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문제는 남북관계를 이야기할 때 가장 쟁점이 되는 사안 중 하나입니다. 북한인권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따라 남북관계 접근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은 지난 1차 간담회 개성공단 재개 찬성 반대를 두고 청년들의 토론을 진행했었고, 이번 2차 간담회 역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2030세대의 시각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변화될 남북관계 속에 북한 인권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았습니다.


북한인권이 안 좋은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선정 : 북한 김정은 정권은 자신의 친형인 김정남을 독살하고 사촌인 장성택을 처형하는 등 3대 세습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잔혹한 통치를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북한 전체를 빈곤에 허덕이게 하고 있잖아요? 정치범 수용소, 인민의 노예화, 임금과 노동력 착취 등 북한의 인권침해는 셀 수 없이 많아요.

추재훈 : 북한인권 상황이 안 좋은 건 사실이죠. 하지만 주민 인권을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권이 주민에게 인권 탄압을 가한다고 인권 탄압의 주체인 정권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위험해요. 정권 위기로 북한에 급변사태가 닥치면 그 때 북한 인권은 누가 어떻게 챙기나요? 지금 우리가 당장 해야 할 것은 정치적 이유로 대북지원을 하느니 마느냐가 아니라 굶주리거나, 의료지원을 못 받고, 학업을 지속하지 못하는 그런 북한 사람들을 즉각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김윤아 : 북한 인권 문제는 복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적 접근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치적 이유를 배재하기에는 북한의 반평화, 반체제적인 정권의 무도함을 인정할 수 없어요. 물론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은 진행되어야겠지만 동시에 강한 대북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붕괴시키고 자유민주주의 통일이 우선시 되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정국진 : 북한에 대해서 군사적인 행동을 취한다거나 북한이 급작스럽게 붕괴될 경우 북한의 인권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고 동북아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체제 붕괴를 목적으로 했던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의 결과를 보세요. 주위 국가의 인권 상황까지 악화시키고, 이를 넘어 전 세계에 난민 이슈까지 발생시키고 있잖아요?

김윤아 : 자유민주주의적 통일에 대한 지향은 남북관계에 가장 중요한 아젠다에요 저는 전쟁이나 폭력에 의한 북한 붕괴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북한에 인권유린이 심각하니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 인권의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는거에요.

 

북한인권의 접근방법은 대북지원인가 선비핵화인가?

정국진 : 보수진영은 지나치게 정치적 자유로서의 인권만 강조하는 듯해요. 물론 정치적 자유로서의 인권이 필요하지 않다는게 아니에요. 그렇지만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확성기 방송, 삐라 등에만 지나치게 매몰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요. 북한 주민에게는 경제적 생존권으로서의 인권이 지금은 더 중요하다고 봐요. 그러려면 우선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지원 해야 해요. 따라서 현재의 한반도 평화무드가 장기적으로 북한 인권을 증진시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선정 : 확성기, 삐라, 라디오방송, 국경선 근처에서 공유되는 남한 드라마 USB 등을 통해 북한 사회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도 많아요. 실제로 그런 활동으로 인식이 바뀌어 탈북하신 분들도 있고요. 북한 인권문제를 ‘투입 대비 효과’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어요. 또 사상의 자유가 침해되는 문제나, 경제적인 생존권이 저해되는 문제나 둘 다 중요하고, 어떤 것이 먼저랄 것 없이 최대한 빨리 해결되어야 문제입니다. 우선순위를 나눌 수 없어요.

추재훈 : 탈북민 이야기가 나왔는데, 탈북민의 존재가 북한의 체제 불안정성을 방증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탈북민분들이 가진 북한의 정보는 개인적 경험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국가나 사회적 논의의 근거로 쓰기엔 제한적이고. 탈북의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고봐요. 무엇보다 예를 들어 우리가 과거에 서구 선진국보다 정치, 경제, 인권 등 다방면에서 모두 엄청 부족했고 그 사실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한국을 탈출하지는 않았잖아요. 다양한 이유가 있는 거죠. 탈북민도 마찬가지에요.

이선정 : 북한에 사람들과 연락하는 탈북민들이 증언하듯, 이미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은과 북한정권을 비판하는 주민들이 많다고봐요. 설령 주체사상의 세뇌로 김정은 정권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생존권 확립과 사상의 자유는 인류 보편적 가치고 인간의 존엄성과 연결됩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때리는 부모 밑에서 쭉 살았기 때문에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느낀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렇게 매 맞고 사는 것이 당연하고 올바르다고 볼 수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추재훈 : 우리나라도 과거에 독재국가였어요. 국가가 자행하는 인권 침해도 심각했죠. 그렇다고 다 도망치진 않았잖아요.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 때 미국이 우리나라를 독재국가라는 이유로 경제적 압박을 하면서 지원해주지 않았다면, 한국의 지금과 같은 정치·경제적 발전은 불가능 했을 거라고 봐요. 그런 측면에서 북한 내부의 변화의 조짐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대북지원이 필요해요.

이선정 : 문제는 대북지원이 북한 주민의 변화보다 북한 정권에 돈이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북한이 남한이 준 대북지원금을 마음대로 유용하는 등 모니터링이 제대로 안된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는 천안함, 연평도사건과 같은 주기적인 북한의 도발과 북한의 핵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실의 한반도 문제를 진단하고 적합한 지원방식을 택해야합니다. 모니터링 없는 무분별한 대북지원은 반대합니다.

정국진 : 한반도 비핵화가 하루아침에 뚝딱 되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비핵화는 수많은 검증작업이 필요하고 북한 핵 시설의 완전한 폐기는 십 수 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게 끝난 십 수년 이후에서야 대북지원과 경제협력이 가능하다고 하면 북한이 비핵화를 할 유인동기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차근차근 경제협력의 폭을 넓혀 가야하는데 지금 북한 핵을 경제적 생존권으로서의 인권보다 우선순위에 두는 태도는 비현실적입니다.

김윤아 : 무엇이 우선순위이고 중요한 게 아니에요. 남한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어찌되었건 북한인권에 일정 부분 해소에 도움이 되었다고는 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북한 체제 유지를 위해서 남한의 지원이 쓰였다는 점은 결국 북한인권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가 안 되면 모든 인도적 지원을 다 끊어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필수불가결인 부분은 제외하고 대북지원은해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원칙인겁니다.

 

실질적으로 북한 주민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추재훈 : 원점으로 돌아와서 하루하루 삶을 이어가는 북한 주민 입장에서, 비핵화나 정권의 진정성, 이런 거대한 담론들이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요? 당장 생계 문제나 학업, 의료 문제, 비료 문제 등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일상을 잘 이어가기 위해서는 역량이 있는 우리가 무슨 일이라도 해야죠. 설령 그것이 어느 정도 북한 정권에 이용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지원을 통해 한 명이라도 살아갈 수 있다면 왜 못하나요. 그리고 대북지원 품목의 일부가 북한 정권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얼마나 어떻게 유용되는지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런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불확실성을 딛고서라도 지원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윤아 : 인도적 지원이 안 좋다는 게 아니에요. 문제는 모니터링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동포니까.” 하는 감정적 접근보다는 “우리는 북한은 전쟁 중이다.” 라는 이성적 접근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보적 측면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남북이 입는 피해와 인권 침해라 너무나 극명하게 커요. 모니터링이 없으면 북한은 반드시 무기개발로 대북지원을 활용할 거라고 확신하고요. 그렇다면 대북지원은 당연히 해서는 안 되지요.

정국진 : 최근 대북 인도적 지원은 현금 아닌 현물로만 가고 있고요. 문제는 북한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통해 무기를 개발한다는 것이 확실히 드러난 것도 아닌데 무조건 의심만하고 있잖아요? 인도적 지원까지 부정하려는 것은 북한을 국가로 취급하지 않는 태도이며, 자연스럽게 북한붕괴론으로 이어진다고 봐요.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보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데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보지 않으니까 자꾸 국제 레짐이 허용하는 범위 밖의 비상식적인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의견이 나오잖아요?

이선정 : 실제 우리나라 헌법은 북한을 인정하고 있지 않잖아요. 1991년 12월 남북기본합의서에서도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꼭 인권은 보편적 문제인데 북한을 국가로 보는것과 아닌것의 무슨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북한인권법은 효과가 있을까?

정국진 : 보수진영이 말하는 북한인권법을 예로 들어보면 북한을 국가로 보지 않으니까 실질적인 내정간섭 수준의 법이 만들어지는 셈이에요. 결국 북한을 도발해 남북관계만 악화시키고 별다른 실효성은 없는 선언적 법 제정에 그친다는 거예요. 도대체 북한인권법 어떤 조항이 실질적으로 북한 인권을 개선시키는거죠?

이선정 : 사문화된 법처럼 실효성 없게 유지해 온 것이 문제이지 북한 인권법 자체가 문제일까요? 북한은 세계인권선언에 서명한 당사국인데 북한은 인권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어요. 북한인권 문제에 내정간섭이라고 하는 것은 가정폭력 문제를 제기하는 외부 시선에 사생활 침해라고 답하는 것과 같아요. 우리가 그것을 인정하자는 것인가요? 북한 인권법은 남북인권대화 추진, 인도적 지원, 북한인권증진을 위한 국제적 협력, 북한 인권재단의 설립, 북한 인권기록센터 운영 등의 목적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법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북한인권증진 활동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는 대북삐라와 라디오 등으로 넘어온 탈북민이 실제로도 있잖아요.

정국진 : 설령 탈북민 3만 명이 전부 삐라와 라디오를 보고 넘어왔다고 해도 전체 북한 인구 2500만 명 중 0.1%에 불과하잖아요.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정치적 논란은 매우 크다는거에요. 북한인권 개선의 효과적인 방법은 북한과의 교류와 접촉면적을 넓혀나가서 높아진 경제적 수준을 바탕으로 북한 주민 스스로가 정치적 자유권으로서의 인권을 자각하는거에요.

김윤아 : 북한은 공포정치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 중 인권침해에도 말 못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하고 그들을 도울 수 있게 접촉 면적을 넓히는 방법도 있잖아요. 북한 정권에 도움이 될지 모르고 모니터링도 불가능한 경제협력은 답은 아니에요.

 

대북제재를 통한 북한인권 향상이 가능한가?

김윤아 : 남아프리카공화국도 과거 심각한 인종차별과 인권침해에 국제적 제재와 연대가 있었어요. 그리고 그 국제적 제재와 압박이 결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의 개선을 이루어냈다고 봐요. 마찬가지로 대북제재와 압박을 통해서 변화의 틈을 만들어내고 북한인권의 큰 틀에서 개선이 필요해요.

추재훈 : 경제제재는 일차적으로 정권이 아닌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타격을 줘요. 제재는 당 간부가 아니라 오히려 주민의 식탁을 위협하는 셈이죠. 또 오늘날 북한은 이미 제재와 압박에 익숙해져 있어서 제재는 효과가 없어요.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2011년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은 경제 성장을 꾸준히 지속하고 있습니다(한국은행 통계). 제재와 압박이 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국제적 경제협력 관계나 무역관계가 이미 많은 국가여야 해요. 북한은 이미 중국의 영향력만 엄청 커져있는데 무슨 효과가 있겠어요. 그리고 역사상 제재와 압박을 통해 특정 국가의 정치·경제적 개선을 이끌어 낸 사례를 단 한 건도 없습니다.

김윤아 : 대북제재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따라서 국제시회는 중국을 압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봐요. 물론 완전한 대북제재는 어려울 수 있으나 북한을 비핵화 협상테이블에 나오게 할 가능할 제재와 압박 수단은 많다고 봅니다. 지금도 미국의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온 측면이 크다고 보고요.

추재훈 : 북한이 지금 비핵화 협상에 나온 이유는 제재와 압박이라기보다, 핵-경제 병진노선 중 핵 건설이 완성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이 타당성이 크다고 봐요. 그리고 중국에 대해서, 왜 지금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까요? 북한과 중국이 그저 순망치한 관계기 때문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북한의 경제의존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이에요. 중국이 가진 북한에 대한 이 영향력을 우리가 가져올 수 있어야되요. 북한과의 경제협력, 대북지원을 늘려서 중국이 북한에 가진 영향력을 가져와야만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비핵화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을 거예요.

김윤아 : 중국에 미치는 영향력을 우리한테 가져오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북한은 당연히 우리보다 북한을 더 신뢰하고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배경도 있잖아요. 우리가 한미 동맹을 맺고 있듯 북중 동맹도 있는데 북한이 왜 굳이 그런 선택을 하겠어요.

정국진 : 중국을 지렛대 삼아서 북한에 대해서 경제제재는 가능하다고 하고, 우리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중국으로부터 가지고 오는 건 왜 불가능하다고 보나요? 이미 우리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동안 상당한 경제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기도 했어요. 한반도 평화와 발전, 그리고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라도 남북경제협력과 대북지원을 확장하는 게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하는 것 보다 더 쉽고 효율적이잖아요.

이선정 : 대북 인도적 지원이 가장 높았을 때도 북한은 도발을 해왔어요. 북한의 위협은 우리와 접촉면이 넓어진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봐요. 이미 북한의 고도화된 핵무기체계로 인하여 남북한 군사력 균형은 붕괴되었고 북미 간 공격방어균형도 심대한 변화를 맞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중국을 압박해서 북한을 제재해 나가는 것은 필요하다고 봐요. 전술핵 배치나 사드배치는 국내외 사정상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겠지만, 정치적 레버리지로는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힘의 균형 상태로 가야함을 천명해 중국을 압박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종용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정상회담 계기로 북한인권 이렇게 바뀌길.

정국진 : 북한 인권에 대해서 당위적 주장, 가치에 입각한 주장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인권의 ‘실질적인’ 증진에 집중했으면 났으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북한인권법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며 공연히 북한 정권만 자극 할 뿐이라고 봐요. 물론 북한인권을 개선시키기 위한 보수진영의 노력마저 폄하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럼에도 교류협력 확대를 통한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이라는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봐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협력이 재개되어 남북이 쌍방·호혜적 관계로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윤아 : 북한인권 문제는 체제의 비합리성이 근본적 원인이라 봐요. 궁극적으로 북한인권 문제의 해법은 체제변화가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보고요. 남북은 휴전상태이며 상호 적대국가에요. 대북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 체제가 사회적 변화를 태동시킬 수 있는 틈을 국제사회가 만들어줘야 북한 인권이 개선되리라고 봅니다.

추재훈 : 오늘 이야기하고 싶었던 키워드가 ‘평화권’이에요. 저는 평화롭게 살 권리도 하나의 중요한 인권이라고 봐요. 칸트는 ‘평화로운 교역과 교류가 있으면 전쟁이 있을 수 없다.’ 고 했어요. 남북이 세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계를 개선시키고 있는 만큼 한반도가 인권 문제도 개선되고 더욱 평화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선정 : 북한 인권문제는 진보-보수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타까운 부분은 미국은 자국민 유해송환과 납북자 문제에 적극적으로 말하는데 우리는 미국에 비해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봐요.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분명하고 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보편적인 인권을 챙기는 길이라고 봐요.


남북정상회담 계기 2030 합의회의 열러

이처럼 북한인권을 둘러싼 2030 양 패널은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선명한 쟁점으로 합의지점을 찾기 어려운 모양을 보였다.

이에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은 오는 20일(목) 오후 7시 상상캔버스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관계개선, 당신의 선택은?" 이라는 주제로 남북정상회담 합의회의를 개최한다. 이를 통해 2030세대가 생각하는 북한에 대한 인식과 쟁점을 이를 이슈로 부각시키고, 상호 합의지점을 만들어 미래 통일담론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자세히보기 : http://bit.ly/합의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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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북핵문제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인터뷰




북한 6차 핵실험 임박, 미국의 시리아 폭격, 항공모함 칼빈슨호 이전 등 한반도 4월 전쟁위기설이 붉어지고 있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안보 불안은 한반도 평화적 토대가 그 만큼 취약하고 남북관계의 불안정이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만나 한반도 주변 정세의 불안정성의 이유와 실체를 확인하고 대안을 나누어 보았다. -편집자저.

"한반도에 전쟁은 불가능하다는 분명한 원칙을 가져야"


Q. 4월 한반도 위기설이 터졌다, 갑작스러운 부분도 있다. 항공모함 칼빈슨호 이전, 시리아 폭격 등으로 볼 때 북한 선제타격이 거론된 1994년과 비견되기도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생각은 무엇인가?

A.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체가 워낙 예측 불가능하다. 미중정상회담 기간에 시리아를 공습했고 칼빈슨호 기수를 한국으로 돌렸다. 예측이 불가능하니 불안정성이 높다. 한반도에서 미국 독단으로 극단적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불안감을 이용해 협상에 활용하려는 것이다. 협상에 말리거나 편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한반도에 절대 전쟁이 불가하다는 분명한 원칙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Q. 한반도 전쟁위기는 실체가 있는것인가? 대선 시점을 맞아 과대포장된 것은 아닌가?

A. 실제보다 과대포장은 맞지만 한반도 전쟁은 구조적으로 상존하고 있다. 


Q. 북한이 김일성 생일태(15일)부터 조선인민군창건일(25일) 사이에 핵실험을 강행 할 것이라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실제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인지, 그리고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A. 과거 북한의 핵실험을 볼 때 특정 기념일에 이벤트적 성격을 보인 경우는 드물었다. 오히려 북한은 정세적, 기술적 판단에 따라 핵실험이 진행해왔다. 이번에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미국이 북핵문제를 최우선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이 이처럼 북핵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둔 이유는 무역문제 등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인지, 임기 초반부터 온 지지율 급락이라는 국내정치 요인을 외부로 돌리는 것인지 불확실하다. 주목할 점은 미국의 대북전략이 오바마 정부 당시 ‘전략적 인내’에서 적극적 방향으로 크게 요동치고 있다는 점이다. 일종의 전환기이다. 우리는 이 상황에서 한반도 무력사용에 절대 반대하고 대북제재의 한계도 분명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답은 협상뿐임을 미국에 인지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제재의 프레임을 깨고 협상의 프레임을 다시 짜야"


Q. 한반도 위기 상황을 협상으로 이끌기 위한 구체적 방향은 무엇이 있겠는가?

A. 프레임을 잘 짜야 한다. 미국은 북핵문제의 원인을 중국에 있다는 프레임을 짰다. 중국 내부에서도 석유 송유관 차단 같은 강력한 대북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나오는 이유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북제재가 약해서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북핵문제는 악화되었다. 이제는 제재위주에서 협상위주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 6자회담은 2008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의 수석대표회의를 마지막으로 중단되어있고 평화회담도 중단된 건 마찬가지이다. 차기 한국정부는 대화와 협상의지를 대내외적으로 강력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최근 북한도 외교위원회를 설치하고 협상을 대비하고 있다. 제재의 프레임을 깨고 협상의 프레임을 다시 짜는 것이 중요하다.


Q. 그렇다면 차기 정부가 한반도 주변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보는가?

A. 해법이 부족한 게 문제가 아니라 의지가 문제이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북한 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고 북한붕괴를 위한 제재에 매몰되어왔다. 한국은 충분히 ‘게임체인저(Game-Changer)’ 가 될 수 있다. 지금 같은 전환기에 차기 정부는 북한과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우리이다.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면서 6자회담, 4자회담. 남북대화, 북미대화를 북핵협상과 평화협정의 틀에서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상대가 오히려 트럼프라는 점에서 북핵문제가 해결된다면 관계정상화, 주한미군 감축과 같은 그랜드바겐(Grand Bargain)이 가능할 수 도 있다. 


Q. 의지를 가지고 대화를 이끌기 위한 테크니컬한 측면에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A. 스타팅 포인트를 잡아야한다. 당장 시급한 북핵문제는 핵과 미사일 그리고 인공위성까지 포함해 발사를 동결시켜야한다. 이를 위해 한미군사훈련 축소. 북미고위급회담과 같은 유인책도 필요하다. 평화협정 개시를 스타팅 포인트로 잡고 남북관계 개선의 전환점을 만들어야한다. 평화협정과 북핵문제를 기술적으로 병행해 나아가야 한다.  


Q. 그러면 북핵 동결로 협상을 마무리하면 북핵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 

A. 평화협정안에 한반도 비핵화 조약을 넣어야한다. 북핵 폐기를 위한 시한을 명시하여 점차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천해야한다. 



"북미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Q.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사드배치에 대한 입장이 선회하거나 강경해지고 있다. 사드의 가용성 등의 논란을 넘어 사드가 북핵문제의 만능책처럼 다뤄지고 있다. 이러한 사드 논쟁은 어떻게 보나? 

A  사드는 북핵을 막는데 무용지물이다. 사드배치 했더니 북핵문제는 오히려 더 심각해졌다. ‘신의방패’라는 사드의 방어력 역시 고작 주한미군 방어 수준에 불과하다. 사드배치가 중국과 무관하다고 했지만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며 보복하고 있다. 여러 요인을 종합해 볼 때 백해무익이다. 내년 말까지 사드배치를 유보하고 한미중 3국이 북핵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한다. 사드배치 철회한다고 한미동맹이 흔들릴 정도로 한미동맹은 약하지 않다. 과거 미국 부시정부가 김대중 정부에게 MD참여를 강력히 요청할 때도 김대중 정부는 이를 단호히 거절했지만 한미동맹은 흔들리지 않았다. 


Q. 북한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 이라는 인식이 있다. 현실적으로 북핵문제 해결의 어려움 있지 않겠는가?

A. 실제 김정은은 핵 억제력을 확보하는 것을 국가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또한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도 핵을 가지고 재래식 군비 부담을 줄이는 방향의 병진노선을 걷고 있다. 북핵문제는 기나긴 과정을 요하는 문제이다. 차기 정부가 누가 되더라도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불가능하다. 다만 전환점을 만들어내고 합의가 이행되는 것을 공고화하는 것이 최대치이다. 김정은의 셈법을 바꿔야 한다. 한국 정부 주도로 과감히 북미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Q. 마지막으로 차기정부에게 당부할 말은? 

A. 차기 한국정부는 악화되어가는 남북관계와 북핵문제를 반전시켜야 한다. 스스로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라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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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이 낡은 틀? 공부 안 한 사람들 이야기"

바꿈 '청년도서' 필진,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만나다

오마이뉴스 2015.09.29

 

최수지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청년도서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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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과의 첫만남 9월 8일 '바꿈' 임시총회 뒷풀이 자리
ⓒ 최수지



"판교에서 온 이종석입니다."

술자리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낯익은 분께서 술잔을 들고 우리 테이블로 건너왔다. 지난 8일, 세상을 바꾸는 꿈, 바꿈(아래 바꿈)의 임시총회 뒤풀이 자리였다. 북한학과 학생, 통일교육 강사, 시민단체 간사, 인권 관련 연구소 활동가 등 다소 특이한 신상(?)을 늘어놓는 우리의 자기소개를 멀찍이서 지켜보며 유난히도 흐뭇한 미소를 짓고 계셨던 '그분'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착한 청년들이 있습니까."

우리는 '바꿈 청년도서 제작 프로젝트'에 '평화·통일 분과'로 참여하고 있는 필진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먼 주제인 '평화·통일'을 다루는 청년들을 어여삐 여긴 분은 다름 아닌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장관)이었다. 그는 바꿈의 회원 자격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 

우리 테이블에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남북관계 현안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고, 앉은 자리에서 30여 분간의 이야기가 오갔다. 대화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는 "다음에 판교에 있는 세종연구소에 놀러 오면 아예 3시간의 자체 세미나 후 저녁을 사주겠다"며 깜짝 제안했고, 우리는 즉석에서 바로 약속을 잡았다. 이렇게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만남이 성사됐다. 

그로부터 2주 후, 우리는 세종연구소에서 이종석 수석연구위원을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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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연구소 회의실 열띤 토론 중인 이종석 전 장관과 바꿈의 청년들
ⓒ 최수지



연구소 회의실에서 시작한 대화는 도중에 횟집으로 이동해서까지 장장 6시간 반 동안이나 계속됐다. 세대를 막론하고 '북한과 통일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으로 맺어진 유대감은 우리의 대화를 끊임없이 이끌어 낸 원동력이었다. 전직 참모이자 원로 학자이며, 인생 선배이자 '또 다른 청년'이기도 한 그와 가슴 깊이 마주했던 시간, 그 속의 보물 같은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전직 참모'와의 만남

이 수석연구위원은 참여정부 시절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 자주와 평화의 철학을 실현하고자 했던 참모였다. 2003년 1월 1일 인수위원을 시작으로 NSC 사무차장, 그리고 통일부장관을 거친 '북한 통(通)'이자, 실제 남북관계 분야에서 막강한 '정책 권력'을 행사했던 전문가였다. 

그는 우리가 던지는 초보적인 질문에서부터 이른바 '답이 없는' 물음까지 진지한 태도로 들어주었고, 탄탄한 이론적 지식과 생생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막힘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 중국과 북한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 앞으로 북·중관계의 방향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북·중관계의 이중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중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서로 다른 전략적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다. 중국의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북한 정권을 냉정하게 대하는 듯 보이나, 동북 3성을 비롯한 지방정부 차원에서 북한과 이뤄지는 인력교류는 엄청난 수준에 이르렀다. 

중국 기업들은 북한의 지하자원에 대한 전통적 관심을 넘어 노동력에까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중국에 있는 북한 노동자의 임금은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의 2~3배를 웃돈다. 최근 중국 기업들이 북한의 섬유 공장에 도급을 하는 방식으로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인센티브제'를 택하고 있다. 만약 20일 이내에 생산을 끝내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실제 북한까지 포함한 전략이다. 중국과 북한이 밀고 당기기를 반복했으니 앞으로는 '정반합'의 원리대로 서로 당기는 시기가 올 것이다. 내년 말까지는 반드시 북중정상회담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중국 열병식에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참석하지 않았다.
"중국 열병식이 김정은의 첫 외교 무대 데뷔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아직 외교 무대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볼 때, 첫 무대에서 '여러 지도자 중 한 명(one of them)'이 되는 건 옳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예를 들면 북중회담, 남북회담, 북일회담 레벨 정도는 되어야 했다."

- 6자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다. 세간에서는 6자회담을 '낡은 틀'처럼 보기도 하는데. 
"6자회담은 결코 낡은 틀이 아니다. 때때로 공부 안 한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곤 하는데(웃음). 9.19 공동성명 합의문만 이행되면 사실상 우리가 목표로 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비핵화는 물론 북·미관계 정상화, 대북 국제지원, 한반도 평화체제, 동북아 다자안보협력까지. 굉장히 포괄적이면서도 구체적인 합의였다. 

9.19 공동성명 합의문이 그대로 이행만 됐다면, 지금쯤 매우 많은 것이 이뤄진 상태일 것이다. 이후 미국의 파기로 흐지부지되고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이처럼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 협력 문제는 서로 간의 '적대적 불신 구조'가 깨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남북 합의(제도적 해결)와 불신 해소(실천적 과정)는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

- 이후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모두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빠져있는 것이 문제다. '북한은 밉고 혐오스러운 존재니까 그냥 때리기만 해도 된다'는 인식이 만연해있다. 미국은 수년 간 대북압박 정책, 전략적 인내 등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욱 악화시켰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 내에서는 북한을 끊임없이 '악마화'하면서 같은 논의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내에서는 성찰주의적 의견이 없다. 미국은 합리적인 국가가 아니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에 '조건 없는 복귀'를 이야기하다가, 이제는 복귀의 조건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을 내걸고 있다. 그런데 애초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틀 자체가 6자회담이 아닌가? 일단 나와서 문제를 풀기 위해 대화를 해야 하는데, 대화를 나오기 위한 수단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조건으로 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이처럼 미국과 한국은 북한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는 채찍질만 무의미하게 반복하고 있다. 여기서 또 언론은 가만히 있고. 모두가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안주하고 있다."

- 한미동맹의 방향은 어떻게 될까. 
"앞으로 불균형한 한중관계에 대한 견제의 의미로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다만, 균등한 한미관계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열병식에 참가한 것을 둘러싸고 거대언론은 이를 하나같이 칭송했다. 사실 이런 것들이 미국으로서는 굉장히 불편한 일이다. 이 일은 한미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나름의 대가를 치르게 되리라 본다."

'원로 학자'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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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띤 토론 중.
ⓒ 최수지



2006년 10월 25일 통일부장관직에서 물러난 그는 다시 본연의 임무인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기억하는 행정·정책수립자의 역할 이상으로 그가 훨씬 더 오래 간직해왔던 이름은 바로 '학자'였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국가 전략 차원에서 행해지던 '북한 연구 1세대'가 저물고, 본격적으로 북한을 학술적 연구 대상으로 다루기 시작한 '북한 연구 2세대'에 속하는 그였다. 

북한학과 신입생 시절 그가 20여 년 전에 쓴 <조선로동당연구><현대북한의 이해>를 읽으며 공부했던 사람으로서, 그의 학문적 발자취를 함께 되돌아보는 일은 매우 흥미진진했다. 20여 년의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북한학이기에, 선행 연구자의 개척담을 듣는 일이 더더욱 귀중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연구 후세대에 속하는 우리에게 격려와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졸업 후 맞닥뜨린 이상과 현실 괴리라는 가장 '키치스러운' 걱정에서부터, 하다못해 연구주제에 대한 고민까지 늘어놓는 우리들의 어리광(?)을 그는 스스럼없이 받아주고 보듬어주었다. 새파란 후학들을 위해 꿀 같은 일요일 오후와 저녁 시간대를 통째로 반납한 그는 진정한 '스승'이었다. 

- 북한·통일 분야의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본래 고시를 하기 위해 행정학과에 들어갔다. 그러나 공부를 하면 할수록 생각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학부 시절, 성대사회과학연구소에서 주최한 통일 논문 현상공모에 '주한미군철수'를 주제로 낸 논문이 석·박사생들을 제치고 1등을 차지했다. 이는 앞으로 대학원 진학할 때 정치학과를 선택하고 통일문제를 연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처럼 문제의식은 우발적인 계기로 시작되는 것이다. 연구 영역은 공부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넓어진다. 대신 공부할 때는 '몰입'을 해서 정말 열심히 파야 한다."

- 군부정권 시절 '주한미군철수'라는 주제의 논문을 쓰기 쉽지 않았을 텐데. 
"맞다. 그러나 사실상 '자주국방'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에서 먼저 꺼냈던 이야기다. 카터 행정부가 주한미군철수를 공언하자 박정희 정권에서 자주국방을 하자고 외쳤다. 그 시절 자주국방 노선을 긍정했던 군이나 예비역 장군 등이 나중에 참여정부의 자주국방 정책을 위험시한 것은 크나큰 자기모순이다."

- 연구 논문 주제를 잡기가 너무 어렵다. 
"나만의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자기 안에서 핵심이 되는 질문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내 것'을 기본 바탕으로 한 뒤, 그다음에 비교를 해야 공부를 할 때 지겹지가 않다. 또한, 선행연구는 아주 철저하게 공부해야 한다. 자신의 글을 쓸 때는 2차 참고문헌은 모두 배제하고 1차 자료와 내 생각만 가지고 시작한다. 2차 자료는 오로지 비교할 때만 쓴다. 

하나의 연구가 탄생하는 데 수많은 연구자의 땀과 노력이 들어간다. 만약 자신의 주제를 이미 다룬 연구가 있다면 반드시 인용해야 한다. 요사이 나오는 연구들을 보면 마치 새로운 연구인 양 내놓는 것이 많은데, 사실 이미 다 나왔던 것들인 경우가 많다. 뼈아프지만 이미 이뤄진 연구는 인용을 해주고, 거기에 자신만의 생각을 보태야 한다." 

-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셨는데 힘들지는 않았는지. 공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이었나.
"공부할 땐 그저 다른 생각 없이 공부만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길을 걸을 때도 지하철을 탈 때도 오로지 공부, 연구 주제 생각밖에 없었다. 미래에 무엇이 되겠다, 교수가 되겠다, 이런 크나큰 비전이나 목표를 세운 적도 없었다. 한 번도 이 공부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그런 걱정을 해본 적도 없었다. 

그저 우직하게 공부했고, 그것이 결국 좋은 연구로 이어진 것 같다. 이렇게 해서 1995년 <조선로동당연구>가 탄생했다. 20년이나 지난 연구이지만 지금도 토씨 하나 바꾸고 싶지 않을 정도다. 이때 했던 연구가 결국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영향을 주었다."

- 시민사회를 위한 통일 논리는 과연 존재하는가. 
"다행히도 이제는 이 질문에 답변하기가 아주 쉬운 시대가 됐다. '통일은 먹거리다'라고 설명하면 된다. 통일대박론의 가장 큰 공로는 이전까지는 할 수 없던 통일 이야기들을 이제는 너무도 간단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통일대박론 덕분에 시민사회 차원에서도 통일의 좋은 점들을 거부감 없이 수용할 수 있게 됐다."

- 통일이라는 정치적 의제의 한계가 뚜렷하다.
"기본적으로 나는, 남북관계와 통일을 말하는 데 있어서 보수와 진보와 같은 당파성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우리는 분단체제 특성상 보수와 진보의 역할이 모호하게 흘러온 부분이 많다. 나라의 주권을 지켜야 할 보수가 군사주권의 핵심인 전작권 환수를 반대했고, 진보는 오히려 보수의 가치인 민족 통합이나 국가적 통일 문제에 집착하면서 다양한 진보적 의제를 도외시한 것이 현실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좌우 이념적 차원을 넘어선 포괄적 시각이 필요하다."

'또 다른 청년'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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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홍명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 추재훈(동국대 북한학과 학생), 이종석(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최수지(통일부 통일교육원 강사), 임지훈(통일교육문화원 강사)
ⓒ 최수지



그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할 줄 알았다. 삼엄했던 80년대, 학생운동의 변방에서 후배들에겐 술을 사주며 응원하고, 대신 학교 도서관에서 사회과학서적을 탐독했던 자신의 용기 부족을 후학들 앞에서 담담하게 고백했다.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청년 이종석'과 시공간을 초월한 근사한 조우를 하는 기분이었다.

이처럼 그는 부끄러움을 연료 삼아 나아갈 수 있는 진정한 지식인이었다. 누적된 성찰을 바탕으로 더 크고 당당하게 행동할 줄 아는 그의 실천가적 모습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종석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한 특별한 자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진 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고 공통된 위안을 얻었다. 이 날 우리는 각자를 옭아매는 '원년 대 청년', '스승 대 제자' 등의 규정을 넘어 막힘없이 소통했고, '평화·통일'이라는 키워드가 우리를 단단하게 묶어주고 있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그 속의 사람을 바꾸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를 바꾸는 꿈, 진정한 평화를 향한 우리들의 '바꿈'은 어쩌면 이 자리에서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세대와 지위를 넘어 '문제의식'과 '공감'으로 연대하는 우리의 움직임은 결코 작지도, 미약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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