 대학의 덩치를 줄이고 대학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대학의 학과 정원을 줄이고 대학의 학과를 통폐합하고 있으며 이를 제대로 수행하면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겠다고 한다. 이를 두고 수많은 대학 교수, 대학생들이 거리에 나서고 심지어 대학 졸업생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남의 일로만 바라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교육권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도 제31조에 교육권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와 의무, 의무교육와 무상교육의 원칙을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하고 있음에도 그 헌법 조항을 실행하기 위하여 제정한 여러 법률에 의하여 그 교육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늘 음지에서 있어야 했고 존재마저 부정당해야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들의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고 수많은 이름으로 불려야 했다. 병신, 봉사, 귀머거리, 불구자, 심신미약자, 장애자, 장애우. 바로 장애인의 교육과 대학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한국에서 장애인의 교육권 문제는 지금까지도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다. 장애인의 교육권 자체는 헌법, 교육기본법과 같은 법률에 의하여 보장되었고 특수교육진흥법에 근거하여 실행되었지만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이러한 법률에서 장애인들의 교육권을 제한해서 적용할 수 있는, 요컨대 중도 중복 장애인의 교육권을 유예하거나 예외로 둘 수 있는 조항이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수많은 장애인들이 교육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교육권을 보장받을 수 없었다. 이러한 문제는 장애인 당사자들과 장애 학생 학부모들의 오랜 투쟁 끝에 2008년이 되어서야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제정하고 시행하면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에서는 그동안 침해당했던 교육권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고등교육, 즉 대학교육에서는 아직까지도 문제가 산적해 있다. 


장애인의 대학 교육 문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장애 학생이 대학에 들어가고자 하는 동인이 부족하다. 둘째, 장애 학생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 셋째, 장애 학생이 대학에 입학한 후 받을 수 있는 지원이 부족하다.


우리가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장애 학생 당사자들이 얼마나 대학을 가고 싶어 하는가’일 것이다. 장애 학생이나 장애 학부모들의 대학 진학 요구 자체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2011년에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특수교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 학생의 학부모들이 장애 학생의 상급학교에 대한 진학을 희망하는 비율이 43% 내외로 나타났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은 장애 학생의 대학 진학 요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장애에 대한 사회 시선의 변화, 장애 학생 부모의 학력 향상 등을 원인으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 학생의 대학 진학 요구와 장애 학생의 대학 진학 비율 자체는 비장애 학생의 그것에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특수교육 현장 특히 특수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장애 학생들의 대학 진학에 대한 인식을 들어 본다면 그 원인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 학생들은 특수교사나 혹은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장애 학생에 대한 낮은 기대, 그리고 장애인의 취업 시장이 가지고 있는 특성으로 인하여 대학 진학에 대하여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 특수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하는 학생들의 진로 특성은 다음과 같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전공과 진학이며 무직 및 미상, 보호 수용, 취업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장애 학생들은 대부분 전공과에 진학하며 직업 교육을 받거나 취업을 준비하고 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취업 현장에 뛰어든 장애인들을 원하는 산업 현장은 대부분 2차 산업에서 단순 조립을 하거나 제과 제빵을 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직업군들은 고학력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되려 고학력이 별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장애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한 후 졸업하여도 마땅한 직업을 갖추기에 쉽지가 않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에 따라 장애인을 고용하는 데 소극적이고 그나마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선에서 경쟁할 수 있는 취업 방법은 공무원 혹은 교사 임용을 준비하는 것이며 그나마도 그 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전환 및 자립을 위해서 대학에 진학할 필요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교육 그 자체에 대한 소극적 자세로까지 이어진다.


장애 학생의 대학 입학 기회 부족은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입시 교육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장애 학생과 학부모들의 대학 진학 요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입시 교육은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장애 학생들은 대학 입시를 목표로 둔다 하더라도 현재 교사들과 특수교육기관들은 대학 입시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먼저 대학 입시에 관한 경험이 없을뿐더러 대학 입시에 대한 정보 등을 전혀 갖추고 있지 못하다. 특수교육기관의 고등학교 과정을 거친 학생들의 진로 설정은 취업 및 직업 교육에 한정되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장애 학생의 상당수가 직업 교육을 담당하는 전공과로 진학하거나 바로 취업 전선으로 가고 있다.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특수교사들도 대학 입시와 관련된 정보, 요컨대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대학 모집과 관련된 정보나 준비 방법 등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는 특수학교일수록 더욱 심하다.


거기에 더해서 장애 학생들은 사교육을 받을 기회 자체도 부족하다. 사교육 현장은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일단 사교육계에서도 가지고 있는 입시 정보는 대부분 일반 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비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들이다. 특수교육기관에서 재학하고 있는 장애 학생들을 위한 입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거기에 덧붙여 장애 학생의 이동권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의 사교육 시설은 건물 입구부터 강의실까지 장애 학생이 이동하고 사용할 수 있는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공교육부터 사교육에 이르기까지 장애 학생이 대학 입시를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대학으로 진학한다 하더라도 장애 학생이 경험하는 어려움은 줄어들지 않는다. 장애 학생의 교육 문제 지원를 비롯하여 여러 지원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는 각 대학에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운용하도록 하고 있다.(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30조) 그와 함께 장애 학생 지원을 위한 특별지원위원회를 설치 및 운영을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29조) 더불어 장애 학생과 관련된 지원 제공을 학칙으로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동법 32조) 이러한 법률을 근거로 대학은 특별지원위원회와 장애학생지원센터를 기반으로 장애 학생에 대한 편의와 지원을 제공하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대학 장애학생 교육권 실태 및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09년 4월 현재, 장애학생이 1명 이상 재학 중인 218개 대학 중 장애학생 지원 업무를 전혀 시행하지 않고 있는 대학은 무려 193개에 이르고 있으며,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특별지원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은 대학도 무려 172개교에 이른다. 장애학생의 재학 여부와 관계없이 전국의 353개 대학 중 장애학생 지원 관련 사항을 학칙에 반영하고 있는 대학은 80개교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대학 장애학생 교육권 실태 및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다음을 지적하였다.


첫째, ‘장애인 대학입학 특별전형 제도’는 계속 확대 시행되어야 한다고 조사되었다. 다만 수단으로 전락한 특별전형제도가 그 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둘째, 대학의 장애학생 특별지원위원회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장애학생지원센터 또는 장애학생 지원부서는 전문성이 부족하여 장애학생에게 적절한 서비스가 되지 않고 있다. 도우미의 경우 사전 교육 없이 배치되는 경향이 있다. 셋째, 특별전형 관련 지원 대학의 정보가 부족하여 대학 선택의 어려움이 있으며, 문자통역 등 적절한 수험편의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 입학 지원 과정에서도 여전히 차별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합격생에 대한 대학생활 안내가 부족하다. 넷째, 장애학생을 위한 교수-학습지원 가이드라인 구축, 대체강좌 개설 지원, 튜터링이나 멘토링 지원 등의 교수-학습 지원 환경이 여전히 구축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조공학기기 지원이나 교수-학습 지원을 할 수 있는 인력 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역 없이 수업을 듣거나 교재 없이 수업에 참여해야 하는 장애학생들도 발견되었다. 따라서 효과적인 교수-학습 지원 체계가 확대 또는 구축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섯째, 대학 내 시설의 이동 및 접근 편의가 미흡한 편으로 나타났다. 강의실을 비롯하여 대학 내 각종 시설에 대한 편의시설 설치가 부족한 경우가 있었고, 시설 이용에 따른 추가적인 지원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숙사 지원의 경우 활동보조인 지원 등 인력 지원이 필요하지만 이를 모두 지원하고 있는 학교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자치활동이나 학생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와 같은 학교 내에서의 활동에 대한 별도의 지원 체계가 부족하여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어려운 것으로 확인되었다. 여섯째, 현재 장애학생의 진로 및 취업지원은 주로 상담을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었다. 학교 차원에서 장애학생의 취업 정보 제공, 취업 지원, 추수지도 등 다양한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7년 이래로 대한민국의 인권은 개선되어 왔으며 이제는 완전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로 대한민국의 인권은 이야기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개선되었으며 만민이 평등한 사회라고 진정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장애 학생이 현재 겪고 있는 교육권 침해 실태, 특히 장애 학생의 대학 진학, 재학, 졸업을 둘러싼 문제점들은 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단편이다. 장애 학생들이 대학의 진학 과정에서, 재학 및 졸업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어야 교육권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소수자의 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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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앞두고 새 국회에


2016.5.26. 한겨레


박영민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활동가


까마득하게 느껴지던 졸업이 다가왔습니다. 그간 대선부터 지방선거, 총선까지 거의 다 해본 것 같아요. 나의 한 표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를, 고민하고 또 염원했습니다. 물론 우리는 어제보다 더 진보했고, 좋아질 거라는 희망도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동국대 북한학과에 재학 중인 저는 최근 36년 만에 개최된 북한 조선노동당의 당 대회를 관심 있게 봤습니다. 당 대회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입니다. 악화된 남북관계는 북한학도에겐 막연한 정치가 아닙니다. 취업과 미래를 결정지을 현실에 가깝습니다.


당장 남북교류를 다루는 회사도, 정부부처도 없는 상황이니, 막막하기만 합니다.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으로 2011년 기준 약 6000억원대의 손해를 입은 현대아산뿐만 아니라 개성공단 중단 사태로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생활고로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사업계획이 확대될 일도 없기 때문이죠.


최고 수치를 기록한 청년실업률 앞에 정부는 청년과 대학에 그 탓을 돌립니다.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것은 대학에서 적절한 교육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수요를 염두에 두지 않은 학문을 배운 청년들 탓이라는 것이지요. 정부의 이러한 불호령 앞에 대학은 앞다퉈 ‘프라임 사업’이라고 불리는 구조조정을 진행합니다.


그래서 나온 결과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인문·사회계열 인원은 축소되고 그 인원을 공학계열에서 충당했습니다. 교육부에는 ‘너무 많은 대학과 대학생’이 오직 인문·사회계열에만 해당했던 모양입니다. 프라임 사업의 결과로 해당 대학 전체 인원의 11%에 해당하는 5351명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이동’했을 뿐입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인문계열과 공학계열을 복합한다는 명목으로 신설된 학과들을 보면 도대체 무엇을 배우는 곳인지 알 수 없습니다. 경희대는 국문학과와 전자전파공학을 합쳐 웹툰창작학과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샀고, 국민대는 ‘엔터테인먼트디자인 테크놀로지학과’ 등 읽기도 힘든 영어를 다 가져다 붙여 과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사실은, 대학에선 문과의 씨를 말려놓고 정작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하자며 ‘인문학 증진법’을 공포한 게 다름 아닌 정부라는 것입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청년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우리가 왜 취업에 실패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가장 분명한 건 문과생이기 때문은 아니라는 겁니다. 적절한 분배도 없이 발전을 외치며 돈 되는 기업만 키워주는 풍습이 원인입니다. 인력난에 힘들어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경직된 시장은 고려하지 않고 취업이 안 되면 창업을 하라고 말하는 정부가 원인입니다.


한 단계씩 위로 올라가다 보면 결국 우리나라 정치의 암담함이 보입니다. 청년들의 투표율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생존의 문제가 닥친 청년들은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 없습니다. 승리했다는 성취감에 취해 20대 국회에 기대하고 있는 청년들을 잊어버리진 않았으면 합니다. 앞으로의 4년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이루어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패기 넘치게 출발 테이프를 끊은 만큼 모두의 염원을 빌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꼭 일조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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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윤경·채이배 당선자에게 거는 기대

2016.4.20. 경향신문


전진한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


비가 오던 오후, 원고 작성을 위해 강남역 근처 카페를 찾았다가 낯선 풍경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20대로 추정되는 청년들이 100여석 되는 테이블을 빼곡히 차지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옆자리 청년들은 취업 지원서로 보이는 문서를 작성하며 토론하고 있었고, 한쪽에서 그마저도 지쳤는지 엎드려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날 2~3시간 동안 본 카페 풍경은 음악과 쉼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처절한 전쟁터였다. 세상은 이들을 코피스(Coffee+Office)족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 경험 후 약속을 위해 카페를 갈 때는 코피스족을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생각보다 주위에 많은 후배들도 대낮에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이들 대부분은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학 강의를 하다 보면, 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매주 수업에 정장 차림으로 참여하던 학생은 일주일에 2~3번씩 취업면접을 보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이 학생은 자기가 왜 면접에서 계속 탈락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 너무 힘들다고 울먹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수업에 참여하던 대학생 상당수가 대학 학자금 및 취업·자취를 위해 상당한 금액의 빚이 있었고, 그 빚은 이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학생들과 맥주 한잔을 기울이면서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들도 졸업 후 취업을 위해 카페를 전전하는 냉엄한 현실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출간된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입문서>에는 이런 청년들의 실태가 잘 드러나 있다. 2015년 6월 기준으로 102만명의 대학생들이 7조7000억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고, 최근 5년간 은행이 대부업계에 매각한 청년층 부실채권은 866억원이었다. 또한 서울 지역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 52.6%가 자취를 하고 있고, 월 평균비용으로 66만원을 쓰고 있었다. 이런 빚과 비용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 청년들을 집어삼킬 것이다.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겠다며 20대 국회에 도전장을 던진 청년들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와 기득권의 높은 장벽 앞에서 실패의 쓴잔을 마셔야만 했다. 청년 후보자들의 처지와 코피스족들이 묘하게 닮아 있어, 가슴이 아플 뿐이다. 그나마 이번 선거에서 청년들의 투표율이 크게 상승했고, 이 문제를 계속 연구하던 민간 전문가 2명이 20대 국회에 입성했다는 점은 매우 다행스럽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당선자이다. 그는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은행이 대부업계에 매각한 부실채권의 문제를 인식하고 소각운동을 벌여왔던 서민 금융전문가이다. 최근에는 청년 주빌리 은행을 창립하고, 청년들의 악성 빚 실태를 알리고, 빚 탕감 운동을 벌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가 국회에서 구조적 부실채권을 제도적으로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 한명은 국민의당 채이배 당선자이다. 그는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대기업 지배구조를 연구하고 문제제기를 해온 대표적인 기업전문가이다. 공인회계사의 직업적 특성상 대기업 지배구조를 지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청년 창업 및 취업을 방해하고 있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해 강력한 감시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대기업들의 로비에 굴하지 않고, 기업을 전문적으로 감시하는 국회의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두 당선자 이외에도 20대 국회는 청년들의 지옥 같은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대낮에 코피스족으로 가득 차 있는 카페 풍경은 우리 사회가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들의 절망적인 모습은 우리 사회의 가까운 미래의 민낯이다. 취업과 빚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20대 국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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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지지 말자, 착취 당하는 것에

20, 30세대에게 추천하고 싶은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입문서>

오마이뉴스 2016.4.4.


성영이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활동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잠깐 즐겨보던 웹툰이 있다. 직장 내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웹툰인데 그 중 한 에피소드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끓는 물 속 개구리' 이야기. 끓는 물에 개구리를 갑자기 넣으면 뜨거워서 팍 뛰쳐나간다. 하지만 찬 물에서 점차 끓이면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온도 차를 느끼지 못하고 조용히 죽어간다. 이 정도는 원래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런데 웹툰은 다른 충격을 주었다. 아무리 천천히 삶아도 온도가 높아지면 개구리도 위험을 감지한다. 하지만 뛰쳐나갈 수 없다. 이미 다리가 익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과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울고 있었다. 후배는 한 잡지사의 어시스턴트로 일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밤 10시, 11시 야근은 기본이고 주말 출근도 마다하지 않는데 월급은 40만 원 남짓. 패션계와 미용계에서 도제식으로 착취한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지만 돈 많은 대형 잡지사에서도 이런 식인 줄 몰랐다.


내 주변의 친구들은 지금 다 이런 식이다. 이제 막 졸업을 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학과 내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동기는 약 30명 정도, 이 중 정규직이 되었다는 소식은 단 두 명, 일찌감치 대학원을 간 친구가 한 명 있다. 


그 외에는 자격증 시험이나 고시를 준비하거나 인턴, 계약직, 어시스턴트 등을 하면서 열심히 스펙을 쌓고 있다. 나름대로 서울에서 알아주는 대학에 다녔고 학교 다니는 내내 스펙을 쌓았는데 여전히 우리는 앞날을 잘 모르겠다.


이상하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왜 원하는 정도의 직장에 진입하지 못할까. 어느 정도로 '갖춰야', '미쳐야'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내가 그렇게 부족한 사람인가. 결국 이 또한 극복해야 하는가.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 모양일까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입문서>에 따르면 '일자리'는 이미 존재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눈만 높아서 이 지경인가? 아니, 그 존재하는 일자리의 수준이 대체적으로 낮아서 노동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청년들이 차마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열심히 일해도 먹고 살기 힘든 시대이기 때문에. 


청년 일자리 문제는 근본적으로 한국사회가 수십 년간 추구해 온 성장 정책에 대한 결과로서 기존의 '노동체제'가 한계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울음을 그치고 "괜찮아요. 언니. 극복해야죠 뭐"라고 말하는 후배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이렇게 말했다. 


"네가 약해서 못 버티는 게 아니야. 넌 착취당하고 있어. 그것도 엄청난... 따라서 너무 수고하고 있고 너무 고생하고 있다."


고용, 주거, 부채, 교육. 지금 청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청년문제들은 그동안 한국사회가 풀지 못한 각종 사회문제들의 총체적 결과물이고, 이는 곧 우리 사회의 낡은 체제가 수명을 다하고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가운데, 그 변화의 실마리가 될 청년들은 지금 어떤 취급을 당하며 있는가. 끊임없이 기성세대의 기준에 맞추려고 자신을 비판한다.


문득 반기를 든다. 좀 더 숙련되고 정제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창의력과 상상력은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가고 사회를 변화시킬 원동력이다. 사회문제에 익숙해지고 이를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바꿀 수 있는 변화의 존재인 것이다.


제멋대로 학과를 없애거나 통폐합시키는 대학, 지나친 월세, 서포터즈 또는 인턴이라는 이름의 열정페이. 누구나 한 번쯤 우리가 사는 이 곳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헬조선, 노오력, 흙수저라는 말의 등장이 그 증거이다. 그러나 우리의 의문에 그 누구도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았다. 초중고, 심지어 대학교까지. 언론도 충분치 않다.


그래서 나는 후배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다. 이 책은 20, 30대 청년 25명이 청년 스스로의 시각에서 바라본 청년문제와 기타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설명해놓은 책이다. 노동/인권/대학/평화통일 4개 분야에서 문제점과 원인, 그 대안까지 마치 친한 친구 또는 선배가 설명해주는 것처럼 쉽고 친절하다. 


청년이라면 누구나 의문을 제기하는 것들에 대해 큰 산을 그릴 수 있는 책이다. 처음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위한 말 그대로 '입문서'다. 게다가 올 초에 나온 신간도서로 최근 화제가 된 사건들(여성혐오, 대학 구조조정, 메르스, 송파 세 모녀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공감이 간다.


하지만 25명이 챕터를 나눠서 써서 그런지 앞서 언급한 사실이 중복되어 나오거나 어떤 글은 조금 동의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이 꼭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 청년들 안에서도 수많은 이견들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논쟁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예 제대로 된 논쟁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그 논쟁을 위한 발제문이다. 25명의 청년들이 먼저 말을 꺼낸 것이다. 


청년들이여, 착취당하는 데 익숙해지지 말자. 점점 끓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사람도 익숙해지더라. 곧바로 행동을 취할 수 없어도 괜찮다. 하지만 알자. 같이 알고 있자. 뭔가 잘못되었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우리가 서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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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당사자들이 직접 쓰는 청년교과서가 발간되었다.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 입문서(궁리출판)」는 노동, 인권, 대학, 평화·통일 파트로 구성된 청년들을 위한 교과서이다. 수많은 문제를 봉착한 청년들이 이 책 한권으로 각 삶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집필했다. 


2014년 초부터 기획과 필진을 모집하고 필자들 전체가 한 달에 2번 정도의 모임을 통해 내용을 쌓아갔다. 반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글을 쓰고, 글을 수정하는 노력 끝에 드디어 세상 밖에 나오게 된 나름 역사적인 작품이다.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과 법무법인 <지향>의 후원으로 제대로 된 청년교과서를 만들고 싶다는 상상은 현실이 되었고 벌써부터 뜨거운(?) 반응에 새삼 놀라고 있다.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냥 하겠다고만 하면 되요' 뭐 이런 제안이 다 있나 싶었지만 당장 할 일도 없었고, 막무가내의 자신감이 재밌기도 해서 흔쾌히 오케이를 던졌다. 그 대답이 1년 이상의 시간을 쓰게 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청년이 쓰고, 청년이 읽는 책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다양한 논의를 담고 있는 청년입문서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특히나 관점도 살아온 환경도 다른 이들이 조언하듯 쏟아낸 말들은 청년들의 공감을 사기에 역부족이었다. 여러 단체에서 실제로 활동가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모여, 자신이 먼저 경험한 사회적 문턱의 문제를 다루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    


북한학과 재학생인 만큼 평화·통일 분과에서 참여하게 되었다. 각자가 생각하는 평화와 통일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 것인지, 분단의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회의가 진행되었다. 시민단체 간사, 통일교육 강사, 북한학 석사과정 학생, 인권운동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속원들 사이에서는 무엇이 평화이고, 무엇이 통일인지 결정하는 일 조차 어려운 과정이었다. 심지어 '청년'이 누구인지 판단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노동, 인권, 대학으로 이루어진 다른 분과 사정도 다르지는 않았다. 어렵사리 시작된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곳도 있었고 이미 썼던 글들을 모두 지운 곳도 있었다. 사람 수 만큼이나 많은 문제들에 봉착하는 광경을 보며 분명 같은 가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임에도 무수히 많은 이견들이 생기는 구나, 세상을 바꾸는 일은 정말 멀고 험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숱한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논의는 멈추지 않았다. 분명한 차이점들이 있었지만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가치를 향해 움직인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했다. 청년이기에 알 수 있는 부조리함이 만연했었고 그렇기에 청년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다. 책 제목을 '모르면, 사기 당할 수도 있는 이야기'라고 정하자는 얘기까지 나왔었다.


색다른 시선도 한몫 했다. '캐러멜 마끼아또' 보다 청년 시급이 더 싼 현실, 낭만적인 캠퍼스가 아닌 처참한 대학 현실, 선후배가 군대에서 겪고 있는 반인권적인 일 등 청년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려고 했다. 평화·통일 분과의 경우 역시,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분단에 집중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헬조선'과 분단이 얼마나 닮아있는지 깨우쳐가는 과정을 그리고자 노력했다.


누군가는 청년이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다 말하고, 누군가는 '요즘 애들'은 세상을 바꾸기에 턱 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그들이 진짜 청년을 모르기 때문에 던진 말이다. 우리는 이미 세상을 바꾸고 있다.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목소리로. 또한 비슷한 처지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목소리를 전달하려 한다.


당신의 삶은 결코 잘못되지 않았고, 이 책 속에 녹아있는 20여명의 청년의 삶은 당신과 꽤 닮아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응원하고 스스로 전진하는 청년들의 앞길에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 입문서」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힘냅시다, 청춘.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입문서


- 청년,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만들다 -

바꿈 청년네트워크 지음, 궁리 출판사, 304쪽, 15,000원




"2,30대 청년 25명이 바라본 한국 사회의 문제점과 원인, 그 대안까지"


"청년이라면 누구나 의문을 제기하는 것들에 대해 큰 산을 그릴 수 있는 책"


"처음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위한 말 그대로 '입문서'"


"마치 친한 친구 또는 선배가 설명해주는 것처럼 쉽고 친절"



<책 소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안한 삶의 풍경들


‘서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도 바뀐다’


서문에서 인용한 만화 송곳의 대사이다.

오늘날 청년이 서 있는 공간과 과거 청년이 서 있는 공간은 전혀 다른 곳이다. 과거와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청년들이 불쌍하고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도

청년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로 받아들여 대책을 고심해야 한다.


청년들이 ‘서 있는 곳’이 과연 제대로 된 곳인지, 아니라면 이걸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세대의 시선으로


사회에서 비교적 성공했거나 글쓰기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청년들의 삶에 대해 이런저런 해석과 해법을 이야기해주는

'외부자' 시각이 아닌, ‘청년 스스로 쓴 청년 사회입문서’이다.

바꿈청년네트워크에는 대학생, 백수, 시민단체 활동가, 교육활동가 등 다양한 청년들이 모여 있다.

전에는 서로 몰랐던 사람들이 ‘우리가 우리 이야기를 써보자’는 하나의 이유로 모였다.

바꿈 청년들이 스스로 만드는 책이니만큼 ‘청년의 시각’, ‘청년의 이야기’를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다.





우리 사회를 새롭게 바라보고 바꾸어가고자 합니다!


어떤 정답이나 대안을 이야기하기보다 그걸 하기 위한 토대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회를 보는 다양한 시각들이 충돌하고 소통하고 조율되어야만 ‘청년들의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

책에도 청년들이 생각하는 대안들이 담겨 있긴 하지만, 바꿈의 이야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청년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소통하면서 대안을 만들어 간다. 

그래서 바꿈이 추구하는 대안은 ‘정답’이라기보다 ‘방법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곁에 있는 또래의 청년들, 청년과 소통하기 원하는 기성세대와 함께 토론하면 좋을 책이다.




<목차>


발간사 

서문 


1부 | 노동을 아름답지 않게 만드는 것들

1 청년 일자리 

2 열정을 가지고 참고 견디라고요? 

3 당신의 노동은 얼마입니까? 

4 우리가 가진 몇 안 되는 비빌 언덕, 4대 보험에 대하여 

5 ‘노동자’ 모두 여~기여기 모여라(feat, 헌법33조) 


2부 |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

1 인권은 감정이다 

2 인권 결핍의 대한민국 군대 

3 우리 사회 혐오읽기-여성과 성소수자를 중심으로 

4 광화문역에는 장애인이 살고 있어요 

5 다름으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 세계시민으로 함께 살아가기 

6 메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7 송파 세 모녀에게 우리가 돌려주어야 할 말, ‘죄송합니다’ 


3부 | 대학이 우리에게 알려준 것들

1 대학공략법 

2 자신의 미래를 빛내러 온 대학에서 빚만 내는 대학생들 

3 엇나간 교수와 학생의 사이 

4 비리재단은 현재 진행중 

5 대학을 권력으로부터 자유케 하라! 

6 기업이 되어버린 대학 

7 아직도 우리는 대학에서 희망을 찾는다 


4부 | 평화, 통일보다 낯선

1 통일이라 쓰고 탈분단이라 읽는다 

2 분단 모순 극복으로서의 통일 

3 이게 우리가 싸워야 할 일이 아니야! 

4 청년 실업 ‘중동’보다 ‘남북경협’에서 

5 핏빛이 아닌 장미의 붉은빛으로 

6 스무 살, 분단을 인식하고 평화에 공감하자! 


에필로그



<저자 소개>


저자: 바꿈청년네트워크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는 20~30대 청년 활동가의 모임이다. 2015년 2월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입문서' 제작을 목표로 대학, 노동, 인권, 평화.통일 등 4개 분과로 운영되어 왔다.


강태경(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

강혜진(숭실대학교 학생)

김성은(홍익대학교 졸업생)

김윤영(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김정숙(건강세상네트워크 활동가)

단청(여성학을 배우는 학생)

리온소연(수원다문화도서관 지구별상상운영자)

박영민(동국대학교 북한학과 재학생)

박혜영(노동건강연대 상임활동가)

변규홍(청년녹색당 전국위원/전 KAIST 학부 동아리연합회 회장)

손우정(성공회대학교 연구교수/바꿈 이사)

신정현(사람도서관 리드미 관장/청소년통일교육 전문가)

오세연(전 청년유니온 사무국장)

유애리(예비 사회활동가)

윤지선(손잡고 활동가)

이다솜(독립다큐멘터리스트)

이동철(한국노총 법률원 부천상담소 상담간사)

이인섭(전 군인권센터 활동가)

이진수(인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 샘 초등교사)

임지훈(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 박사과정 재학생)

전진한(알권리연구소 소장/바꿈 이사)

전진희(대학고발자 운영자)

정별(홍익대학교 학생)

정욜(인권재단 사람 활동가)

최수지(학교통일교육 전문강사)

최형순(전 경기대학교 총학생회장)

홍명근(시민의날개 상임활동가)



서평 "익숙해지지 말자, 착취당하는 것에" 성영이 상임활동가 2016.4.4. 오마이뉴스


저자 후기 "청년은 이미 사회를 바꾸고 있다" 박영민 자원활동가 2016.4.4


서평 "‘스텐수저’를 꿈꾸는 청춘들 입문서" 양리리 서대문도서관친구들 대표 2016.4.15.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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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입문서』를 펴낸 바꿈청년네트워크 인터뷰(출판사 궁리)


2016.3.17


Q  우선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입문서』를 펴낸 ‘바꿈청년네트워크’ 총괄코디네이터이자 바꿈 이사인 손우정입니다. 바꿈은 시민사회의 다양한 잠재적 가능성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협력 사업을 펼쳐보고자 2015년 7월 7일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이라는 이름으로 창립된 ‘신상’ 단체입니다. 청년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활동가 25명을 모아서 ‘바꿈청년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많은 격려 부탁드려요. 



Q  이번에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입문서』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우선 바꿈청년네트워크라는 모임이 조금 낯섭니다. 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A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바꿈은 독자적인 활동을 펼치기보다 우리가 조금만 힘을 합치면 다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단체, 개인에 대한 지원·협력 사업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요즘 가장 힘든 것이 청년이잖아요? 그래서 첫 번째 주력 사업 중 하나로 청년들이 모여서 우리 사회 이야기를 직접 해보자고 결정했어요. 그래서 이곳저곳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20~30대 청년 활동가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렇게 모인 25명의 청년이 바로 ‘바꿈청년네트워크’입니다. 이제 책을 냈으니, 독자 여러분들이 많이 읽어주시면 그만큼 활발한 활동이 가능하겠지요? 무엇을 할지 딱 결정된 것은 없지만 더 많은 청년들과 사회문제를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Q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입문서』는 기존에 나왔던 청년을 주제로 한 다른 책들과 어떤 점에 차별화를 두고자 했는지요? 이 글을 쓴 필진들 또한 궁금합니다. 

A  청년들의 힘든 삶이 주목받으면서 청년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책은 ‘외부자’의 시각에 머물렀던 것 같아요. 다시 말해 사회에서 비교적 성공했거나 뛰어난 글쓰기 재능을 가진 분들이 청년들의 삶에 대해 이런저런 해석과 해법을 이야기해주는 것이죠. 이번에 나온 책은 ‘청년 스스로 쓴 청년 사회입문서’라는 것이 가장 특징인 것 같아요. 바꿈청년네트워크에는 대학생, 백수, 시민단체 활동가, 교육활동가 등 매우 다양한 청년들이 모여 있습니다. 전에는 서로 몰랐던 사람들이 ‘우리가 우리 이야기를 써보자’는 하나의 이유로 모였어요. 전문가들이 쓴 청년도서보다 조금 전문성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우리가 우리 스스로 만드는 책이니만큼 ‘우리의 시각’, ‘우리의 이야기’를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Q  전체 4부로 되어 있는 이 책은 ‘인권, 노동, 대학, 통일’을 큰 주제로 잡아 필진이 글을 써내려갔습니다. 다른 주제들은 ‘청년’ 하면 늘상 떠오르는 의제들이었는데, ‘통일’이 포함된 것은 조금 의외였습니다. 이렇게 네 주제를 배치한 까닭이 궁금합니다. 

A  ‘청년’이라는 범주로 묶여 있지만, 사실 모인 사람들 대부분 서로 고민도 다르고 관심사도 달랐어요.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요. 우리의 계획은 모든 청년의제, 사회문제를 다루기보다 우리의 관심사부터, 할 수 있는 이야기부터 해보자는 것이었어요. 평화통일문제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이 하나 둘씩 모이니까 ‘평화통일분과’가 만들어지고, 대학문제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하나 둘 씩 모이니까 ‘대학분과’가 만들어지는 식이었어요. 아쉬운 것은 좀 더 많은, 좀 더 다양한 분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거예요. 그렇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보는 것이 지금 청년의 현실에서 더 필요한 도전 아닐까요? 다음 편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Q  예전에 청년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한 나라의 미래를 이끄는 집단으로 여겨졌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청년들이 측은지심의 대상으로, 여전히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에 대해 어떤 진단을 하고 있는지요?

A  서문에 ‘서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도 바뀐다’는 만화 송곳의 대사를 인용했어요. 오늘날 청년이 서 있는 공간과 과거 청년이 서 있는 공간은 전혀 다른 곳이에요. 과거와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청년들이 불쌍하고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도 청년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청년들에게 ‘힘을 내’, ‘도전을 해봐’, ‘참여해야지’ 하고 과거의 모습에 견줘 요구하기보다 이 구조, 청년들이 ‘서 있는 곳’이 과연 제대로 된 곳인지, 아니라면 이걸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아울러 바꿈 청년네트워크에서 청년문제에 제시하는 신선한 대안이 궁금합니다. 

A  우리가 만든 책은 ‘사회입문서’예요. 다시 말해 어떤 우리만의 정답이나 대안을 이야기하기보다 그걸 하기 위한 토대를 만드는 데 집중했죠. 우리 사회를 보는 다양한 시각들이 충돌하고 소통하고 조율되어야만 ‘청년들의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고 봐요. 책에도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이런 저런 대안이 담겨 있긴 합니다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이야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청년들이 우리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으로 소통하면서 정말 ‘청년의 대안’을 만들어 가는 것이 신선한 것이죠. 그래서 우리가 추구하는 대안은 ‘정답’이라기보다 ‘방법론’에 가깝습니다. 독자분들도 좋은 대안을 만드는 과정에 함께 하셔야 하고, 그 공간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이 바꿈청년네트워크의 역할이 아닌가 싶어요. 



Q  독자들, 특히 청년 친구들에게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조언을 해준다면요? 

A  가장 중요한 것은, 사서 읽어 주십시오! 하하. 농담이고요, 이 책은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정답을 담은 책이 아니예요. 동의하기 어렵거나 책보다 더 좋은 생각을 가진 독자분들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럴 때 옆에 있는 같은 청년들, 청년과 소통하기 원하는 기성세대와 토론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이 책에는 이렇게 나와 있는데 나는 생각이 달라. 이건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이 든다면 혼자만 생각하지 말고 서로 대화하고, 더 좋은 대안을 찾는 밑거름으로 삼는 것. 이것이 우리가 의도하는 바입니다. 대화할 사람, 소통할 사람이 없다면 바꿈으로 연락주세요. 바꿈은 그런 대안들, 소중한 고민들을 서로 연결하고 지원하기 위한 곳이니까요. 바꿈이 만든 ‘청년 사회입문서’의 활용법은 철저히 독자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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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인 대학구조, 총선에서는 '외면'

20대 총선후보자들은 대학 개혁 공약을 밝혀주세요

오마이뉴스 2016.3.8.

박영민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자원활동가


'청년 공동행동'(가칭), '흙수저당', '알바당' 등 이번 총선과 관련해 청년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청년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절벽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일까.


이번 설, 집으로 내려가는 청년들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당황함을 느꼈다. '2015년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완성으로 대학등록금 부담 50% 경감'이라는 정부 광고를 KTX 좌석 등받이에서 접했기 때문이다. 대학 4학년인 필자 주위에 펼쳐지고 있는 잔인한 현실에서 저런 광고에 헛웃음만 나온다. 


얼마 전 등록금심의위원회 기간이 되자 등록금을 인하하라는 학생들의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한국장학재단 SNS에 올라온 청년 사연은 화제가 되었는데, 소득변화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국가장학금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새누리당의 19대 총선 공약이자, 여야가 합의하에 이끈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시행령은 대학회계 투명화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등록금이 인하될 것이라 기대되었다. 2012년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대학회계투명성만 높여도 등록금을 15~30%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작년 9월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회계 관련 법안 5개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1개 이상의 법 규정을 지키지 않은 학교는 97.3%에 달했다. 하지만 실제 정부의 권고대로 대학 스스로가 밝힌 적발 건수는 4년제 대학 기준 10.9%에 불과했고 5개 규정을 모두 준수한 대학은 단 4곳뿐이었다.


등록금 문제의 화두였던 적립금 논란 역시 교육부의 불성실한 태도에 보답하듯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여야는 본 법안을 통해 지나치게 많은 이월금(적립금)을 보유하는 대학에 대해 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대학교육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2009년부터 4년 새 전국 165개 사립대학의 적립금은 15.7%, 1조 1091억 원이 증가했다. 재단이 적립금을 쌓아두고 등록금을 인하하지 않아도 빠져나갈 구멍은 곳곳에 존재한다. 


적립금은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처가 엄정히 분류된다. 즉, 해당 목적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다. 물론 그리 복잡하지 않은 절차를 통해 사용목적을 변경할 수 있지만 기부금의 경우 기부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는 적립금을 이용해 등록금을 인하하라는 학생들의 요구에 학교 측이 핑계를 대는 '구멍'이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사용목적을 변경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요구 앞에서는 '쓰고 싶다고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화되어가는 학교로부터 학생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교육부는 결국 청년을 외면했다. 뽑아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다는 국회도 허울뿐인 법안을 던져놓고 사라졌다. 어떠한 보호막도 남아있지 않은 청년들은 직접 나서는 것 이외에는 방법을 찾을 수 없다. 물론 청년은 한 순간도 '가만히 있으라'에 동조하지 않았다. 수원대, 상지대, 동국대 사태 등 교육부나 국회도 눈을 돌린 재단비리에 대해 정면으로 맞선 이들은 분명 학생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싸늘하다. 투신선언, 50일 단식 등 목숨을 건 학생들의 싸움은 끝나지도, 이기지도 못했다. 이들의 싸움은 언제나 맨 땅에 헤딩하기였다. 관련 법규도, 판결도, 정부의 중재도 없는 상황에서 거대한 학교를 이기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뿐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는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다. 더 이상 포기할 것도 없는 'N포 세대'의 움직임을 보면서 각성해야 한다.     


이제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청년들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대학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중요한 영역이지만, 공약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 정치인들은 청년들을 이용해 자랑하기 바쁘지만, 절망적인 대학구조에는 눈을 감고 있다. 매우 이중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20대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대학개혁과 관련해 공약과 실천의지를 발표해야 한다. 이제 감성적으로만 청년들에게 표를 요구하지 말고, 대학구조와 관련된 구체적인 공약을 보고 싶다. 총선이 대학을 외면할 때, 우리 청년들의 삶은 점점 황폐화 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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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기억'을 기억하다, 바꿈이 만난 얼굴들]최유진 더불어민주당 뉴파티위원회 위원

* 바꿈이 기획한 <기억을 기억하다, 바꿈이 만난 얼굴들>은 많은 이들이 외면하고 잊어가고 있는 이 땅의 현실을 온몸으로 살아내고 있는 얼굴들을 만나 그의 기억을 함께 나누려는 기록연재입니다. 그가 누구든, 어디든, 이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는 역사의 증인과 삶의 현장이 있는 곳이라면 바꿈이 언제든 달려가겠습니다. 함께 나누겠습니다. 그 기억을 기억하겠습니다.

이소망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이사&오민정 사진작가


"54.5세 국회의원은 '헬조선' 못 바꾼다"


김애란의 단편소설 <서른>에 나오는 주인공 수인은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새벽부터 밤까지 학원가를 오가는 아이들을 보며 이렇게 읊조린다.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겨우 내가 되겠지.'


수인이 이미 겪어본 아이들의 미래는 이렇다. 어렵게 들어간 대학은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며 다니기가 버거울 것이다. 졸업 후에도 빠듯한 살림살이가 이어질 것이고, 고수익 보장이라는 말에 속아 다단계 조직에 발을 들여 놓을지도 모른다. 그곳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살갑게 지내던 누군가를 그 지옥에 불러들여야 할 때도 있고, 나를 대신한 그이가 불어난 빚과 망가진 인간관계에 시달리다 죽음을 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십년간 자취방을 여섯 번이나 옮겨 다니게 될 테지만 제대로 된 창문도 없는 작은 방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십 대의 젊은 소설가가 그려놓은 대한민국 청년의 삶이 이렇다. 교육, 주거, 취업, 인간관계까지 한 편의 짧은 소설에 청년의 삶 면면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리고 여기, 소설이 채 말하지 않은 청년 이야기를 풀어 놓는 이가 있다. 최유진 위원이다. 김애란의 소설에 그의 이야기를 더하면 대한민국 청년의 서글픈 초상이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더불어민주당 뉴파티위원회 위원으로 있는 그가 집중해서 활동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소설에는 쓰이지 않은 청년정치이기 때문이다.


"아이들한테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고 희망이 있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게 너무 미안하고... 또 한편으론 화도 나요. 사람이 어떤 기회를 얻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 될 때 발전도 하는 거고 새로운 모습도 보여줄 수 있는 건데, 지금 청년세대는 삶에 대한 새로운 기회조차 못 잡고 있는 게 현실이죠."



<서른>을 쓴 소설가와 최유진 위원은 아마도 일면식이 없을 테지만 그 둘이 공유하고 있는 감수성이 퍽 닮았다. 문학의 언어와 정치의 언어가 갖는 온도차는 있었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당사자들의 비슷한 체험이 문학과 정치라는 각자의 그릇에 담겨 있는 셈이다.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존재로 취급받고 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에요. 헬조선, 흙수저, 노답사회 이런 표현 자체가 청년들이 불공정한 사회에 대해 분노하고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정치에 참여할 기회가 끊긴 상태인 거죠. 정당별로 청년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청년들이 가져갈 수 있는 파이를 나눠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청년들도 정치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한국 정치에서는 그런 시스템이 없어요. 캐나다에서 40대 총리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10대, 20대부터 정치적 경험을 쌓게 하고 사람을 길러내는 인재 육성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우리 정치권처럼 선거철 보여주기 식으로 청년을 호명하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죠."


우리나라 총 인구 중 20,30대의 비율은 30%다. 그러나 20,30대의 당사자성을 갖고 있는 19대 국회의원은 단 4명뿐이다. 쉽게 말해 20,30대 연령의 국회의원 수가 겨우 4명이라는 거다. (그나마도 20대 국회의원의 수는 0명이다) 19대 국회의원의 평균연령이 54.5세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 국회가 세대의 다양성을 대변하는데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다. 청년정치가 부재한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노인관련 법안은 청년에게 혜택을 주는 법안의 4배에 달하고, 현행 정치자금법에서는 청년세대를 위한 예산의 정도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 


"청년들의 투표율이 낮다고 하는데, 지역정치, 지역구 선거 자체가 현재 청년들의 이해관계와 맞지 않아요. 대부분의 청년들은 자기가 나고 자란 지역을 떠나 원룸에서 살고 고시원에서 살아요.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착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그걸 아는 정치인들은 공보물을 원룸촌, 고시촌 이런 곳엔 보내지 않아요. 청년 투표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거죠.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엘리트 위주의 정치로 일관해 오던 기득권 정치가 바뀌지 않고 제론토크라시, 노인 정치가 계속된다면 인구절벽을 앞둔 한국은 더 이상 성장하거나 발전하는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어요. 청년을 포함해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이 정치에 뛰어들어 변화의 에너지를 만들어야 미래를 꿈꿀 수 있죠."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작고한 문학평론가 김현은 문학은 유용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문학은 인간을 억압하는 부정한 힘을 알게 하여 인간으로 하여금 세계를 개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당위성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문학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면 이런 과정을 타고 흐를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다르다. 정치는 유용하며 직접적이다. 정치가 발휘되는 방향에 따라 당장 우리의 일상생활부터 달라지기 마련이다. 최유진 위원은 왜 우리 삶을 바꿔 줄 희망의 씨앗을 정치에서 찾고 있을까?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하고 조형물 작품을 냈던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오히려 앞에 것, 유용하지 않은 예술을 써먹으며 살아가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말이다.


"대학 1학년 때 하반신이 마비가 되는 사고가 있었어요. 전쟁기념관에 있는 기념탑을 만들다 떨어졌는데 마비의 원인을 찾지 못해서 두 달을 천장만 보고 있었거든요. 그때 누구나 장애가 생길 수 있고 누구든지 약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어요. 그리고 평생 누워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 그제야 이 사회가 약자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없는 곳인지 알게 됐어요."


제주도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최 위원은 서울에 있는 예술고에 입학했다. 제주도에서 왔다는 이유로 이름 대신 '제주도'로 불렸고 같은 이유로 왕따와 구타를 당했다. 해녀의 숨비소리를 들으며 맨발로 뛰놀던 아름다운 추억이 주류의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학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청소년기의 상처와 대학에서의 사고는 미술가의 길을 걸으려 했던 그를 사회운동에 뛰어들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극도의 입시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은 새로운 친구를 환영할 수 없었고 하반신 마비의 환자와 더불어 살아갈 여유가 이 사회엔 없었다.


원인 모를 하반신 마비는 척추신경에 박혀 있던 작은 뼛조각이 문제였다. 치료 후 두 다리로 땅을 다시 디뎠을 때 그에게 아낄 몸 같은 건 없었다. 다양한 사회문제에 몸으로 직접 뛰어들었다. 학내에서는 등록금 투쟁에 앞장섰고 서울대 일제잔재청산위원회를 조직해 친일 인명사전도 만들었다. 진보정당에 들어가 사회진보 운동도 열심히 했다. 2009년엔 다큐 <오체투지 다이어리> 공동 연출도 맡았다. 그가 스물아홉 살이었던 해였다.


"오체투지는 신체의 다섯 군데를 바닥에 닿게 하는 가장 낮고 겸손한 수행이에요. 2008년, 사회적 약자들이 더욱 열악한 조건에 내몰리고 민주주의의 후퇴가 우려되던 상황이었는데, 문규현, 정종훈 신부님과 수경스님이 사람과 생명, 평화의 길을 찾는 순례를 떠난다기에 카메라 촬영법을 급히 배워 수행단에 합류했어요. 순례를 기록하기 위해 참여하긴 했지만 당시 제 개인적으로 자기반성도 필요했고 새로운 시작점을 찾아야 했을 시기라 저 역시 수행한다는 심정으로 동행했어요."


이십대 초부터 다양한 정치사회운동에 참여해오며 나름 잔뼈가 굵어졌을 시기에 관성적으로 사회문제를 보고 접근하려는 자신을 발견했다. 하고 있던 진보운동은 점점 힘들어졌고 스스로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 최 위원이 선택한 것이 오체투지 순례길이다. 고생스러웠다.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단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느라 빚도 좀 생겼다.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작품이 제2회 DMZ다큐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며 의미를 남겼다. 상금도 받았는데 빚 갚는데 고스란히 쓰였다고 한다. 


상도 상이지만 그에게 <오체투지 다이어리>가 남긴 의미는 사실 따로 있다. 약자의 외침을 대신해 고행하는 수행자들 곁에 소박하게, 더러는 아프게 살아온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왔다. 그들이 울고 웃으며 풀어놓는 사는 이야기를 가까이 들으며 최 위원은 저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사회와 저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정치야말로 좋은 사회와 좋은 정치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정치에 있어서 당사자들의 직접참여는 최 위원이 인터뷰 내내 강조하던 내용이기도 하다.


"제가 작업해오던 공공 설치 미술은 다른 미술보다는 생활에 밀접한 측면이 있어요. 하지만 예술을 통해 절박한 현실을 직접 바꾸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죠. 정치는 직접적이에요. 우리가 먹고 사는 문제가 정치에 달려 있고, 우리가 처한 답답한 현실을 우리 손으로 직접 풀 수 있는 수단이 정치이기 때문에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어요. 청년뿐만 아니라 다양한 당사자들이 정당 안으로 들어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될 거라고 생각해요."



다시 김애란의 <서른>을 읽는다. 


도시에 어둠이 내리면 아파트마다 회사 로고를 본뜬 네온등에 불을 밝힌다. 손잡이도 없는 작은 창 너머로 세기의 문장(紋章)처럼 박혀있는 그것을 바라볼 때마다 수인은 그가 살고 있는 이 방이 공간이나 장소가 아닌 어디론가 계속 이동 중인 물체처럼 느껴진다. 창밖의 세계와는 같은 시공을 공유할 수 없는 채로, 묵직한 가속도를 내며 지구로부터 멀어지는 우주선처럼 말이다. 


"청년정치는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미래가치를 스스로 찾고,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고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죠. 끊임없이 경쟁만을 쫓기듯 하게 만드는 불공정한 룰을 깨고 다수의 청년들을 패배자로 만드는 시스템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일어났으면 해요. 그런 움직임 속에서 제 역할이 있다면, 많은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진입로는 만드는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송곳이 낸 작은 구멍이 나중에 큰 물길을 트듯이 제가 그 작은 구멍을 내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청년들이 허공에서 보내는 타전은 땅에 채 닿기도 전에 희미해지고, 그들이 타고 있는 우주선은 방향을 잃은 채 자꾸만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 청년이 정치적 약자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청년들의 고독한 우주선은 더 많이, 더 멀리, 더 빨리 지구를 떠나게 될 것이다. 청년정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최유진 위원이지만 그의 열정만으로는 저 많은 우주선을 다시 지구로 회귀시키는 건 아마도 불가능 할 것이다. 


최유진 위원에게 청년문제의 모든 짐을 지워주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청년 정치인이 귀한 이 시대에 그가 있다는 게 위로가 된다. 희망이 있다는 말로 대신하고도 싶지만 아무래도 희망이란 단어는 익숙하지 않아 차마 못쓰겠다. 그러나 그도 말했듯 작은 구멍을 낸다고 했다. 최유진 위원이 낸 구멍이 비록 송곳만큼의 크기라도 그것은 메시지가 수신되고 발신되는 소통의 창구가 될 것이고, 그 길을 따라 청년들의 우주선이 다시금 지구별에 착륙하는 날도 올지 모르겠다. 잠을 줄여가며 공부에 애쓰고 있는 아이들이 결국 서른 살 수인의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서늘한 예감은 허공에 날려 버린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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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의 기성세대가 묻고 n포세대가 답하다" 포토앨범

왜 청년들은 저항하지 않는가? 왜 기성세대는 말만 많고 꼰대인가?


토크쇼 토론자들과 사회자. 왼쪽부터 최태섭, 최열, 서유란, 박석운, 전진희, 변윤지, 안희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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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임은 청년이 지란 말인가?

오마이뉴스 2015.10.20.


전진희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청년 코디네이터

[대학교육연구모임 대학고발자] 운영자


지난 3월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배우 고경표씨가 자신의 모교인 건국대에서 '영화과 살려달라'며 1인 시위를 진행한 것이다. 갑자기 건국대에서는 영화과 통폐합이 결정되었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말도 안 된다'면서 행동에 나섰다. 


비슷한 시기, 외대에서는 개강하고 2주가 지나 336개의 강의가 폐강되는 일이 생겼다. 지난 해 12월 기존 절대평가를 상대평가로 변경하는 <성적평가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과 연관이 있다며 학생들은 반발했다. 올해 각 대학에서는 갑자기 학과가 사라지고 수업이 폐강되고 성적제도가 변경되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교육부에서 진행한 대학구조개혁평가정책 때문이었다. 

정부에서는 지난 해 인구감소로 대학의 수가 지나치게 많다며 대학을 평가해 인원감축을 강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학구조개혁평가계획의 세부내용이 발표되고 올해 8월 31일 각 대학의 등급이 발표됐다. 등급에 따라 학교는 인원감축을 진행해야 하며 학자금대출 제한, 정부재정 지원 제한 등을 겪게 됐다. 등급이 발표되자 하위등급을 받은 강원대와 청주대는 대학운영에 책임을 지고 총장이 사퇴를 하는 일이 벌어지고, 경주대는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 모든 것은 갑자기 진행됐다. 학생들의 학습권은 학교가 살아 남기위해 어쩔 수 없는 수단으로 치부됐고 모든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왔다.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진리는 커녕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도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정부가 대학을 줄이겠다고 나선 것은 인구가 감소하면서 생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대학이 이렇게 많아진 건 정부의 정책 때문이었다. 95년 김영삼 정권은 대학자율화조치를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대학의 설립을 자율화를 시켜버렸다. 현재 대학의 30%는 그 당시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정부정책의 실패로 현재의 상황이 만들어졌지만 정부는 책임을 전혀 지지 않고 있다. 모든 것이 학생들 책임으로만 돌아오고 있다. 

대학생들에 대한 책임전가는 비단 대학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현재 노동개악이라고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는 노동개혁은 청년실업문제해결을 위해 추진되고 있다지만 그 실상은 취업규칙 변경을 용이하게 만들어 노조를 죽이게 하는 제도이다. 더군다나 비정규직을 2년에서 4년까지 연장시켜 평생비정규직으로 전락시키는 정책이며 일반해고를 법적으로 가능케 하는 '해고법'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피해를 보게 되는 건 결국 가진 것 없는 청년들이다. 정부는 '유연성'만을 얘기하며 규제완화를 위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청년들의 현실은 정부의 정책을 강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청년들은 대한민국에 희망이 없다면서 '헬조선'을 말하고 '탈조선'을 부르짖고 있다.

정치는 사회갈등을 통제하고 국민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 역할이 있다. 하지만 정치는 오히려 사회적 약자인 청년들의 삶엔 관심이 없다. 오히려 노동문제에서는 자본가입장을, 대학문제에서는 대학입장을 위한 데서 그 역할을 발휘한다. 전 과정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는 제외되고 있다. 청년들이 존재하는 것은 표를 얻기 위해 정치적 언어를 구사할 때뿐이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어떻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걸까? 청년들의 삶이 달라지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청년들의 삶에 집중하는 정치가 작동할 때뿐이다. 이는 다른 사람이 '대리'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19대 총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청년'을 앞세웠고 그 과정에서 이준석, 손수조, 장하나, 김광진이 등장했다. 그러나 '총선이벤트'로 등장한 청년정치인들은 청년들의 삶을 대변하기 위한 정치행보보다 자당의 이미지쇄신을 위해 활용되어왔다. 내가 보기에 새누리당에서 앞세운 이준석, 손수조는 선거 이미지 전략으로 활용되고 방송에서 젊은 패기를 자랑할 때만 존재했을 뿐이다.

더 이상 정치권은 청년을 '정치'에 이용해서 '무엇을 해줄 지' 고민하지 말아야한다. 지금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청년 자신의 목소리가 국회에 직접 반영될 수 있는 '틈'을 열어주는 것이다. 청년비례대표를 확대하고 강제하는 문제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국회에 직접 반영될 수 있는 최소한의 '틈'을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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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청년 좀 이용하지 마세요

한겨레 2015.10.01


성영이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활동가

친구는 항상 과 수석을 놓치지 않았다. 가고자 하는 진로도 뚜렷해서 학교를 다니면서도 꾸준히 취업 준비를 했다. 대학교를 수료한 뒤(요즘은 취업에 불이익이 될까봐 졸업을 잘 하지 않는다) 약 1년간 학원을 다니며 포트폴리오를 준비했다. 그리고 마침내 대기업에서 일하게 됐다. 3개월 계약직이었다.

3개월이 지나자 추가로 3개월이 연장됐다. 일한 지 4개월 즈음 됐을 때는 자리가 생겼다며 1년을 추가로 계약했다. 친구는 저녁에 일이 끝나면 또 학원에 간다. 팀에서 계약직이 자신을 포함해 총 세 명인데 한 명은 연장받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고 했다. 나는 2년만 기다려 보자고 말했다. 계속 계약을 연장한 것을 보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희망을 걸고 있다. 그나마 주변에 취업을 한 친구는 이 친구 한 명뿐이었다.

작년 이맘때부터 정부는 청년 등 미래세대를 위한 시대적 소명으로서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천명했다. 핵심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20대인 나에게 가슴 뛰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정부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안에 비정규직 보호는 없었다. 대신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릴 수 있고, 파견노동자의 허용 범위를 지금보다 넓히자는 주장만 있었다. 정부의 비정규직 차별 철폐 대안에 따르면 나는 이제 친구에게 2년이 아니라 4년을 기다려보자고 말할 수 있게 되고, 친구는 감사하게도 무려 4년씩이나 한 직장에서 눈치 보며 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비정규직의 요건을 더 악화시키면서 어떻게 이중구조를 개선한다는 것일까? 정부의 해결책은 기묘했다. 답은 정규직의 권리를 줄임으로써 비정규직과의 격차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중산층과 빈곤층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중산층을 가난하게 만들자는 것과 다름없다.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 등 해고를 더 쉽게 할 수 있게 하고 임금, 노동시간, 퇴직수당 등에 대한 취업규칙을 더 쉽게 변경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런 정책을 전문적 용어로 ‘유연화’라고 한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8월17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노동시장도 유연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노동유연성이 매우 높은 사회다. 노동시장 유연화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덴마크인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덴마크 수준에 가깝다고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가 성공하려면 반드시 그로 인한 사회문제를 적극적 사회안전망으로 뒷받침해주어야 하는데, 한국은 이 안정성이 선진국 가운데 최저에 머물고 있다. 오래전부터 전문가들은 우선 안정성을 대폭 높이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아왔다. 노동유연화는 당장의 기업 경영수지에는 유리할지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국민의 소득안정성이 떨어져 소득 감소, 가계 부실, 빈부 격차 등이 발생해 국가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청년들은 한번 비정규직은 영원한 비정규직인 한국 사회에서 질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스펙 쌓기와 취업 준비에 열을 올린다. 그렇지 않아도 한평생 집 한 채 사지 못하고 학자금 대출이나 갚아야 하는 형편에 2년 혹은 4년 동안 눈치 보며 일해서 어렵사리 정규직으로 전환되어도 정당한 노동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쉽게 해고된다면 대체 어디에 희망을 걸라는 말인가.

정부는 이러한 모순을 포장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내세우며 이것이 청년 고용의 유일무이한 해결책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로 늘어날 재원의 규모가 허황하다는 근거가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고 설령 비용이 남을지언정 그것이 청년 일자리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청년 일자리는 이런 식의 끼워맞추기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진정한 의미의 노동시장 구조 개혁이 이루어져야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청년의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않고 당신들의 이익을 위해, 혹은 당과 이념을 위해 청년을 이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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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이민 준비하는 20대, 다들 '헬조선'을 뜨는구나

하고 싶은 일 하라는 어른들에게...청년세대 고민, 정녕 알고 있나

오마이뉴스 2015.09.26.


박다은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회원


기사 관련 사진
  지난 2014년 10월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코트라 글로벌 취업 상담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내일 하루 회사 나오지 말고 쉬어~ 외근하느라 고생했어."

새벽 5시 반 출근, 밤 10시 귀가하는 쳇바퀴 생활을 2주간 반복하고 난 어느 날이었다. 팀장님은 나에게 쉬고 오라고 하셨다.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인턴에게 주어지는 유급휴가 이야기였다. 주말 근무나 외근 수당은 기대도 안했지만, 몇 달을 다니면서도 휴가를 쓰겠다는 말을 먼저 꺼내는 건 쉽지 않았다. 일본으로 다녀올 계획을 짜놓고 미리 제출한 휴가기안도 팀장님의 말 한번으로 미뤄지곤 했으니, 하루라도 쉬고 오라고 먼저 말해주면 감사히 쉴 뿐이었다.

"아, 인생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하다."

쳇바퀴 같은 일상을 구르다 친구와 맥주라도 마실 때면 우리는 인생을 안주처럼  씹어대곤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이 모이면 훌쩍 한국을 떠나 여행하다가 돌아오곤 하는 친구는 앞으로의 인생이 궁금하다고 했다. 기대가 아니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불안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어져 간다는 말이었다.

나는 왜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나

친구랑 같이 사는 우리의 보금자리는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가 60만 원. 입구는 분명 지상인데 현관으로 들어오면 어두컴컴한 반지하 방이다. 이마저도 방을 보자마자 바로 계약하겠다고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 가격에 구하기 어려운 투룸이었기 때문이었다. 

대학 졸업을 미뤄두고 구직 생활을 하는 동안 버는 수입은 월세를 내고 나면 생활비로 쓰기도 빠듯해서, 그조차도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미성숙한 삶을 살아야 했다. 우리는 학생도 백수도 아닌 어중간한 신분으로, 스무 살을 훌쩍 넘겼음에도 완전한 성인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반지하 방만큼 어두운 좌절에 젖곤 했다.

조심스레 공무원 학원을 다녀 보겠냐고 묻는 엄마, 교육대학교로 다시 입학할 생각은 없냐는 아빠. 한숨을 내쉬는 딸의 눈치를 보며 조심히 묻는 부모님의 눈에 이십대 우리의 삶은 어떤 색일까?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하고 싶은 일보다는 나를 필요로 한다면 무조건 오케이 할 수밖에 없는 삶. 푸르를 수가 없는 청춘이다.

분명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우리의 눈빛은 형형하게 빛났을 테다. 미래에 대한 꿈을 꾸고, 그 목표를 위해 맡은 일을 열심히 해내고. 그 대가로 큰 돈을 가져다 바쳐야만 하는 대학에 입학할 자격을 얻어냈으니 말이다. 더 이상은 돈을 가져다 바친다 해도 학생으로 남을 수 없는 시기에 우리는 의지에 상관없이 사회로 튕겨져 나왔다. 

고등학생 시절에 꿈꿔온 미래는 여전히 멀리 있는데, 쫓겨난 곳은 현실이었다. 현실의 삶에서는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아무리 고민한다 한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둘 모두 아니었다. 돈, 돈, 돈. 돈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 즐거울 사람이 어디있겠냐마는 쥐꼬리만한 노동의 대가로 근근히 살아가며 꿈을 좇아야 하는 청춘들은 더욱 그렇다. 돈이 있어야 취미생활도, 꿈을 위한 투자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투자비용은 결국 값싼 노동력으로 나를 팔아 넘겨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에 나를 내던질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벌써 이민 준비하는 친구, 한국은 왜 이러나

기사 관련 사진
  청년에게 다양한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부산·울산·경남지역 청년 20만+ 창조 일자리박람회'가 지난 16일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렸다.
ⓒ 연합뉴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교에서 알선한 해외취업인턴제로 필리핀으로 떠났던 친구는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건강만 악화되어 한국으로 돌아와 결혼을 했다. 외국에서 유학 중인 친구는 몸이 아파도 한국으로 돌아와서 병원에 간다고 했다. 이민 신청을 할 때 병원기록 심사과정에서 문제라도 생길까 봐 그런다고 했다. 

이미 떠나고 싶은 곳이 된 우리의 현실은 잠시 떠났다가 돌아오더라도 달라지는 게 없다. 무언가를 증명함으로써 얻어야 하는 지원이 아니라, 모든 청년들이 누릴 수 있는 보편적 혜택이 필요하다. 여행객 신분이었던 외국에서는 하다못해 청소년이라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백만 원 남짓 주는 월급에도 만족하며 인내하기를 강요 당한다. 우리의 청춘은 이미 회색빛이라, 푸르고 싶으면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은 더 이상의 생기가 없다.

학생도 백수도 아닌 채 살아가는 우리의 불완전한 삶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선거 기간을 제외하고 청년의 문제가 국회에서 논의된 적은 몇 번이나 있었던가. 언제까지 이런 문제를 반복해서 후배들에게 내려보내면 청년세대는 폭발할 것이다. 청년의 삶을 이해하는 누군가가 아니라, 스스로가 대표가 되어 입장을 말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 내년 4월의 총선을 앞두고 비례를 줄이고 지역구를 늘리려는 논의가 있다고 한다. 이런 논의를 중단하고 청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논의를 확대해야 한다.

다양한 목소리를 표출할 수 있는 기반으로 비례대표의 확대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영원히 떠날 것이 아니라면, 돌아와야만 하는 이 팍팍한 현실에 한 꼬집의 소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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