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규제 개혁 왜 필요한가.pptx

최순실 사태로 유탄 맞은 스타트업…바람직한 창업 생태계 성장위한 전문가 조언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잘 숙성된 술맛에 제대로 취하고 싶으면 말이다. 

그런데 기껏 고생해 담근 술을 노린내 나는 헌 부대에 담는다면? 그간의 노력은 허공으로 날아가고, 다음날 숙취만 거세진다. 지금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를 둘러싼 정부와 사회의 대응 방식이 꼭 그렇다.


10일 국회 의원회관 제 2세미나실. ‘제2의 전성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최근의 창업 열풍을 대한민국 경제의 새 동력으로 올바르게 자리매김시키기 위한 해법을 논의키 위해 정부와 정치권,  법률 전문가, 업계 관계자 등이 머리를 맞댔다. ‘최순실 사태와 청년 스타트업의 명암, 사전규제가 스타트업 기업 짓누른다’는 주제 아래 진행된 이번 정책 토론회에선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의 양적 팽창과 질적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과 이를 뛰어넘기 위한 제언이 쏟아져 나왔다. 

참가자들이 내놓은 주장과 지적, 방안들은 각자의 시선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띠었다. 그러나 각각의 목소리들이 일관되게 지적하고, 지향하는 지점은 이렇다. 스타트업이라는 새 술을 과거라는 헌 부대에 담지 말자는 것.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는 것. 당초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여 가량 진행된 토론회를 비즈업이 정리했다. 


대학생 창업자인 김민규 삼디몰 대표. 지난 2014년 4월 창업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경찰서를 근처도 가보지 않았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해부터 경찰서와 법원을 제 집 드나들 듯 드나들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설립한 삼디몰은 고객들이 직접 3D프린터를 만들 수 있도록 ‘인증을 받은 3D 부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 사이트.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용품안전관리법이 규정하고 있는 안전 인증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대표를 형사 고발했다. ‘3D 프린터’에 대한 법 규정이 전무한 상황에서 '일반 프린터’ 규제 조항을, 그것도 ‘3D 프린터 완제품’이 아닌 ‘3D 프린터 부품 업체’에 적용한 것. 

김 대표는 “제 상황을 문의했더니 인증 표준 콜센터나 미래창조과학부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산자부와는 전혀 다른 판단을 내려줬다”고 전했다. ‘3D 프린터’라는 신산업군에서 발생한 규제 이슈에 대해 정부 간에도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최순실 사태와 청년 스타트업의 명암, 사전규제가 스타트업 기업 짓누른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민규(가운데) 삼디몰 대표와 박병종(왼쪽) 콜버스랩 대표, 이번 토론회 사회를 맡은 전진한 바꿈 상임이사

김 대표의 사례는  과거엔 존재하지 않았던 신산업에 옛날 잣대를 들이댄 전형적 케이스다. 마차 타던 시절의 속도위반 딱지를 자동차에 붙인 격.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의 태생적 특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낡은 조치라고 지적한다. 새로운 기술 및 아이디어로 기존 산업에 도전하는 게 스타트업의 역할인데, 정부가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 

정부가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선정,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는 ICT (정보통신기술) 산업군에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한 지경에 봉착한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등 요새 잘나간다는 이른바 신산업군은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단어조차 거론되지 않았던 것들이며, 기존 산업 분류로는 제대로 구분조차 하지 못하는 ‘융합사업’적 특성도 갖고 있다. 과거의 낡은 규제를 적용하려야 할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게 ICT군의 스타트업 생태계인 셈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이정환 법률지원단 간사(변호사)는 “보통 회색 시대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으로선 기존 법률을 적용하려는 정부 탓에 현실에 맞지 않은 규제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며 “ICT는 융합산업의 특성 때문에 다양한 소관법령과 연계돼 있고, 이 때문에 정부 부처별로 문제로 삼는 이슈와 입장이 달라 애를 먹는다”고 전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한경수 스타트업 법률지원단장(변호사)은 “전통 산업에 적용했던 규제가 신산업 분야에도 효율적일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각 산업의 특성에 맞게 규제 체계를 정비하는 것은 시대 과제”라며 “적어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CT 등 신산업 분야에선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 체계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해법을 내놨다. ‘네거티브 규제’란 ‘안 되는 것 빼곤 다 되게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현행 대한민국의 규제 시스템은 허가된 것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 방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초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는 예외적으로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도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새로운 길엔 꼭 걸림돌이 있다

O2O방식의 심야 셔틀버스 서비스 업체인 ‘콜버스랩’. 밤 늦은 시각, 귀가를 위해 십수번의 승차거부와 바가지 요금을 감내해야 했던 올빼미족들에게 콜버스랩은 가뭄에 내린 단비였다. 이용자들이 이렇게 기다려온 서비스가 있나 싶을 정도인데, 정작 콜버스랩을 운영하는 박병종 대표는 “사업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고 토로한다. 

콜버스랩을 가로막고 있는 ‘표면적’ 방해꾼 역시 낡은 규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핑퐁 게임을 하며 회사의 운영 방식 이것저것을 지적했고, 그 사이 박 대표가 애당초 품었던 사업 모델은 사상누각의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나 콜버스랩의 ‘실질적’ 장애물은 따로 있다. 택시조합 등 이해관계자와의 충돌이 근원적 문제다. 콜버스랩 탓에 자기 이익이 줄어들 위기에 놓인 택시단체들이 유명 일간지 1면에 ‘콜버스는 불법 서비스’라는 내용의 광고를 낼 정도로 저항은 극심했다. 여론의 눈치에 민감한 정부·지자체는 시장의 기존 이해관계자와 '뉴 챌린저' 모두를 외면하기 어렵다. 결국 둘 사이의 힘의 대결을 어설프게 중재하거나 다른 심판에게 떠넘기는 형태의 핑퐁게임만 하게 된다. 

‘이해관계자와의 충돌 문제’ 역시 스타트업 생태계가 풀어야 할 중요하고도, 난해한 숙제다.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업체들의 거센 반발을 산 온라인 중고차 경매어플 서비스 업체 ‘헤이딜러’. 인터넷에서 신용카드만으로 본인인증을 할 수 있는 매우 간단한 방법을 개발하고도, 관련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이동통신사의 조직적 방해 탓에 2년 넘게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한 채 정부 인·허가만 받고 다닌 ‘한국NFC’. 새로운 길을 닦으려는 스타트업들이 이해관계자라는 걸림돌에 걸려 좌초 위기를 맞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이 문제에 대해 이태훈 서울산업진흥원 투자지원팀장은 “대개의 스타트업 아이템은 지금껏 세상에 존재치 않았던 혁신을 내놓는 게 아니라 기존의 것을 조금 다른 각도의 아이디어로 현실화한 것”이라며 “이는 기존 레드오션 시장에 진입할 확률이 높고, 그만큼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도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순실 사태와 청년 스타트업의 명암, 사전규제가 스타트업 기업 짓누른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 왼쪽부터 이태훈 서울산업진흥원 투자지원팀장, 양경준 케이파트너스앤글로벌 대표, 황승익 한국NFC대표, 이정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법률지원단 간사(변호사)

사실 ‘이해관계자 vs 뉴 챌린저’간 대결은 사람이 먹고 사는 밥그릇 문제여서 쉽사리 풀 수 없다. 다만 이 문제를 푸는 데 있어 주안점을 둬야 할 부분에 대해 “고객이 중심이다. 고객이 어떠한 제품·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편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가지고 판단하면 된다”고 한 이태훈 팀장의 조언은 새겨둘 만하다. 얼핏 당연한 지적처럼 들리지만 실상 신구산업간 충돌에서 항상 포커스를 둔 것은 양쪽 세력 그 자체였지, 사이에 낀 고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말뿐인 ‘창조경제’는 이제 그만…창업 활성화를 위한 진짜 정책이 필요하다

이번 토론회에선 일련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말미암은 창조경제의 몰락, 이 때문에 예기치 않은 유탄을 맞고 있는 스타트업에 대해서도 여러 목소리가 나왔다. 

한경수 변호사는 “슬로건에 그친 창조경제 정책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경제 지표는 역대 최저 경제성장률, 역대 최고 실업률, 역대 최대 가계부채 등 3관왕을 기록했을 정도로 최악이었다”며 “창조경제에 대한 철학의 부족, 대기업을 억지로 동원한 관치 경영 등이 실패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는 “최순실 사태로 스타트업이 두려워하는 건 지금까지의 창조경제 동력이 떨어져 청년 창업 기업들의 지원이 사라지고, 그래서 창업을 도외시하는 문화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며 “벤처기업들은 정권이 바뀌면 칼바람이 불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야당 입장에서도 창업 정책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의 공동 주최자인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술 산업의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김대중 정부 때의 벤처기업 육성부터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까지 방향성은 같다”며 “창업 활성화 정책과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고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스타트업 법률 지원단’(스법단)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법률지원단, 변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스법단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시민단체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이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 및 발전을 위한 법률 지원, 교육 캠페인 진행 등을 목적으로 지난해 말 설립한 단체다. 창업·자영업 전문 뉴미디어 ‘비즈업’은 이번 토론회를 비롯, 앞으로 전개될 스법단의 활동 전체를 밀착 취재해 동영상 등 깊이있고 다채로운 디지털 콘텐츠로 소개할 예정이다. /기사=비즈업 유병온기자 on@bzup.kr, 사진·영상=백상진기자 100pro@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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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알파고'에게 맡기시라

민주주의의 후퇴를 야기하는 20대 총선 공천상황

오마이뉴스 2016.3.16.


박영민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자원활동가


청년이 고시에 몰리는 건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가지고 있는 매력 때문만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문제지와 내가 채점할 수 있는 명확한 답안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붙고 떨어졌는지, 어떤 기준인지, 스펙을 아무리 쌓아도 알 수 없는 기업의 선출 과정에 지쳐 버린 탓도 있다. 16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준비한 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후보들도 이와 같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식물국회'라는 평이 무색할 정도로 19대 국회의 마지막은 뜨거웠다. 전 국민을 집중 시킨 필리버스터부터 선거구 확정까지, 20대 총선이 다가오는 것을 의식한 정당들의 초조함이 곳곳에 뿌려졌다. 마지막 장식에 박차를 가하느라 정신이 없었는지 20대 총선의 공천 상황은 아비규환이다.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후보가 결정되지 않은 지역이 많고, 상향식, 개혁을 천명한 초반의 패기와는 다르게 이번 공천과정 역시 '깜깜이 공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선거구 확정이 늦어지면서 후보를 결정할 시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대 총선의 공천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은 비단 늦은 결정뿐만은 아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통해 정치신인을 길러내고, 보다 민주적인 방식으로 후보를 선출할 것을 약속했지만 정작 국민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의 마찰이었다. 심지어 살생부, 욕설 파동으로 당내 공천과 관련한 어두운 단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상황도 심각하다. 뚜렷한 방향도 없이 선거 관련 당규의 폐지와 유권해석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위임하며 '입맛대로 공천'이라는 우려를 샀고, 이해찬을 비롯해 몇몇 후보가 당의 결정에 불복해 탈당까지 감행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근거와 기준 없는 공천으로 비판받고 있다. 또한 정청래 의원 컷오프와 관련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박영선 의원과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이 공천과정에 개입했다는 논란을 사기도 했다. 


더민주당의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생 신분의 필자가 보는 더민주당의 청년비례대표 공천상황은 처참하다. 모호한 기준과 각종 특혜 논란과 관련해 합격자 4명 중 2명이 퇴출 및 사퇴로 자리를 떠났고, 2000여 명의 당원이 공천관리위원회 위원 전원 사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성명서를 발표해 이목을 끌었다. 자신 있게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청년정치인들은 차라리 '공천고시'라도 준비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5분 면접'으로 청년정치인들에게 모욕을 준 것과는 상반되게 두 정당은 개혁공천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한 개혁은 이전 국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18대 총선 공천에서 한나라당은 현역의원의 39%를 탈락 시켰고 19대의 경우 46%였지만 20대 총선 공천의 경우 14일 기준으로 현역의원의 탈락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야당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18대 32%, 19대 37%를 기록했지만 20대 총선은 24%에 머물러 무엇이 개혁이라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힘없는 청년정치인에게 보여준 잔인함과는 달리 '최악의 국회'라 소개되는 19대 국회에 지나치게 관대한 것이다.  


국민을 대리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후보를 결정짓는 공천이 이러하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계파갈등과 '깜깜이 공천'의 반복이 1978년 단 한명의 후보로 진행된 대통령 선거를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공포감마저 느껴진다. 개혁과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두 거대 정당의 노력은 눈물겹지만 잘할 자신이 없다면 물러나야 한다. 발전은 못할 망정 후퇴를 눈앞에 두고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더 이상 그들에게 맡길 수 없다. 차라리 '알파고'에게 맡기시라,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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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지역재단 농협연구교육센터 / 제작: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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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만 표 또 버릴 겁니까...어느 대구 남자의 호소

오마이뉴스 2015.09.01

전진한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


내 고향은 대구다. 대구 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을 꼽으라면 더운 날씨다. 도시 주위가 산으로 감싸져 있는 분지 지역이고 큰 호수나 강이 없어 여름은 웬만한 인내가 아니면 버텨내기가 어렵다. 가장 기억에 남는 더위는 1994년 여름이었다. 난 당시 다행히도 군대에 있었지만, 군에서 본 대구의 풍경을 잊을 수 없다. 당시 대구는 내내 38~39℃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한 방송사에서 날계란을 도심 아스팔트에 풀어 계란 프라이를 만드는 장면을 내보낸 적도 있었다.

이 장면은 당시 최고의 특종으로 화제가 됐는데, 지금도 날씨가 더우면 이런 방송이 많이 보도되곤 한다. 그래서 대구 음식은 부패를 막기 위해 대부분 양념이 강하다. 따라서 대구에서는 더위를 많이 타고, 맵고 짠 것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은 살기 어려울 수 있다.

그 다음 대구에서 살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정치적 성향 때문이다. 대구에서 현재 새누리당(과거 한나라당) 이외에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일평생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이 당선 못하는 풍경을 볼 가능성이 크다. 나도 대구에서 총선과 지방선거를 네 번 치렀으나 단 한 번도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하지 않았다. 과거 대구에서 개혁적인 이미지를 가진 당선자가 한두 번 나오긴 했지만, 정당 후보자가 아닌 무소속으로 나온 경우였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다보니, 대구에서 개혁적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의 정치적 소외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무리 개혁적이고 뛰어난 사람이 선거에 출마하고 그를 지지해도 당선하지 않으니 사실상 일당 독재가 지속되고 정치적 무관심도 커진다. 나 자신도 선거를 치르면서 왜 이런 무의미한 투표를 계속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한 당이 계속해서 당선되는 지역은 정치적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도시에 비해 발전 속도도 느리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2013년 기준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16개 시·도 가운데 최하위이고 1인당 지역총소득도 14위다. 실제 서울대 행정대학원 조사에 따르면 대구 시민 10명 중 9명이 스스로 중간이하의 계층이라고 인식하는데, 이런 인식은 전국 최하위라고 한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활력을 잃다 보니 청년들이 직장을 찾지 못해 고향인 대구를 떠나는 비율도 높다. 대구뿐만 아니라 지역주의가 고착화돼 있는 지역은 이런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몇십 년째 지속되고 있다. 정치인 중 누구 하나 이런 현상을 두고 올바르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28년간 버려진 유권자의 선택


기사 관련 사진

▲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정진후 원내대표 등 대표단이 1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비례대표 축소 저지, 3당 회담 수용을 촉구하는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이 악순환이 반복되는 가운데 근본적인 해결점을 제시한 국가기관이 있다. 올해 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2대 1(200석 / 100석)로 도입할 것과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정치권에 촉구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지역주의 완화와 유권자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선'이었다. 

바로 대구와 같은 지역에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도 대표성을 부여하고 직능별 대표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해결책이었다. 선관위의 발표가 있을 때만해도 많은 시민들은 이를 정치권이 잘 반영해 정치발전의 주춧돌로 사용할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상황은 전혀 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2014년 헌법재판소가 인구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 간 유권자 수 편차 비율이 2대 1을 넘지 않도록 하라는 결정이 있었다. 이 같은 결정에 정치권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행하기 위해 비례대표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직능·약자를 대표할 54석마저 줄이자는 결론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 일부 의원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후안무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몇 개월 만에 지역주의 타파와 직능·약자를 보호할 선관위의 촉구는 어디로 사라지고, 오히려 지역주의 강화와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는 제도에 대한 논의만 살아남은 격이다. 

앞서 내 경험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정치에서 소외되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 선거 때만 하더라도 시민들이 당선자에게 던진 표수가 1144만 표였는데, 낙선자에게 던진 표도 무려 1036만 표다. 1000만 표가 넘는 유권자의 의사가 모두 '쓰레기'가 된 것이다. 이러한 사표는 지난 28년간 총선에 투표한 것을 다 합치면 7160만 표에 이른다(참고 : 선거에서 사라지는 표를 살려주세요).

현재 흘러가고 있는 정치권의 모습이 매우 우려스럽다. 지금이라도 정의당과 녹색당 및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의원 정족수 논의를 다시 진행하고 비례대표제 확대를 받아들여야 한다. 새누리당을 비롯해 정치권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선거제도를 개악한다면 역사적 오점을 남길 수 있다는 인식해야 한다. 수많은 시민들이 정치권을 매섭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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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대응 잘하던 한국, 메르스엔 왜 속수무책?
중국이 본받던 한국, 왜 이렇게 됐을까
프레시안 2015.06.03.
전진한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설립준비위원, [알권리연구소] 소장


 중동에서 발병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한국에서 크게 유행할 조짐을 보인다. 수많은 시민이 메르스를 두려워하고 있으며, 나아가 정부의 부실하고 무원칙한 대응에 분노하고 있다. 서울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이곳이 대한민국 수도가 맞는지 답답하기까지 하다.

 지난 2002년 11월 중국 남부 광둥(廣東) 성에서 발생, 홍콩을 거쳐 세계로 퍼진 전염병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대응해 한국 정부가 보여줬던 기민한 모습과는 정반대다. 당시 한국 정부는 사스 발병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했고, 그 결과 국내에서는 사스 환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한국은 세계 보건기구로부터 찬사를 받았던 모범적인 전염병 방역 국가였다. 

 당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사스의 발생지로 지목받았던 중국이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필자는 2010년 아시아재단과 베이징대학교 '공공참여 연구와 지지센터'(공공참여센터)의 초청으로 베이징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중국 정부는 2008년부터 인민의 알 권리를 구체적으로 보장하는 정보공개청구제도(정보공개법)를 도입했는데, 필자에게 이 법의 운영과정 전반에 대한 조언을 요청했다. 

 그때 공공참여센터 담당자들과 중국의 정보공개제도 도입 과정에 대해 여러 얘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놀라운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선 중국 공산당과 인민은 2003년 당시 중국 관료들이 사스 대응 과정에서 보인 무능함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사스가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대책 하나를 세우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서, 중국 관료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것이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참고 대상이 한국 정부였다. 사스 발발 당시 한국 관료들의 신속하고 전문적인 대응을 보면서, 중국 관료와 한국 관료의 차이점을 분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결과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된 것이 바로 정보공개법의 도입 여부였다. 

▲ '3차 감염'이 나오면서 메르스 감염자 세계 3위, 아시아 1위를 기록한 한국.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지난 1998년부터 아시아 최초로 정보공개법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관료들이 생산한 정보가 시민에게 공개되었다. 시민이 정보공개 청구권을 가짐에 따라 공공기관의 투명한 행정이 일상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의 공무원은 시민과의 접촉면이 늘어났고, 인민 위에서 군림하려고 했던 중국 관료들과는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공공참여센터 담당자들의 설명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중국도 원자바오 총리를 중심으로 정보공개법의 도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사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정보공개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한국을 비롯한 정보공개제도 선진국 사례들을 꾸준히 모으고 조언을 받으면서 중국은 정보공개제도 도입을 결국 이루어냈다. 

 이로써 2008년부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거의 모든 공공기관의 재정, 예산, 결산 등 통계자료와 행정사업, 공공위생과 식·의약품 안전 등에 관한 긴급사항, 토지 개발, 환경 규제 등의 정보가 공개 대상이 되었다. 또한, 중국 인민과 기관이 관련 정보를 청구하면 행정기관은 15일 이내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필자가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한국의 시민사회는 공공기관을 상대로 어떤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는지, 그 청구가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소개해 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담당자들은 정보공개제도로 인한 한국의 변화상에 대해 매우 진지한 태도로 경청했고, 한국에서 일어난 정보공개운동을 중국에서도 펼쳐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 결과 2015년 현재까지 중국의 정보공개제도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모습은 어떠한가? 메르스 관찰 대상자만 1000명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각종 괴담이 난무하고 있다. 학교는 휴교에 들어가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도대체 12년 전과 비교하면 무엇이 어떻게 변했기에 한국 관료들이 이렇게 무기력한 모습으로 바뀐 것인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관료들의 무책임한 모습은 세월호 사건 이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국민안전처의 담당자가 "300만 명이 메르스에 감염되어야 비상상황"이라고 발언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국가에 큰 사태가 발생할수록 대통령과 정치권은 책임지는 리더십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시스템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각종 제도와 예산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한 번 한국 정부의 시스템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12년 전 사스 사태를 겪고 철저히 내부에서 개혁을 추진해왔음을 우리는 주목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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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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