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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 당신의 개인정보는 안전한가요?

"개인정보 수천만건이 유출되었데.."이런 뉴스 한 번쯤은 보신적 있죠? 어느날 갑자기 내 패턴에 맞는 광고가 뜨는거 보신적 있나요? 개인정보가 하나의 산업이 되면서 개인과 기업 사이에 어떻게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활용할지에 대한 토론이 필요한 때가 왔습니다. 

전문가 토론이 아닙니다. 바로 당신! 즉 시민참여를 통해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사이에 당신의 선택을 들려주세요. 실제 미국 시민배심원제를 활용하는 제퍼슨센터는 시민들의 토론과 숙의를 통해 "공익적 목적에 부합할 때 만 개인정보를 활용한다." 고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은 언제 어디까지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활용해야할지 고민해보셨나요. 당신의 선택으로 개인정보 가이드라인이 제기됩니다. 여러분의 선택을 바탕으로 개인정보 보호 리플렛이 만들어지고 홍보되며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입니다.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모순적이다. 청년 창업을 위해 수많은 예산을 쓰고 있지만 창업을 하는 순간, 온갖 규제로 고통을 당한다. 심지어 정부 산하단체가 청년창업자를 고소·고발을 하며 사업을 방해한다. 정부의 이런 행태에 반복적으로 당하던 한 청년기업가가 법원에서 억울함을 풀게 되었다. 

김민규(27) 삼디몰 대표는 '3D 프린트 프레임 및 부품 판매 시장'에 뛰어들어 지속적인 성장을 해온 대표적인 청년 기업가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한국제품안전협회가 김 대표가 '안전 확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 고발을 했고, 검찰은 김 대표에게 300만 원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 처분을 했다.   

김 대표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온갖 찬사가 이어졌다. 김 대표는 창업진흥원의 대한민국 창업리그 전국예선에서 상을 받았고, 모교인 상명대학교에서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창업 후 시련이 몰려왔다. 이 사건 전에도 각종 사전규제 정책으로 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었다. 청년기업가에서 전과자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민변 민생위원회와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스타트업법률지원단(단장 한경수 변호사)'에서 이 사건을 단순한 개인의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판단했고, 그 결과 공익 소송으로 지정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 재판의 쟁점은 간단하다. 구 전기용품안전관리법(현행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은 안전확인 신고를 해야 할 정보·통신·사무기기 등을 시행규칙 별표에서 규정하고 있다. 별표에서 규정하고 있는 '프린터'에 '3D 프린터'가 포함되는지, 소비자가 직접 부품을 사서 조립하는 경우에도 안전확인 신고를 하여야 하는지 여부였다. 김민규 대표는 완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부품만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삼디몰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3D프린터의 부품 모두에 대해 안전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과 국가기술표준원은 삼디몰의 부품을 활용해 고객들이 조립(DIY)하는 경우에도 삼디몰이 각 완제품에 대해서도 안전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의 조립행위에 대한 책임을 판매자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25일 인천지방법원 형사4부 선고 공판에서 프린터와 3D프린터를 별개의 기기로 봐야 한다며 "현행법상으론 처벌할 수 없다"며 김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조립 여부와 무관하게 "3D프린트를 '프린트와 유사한 기기'로 해석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한 해석한 결과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김민규 대표는 “대학생 신분으로 창업을 한 이후 사업에만 매진해도 힘겨운 시기인데, 재판까지 신경 써야 해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극심했다. 시대에 맞지 않은 낡은 규제로 청년 창업가의 발목을 잡는 일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론을 맡아왔던 한경수 변호사(법무법인 위민, 스타트업법률지원단장)는 "재판부가 김민규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앞으로는 행정기관이 무분별하게 행정규제를 확대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해서 청년들의 창업을 사실상 가로막는 관행이 개선되기를 바란다"라며 이 사건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판결은 단순히 한 청년의 억울함을 해결하는 판결이 아니다. 지금도 창업 시장에 뛰어든 수많은 청년들은 기성업체의 방해와 정부의 사전규제로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과자로 전락하는가 하면, 사업 자체가 파산해 재기불능의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향후 정부가 창업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재판이 아니라 정부에서 이런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끝으로 이 소송은 '아름다운 재단 변화의 시나리오'에서 후원을 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바꿈)은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청년창업자들의 원만한 창업과 사회적 공익 창출을 위해

작년 12월 스타트업 법률지원단(스법단)을 만들었습니다.


높은 실업률, 재벌독식의 경제구조에도 불구하고

열정과 아이디어로 창업 전선에 뛰어든 스타트업 기업들을 응원해주세요.


두 번째 스토리펀딩은

청년창업을 막는 낡은 규제를 이야기합니다.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어야

새로운 스타트업이 일어날 수 있겠죠?


좋은 규제는 유지하고 나쁜 규제는 없애기 위한

스토리펀딩에 많은 관심과 후원부탁드립니다.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23801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지난4월 1일부터 8일까지 2주간 방영된 MBC 무한도전 국민내각에서 눈길을 끄는 청년의 발언이 있었다. 바로 하루 22시간 주 7일을 했다는 청년 이야기이다. 새벽 4시 30분 퇴근해서 택시타고 집에 와서 씻고 옷 갈아입고 나와서 다시 택시타고 오전 6시 출근했다는 그녀는 두 달 동안 7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회사를 1년이나 다녔다고 한다.


‘그때는 그렇게 22시간을 일하면 다른 친구들이 8시간 일할 때 3배의 일을 하니까 3배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버텼던 것 같아요.’ 라는 청년의 발언에는 ‘그렇지 않다.’ 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회사 일, 노동착취 속에 ‘과연 내가 결혼해서 육아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곁 들어서 말이다. 


2017년 여전히 우리는 다른 사람 ‘비정규직’



‘출근 준비를 하는 당일 날 문자로 해고를 통보 받았어요. 심지어 가위 바위 보로 해고자를 결정하는 곳도 있어요. 매일 마다 내일 출근 여부를 확인해야 되요.’


‘같은 장소, 같은 시간, 같은 일을 해도 임금은 절반이에요. 상여금이나 명절선물은 없어요. 심지어 탈의실, 휴게공간, 화장실도 차별 받아요. ‘


‘잠깐의 휴식도 허락되지 않아요. 작업장을 CCTV로 감시하고 있거든요. 핸드폰은 반납해야 되고 복장도 검사해요. 잔업과 특근을 강제하고 심하면 욕설이나 폭력도 많아요.’


이러한 사례는 파견직이 만연한 반월/시화공단에서 취재한 내용 중 일부이다. 실제 반월, 시화공단 일대는 불법 파견업체들이 버젓이 활기치고 있다. 대부분 별다른 절차 없이 문자로 출근을 통보하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교부하는 일은 거의 없다. 당연히 4대보험도 적용 안 되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불법파견업체로 신고하면 회사 이름을 바꾸거나 위장 폐업하는 꼼수로 처리한다.   




‘20대 남성 A씨는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첫 월급날 아무리 금액을 따져봐도 액수가 맞지 않았다. 음식점 주인은 “원래 아르바이트 첫 날은 교육 기간에 해당한다. 따라서 당연히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것” 이라며 요지부동이었다.’ 

-출처: '국민신문고'에 아르바이트 피해 민원 사례 중


비정규직의 범위는 넓고 크다 앞서 말한 파견직 외에도 단순 아르바이트, 일용직 근로자 등 늘어나는 비정규직 숫자와 다양한 유형만큼 수많은 차별 사례들이 존재한다.  통계청은 2016년 8월 기준으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 1천963만 명 가운데 비정규직을 644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일하는 사람 중 약 33% 비정규직인 셈이다. 심지어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874만 명이 비정규직이라고 발표했다. 일하는 사람 중 절반에 가까운 44.5%가 비정규직인 셈이다.


대선 후보들의 비정규직 공약, 과거에 비해 진일보했지만……. 


민주노총이 지난 3월 29일 대선(예비)후보 공약 비교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 관련한 대선후보들의 공약 교집합으로 ∇사용사유 제한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고용 원칙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자성 인정 ∇간접고용 원청 사용자성 인정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민주노총은 유승민(바) 후보는 사용사유제한 및 사용총량제 등 비정규직 남용억제 공약을 제시하였으나 입법화 등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미흡하고 무엇보다 270만 명에 이르는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자성 인정에 대한 입법 의지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노총은 안철수 후보 역시 사용사유 제한, 상시지속업무 정규직고용 원칙 등 ‘입구’ 규제 방안과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보장에 찬성하면서도, 동시에 공공부문부터 ‘직무형 정규직’ 도입을 제시하고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는 중규직, 무기계약직 등 왜곡된 정규직화를 낳을 수 있는 모호한 개념이며 무기계약직 차별 고착화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민주노총은 심상정·문재인·이재명·김선동 후보 등은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및 정규직화 전환 대책, 동일노동 동일임금 명문화,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권 보장 등 정부 주도의 정책과제와 입법과제를 통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무엇보다 정책 방향만으로는 한계적이며 구체적인 실천방안, 제도화 방안이 병행되어야 함. 결국 향후 새롭게 들어설 정부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정책을 실행하느냐가 관건임을 강조했다.


#나의비정규직공약은?





가위 바위 보로 해고되는 파견노동자, 절반의 임금으로 차별과 반말 무시를 견뎌야하며, 이름도 제대로 불리지 못하는 비정규직 이야기를 담는 집담회가 열린다. 19대 대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다양한 비정규직 사례를 공유해 우리 사회 비정규직 담론을 확산시키고자 한다. 일시는 4월 18일(화) 오후 7시부터 열리며 장소는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홀이다.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에이삐: 


“퇴사하면 필리핀 어학연수 가려고, 여기는 답이 없다.”

“유럽 바리스타 자격증 따자! 영국 카페에서 일하는 게 삶의 질이 더 좋을 듯!”

“해외 나가면 다른 길이 있을지도 몰라. 돈 모아서 일단 나가”


5년차 직장인인 회사 동기들이 모이면 꼭 이런 대화를 한다. 신세한탄과 더불어 퇴사하자를 외치곤 했는데, 언제부터일까 아예 한국을 떠나자는 말이 입버릇이 됐다. 더 나은 삶을 위한 탈출구는 아예 한국을 벗어나는 것이 답이라고 말하고 있다. 올해 동기들의 목표는 모두 영어 마스터하기다. 명확하지 않아도 한국에서는 어느 직장을 가든지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을 것임을 잘 안다. 한국 기업들의 착취적 노동환경은 구조적인 국가 시스템의 문제니까. 



나는 특히 대학생 이후부터 지금까지 3가지의 배신의 경험 끝에, 외국으로 가야겠단 생각을 시작하게 됐다. 3가지 배신이란 첫째, 학문의 배신, 둘째, 고용의 배신 셋째, 기업의 배신이다. 

 

1. 학문의 배신 - 사상보다는 방법론에 치우친 정치학


나는 꽤 진보적인 가치관을 지닌 10대 소녀였다. 친미주의자인 선생님에게 반항하면서까지 ‘효순이-미선이’ 추모 집회, 반미촛불집회에 나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재단’이 주최하는 청소년 토론대회에 나갔고, ‘전국 고등학생 토론대회’에 나가서 ‘청소년 노동권 신장’에 대해 피력하기도 했다. 학교 축제에서는 ‘전태일 열사’의 얼굴을 판넬에 그려 전시하기도 했다. 나는 이 사회에 쓴소리 할 줄 아는 진보적 언론인이 되고 싶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바람대로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정치외교학과에 입학 후, 뜨겁던 나의 정치의식은 희미해졌다. 


정치학 수업은 정치사상의 근간, 역사, 정신을 배우기 보다는 행태주의, 기능주의, 방법론에 입각한 수업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정치학도로서 정치원리와 선거제도 등의 방법론을 배우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수업의 비중이 월등히 행태주의에 쏠렸던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또한 2008년부터는 글로벌 바람이 불어 외국인 교수들이 대거 임용되었다. 정치외교학과에도 영국 출신의 외국인 교수가 임용이 됐고 그는 ‘국제정치’를 가르쳤다. 더 나아가 한국인 교수도 ‘미국정치론’이라는 수업을 개설하여 영어로 수업하고 영어로 시험을 보았다. 전공 수업이 학문의 깊이 보다는 영어 공부를 독려했다. 


이러한 커리큘럼 과정 아래, 정치학도로서의 정치의식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학생들 또한 어려운 정치사상 수업은 회피하고 점수 따기 쉬운 방법론 수업만 수강했다. 정치학도로서 가져야 할 문제의식, 시대정신은 강의실에서 휘발했다. 선배들은 더 이상 술을 마시면서 논쟁하지 않았다. 경제학, 경영학을 복수전공해서 각기 취업 전쟁에서 살아남으려고 바빴고 교내 취업센터 문을 두드리기 바빴다. 이것이 바로 단결할 수 없는 20대, 88만원 세대의 한 단면이었다. 


나도 시대정신의 열정을 잃고, 정치색을 잃어갔다. 점차 회색분자의 중간단계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오히려 나는 어렸을 적 좋아했던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 미술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문화기획, 철학 수업을 수강했고 문화예술에서 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2. 고용의 배신 – 계약직, 저임금을 피하기 위한 방황 ‘꿈’과 ‘고용의 안정’은 ‘반비례’하다는 씁쓸한 결론.



4학년, 취업준비생 시기. 많은 친구들이 대기업에 지원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며 사라졌다. 나는 목적 없이 무조건 대기업에 취업하는 건, 청춘을 낭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나의 길을 찾기 위한 노력과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미술동아리에서 시작된 관심으로 문화예술기획, 컨텐츠 기획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창의적인 내 재능과 능력을 믿었고 ‘창조’를 근간으로 두는 ‘기획자’의 직업을 갖고 싶었다. 특히 내가 졸업할 당시인 2011년은 트위터, 페이스북을 비롯한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가 각광 받은 시기다. 온라인 서비스에서 비전을 보았고 컨텐츠 기획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다행히 ‘웹에이전시’에서 인턴의 기회를 갖게 됐다. 


야근을 자처하면서 수 십 개의 스토리보드를 그리고 벤치마킹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본부장은 나를 인정해주었고 3개월의 인턴 기간이 끝난 후 정규직 전환도 수월하게 통과했다. 그러나, 나는 연봉계약서에 싸인을 할 때, 굉장한 찜찜함을 느꼈다. 연봉 1800만원, 기대보다 매우 낮은 연봉에 솔직히 실망했다. 알고 보니, 에이전시 계통의 연봉 체계가 10년차가 아닌 이상 박봉을 면할 수 없는 구조였다. 6개월 후, 결국 친구들과 연봉비교가 시작되면서 저임금의 자괴감을 못 이기고 퇴사했다. 


새로운 직장을 찾다가, 평소 관심이 많았던 미술계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미술계는 박봉 중에서도 박봉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비전공자인 내가 미술계에 입문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이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IT계에서 미술계로 직종 생태계 전환을 하며 나는 다시 인턴 생활과 저임금의 삶을 시작했다. 전시기획 인턴으로 받은 월급은 월 70만원이었다. 내 동생의 아르바이트 월급 보다 적었다. 그러나 회사 직원들 모두가 이를 당연하게 여겼다. 


즉, 미술계는 집안이 받쳐주지 못하면 종사하기 힘든 구조인 것이다. 게다가 나를 제외한 모든 직원들은 석사 이상의 고학력자였다. 국장은 박사 출신이었고, 과장도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이 입는 옷은 소위 명품이었다. 국장, 과장의 연봉도 알게 되었는데 그들의 직급이 무색할 정도로 적었다. 여느 사기업 말단사원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 대체 그녀들은 그 월급으로 어떻게 화려한 패션을 자랑하며 생활유지를 할까. 직원들은 국장의 부모가 돈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가 국장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돈이 많아서 국장까지 갈 수 있다는 논리가 통하는 곳이었다. 인턴 생활 6개월 째, 계약 직원 2명이 퇴사를 했다. 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아, 이래서 여유 있는 애를 뽑아야 된다니까! 이번에 새로 뽑은 00씨는 아빠가 한의사잖아. 그래서 뽑았어. 집안이 받쳐줘야 오래오래 다닌다니까!”


퇴사한 2명은 저임금을 견디지 못해 퇴사한 것이다. 그들은 사기업의 행정직 업무로 이직을 했다고 했다. 나도 머지않아 퇴사하느냐 저임금을 버티느냐의 고민이 찾아왔다. 미술계는 석사는 기본이다. 나도 미술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박봉으로 석사까지 밟아야 했다. 넉넉한 집안의 자녀가 살아남는 것이 통설이 된 이 곳. 박봉으로 석사를 하는 출혈을 일으키면서까지 이 곳에서 일해야 하는 당위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려 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다. 결국 미술계를 떠났다. 문화예술을 향한 비전과 꿈이 모두 사라지고 다시 백수가 됐다.


취업준비생의 삶이 다시 시작됐다. 나는 컨텐츠 기획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출판사에도 지원을 했었는데 모두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1~2년을 제시했다. 지난 2년 동안 저임금과 계약직 생활에 질린 나는 ‘계약직’이란 단어를 듣기만 해도 부아가 났다. 결국 다른 친구들처럼 고용의 불안정에 대한 걱정 없이 사기업, 가능하면 대기업에 취직하기로 결심했다. 2년의 방황 끝에 얻은 결론은 ‘꿈과 고용의 안정은 비례하지 않는다’ 였다. 꿈을 위해서는 고용의 불안정을 견뎌야 한다. 하지만 그건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었다. 저임금과 계약직의 나날들, 그리고 집안이 곧 능력이 되는 고용 현장의 아이러니를 다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3.기업의 배신 – 효율 아래 인간? 인간에 대한 예의는 어디에?



현재의 불안정을 넘어서는 길은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 뿐이었다. 100개 이상의 기업에 서류를 제출했다. 직업적으로 꼭 어딜 가고 싶다는 방향성이 사라졌기 때문에 기업 공채 입사라면 어디든 좋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부모님의 체면을 위해서도 더 좋았다. 또한 적당한 월급, 안정적인 고용 구조, 조직적인 시스템을 꼭 느껴보고 싶었다: 더 정확히는 친구들이 받는 연봉을 나도 받고 싶었다. 


당시 나는 졸업한지 2년이 넘었기 때문에 졸업예정자만 대상자로 뽑는 기업은 지원 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조건이 된다 싶으면 닥치는 대로 지원했다. 큰 관심이 없는 기업에도 모조리 지원했다. 제철회사, 제조기업, 게임회사 등 다양한 기업 면접장에 갔고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가까스로 한 대기업 유통 회사에 최종까지 붙었다. 


기업이 요구하지 않은 포트폴리오까지 별도 제출해가며 마케팅을 하고 싶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절박함이 통했는지 2013년 나도 대기업의 신입사원이 됐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저임금의 스트레스는 다소 해소가 됐다. 하지만 고용의 불안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다시 원점 상태가 됐다. 고민은 여전하다. 답이라고 생각했던 대기업도 답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원했던 체계와 시스템이 있고 적당한 월급이 있지만, 노동 환경은 ‘지속 불가능’이다. 내가 몰랐다. 기업에는 인본주의 사상이 없다. ‘효율경영’ 아래 ‘노동하는 직원’이 있을 뿐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 배려가 없다. 


매해 조직개편이 차갑게 일어난다. 회사는 ‘비효율, 비능률 척결’을 명분으로 오랫동안 회사에 충성했던 사람들을 단칼에 쫓아낸다. 금번 조직개편에서도 40대 과장, 차장, 부장 급들이 우수수 나갔다. 사전 통보란 없다. 인사발령이 뜨면 보통 일주일 내에 나가야 한다. 어떤 기업은 인사발령이 뜨면 바로 그 다음날 이동을 한다고 한다. 만약 그런 회사라면 통보 받은 다음날 아무런 준비도 못한 채 바로 실직자로 전락하는 것이다. 


올해 사업부의 목표는 ‘Low cost operation’ 이다. 매출은 계획대비 ‘110%달성’, 비용은 예산대비 ‘90%만 소진’하란다. 이게 무슨 아이러니한 말인가. 비용은 줄이면서 매출은 초과 달성하란다. 가능한 미션인가? 게다가 비용은 작년 대비 30%나 삭감했고, 매출 목표는 작년보다 15% 신장계획이다. 참으로 무서운 목표인 것이다. 이와 같은 회사의 무리한 목표 아래서 직원들의 야근과 업무 스트레스는 더욱 심해진다. 마른 걸레를 쥐어짜듯이 직원들은 끊이지 않는 실적 압박을 받는다. ‘저녁 있는 삶’은 꿈일 뿐, 보고 자료를 위한, 즉 페이퍼 업무를 위한 새벽 출근과 밤샘 야근이 강행되고 그것에 대한 보상은 없다. 노동의 질, 삶의 질이 바닥 수준으로 떨어진다. 


요새 야근 수당을 주는 회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야근수당을 대체하기 위해 회사가 고안한 아이디어는 ‘시간 외 수당 1시간’을 무조건 연봉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회사의 꼼수다. 야근 수당은 본래 세금 제외 대상인데 ‘시간 외 수당’이란 것은 연봉에 포함되어 세금까지 뗀다. 직원들 입장으로서는 손해다. 게다가 어느 누구도 6시에 퇴근하는 사람은 없다. 시간외 수당 1시간 보다 직원들은 훨씬 더 강도 높은 야근을 하고 있다. 회사는 이를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 한다. 


그리고 요사이 회사의 장기 목표 중 하나가, ‘향후 10년 이내 현재 인원의 30% 감축’이라는 소문이 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2015년 12월 시작된 ‘두산인프라코어’의 대규모 구조조정 사건. 신입사원까지 포함하여 희망퇴직을 받았던 충격적인 사건이다. 그 곳에는 내 친구도 있었다. 그 때 전해들은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팀장이 주임, 대리 급들을 불러놓고 이런 대화를 했다고 한다. 


“너네들 중 누가 퇴사할래?” 팀장이 물었다. 

“저는 결혼도 했고, 와이프가 임신 했습니다. 팀장님.” 한 선임 대리가 말했다.

“그래? 너는 죽어도 못나가겠다 이거지? 그래 너는 그럼 퇴사하지 말고, 여기서 승진할 생각 추호도 하지마!” 


두산인프라코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이듬해 양호한 영업이익을 얻었다. 재무상황이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씁쓸하다. 사람이 죽는 대신 기업은 살았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우리 회사도 두산의 피바람나는 구조조정이 언젠간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분명 회사는 사람에 의해서 굴러가고 사람의 노력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사람다운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모든 기업에 인본주의 사상을 심어주고 싶다. 


오래 전부터 인사팀에서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안착시키기 위한 교육 등을 수시로 연다. 그러나 기업 내 하향식 업무 지시와 위계적인 조직문화가 고쳐지긴 힘들어 보인다. 위계적인 질서로 꽉 짜인 조직 분위기 아래,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재기 발랄한 창의성은 3개월 안으로 말살된다. 어느 누군가 호기롭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눈썹을 찌푸리며 “그게 될 것 같아?” 라는 말로 아이디어의 발산을 빠르게 제지한다. 모순적인 것이, 창의적인 기획을 요구하면서 창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지 않는다. 


올해로 입사한지 5년차가 됐다. 지난 1월 대리로 승진했다. 그런데 동기 한 명은 진급하지 못했다. 그녀는 1달 전에 아기를 낳아 출산휴가 중이었다. 동기들은 조심스레 그녀가 출산휴가 중이기 때문에 누락된 것 같다고 짐작을 하고 있다. 3개월 출산휴가가 끝나면 바로 업무 복귀한다던 그녀는 1년 육아휴직을 써버렸다. 아마도 자존심에 1년 휴직 후 퇴사할 것이다. 또한 1년 육아휴직을 쓰면 아예 다른 사업부로 발령을 내버리는 경우가 많다. 업무의 연속성이 깨진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여자직원들은 1년 육아휴직 후, 그냥 퇴사해버린다. 


우리 사업부의 여자 직원 비중은 65%수준으로 굉장히 높다. 하지만, 여자 과장은 15% 남짓, 여자 차장은 10% 남짓, 여자 부장은 5% 남짓이다. 여자 임원은 없다. 그 많은 여자 직원들의 생명력은 대리에서 보통 끝나는 것이다. 여자 직장인으로서 비전 찾기가 힘들다. 


3가지의 배신 끝에, 회의론자가 돼버린 나



지속가능하지 않은 이 일터에서 내 삶을 전진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회의감이 든다. 물론 업무적으로 지난 4년간 많은 성장을 이루었고, 모범상을 받을 만큼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 과장으로서의 나의 모습을 생각하면 숨이 막혀온다. 또한 그 때까지 이 회사가 건재할 것이란 보장도 없다. 게다가 요새는 같은 업무를 5년 째 반복하니 매너리즘까지 왔다.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월급 이상의 가치가 없다. 회사에서 인정 받는 것은 업무와 나의 적합성 때문이 아니고, 단지 내가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내 업무를 확실하게 할 뿐이다. 내 재능을 살리는 일, 내 인생의 비전을 위해 이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꿈을 찾기 위해, 다시 24살의 방황을 또 하고 싶진 않다. 저임금과 고용의 불안정, 그 비참함을 나는 절실히 겪었고 잘 안다. 그렇다면 결국 이 회사에서 지루한 버티기를 지속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숨이 나온다. 


나는 그림그리기를 좋아하고, 어려서부터 창조적인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내 미래 비전은 바로 그 어딘가에 있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답 없는 고민만 되풀이 될 뿐이다. 결국 지구본을 반대편으로 돌려 유럽에서 시선을 멈춘다. 외국에서 이론부터 탄탄히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어졌다. 서른 한 살의 내가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일까. 여태까지 이야기를 했듯, 단 하나의 이유가 아니었다. 하루 이틀 겪은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 10년 동안 학문의 배신, 고용의 배신, 기업의 배신들을 겪으면서 쌓인 결과다. 


-기능주의에 매몰된 학풍과 이론의 실종

-불안정한 고용과 터무니없는 저임금

-지속불가능한 노동환경

-인본주의사상이 부재한 기업과 효율경영이란 무시무시한 슬로건


여러 가지 배신의 연속들이 한국에 대한 불신과 회의를 만들었다.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요새는 희망이란 단어가 굉장히 낯설다. 어떤 상황과 맥락에서 ‘희망’이란 단어를 쓰는 것인지 잊었다. 한국에서의 희망은 체념했다. 내 주변의 서른 한 살들은 이제 ‘외국’이라는 단어 뒤에 ‘희망’을 쓴다. 


100세 시대. 아직 인생의 70년이 남았다. 남은 70년을 위해 서른 한 살들은 무엇을 헤야 할까. 희망, 꿈, 열정, 긍정의 구름 아래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곳. 마음껏 창의적일 수 있는 노동 환경, 인간 중심의 철학을 가진 기업. 역사와 이론 중심, 인간다움을 가르치는 학교. 

한국에서는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유토피아적 상상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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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청년 좀 이용하지 마세요

한겨레 2015.10.01


성영이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활동가

친구는 항상 과 수석을 놓치지 않았다. 가고자 하는 진로도 뚜렷해서 학교를 다니면서도 꾸준히 취업 준비를 했다. 대학교를 수료한 뒤(요즘은 취업에 불이익이 될까봐 졸업을 잘 하지 않는다) 약 1년간 학원을 다니며 포트폴리오를 준비했다. 그리고 마침내 대기업에서 일하게 됐다. 3개월 계약직이었다.

3개월이 지나자 추가로 3개월이 연장됐다. 일한 지 4개월 즈음 됐을 때는 자리가 생겼다며 1년을 추가로 계약했다. 친구는 저녁에 일이 끝나면 또 학원에 간다. 팀에서 계약직이 자신을 포함해 총 세 명인데 한 명은 연장받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고 했다. 나는 2년만 기다려 보자고 말했다. 계속 계약을 연장한 것을 보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희망을 걸고 있다. 그나마 주변에 취업을 한 친구는 이 친구 한 명뿐이었다.

작년 이맘때부터 정부는 청년 등 미래세대를 위한 시대적 소명으로서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천명했다. 핵심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20대인 나에게 가슴 뛰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정부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안에 비정규직 보호는 없었다. 대신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릴 수 있고, 파견노동자의 허용 범위를 지금보다 넓히자는 주장만 있었다. 정부의 비정규직 차별 철폐 대안에 따르면 나는 이제 친구에게 2년이 아니라 4년을 기다려보자고 말할 수 있게 되고, 친구는 감사하게도 무려 4년씩이나 한 직장에서 눈치 보며 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비정규직의 요건을 더 악화시키면서 어떻게 이중구조를 개선한다는 것일까? 정부의 해결책은 기묘했다. 답은 정규직의 권리를 줄임으로써 비정규직과의 격차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중산층과 빈곤층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중산층을 가난하게 만들자는 것과 다름없다.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 등 해고를 더 쉽게 할 수 있게 하고 임금, 노동시간, 퇴직수당 등에 대한 취업규칙을 더 쉽게 변경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런 정책을 전문적 용어로 ‘유연화’라고 한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8월17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노동시장도 유연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노동유연성이 매우 높은 사회다. 노동시장 유연화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덴마크인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덴마크 수준에 가깝다고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가 성공하려면 반드시 그로 인한 사회문제를 적극적 사회안전망으로 뒷받침해주어야 하는데, 한국은 이 안정성이 선진국 가운데 최저에 머물고 있다. 오래전부터 전문가들은 우선 안정성을 대폭 높이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아왔다. 노동유연화는 당장의 기업 경영수지에는 유리할지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국민의 소득안정성이 떨어져 소득 감소, 가계 부실, 빈부 격차 등이 발생해 국가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청년들은 한번 비정규직은 영원한 비정규직인 한국 사회에서 질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스펙 쌓기와 취업 준비에 열을 올린다. 그렇지 않아도 한평생 집 한 채 사지 못하고 학자금 대출이나 갚아야 하는 형편에 2년 혹은 4년 동안 눈치 보며 일해서 어렵사리 정규직으로 전환되어도 정당한 노동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쉽게 해고된다면 대체 어디에 희망을 걸라는 말인가.

정부는 이러한 모순을 포장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내세우며 이것이 청년 고용의 유일무이한 해결책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로 늘어날 재원의 규모가 허황하다는 근거가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고 설령 비용이 남을지언정 그것이 청년 일자리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청년 일자리는 이런 식의 끼워맞추기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진정한 의미의 노동시장 구조 개혁이 이루어져야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청년의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않고 당신들의 이익을 위해, 혹은 당과 이념을 위해 청년을 이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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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해고'가 문제? 더 두려운 건 따로 있다

새로운 헬게이트 노사정 합의...정신적 종속 불러올 것

오마이뉴스 2015.09.18.

손우정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이사


1970년 11월 13일, 20대 초반의 젊은 청년은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하는 무능한 근로기준법을 규탄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자신의 몸이 화마에 휩싸이는 순간에도 그는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쳤다. 그의 이름은 전태일. 한국 노동운동의 선구자다. 

만일 전태일이 지난 15일 한국노총이 참여해 최종 서명한 '노사정 합의문'을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아무리 톺아봐도 타협 같지 않지만,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간결한 부제가 붙은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합의문'은 전태일의 후예들에게 짙은 어둠만 드리우고 있다. 

기업엔 인센티브, 노동자에겐 패널티가 대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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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사정 대표, 최경환 경제부총리, 상임위원 등이 참석한 노사정위원회 제 89차 본위원회가 열렸다.

ⓒ 이희훈




한국 경제사회의 새로운 도약과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었다는 노사정 합의문은 ▲노사정 협력을 통한 청년고용의 활성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사회안전망 확충 ▲불확실성의 제거 ▲노사정 파트너십 구축 ▲합의사항 이행 및 확산이라는 6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합의문은 '대타협'이라는 부제가 무색해질 정도로 균형감각을 상실하고 있다. 노동시장을 개혁한다면서 기업에게는 자율과 인센티브를, 노동자에겐 강제와 패널티만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들여다보자. 합의문은 대타협의 가장 큰 목표였던 청년고용 확대를 위해 청년고용을 확대하는 기업에게 '세대 간 상생고용지원,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세무조사 면제 우대, 중소기업 장기근속 지원, 공공조달계약 가점 부여' 등 다양한 정책 지원을 약속하는 동시에 지나치게 높은 연봉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고소득 임·직원'에게 "자율적"으로 임금 "인상" 자제를 '부탁'하고 있다. 반면, 노동자들에게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삭감된 임금을 청년고용에 활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화룡점정은 따로 있다. 합의문에 따르면 경영상 사유로 고용조정이 필요한 경우에 경영계는 감원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노동계는 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합의문에는 모호하게 표현됐지만, 회사가 근무 성과가 나쁘거나 근무태도가 불량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근로기준법에도 없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완화 조치다. 

합의문의 내용이 이런 식이니 왜 한국노총이 산하 노조 위원장의 분신 시도에도 이 합의안을 밀어붙였는지에 대해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고용노동부가 한국노총에 배정된 국고보조금을 늑장 집행하거나 한국노총 산하 노조위원장의 횡령 및 배임혐의를 빌미로 노사정 합의를 압박한 의혹이 짙다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사실이 무엇이든, 무덤 속의 전태일이 한탄할 일이다. 

쉬운 해고? 진짜 문제는 항시적 해고 가능성의 정치적 효과

한국노총의 합의에 무슨 배경이 있는지는 몰라도, 일반해고가 불러올 파장은 만만치 않다. 당장 민주노총과 야당은 이 조항이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더 낮은 임금과 성과 강요, 해고를 안겨줄 '재앙'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완화는 곧 쉬운 해고라는 진단이다. 

이런 우려를 인식한 듯 지난 14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쉬운 해고를 하는 게 아니라 공정한 해고를 하는 것"이라고 반박한 데 이어,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 역시 "결코 희생을 강요하고 쉬운 해고를 강제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언급이 반복되는 것 자체가 이번 합의의 핵심이 '해고'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즉, 쉽든 어렵든, 공정하든 불공정하든 청년고용확대를 기존 노동자의 해고를 통해 만들어 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해고 자체보다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완화가 가져올 노동시장 내부의 '정치적 효과'다. 현재의 근로기준법상 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는 해고 대상이 된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문제해결을 모색할 수 있다. 그러나 '성과'나 '근무태도 불량' 등 개인적 사유로 진행되는 해고는 그것이 어떤 방식이건 노동자들을 개별화·파편화로 이끈다. 해고가 구조적인 원인 때문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개인의 문제' 때문에 기인하는 것으로 여겨질 때, 이를 막을 방법과 책임 역시 개인에게 넘겨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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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노사정 야합 조인식 저지 및 대표자 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총파업을 결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많은 전문가들은 일반해고가 노조가 없는 90%의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우선적인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고 진단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상상해보라. 개인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며, 성실한, 혹은 불량한 근무 태도는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가? 노조활동이 기업의 근무 분위기를 해친다거나 내부 고발자를 성과불량자로 몰아가는 마타도어는 지금도 충분히 활개를 치고 있다. 게다가 설령 노조가 있더라도 자신의 '개인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능력에 따른 해고'로 포장된 다른 이들을 위해 싸워줄 조합원은 점차 줄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결코 기우만은 아닐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식의 일반해고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면, 노동자 개인의 평가는 철저히 '상대평가'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즉, 직원들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하고, 어느 정도로 근무태도가 훌륭해야 하는지와 상관없이, 바로 옆 동료와의 비교평가를 통해 항상 일정비율의 하위 노동자를 골라낼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상대평가가 도입된 이후 살벌해진 대학 교실 풍경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상대평가'를 통해 해고 대상자를 결정하는 무한경쟁 방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기란 어렵지 않다. 

결국 이 위대한 노동시장 개혁은 노조는 노조대로, 미조직 단위에는 미조직 단위대로 항시적 불안을 활용한 최적화된 노동통제전략을 보여줄 것이다. 실제로 해고가 진행될 것이냐는 문제와 무관하게, 항시적 해고 가능성이 만들어낼 불안의 정치적·문화적 변화는 육체적 종속을 넘어 기업과 사주에 대한 정신적 종속으로까지 나아갈 것이다. 

누가 노동시장 개악을 막을 것인가?

문제는 이런 문제가 충분히 예상됨에도, 이를 막을 수 있는 정치적·사회적 힘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이번 합의로 두둑한 떡고물을 챙긴 것으로 보이는 경제인 단체들은 외려 표정관리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사정 합의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내고 노사정 합의에서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책으로 국회 입법청원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병원 경총 회장은 기자들에게 "노조와 합의되는 것만 하려고 하면 노조에 다 맡겨야 할 것"이라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경총을 비롯한 경제인 단체의 의도는 '노조와의 합의가 필요없는 해고'의 관철일 뿐, 다른 것들은 부차적일 뿐이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정부와 새누리당 역시 한국노총의 합의로 명분이 축적된 이상, 속도를 내겠다는 심산이다. 16일 개최된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노동계와 합의한 핵심 사항은 쏙 뺀 채, 정부 주장만을 그대로 담은 근로기준법과 고용보험법, 산재보헌법, 기간제근로자법, 파견근로자법 개정안을 소속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발의했다. 한국노총의 참여로 대타협이라는 명분을 챙겼으니 더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는 태도다. 

반면, 덩치만 거대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혁신안을 둘러싼 내홍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합의안 타결 직후 진행된 다양한 여론조사에서는 합의안에 대한 찬성여론이 반대여론을 압도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합의안에 감춰진 문제점들이 속속 분석되면서 반대여론이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뚜렷한 돌파구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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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노사정 야합 분쇄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삭발한 뒤 노사정 야합을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그나마 민주노총이 가장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전평수련원에서 '전국 단위사업장 대표자 대회'를 열고 9월 23일 총파업과 상경투쟁을 결의했다. 그러나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진행되는 총파업과 상경투쟁이 일회성 항의를 넘어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게다가 민주노총은 2013년 말 철도노조의 갑작스런 파업 철회 이후 겉으로 내세운 화끈한 구호만큼의 위력적인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개악의 흐름을 어느 정도라도 저지하기 위해서는 그나마 남아 있는 조직 노동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경험을 여러 차례 반복했더라도, 남아 있는 비빌 언덕은 그들 외엔 찾기 어렵다. 여론전이 중요하다든가 노조 조직률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선후차를 따질 일이 아니다. 지금 상황은 여론을 통한 조직화, 조직화를 통한 여론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당장 19일(토)로 예정된 민주노총 총파업 선포 결의대회가 주목되는 이유다. 

인간을 개별화·파편화시키고 개인적 욕망을 성장동력으로 삼은 신자유주의의 첨병 역할을 했던 미국과 영국에서는 '새로운 방향, 새로운 대안'을 요구하는 좌파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뒷걸음만 치고 있다. 복잡한 문제들은 많지만, 지금 당장은 그 뒷걸음을 막아내는 것 이외에 다른 수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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