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이 그 나라를 대표하는 법이라면, 헌법 전문은 그 나라의 얼굴과도 같습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 이 두 가지 역사적 사건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헌법도 비슷합니다. 프랑스는 헌법은 1789년 인권선언, 1946년 인권과 국민주권의 원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2004년 환경헌장을 헌법 전문에 담고 있습니다. 

다른 건 이해되는 데 환경헌장이라고요? 환경헌장은 프랑스 헌법 전문에서도 당연 눈에 띄는 내용입니다. 법학으로 유명한 엑스 마르세유 대학에서 2011년부터 공법을 가르치고 있는 올리비에 르 봇(Oliveir Le Bot) 교수를 인터뷰하며 프랑스 헌법이 가지고 있는 환경과 동물권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우리나라의 개헌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프랑스 헌법 전문에는 ‘환경권’이 있습니다. 

프랑스는 모든 국민이 균형 있고 건강한 환경에서 사는 것을 하나의 권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헌법에서 환경권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를 인권과 동등한 권리로 놓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이러한 헌법 전문을 바탕으로 환경을 훼손시킬 경우 법에 따라 손해 배상을 청구하거나 훼손된 환경에 대해 복구할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올리비에 르 봇 교수는 헌법에 환경권을 담아 이를 국가적 목표로 삼은 것은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올리비에 르 봇 교수는 “예를들어 개발업자가 고속도로를 짓는데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면 인간의 이익만을 생각해서 고속도로를 짓는 것이 올바른 일일까요? 간단한 예시지만 환경헌장을 헌법 전문에 명시함으로서 개발업자들은 개발 여부를 고려하여 국민들에게 의견을 물어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 이는 국가적 목표를 환경에 맞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올리비에 르 봇 교수는 여전히 이러한 환경권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개발업자들이 과거와 달리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긴 하지만 여전히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헌법에 동물권을 넣는 것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입니다. 


올리비에 르 봇 교수는 환경권을 넘어 이제는 헌법에 동물권을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올리비에 르 봇 교수는 “헌법에 동물권을 넣어 동물을 보호의 목표와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래야 구체적인 입법으로 이어져 현행 동물보호법을 더 효과적으로 보장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헌법에 동물권을 넣는다면 동물에 대한 소유권이 줄고, 동물로 경제적 이익을 버는 사람에게는 제재가 있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은 국가적 목표이자 상징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생각과 인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동물처럼 약하다는 이유로 학대한다면 사회적 약자인 사람을 학대하지 않으라는 법이 있나요?

1851년 프랑스는 공공장소에서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를 금지했지만 사람들이 몰래 동물을 학대하는 것까지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동물학대를 막으려면 결국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프랑스는 처음에는 동물을 물건이나 물체로 정의했지만 법이 발전되면서 지금은 당연히 생명체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즉 헌법에 동물권을 명시하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과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일입니다. 실제 인도, 브라질, 스위스, 독일,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이집트 등 8개국은 이미 헌법에 동물권을 넣고 있습니다." 

특히 스위스의 경우 2000년 연방헌법에 생명의 존엄성을 명시했습니다. 이를 반증하듯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수위도 굉장히 높은데요. 동물학대의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 2,300만원의 벌금을 물론 재산에 따라 차등으로 부과되어 더 많은 벌금을 물 수 있습니다. 독일 역시 인간과 동물의 동등한 권리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헌법적 내용을 배경으로 독일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별도의 세금을 납부해 동물보호와 복지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물론 프랑스도 아직 헌법에 동물권을 넣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개헌에서 환경헌장이 들어간것처럼 언젠가는 동물권도 헌법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동물권은커녕 환경권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요?

헌법을 바꾸는 것은 시민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것 

올리비에 르 봇 교수는 한국의 개헌 논의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올리비에 르 봇 교수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선진국으로 변화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 변화할 가능성이 큰 국가라고 봅니다. 30년 동안 헌법이 바뀌지 않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개헌을 원하는 데 이를 보장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헌법은 인권, 민주주의, 사회적 가치를 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를 권리로 만드는 것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투쟁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민들의 권리가 헌법에 보장되면 이는 시민들의 정치적 승리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권리는 결코 국가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민들은 이러한 권리를 위해 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발의한 개헌안은 끝끝내 무산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지방선거가 이후 야당을 중심으로 다시 개헌 논의가 이뤄질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그 논의가 시민참여나 촛불정신의 발로라기 보다는 정치적 이유가 커보입니다. 7월 17일 곧 있을 제헌절을 앞두고 우리 헌법이 어떻게 바꿔야하는지 또 어떻게 시대적 가치를 담아낼지 고민해 볼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일부 정치인들의 왜곡된 의도가 아닌 다수의 시민들의 참여가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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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지식인·청년 집담회…‘무능한 야당’ 신랄한 비판


한겨레 2015.12.16.


“고만고만한 사람이 경쟁하다 갈라져”

“새정치가 기본적인 신뢰를 받지 못해”

“정권 아닌 정치권 심판론이 위력 발휘” 


“새정치민주연합 토론회를 가면 사회적 문제에 대해 ‘어떻게 이길 것이냐’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 토론회를 가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더라. 후자의 고민을 하는 게 선거에서 이기지 않겠나.”(이관후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15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세교연구소 회의실은 30여명의 시민사회·지식인·청년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달아올랐다. 시민사회 인사들의 모임인 ‘세상나눔’에서 ‘국가 위기, 분노와 좌절, 그리고 시민의 역할’이란 주제로 진행한 집담회였다. 백승헌 ‘바꿈’ 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집담회에선 박근혜 정부 아래의 ‘정치 실종’과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흔들리고 있는 야권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한 반성과 모색도 이뤄졌다. 


“문재인, 안철수 모두 고만고만한 사람이 고만고만한 경쟁을 하다가 갈라진 상황이다.”(정대화 상지대 교수), “안철수 의원이 대안세력이라는 것에, 문재인 대표가 국가운영의 능력을 갖췄다는 것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야권과 시민사회의 실력이 안 되는 것 아닌가 싶다.”(정현곤 사단법인 시민 이사) 


집담회에 모인 인사들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흔들리는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에 대해 리더십 문제보다 ‘문제 해결 능력’과 ‘신뢰’, ‘실력’이 부재한 실태에 초점을 맞췄다. 최영찬 서울대 교수는 “국민들이 정치에 바라는 건 문제 해결 능력과 믿음이다”라고 말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다 폐기하는 과정에서 야당이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은 게 없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좌클릭·우클릭이 문제가 아니라 야당이 기본적인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은 “최근 문재인·안철수 두분 모두 지지율이 올라갔다고 한다. 두 사람이 의제나 시대적 패러다임을 두고 싸움을 벌였으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무능한 야당’이 정권심판론 대신 정치권 심판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반사이익을 기다리는 것 이상의 전략과 정치적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거대 야당이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에 정권보다 야당이 더 미워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는 (정권심판론이 아닌) 정치권 심판론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토양이다.”(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보스정치의 시대가 사라졌는데 계파만 남았다. ‘분당하면 누가누가 따라 나간다’며 여전히 ‘보스’ 따라다니기에 바쁘다. 이런 ‘빠문화’가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부른다.”(최영찬 서울대 교수) 


무기력한 야당의 원인으로 ‘486그룹’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정현곤 이사는 “486 의원들은 대학 때 의식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고, 최영찬 교수는 “정치권에 들어간 486들은 민주화 운동에서 큰 역할을 했지만, (국회 입성이라는) 복권만 탔지,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세대를 대변하지 못한 ‘안철수 현상’에 대한 반성도 이어졌다. 안철수 의원이 2014년 독자 창당 추진 당시 새정치추진위원회 추진위원을 맡았던 최유진씨는 “안철수 현상과 새정치는 미래세대를 대변하는 정치였어야 한다. 근데 (안 의원이) 대선주자로서 민주화 세대의 대표가 되려는 순간 안철수 현상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담회를 끝낸 참석자들은 “정치권이 아무리 실망스럽더라도, 정치가 소수 정치인의 전유물이 되도록 놓아둘 수는 없다”며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정부와 여당은 비상한 국가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국정 방향을 일대전환해야 한다”, “야당이 국민에게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가치와 비전·리더십·문화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정치, 사회적 상황에 대해 정치권 이외의 시민운동과 지식인 사회 역시 반성해야 한다. 시민이 함께하는 정치개혁에 나서야 할 때다”라는 세가지 호소를 17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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