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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바꿈 포럼 - 20대 총선평가>


"뜻밖의 결과, 뜻있는 과제: 총선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



○ 일시: 2016년 4월 26일(화) 18:30

○ 장소: 서울시NPO지원센터 1층 대강당


○ 사회: 박순성 (바꿈 이사장,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토론:

. 이관후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 민주주의 연구소 연구교수)

. 안진걸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 참여연대 사무처장)

. 임경지 (2016 총선청년네트워크, 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

. 백승헌 (바꿈 이사장, 전 민변 회장)


○ 후원: 국민TV




누구도 예상치 못한 20대 총선이었습니다. 전통적 지역주의의 균열과 야권의 교차투표, 3당 체제와 여소야대.

국민의 심판으로 기존의 정치구조가 크게 흔들리면서 행위의 자율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이번 총선 결과를 정확하게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2017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우리의 과제가 무엇인지 파악해 보고자 바꿈은 26일(화) 18시 30분에 서울시NPO지원센터 1층 대강당에서, "뜻밖의 결과, 뜻있는 과제: 총선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20대 총선 평가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국민TV로 다시보기


160426_바꿈_20대_총선평가_포럼_자료집_온라인배포.pdf



포럼은 박순성 이사장(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이사장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의 사회로, 라운드 테이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토론자는 이관후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 민주주의 연구소 연구교수, 안진걸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 · 참여연대 사무처장, 임경지 2016 총선청년네트워크 · 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 백승헌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이사장 · 전 민변 회장이 참여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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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박근혜 탄핵' 24% 득표, 무너지는 패권

한국정치, 새로운 판이 열리다

2016.4.14. 오마이뉴스


손우정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이사

누가 예상했을까? 이번 선거가 어느 때보다 신뢰할 수 있는 여론조사 자료가 제공되지 못했고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공천 악수가 쏟아진 '깜깜이' 선거였더라도, 이 날의 결과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 수많은 여론조사 전문가들, 정치평론가들은 아마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고 싶지 않았을까? 그러나 실제로 운 사람은 따로 있을 것이다. 


표면적인 결과는 국민의당의 승리다. 제3정당을 표방한 수많은 선행사례들이 그랬듯이, 국민의당도 소리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막강한' 캐스팅보트를 가진, 향후 정국을 주도할 세력으로 우뚝 섰다. 새누리당이건 더민주건 이제 국민의당을 설득하지 못하는 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모양새가 됐다. 의석수는 38석이지만 과반 의석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보유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결과에서 주목할 지점은 무엇보다 한국 정치를 둘러싼 기존의 행동양식이 균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묻지마 지지를 낳게 한, '패권정치의 균열'이다. 


흔들리는 패권, 높아진 선택의 자율성

기사 관련 사진
박근혜 대통령 투표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에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장 먼저 무너진 패권은 '선거의 여왕'이라는 신화다. 새누리당은 공천 잡음으로 판세가 흔들리자, 콘크리트 지지율을 가졌다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연계하는 전략을 취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개입'이라는 세간의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격전지를 방문했고, 선거 당일 날에도 빨간 옷을 코디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총선결과를 연계한 전략은 정권의 레임덕을 가속화 하는 악수가 되고 말았다. 난공불락의 철옹성이 사실은 진흙으로 만든 둑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순간, 작은 균열도 커다란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벌써부터 신화가 해체된 빈자리를 총선 책임론을 둘러싼 갈등이 대체할 기미가 보인다.  


총선 결과의 후폭풍은 결코 작지 않아 보인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나타난 공동의 위기 앞에 타협과 화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올 법 하지만, 그간 정부가 보인 행태로 짐작건대 그 정도의 포용력과 이해심을 갖춘 멘탈리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화해와 타협은 일정한 양보와 잘못의 인정을 전제로 하지만, 과연 그럴 정도의 소양이 있을 것인가? 가능성이 낮다.


지역주의를 근간으로 한 패권도 흔들렸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은 물론, 더민주의 텃밭인 호남 역시 요동쳤다. 새누리당은 영원한 아성인 대구가 뚫렸음은 물론, 부산과 울산에서는 치명타를 입었다. 어떠한 '바람'에도 수도 서울의 교두보 역할을 해내던 강남신화도 깨졌다. 강남의 무효표 양산은 지금의 정치세력이 강남지역에 존재하는 어떤 마지노선마저 깨버렸다는 것을 시사한다.


여권이 승리한 곳의 내용도 흥미롭다.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 달성구(병)에서는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조원진 의원이 3선에 성공했지만, 무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공약으로 내세운 무소속 조석원 무소속 후보가 24%를 득표했다. 게다가 울산에서 승리한 두 명의 무소속 노동자 후보는 박근혜 정부가 해산시킨 통합진보당 출신이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주력하고 있는 노동개혁안을 결사 반대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단지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으로 머물지 않았다. 지역패권이 균열된 것은 호남도 마찬가지다. 야권에서는 지역 이상의 의미를 가진 광주에서 더민주의 전패, 그리고 전남과 전북에서 고작 2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얻은 것은 묻지마 지지를 요구한 지역주의가 크게 흔들린 현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20대 총선은 야당의 승리가 아니라 여당의 패배다. 더민주는 야권분열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서울에서 대승을 거뒀지만, 실상은 더민주를 지지한 표심의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서울 총 49석 중에 35석을 얻은 더민주는 서울지역 정당득표에서는 25.93%에 머물러 28.83%를 얻은 국민의당에 뒤졌다. 유권자들이 정권심판 투표를 감행하면서도 '더민주가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던진 것이다.


결국 이번 총선은 집권여당의 패배임은 분명하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를 규정하던 낡은 정치적 행동양식이 커다랗게 흔들리고 있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일시적인 것인지, 새로운 변화의 시작인지는 아직 확언할 수 없지만 정치를 좌지우지하던 구조적 힘은 약해지고 변화를 가능케 할 행위의 자율성과 선택의 폭은 매우 높아진 시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결국,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국민의당의 약진, 야권 대선전략 수정은 불가피


기사 관련 사진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4일 오전 국민의당 마포구 당사에서 선거상황판에 당선된 후보의 이름표를 붙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최대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것에는 이처럼 기존 구도에 대한 유권자의 거부 정서가 한몫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야권 분열이 야당에 일방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진단과 달리, 국민의당 표는 '새누리는 싫지만 더민주도 싫은', '더민주도 싫지만 차마 새누리는 찍을 수 없는' 표를 쓸어 담았다. 


이런 결과는 국민의당의 약진이 이른바 '안철수 현상'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2011년 재보궐 선거에서부터 나타난 안철수 현상은 그 실체와 무관하게, 현실정치에 대한 불만과 새로움에 대한 욕망이 투영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당의 성공적 결과 역시 거대 양당체제에 대한 불만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투영된 결과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추구하는 새정치는 내용상의 새로움이라기보다 위치상의 새로움이다. 새누리의 막가파식 정치에 질린 합리적 보수와 '운동권 정당'이라는 실체 모호한 이미지를 뒤집어 쓴 더민주의 오른쪽 그룹을 수렴하겠다는 전략은 적중했다. 전통 야당지지자들은 물론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표 역시 효과적으로 흡수한 국민의당의 득표율은 국민의당 정강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모호함'이 주는 다양한 가능성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국민의당이 자리 잡은 정치적 위치는 더민주가 총선·대선 전략을 통해 자리 잡으려던 바로 그 위치다. 중도화·보수화 전략으로 중간층의 지지를 얻겠다는 발상은 국민의당의 존재로 인해 이제 그 실효성이 의심받을 처지에 놓였다. 중도화 전략 승부에서 더민주는 결코 국민의당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대선을 앞둔 더민주의 생존전략은 국민의당은 하지 못할 '선명야당' 노선으로의 회귀일 수밖에 없다. 더민주의 호남에서의 대패와 정당지지율 제3당이라는 결과는 국민의당 전략과 겹치는 '모호함의 전략'이 가져온 부정적 측면이다. 


결국 새누리당-국민의당-더민주의 3당체제를 기반으로 한 향후 정치지형은 각각의 위치에서 더 분명한 가치 지향을 드러내는 방향에서 재편될 수밖에 없으며, 그 내용은 새로운 정치구조의 탄생으로 귀결될 것이다.


열린 공간, 우리는 새로움을 만들 수 있을까?


향후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각 정치세력은 총선 결과를 둘러싼 각가지 묘수와 전략에 골몰하고 있을 것이고, 새로운 승부수들이 던져질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정권과 여당이 총선 결과를 민의로 수용하고 자신들이 밀어붙이려 했던 여러 시나리오를 포기할 리는 없다. 


그들에게는 '정권교체'만큼 끔찍한 결과는 없을 것이며, 그 결과를 막기 위해서라면 다양한 창조성을 발휘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 선거가 끝난 바로 다음 날부터 검찰은 울산에서 승리한 윤종오 당선자의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섰고, 당선자 98명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지금은 행위의 자율성이 높아진 시점이다. 국민들이 절묘하게 현재의 퇴행적 정치흐름을 저지해 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이후의 전망을 그려내고 압박할 가능성도 열렸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진보정치의 주변화는 뼈아픈 대목이다. 정의당이 기존 의석보다 1석이 늘었고, 울산에서도 진보정치인이 2명이나 탄생했지만 지금의 구도에서 의미 있는 원내 활동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노동당과 녹색당, 민중연합당 등 진보정당을 표방한 정치세력의 성적표도 초라하다. 아마도 과거 진보정치가 지난한 내부 갈등으로 대중적 지지를 소진하지 않았다면, 안철수에게 투영된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은 진보정당에 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원내 정당은 아니더라도, 심지어 정당이 아닌 이들도 할 수 있는 역할은 남아 있다. 지금의 가변적인 공간, 높아진 행위자의 자율성 틈 속에 국민의 목소리를 투영해 내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심판의 목소리가 엉뚱한 곳으로 향해 가지 않도록 적극적인 행동 역시 필요하다. 물론 의문은 남는다. 이런 노력이 현재의 퇴행을 저지하는 것을 넘어, 새로움을 만들 힘으로 커질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그러나 제동은 이미 걸렸고, 새로운 공간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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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은 망했다? 그럼 89석은 뭔가

정치공학만 난무, 시대정신 논쟁은 실종

2016.4.1. 오마이뉴스


손우정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이사


▲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현수막이 30일 오후 서울 노원역 인근에 나란히 걸려 있다.

ⓒ 남소연


20대 총선이 본격적인 레이스에 올랐다. 각 당은 말 많았던 공천을 마무리하고 승리를 위해 질주하고 있다. 판세를 점치는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관전 포인트는 새누리당이 개헌 저지선을 돌파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 박근혜 정권의 등장 이후 노골적인 민주주의 퇴행이 시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향후 한국사회가 격변을 겪을 것이라는 점은 당연지사다. 


예정된 듯 보이는 패배 앞에 그 정도를 축소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야권에서는 슬금슬금 후보 단일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중앙당 차원의 야권연대는 물 건너 간 지 오래지만, 지역에서 개별 후보 차원으로 진행되는 단일화 논의는 급물살이다. 이미 몇몇 지역에서 '야권 단일후보'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만큼 유권자들이 주변화 된 총선도 드물다. 루소는 자유민주주의 대의제 하에서 국민은 선거 때만 주인이 된다고 역설했지만, 20대 총선에서 국민은 선거를 앞두고서도 주인행세를 못하고 있다. 선거를 둘러싼 모든 이슈의 초점이 계파갈등, 총선갈등에 집중되어 있으며, 선거를 앞둔 야권연대 논의도 철저한 선거공학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은 이미 망했다"는 냉소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이런 식으로 흘러 보내도 좋은 것인가? 


지금은 진보도 퇴행도 가능한 시대정신의 불안정한 각축기


지금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을까? 또 어디로 가야 할 것일까? 이런 질문은 항상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가 또 없다. 지금은 우리가 이제까지 지내온 시간과 다른, 새로운 어떤 체제를 예고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국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존재한다. 흔히 1987년 헌법개정으로 촉발된 정치체제의 변화와 함께 한국사회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된 '87년체제'라고 보는 입장도 있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체제인 '97년체제'로 보기도 한다. 그 외 여전히 53년체제라는 주장과 새로운 08년체제라는 주장 등 현시기를 규정하는 다양한 논의가 '불과' 몇 년 전에만 해도 활발히 일어났다. 


이런 다양한 주장 중 무엇이 타당한지를 따질 생각은 없다. 그러나 현재의 시기가 생명을 다한 기존의 체제를 넘어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시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1987년 이후 우리의 삶과 태도를 강하게 규정했던 요인들은 모두 그 정당성을 상실했다. 뿌리 깊은 분단체제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으로 흔들렸으며, 무한경쟁을 모토로 한 신자유주의는 영국과 미국에서부터 마지막 거친 숨을 내쉬고 있다. 


1987년 개헌의 최대 성과였던 자유민주주의적 대의질서 역시 마찬가지다. 체육관에서 뽑던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뽑는 것이 시대과제였던 것은 분명하지만, 위임자와 수임자의 질적 괴리,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대의제의 한계 역시 이미 드러났다. 국회는 국민들의 신뢰를 전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의 촛불은 87년 정치체제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기존 시스템의 한계가 자동적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생명을 다한 이 낡은 체제와 완전히 작별하지 못했다. 낡은 것은 사라졌으나, 새로운 것은 출현하지 않는 지적 방황과 혼란의 시기는 2008년부터 계속 진행 중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 무엇을 극복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과 방향은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그 방향은 마치 시계추가 좌우를 왕복하듯 87년 이전 시대로의 퇴행을 향해가기도 하고,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을 향하기도 한다.


2008년 촛불시위 이후보다 진보적인 체제로의 이행이 가능할 듯 보였던 시계추는 현 정부 들어 다시 오른쪽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소위 '민주화' 이전처럼 국가의 감시와 통제는 강화되고 있으며, 차이를 허용하지 않는 전체주의적 시도들이 반복되고 있다. 그동안의 민주적 성과가 아무리 보잘 것이 없다 하더라도, 그조차도 허용하지 않는 노골적인 퇴행 앞에서도 '스톱'을 외치는 목소리조차 점차 작아지고 있다. 문제제기 수준의 이견이 '배신의 정치'라는 수식어 속에, 모호한 총선승리의 구호 속에 과감히 내쳐지고 있는 지금, 정치적 퇴행은 분명한 현상이다. 


의석이 없으면 진보할 수 없는가? 


지금의 시대가 진보도, 퇴행도 가능한 가변적이고 불안정한 시점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불과 몇 해 전의 새로운 장밋빛 전망도, 지금의 퇴행도 확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지금이 퇴행기라면 진보의 공간도 있었다. 알다시피 2008년 촛불은 정치적 사건을 계기로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움을 구현하자는 집단적 움직임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제거된 것이 아니라, 가능성과 공간은 존재하는데 말문을 닫아버린 야권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의 퇴행을 막기 위해, 더 나아가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이 힘을 합치자는 목소리가 조금씩 강해지고 있지만, 그 수준은 한참 낮아졌다. 그나마 2008년 이후에는 가치에 기초한 단일화를 통해 새시대의 비전을 보여주려는 노력이라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철저히 선거공학적인 판단만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의 상황은 2012년 19대 총선의 분위기와 무척이나 다르다. 오히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분노의 심판론이 몰아쳤던 17대 총선 이후, 뉴라이트의 등장과 북핵 문제의 확산 등 전사회적인 보수화 바람이 불어 닥친 후에 치러진 2008년 18대 총선과 유사하다. 당시 2007년 대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일군 한나라당은 18대 총선에서 153석을 얻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얻은 152석보다 단 한 석만 많았던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달랐다. 2008년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회창의 자유선진당이 18석을 얻었고, 친박연대가 14석을 얻었다. 여기에 대부분 보수성향이었던 무소속까지 포함하면 보수진영의 의석수는 최대 210석에 달했다. 반면, 당시 더민주당의 전신인 통합민주당이 81석, 창조한국당 3석, 민주노동당 5석 등 진보·개혁 진영의 의석수는 모두 합쳐도 89석에 지나지 않았다.


▲ 2008년 18대 총선 결과 2008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보수진영은 최대 210석이라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반면, 진보개혁적야권은 89석 수준이었다.

그러나 제1야당이 127석을 얻은 19대 국회가 2008년 이후 야당보다 더 잘 싸웠다는 근거는 없다. 2008년 이후 사회적 진보의 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왔다.

ⓒ 손우정


2012년 총선에서 제1야당이 127석을 얻었고, 지금은 국민의당과 분당했지만 그래도 107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과반이 아니라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변명이 사실이라면, 2008년 총선 이후 2012년까지의 시기는 한국 정치 최대 암흑기여야 했다. 그러나 현실이 그랬는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촛불의 등장 이후, 오히려 죽을 쑤던 야권은 생기를 얻었다. 야권연대도 단지 후보를 단일화하는 것에서 더 나아갔다. 시민사회까지 적극적으로 결합해 야권연대를 추진했던 2010년 6.2지방선거에서는 각 중앙당 차원의 야권연대가 무산된 이후, 개별 후보 간 단일화가 추진되었다. 그러나 당시 광범위하게 '반MB연대'(이명박 대통령을 반대하기 위한 연대)가 제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후보단일화에 머물지 않았다. 내용 상의 가치연대를 추진하기 위해 시도되었던 것이 이른바 '공동정부 전술'이었다.


모든 야당이 포함되지는 못했지만, 서울의 경우 서대문, 노원, 강서, 동대문, 성북구에서 후보단일화와 공동정부를 위한 공동정책합의서를 도출했고, 경기도에서는 고양, 부천, 성남, 수원에서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졌다. 강원도, 경상남도, 대전시에서도 후보단일화와 지방공동정부, 공동 정책이 합의되었다.


물론 공동정부 구성과 합의된 진보적 의제가 선거 이후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최소한 당시에 추진된 후보단일화가 '묻지마 단일화'거나 정치공학에만 머문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최소한 국민들에게, 이 단일화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비록 추상적이지만 지금의 낡은 시스템을 어떤 방향으로 바꿀 것인지에 대한 많은 정보가 담겨 있었다.


2012년 19대 총선도 마찬가지였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간에 진행된 단일화 논의에는 '공동정책합의문'도 포함되었다. 그 합의를 얼마나 지켰는지와는 별개로, 최소한 새로운 시대를 향한 가치 기반의 연대가 추진되었다. 이런 다양한 시도들의 성과는 지방선거 이후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등으로 나타났고 최소한 '형식적'일지라도 여당 후보의 대선공약에도 포함되도록 강제할 수 있었다.


'권력의지'는 없고 '권력욕'만 있는가


총선을 앞두고 현재 제기되고 있는 후보별 단일화 움직임에 대해 재를 뿌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지난 3년간 집권여당이 보인 퇴행을 지켜보노라면, 그들의 움직임을 저지하고 시계추를 멈춰 세우는 것만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울며 겨자먹기'로 사태를 관망하기에는 지금의 시점이 너무나 엄중하다. 선거공학에만 빠져 있는 야당의 모습에서 '권력의지'가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권력의지를 '집권을 향한 열망' 정도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 니체가 말했던 '권력의지'는 집권이 아니라 '새로움을 구현하려는 의지'를 말한다. 새로움을 구현하지 못하는 집권 열망은 권력의지가 아니라 권력욕과 다르지 않다. 이 사회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를 알 수 없는 상황, 최악을 저지하기 위해 차악이라도 택하라는 오래된 정치공학적 산물은 아직도 분명히 존재하는 국민들의 열망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선거에서, 우리가 도달해야할 목표가 '다시 2012년 19대 총선 직후 정도'라면, 그래서 기껏해야 19대 국회 기간의 모습들의 반복만이 예상된다면  그래서 끄집어 낼 수 있는 열정과 에너지가 얼마나 되겠는가?


단지 선거 결과, 의석 수 몇 개에 집착하기보다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시야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엄중한 상황이다. 총선 결과는 단지 의석수 몇 개로 결론 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거대한 사회변화를 이루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우리가 어느 때보다 실망감이 큰 이번 총선이라 할지라도, 그냥 흘려보낼 수 없는 이유다. 


또 하나. 민주주의에서 정치의 주체는 누가 뭐래도 국민이다. 2008년 총선에서 야권의 참혹한 패배 뒤에 이 사회를 조금이나마 긍정적 방향으로 이끈 것은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의 힘이었다. 기성정당에 실망했다고 뒷짐 지고 냉소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찾아보면, 여전히 국민이 할 일은 많고 그 힘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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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 2번 김종인'에 묻혀버린 사람들

더불어민주당 비례공천 사태에서 소외된 것은 결국 청년비례

오마이뉴스 2016.3.24.

박영민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자원활동가


종단이 정해준 단독후보와 이를 둘러싼 세력다툼, 이전 총장을 지지하는 교직원. 2014년 말부터 시작된 동국대학교의 총장선거 사태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각 이해관계들은 학내의 민주주의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의 진정성을 교묘히 이용하려 했고 언론은 이들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뱉어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생들은 끈질기게 행동했다. 40여 일의 고공농성, 2000여 명의 학생들의 총회, 50일의 단식투쟁 등 이미 고인 물이 되어버린 종단과 학교에 맞서 최선을 다했다. 학생들의 진심에 힘입어 동조단식을 결의한 4개의 천막이 생겨나고 학내는 민주주의를 되찾으려는 열망으로 가득했다. 지난 2년간의 동국대의 모습은 이번 더불어민주당 비례공천 사태와 어딘가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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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총선 더민주 공천장 수여 받은 박경미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20일 앞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천장 수여식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비례대표 후보 1번을 받은 박경미 홍익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에게 공천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날 김 비대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야 현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을 바꿀 수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에게 힘을 몰아 달라"고 호소했다.

ⓒ 유성호



유치하다 못해 헛웃음이 나온다. 국민들에게 반감을 사는 후보들을 내세우는 것도 모자라 당헌·당규를 무시하는 행태, 당무정지라는 카드를 들고 나오는 모습까지 무엇 하나 이해하기 어렵다. 어느 일당 체제 독재국가의 선거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자행되는, 더군다나 자신이 진보임을 주장하는 야권에서 발생한 터무니없는 사건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불합리로 점철된 비례공천을 발표하고 비대위원들이 독불장군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청년비례대표 후보들은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5분 면접', 내정 의혹, 현 의원들의 공천개입 논란 등 수차례의 부당함에도 인내심을 발휘하려 했던 후보들은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의 청년비례후보 폄하발언에 결국 참았던 분노를 표출했다. 


이들은 홍 위원장의 사퇴와 공식사과를 요청하며 수용되지 않을 시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홍 위원장과의 면담을 진행하려 했고, 약속된 만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들에게 가로 막혀 진입하지 못했다. 언론 또한 논문표절부터 각종 문제 발언, 김 대표가 2번을 받을 것인지, 14번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논란 등에 집중하느라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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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과 장경태, 정은혜 비례대표 후보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비례대표 선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김 의원은 "당헌에 명시되어 있는 청년 비례대표 2명을 명확하게 당선 안정권에 배치해 달라"며 "청년 비례대표 2석을 일반투표를 통해 중앙위원회에서 선출하는 것은 명백히 당헌 위반이다"고 주장했다.

ⓒ 유성호



김 대표의 번호에 그리도 집착한 비대위원들과 언론은 청년들의 비례대표 번호에는 관심 갖지 않았다. 홀수에 여성을 배치해야 한다는 규약을 무시하면서도 그들이 지키고 싶었던 것은 청년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청년후보이자 여성인 16번의 정은혜 부대변인이 이러한 더민주의 생각을 정확히 증명한다. 규약위반을 감수하면서도 당선권 안에 청년을 배치하지 않는 지도부, 이를 전혀 문제 삼지 않는 언론. 선거특수 마냥 '청년팔이'를 이용하려 했던 당 지도부와 언론의 초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힘겹게 싸움을 이어온 동국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청년비례대표 후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 선언했다. 그들은 착한 내가 떠나면, 여긴 정말 나쁜 놈만 남아있는 정당이 된다는 말과 함께 지도부가 보여준 부끄러운 모습을 꼭 바꿀 것이라고 다짐했고 스스로에 당당했다. 


다른 공간 속의 똑 닮은 두 가지의 사건은 그들의 지도부만큼이나 우리를 부끄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놈이 그놈'하는 식의 염세주의는 나의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말 같지도 않은 사안으로 싸우고 있는 기득권의 모습에 우리까지 놀아날 수는 없다. 선거를 결정짓는 사람은 비례대표의 다양성과 상징성을 더럽히는 이들이 아닌 표를 던지는 '우리'다. 


지쳐 버렸다고 말하기엔 희망적인 청년들이 여전히 빛나고 있다. 속보로 쏟아지는 비례공천관련 기사들 속에서 보다 나은 사회를 꿈꾸는 우리가 응원해야 할 대상이 누군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회가 진보하려면 누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정의를 위해, 이 나라, 혹은 민주주의를 위해 진짜로 싸우고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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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알파고'에게 맡기시라

민주주의의 후퇴를 야기하는 20대 총선 공천상황

오마이뉴스 2016.3.16.


박영민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자원활동가


청년이 고시에 몰리는 건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가지고 있는 매력 때문만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문제지와 내가 채점할 수 있는 명확한 답안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붙고 떨어졌는지, 어떤 기준인지, 스펙을 아무리 쌓아도 알 수 없는 기업의 선출 과정에 지쳐 버린 탓도 있다. 16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준비한 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후보들도 이와 같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식물국회'라는 평이 무색할 정도로 19대 국회의 마지막은 뜨거웠다. 전 국민을 집중 시킨 필리버스터부터 선거구 확정까지, 20대 총선이 다가오는 것을 의식한 정당들의 초조함이 곳곳에 뿌려졌다. 마지막 장식에 박차를 가하느라 정신이 없었는지 20대 총선의 공천 상황은 아비규환이다.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후보가 결정되지 않은 지역이 많고, 상향식, 개혁을 천명한 초반의 패기와는 다르게 이번 공천과정 역시 '깜깜이 공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선거구 확정이 늦어지면서 후보를 결정할 시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대 총선의 공천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은 비단 늦은 결정뿐만은 아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통해 정치신인을 길러내고, 보다 민주적인 방식으로 후보를 선출할 것을 약속했지만 정작 국민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의 마찰이었다. 심지어 살생부, 욕설 파동으로 당내 공천과 관련한 어두운 단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상황도 심각하다. 뚜렷한 방향도 없이 선거 관련 당규의 폐지와 유권해석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위임하며 '입맛대로 공천'이라는 우려를 샀고, 이해찬을 비롯해 몇몇 후보가 당의 결정에 불복해 탈당까지 감행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근거와 기준 없는 공천으로 비판받고 있다. 또한 정청래 의원 컷오프와 관련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박영선 의원과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이 공천과정에 개입했다는 논란을 사기도 했다. 


더민주당의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생 신분의 필자가 보는 더민주당의 청년비례대표 공천상황은 처참하다. 모호한 기준과 각종 특혜 논란과 관련해 합격자 4명 중 2명이 퇴출 및 사퇴로 자리를 떠났고, 2000여 명의 당원이 공천관리위원회 위원 전원 사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성명서를 발표해 이목을 끌었다. 자신 있게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청년정치인들은 차라리 '공천고시'라도 준비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5분 면접'으로 청년정치인들에게 모욕을 준 것과는 상반되게 두 정당은 개혁공천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한 개혁은 이전 국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18대 총선 공천에서 한나라당은 현역의원의 39%를 탈락 시켰고 19대의 경우 46%였지만 20대 총선 공천의 경우 14일 기준으로 현역의원의 탈락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야당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18대 32%, 19대 37%를 기록했지만 20대 총선은 24%에 머물러 무엇이 개혁이라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힘없는 청년정치인에게 보여준 잔인함과는 달리 '최악의 국회'라 소개되는 19대 국회에 지나치게 관대한 것이다.  


국민을 대리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후보를 결정짓는 공천이 이러하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계파갈등과 '깜깜이 공천'의 반복이 1978년 단 한명의 후보로 진행된 대통령 선거를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공포감마저 느껴진다. 개혁과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두 거대 정당의 노력은 눈물겹지만 잘할 자신이 없다면 물러나야 한다. 발전은 못할 망정 후퇴를 눈앞에 두고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더 이상 그들에게 맡길 수 없다. 차라리 '알파고'에게 맡기시라,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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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꿈-새사연 공동포럼

《'버니샌더스' 돌풍과 한국 정치》



듣보잡에서 유력 미국 대선 후보자로! 버니 샌더스 돌풍


지난 3월 3일 바꿈-샌더스 공동포럼《'버니샌더스' 돌풍과 한국 정치》이 뜨거운 토론과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미국 정치의 특성부터 그 가운데 남달랐던 샌더스의 정치여정, 그리고 그의 열풍이 한국정치에 주는 시사점까지 알아보았습니다!



Q. 지난 40년 간 하나의 노선을 일관되게 주장해오고 운동가적 정치로 이를 증명해온 샌더스, 왜 한국의 민주당은 중도에 눈을 돌리는가?

    그러한 전략은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

Q. 74세 버니 샌더스에게 왜 미국의 밀레니엄 세대는 열광하는가? 힐러리가 그동안 놓친 것은 무엇인가?

   반면 흑인들은 왜 힐러리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는가.

Q. 한국은 왜 샌더스 같은 정치인을 낳지 못하는가?

...


열기는 뒤풀이까지 이어갔습니다.

새사연과 함께한 바꿈의 첫 포럼, 앞으로도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뵐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버니샌더스' 돌풍과 한국 정치》

일시: 2016년 3월 3일(목) 오후7시

■ 장소: 가톨릭청년회관 4층 바실리오홀

■ 순서

- 발표1: "버니샌더스의 정치여정과 진보정책" 정희용(새사연 이사, 도서 '버니샌더스의 정치혁명' 기획자)

- 발표2: "미국 정치의 특성과 샌더스 현상" 안병진(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
- 토론: 질의, 응답 및 열린 토론

  - 사회: 손우정(바꿈 이사, 성공회대 연구교수)

■ 자료집

20150303_정희용_버니샌더스의 정치여정과 진보정책.pdf

20150303_안병진_미국 정치의 특성과 샌더스 현상.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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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의 성격과 시민사회의 대응”


■ 일시: 2016.1.28.목 오후2시

■ 장소: 창비서교빌딩 지하2층 컨퍼런스홀



2016년 2월, 출범 3년을 맞는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국가기관에 의한 선거 개입, 정당 해산, 사법부와 언론 장악, 집회의 자유 억압, 공안기관 확대 등

권위주의적 통치행태를 노골화해 왔습니다.


국가기관만 아니라 일베, 어버이연합, 고엽제 전우회 등 극우적 시민사회의 활동이

담론을 넘어 구체적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그 강도가 점차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한국사회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어떻게 규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학술적, 실천적 담론은 매우 부족하거나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며,

현실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둘러싼 시민사회의 논쟁도 거의 사라진 상황입니다.


이에 박근혜 정부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

이에 따라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와 관련한 학계와 시민사회의 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기사 바로가기>


"그럼 이제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나요?" 2016.2.1. 민중의 소리. 이정무 기자.


"박근혜 정권 4년차, 그 실체는 무엇인가?" 2016.1.29. 에큐메니안. 김령은 기자.



<자료집>


160128_박근혜정권 성격 토론회_자료집.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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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나요?"

[토론회] 박근혜 정권의 성격과 시민사회의 대응

민중의 소리 2016.2.1. 이정무 기자



28일 열린 시민사회 활동가들과 참여적 지식인들의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이남주(성공회대 중국학과, 정치학) 교수의 발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럼 이제 독일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나요? 나치의 쿠데타, 아니면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날까요?”

나치가 권력을 장악하기 직전의 베를린 풍경을 묘사한 소설의 한 대목이다. 


물론 이 교수가 30년대 독일의 상황과 지금의 한국사회를 1대1로 비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독일을 한국으로 바꿔서 “그럼 이제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나요?”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의 성격과 시민사회의 대응 토론회에서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점진 쿠데타(creeping coup d'état)

이 교수는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점진 쿠데타(creeping coup d'état)’로 설명한다. 이 개념은 마치 쿠데타처럼 1987년 이후의 민주적 거버넌스를 지속적으로 약화시키지만, 이를 군사정변 대신 선거절차를 통해 정당화하고 있는 정권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한 시도다. 

이 교수의 설명은 이렇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노태우-김영삼 정부와 마찬가지로 보수정권이다. 그러나 노태우-김영삼 정부가 1987년 이후의 흐름을 역전시키는 대신 수용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했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다만 쿠데타처럼 급진적으로 민주적 거버넌스를 중단시킬 수 없으니 지속적인 변화를 통해 질적 전환을 시도한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일본이나 독일의 경우처럼 “공동체의 위기의식이 심화되지만 이러한 위기의식을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으로 바꿔낼 수 있다면 이러한 시도는 성공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금 위기를 거론하는 것은 야권만이 아니라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도 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이들 보수진영의 ‘위기’론 뒤에는 ‘좋았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roll-back)’ 전략이 놓여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금을 단순히 역주행이나 보수와 진보 사이의 선거를 통한 정권 주고받기의 과정으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올해가 역주행이 임계점을 넘어 ‘영구집권’으로 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통합진보당의 강제해산, 민주노총에 대한 소요죄 적용 시도, 국정원의 정치 도구화, 테러방지법 추진 같은 현상을 일회적 해프닝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1987년의 6월항쟁을 통해 정립된 거버넌스가 ‘민주주의’와 이를 제약하는 ‘분단체제’의 타협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7년 항쟁을 통해 민주주의가 거스를 수 없는 국가운영의 원칙으로 되었지만, 국가보안법처럼 이에 반하는 요소들이 뒷문으로는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보수 기득권세력에게 불편하지만 참을 만 했던 이런 ‘예외상태’는 김대중 정부의 남북화해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점차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위기감을 느낀 보수세력내에서는 이들을 ‘종북’으로 규정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비판자들의 정치적 생존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득세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롤백(roll-back)’ 전략의 첫번째 성과였던 이명박 정부는 그렇기에 노태우-김영삼 정부와는 다른 성격을 띠게된다. 남북관계에 대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태도가 앞선 보수정부들과 다른 것도 당연한 셈이다. 다만 이명박 정부의 롤백 시도는 촛불시위와 2010년 지방선거(천안함 침몰 직후 진행된!)에서의 패배 등으로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이 교수는 평가했다. 그러나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다시 승리한 보수세력은 그 이후 좀 더 적극적으로 롤백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 - 이제는 점진적 쿠데타라고 부를 - 이라는 주장이다.

무능과 무위:박근혜노믹스의 얼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의 성격과 시민사회의 대응 토론회에서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발제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두번째 발표를 맡은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현재 상황을 2007~8년의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는 국면으로 분석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나름대로 목표는 잘 세웠지만, 실제 하는 일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자신의 ‘무능’과 ‘무위’를 노동자에게 책임전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연구원은 2007년 이후 위기에서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은 높아졌지만, 그로인해 위기가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되는 결과를 빚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물론, 자본 역시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고, 이를 책임져야 할 국가도 부채가 쌓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김 연구원은 의도가 무엇이었건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과감한 복지공약을 내건 것은 시대적 흐름상 피할 수 없는 일이었으며, 고용률 70% 달성 목표나 ‘미래 먹거리 찾기’ 차원에서 제기된 창조경제론도 그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같은 맥락에서 2014년에 나온 ‘통일대박론’ 역시 자본의 새로운 탈출구를 찾는 차원에서 이해할만한 것이 된다.


하지만 김 연구원이 제시한 다양한 수치가 최종적으로 보여준 것은 박근혜 정부가 이 모든 목표에서 ‘무능’했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무위)’는 점이었다. 복지정책의 후퇴는 물론 교용률이나 남북교역추이 등이 이런 무능과 무위의 증거다.


대신 박근혜 정부의 일거리가 된 것은 부동산 경기 띄우기였다. 김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를 띄워 경기회복의 실마리로 삼겠다는 정책 만큼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다면서 “작년의 성장률에 (그나마) 기여한 부문은 민간소비나 설비투자가 아니라 건설투자였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건설투자가 본질적으로 미래에 발생할 투자인 주택소비를 현재를 끌어오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김 연구원은 이를 ‘가불형 성장’이라고 부르면서 이런 ‘가불’ 방식은 반드시 후과를 남기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블랙프라이데이같은 행사로 국민들을 부추겨 내년에 살 스마트폰을 미리 사게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벌써 정부내에서조차 주택의 과잉공급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소비절벽의 조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좌우에서의 비판도 나와

박근혜 정부의 ‘성격’이라는 다소 낯선 주제에 대한 토론이었던 만큼 반론도 이어졌다.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은 “(성격규정과 같은) 큰 그림도 필요하겠지만 박근혜 정부의 행태와 연결된 전략 개념이 더 좋겠다”면서 “전략이라는 차원에서 다음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보수회귀적 아젠다를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박근혜 정부는 보수회귀적 측면이 있지만 여론을 매우 중시하는 등 민주주의 제도 하에서 자신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점진적 쿠데타같은 개념이 과연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이견을 제시했다.

왼쪽으로부터의 비판도 있었다. 권영숙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은 “1987년 이후의 ‘현존하는 민주주의’가 정상이고, 지금은 비정상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획복해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면서”라면서 “1987년 이후의 민주주의, 나아가 김대중-노무현의 자유주의 정부가 낳은 사회경제적 문제가 ‘민주주의에 대한 환멸’을 낳았고 이것이 두 우익 정부의 등장을 만들어낸 이유”라고 꼬집었다.

또 시민사회의 대응이라는 측면에서는 발표자나 토론자 모두 충분한 의견이 제시되지는 못했다.

다만 김공회 연구원이 ‘최저임금영향률’이라는 개념을 강조하면서 “최저임금에 의해 자신의 임금이 정해지는 노동자가 14% 수준이며, 최저임금에 사실상 연동되어 임금인상률이 결정되는 노동자들을 포함하면 최저임금의 영향력은 막강한 수준”이라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이번 4월 총선에서 여야의 주요 정치세력으로부터 ‘불가역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안을 내놓은 것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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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총선 집담회>


“시민의 삶과 지역 시민사회운동,

그리고 2016년 총선”


■ 일시: 2016.1.12.화 오후3시

■ 장소: 대전광역시 NGO 센터



어느새 2016년 총선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무능한 정치심판할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아직 크지 않습니다.

바꿈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나누고자 여러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2일(화)에는 대전광역시 NGO센터에서 서울, 대전, 대구, 광주 등지의 지역 시민사회 인사 30명 가량이 모였습니다.

이번 집담회는 대한민국 공동체 운영의 심각성에 대한 시민사회의 자각을 공유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해 구상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지지를 부탁 드립니다.



160112_지역사회 총선 집담회_자료집.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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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지식인·청년 집담회…‘무능한 야당’ 신랄한 비판


한겨레 2015.12.16.


“고만고만한 사람이 경쟁하다 갈라져”

“새정치가 기본적인 신뢰를 받지 못해”

“정권 아닌 정치권 심판론이 위력 발휘” 


“새정치민주연합 토론회를 가면 사회적 문제에 대해 ‘어떻게 이길 것이냐’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 토론회를 가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더라. 후자의 고민을 하는 게 선거에서 이기지 않겠나.”(이관후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15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세교연구소 회의실은 30여명의 시민사회·지식인·청년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달아올랐다. 시민사회 인사들의 모임인 ‘세상나눔’에서 ‘국가 위기, 분노와 좌절, 그리고 시민의 역할’이란 주제로 진행한 집담회였다. 백승헌 ‘바꿈’ 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집담회에선 박근혜 정부 아래의 ‘정치 실종’과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흔들리고 있는 야권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한 반성과 모색도 이뤄졌다. 


“문재인, 안철수 모두 고만고만한 사람이 고만고만한 경쟁을 하다가 갈라진 상황이다.”(정대화 상지대 교수), “안철수 의원이 대안세력이라는 것에, 문재인 대표가 국가운영의 능력을 갖췄다는 것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야권과 시민사회의 실력이 안 되는 것 아닌가 싶다.”(정현곤 사단법인 시민 이사) 


집담회에 모인 인사들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흔들리는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에 대해 리더십 문제보다 ‘문제 해결 능력’과 ‘신뢰’, ‘실력’이 부재한 실태에 초점을 맞췄다. 최영찬 서울대 교수는 “국민들이 정치에 바라는 건 문제 해결 능력과 믿음이다”라고 말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다 폐기하는 과정에서 야당이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은 게 없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좌클릭·우클릭이 문제가 아니라 야당이 기본적인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은 “최근 문재인·안철수 두분 모두 지지율이 올라갔다고 한다. 두 사람이 의제나 시대적 패러다임을 두고 싸움을 벌였으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무능한 야당’이 정권심판론 대신 정치권 심판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반사이익을 기다리는 것 이상의 전략과 정치적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거대 야당이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에 정권보다 야당이 더 미워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는 (정권심판론이 아닌) 정치권 심판론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토양이다.”(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보스정치의 시대가 사라졌는데 계파만 남았다. ‘분당하면 누가누가 따라 나간다’며 여전히 ‘보스’ 따라다니기에 바쁘다. 이런 ‘빠문화’가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부른다.”(최영찬 서울대 교수) 


무기력한 야당의 원인으로 ‘486그룹’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정현곤 이사는 “486 의원들은 대학 때 의식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고, 최영찬 교수는 “정치권에 들어간 486들은 민주화 운동에서 큰 역할을 했지만, (국회 입성이라는) 복권만 탔지,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세대를 대변하지 못한 ‘안철수 현상’에 대한 반성도 이어졌다. 안철수 의원이 2014년 독자 창당 추진 당시 새정치추진위원회 추진위원을 맡았던 최유진씨는 “안철수 현상과 새정치는 미래세대를 대변하는 정치였어야 한다. 근데 (안 의원이) 대선주자로서 민주화 세대의 대표가 되려는 순간 안철수 현상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담회를 끝낸 참석자들은 “정치권이 아무리 실망스럽더라도, 정치가 소수 정치인의 전유물이 되도록 놓아둘 수는 없다”며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정부와 여당은 비상한 국가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국정 방향을 일대전환해야 한다”, “야당이 국민에게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가치와 비전·리더십·문화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정치, 사회적 상황에 대해 정치권 이외의 시민운동과 지식인 사회 역시 반성해야 한다. 시민이 함께하는 정치개혁에 나서야 할 때다”라는 세가지 호소를 17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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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는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나?"

대통령의 서거와 기록

 

전진한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그에 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1960~1980년대 30년이 넘는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투쟁과 열망이 언론을 통해 많이 소개되고 있고, 집권 이후 하나회 청산, 금융 실명제 도입, 역사 바로 세우기 등의 성과도 재평가받고 있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은 현재 국정 교과서 도입과 대비되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물론 집권 기간 터졌던 북핵 위기, 외환 위기, 삼풍백화점을 비롯한 각종 참사 등 역사적 과오도 많은 것도 사실이다.


향후 김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반드시 그가 남겨두었던 대통령 기록을 참고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에 남긴 기록은 현재 대통령기록관에 103294건밖에 없다.(참고로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기간 중 남긴 기록은 755만여 건) 그조차도 대부분 대통령재가기록(결재기록) 및 시청각 기록(사진)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기간 내내 수많은 사건과 의사 결정이 있었음에도 대통령 기록은 기껏해야 10만 건 남짓이다.


물론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존재하지 않아 제도상 체계적 기록 관리 및 보존이 불가능했다. 당시 임기가 끝나면 대부분 기록을 외부로 가져가거나 폐기하는 것이 대다수였다. 지금도 살아있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자발적 기증만 의존할 뿐 객관적으로 당시 상황을 입증할 만한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프레시안(최형락)


과거를 탓해봐야 무엇하랴. 앞으로 대통령 기록을 남기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기록 관리 및 보존을 법으로 강제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 당사자의 자발성이 없으면 체계적인 기록 생산은 불가능하다. 풍부한 대통령 기록 생산은 후세대에 귀한 자산이 된다. 미국의 개별 대통령 기념관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와 큰 차이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대통령 기록을 온전히 남겨도 정치권에 의해 악용당하거나 그 관리자들이 고초를 당하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논란이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공용 전자 기록 손상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은 지난 1124일 항소심에서 또 다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문서 관리 카드에 첨부된 이 사건 회의록을 다듬어 정확하고 완성도가 높은 대화록으로 정리해 달라는 의견을 낸 것뿐이므로 문서 관리 카드와 그에 첨부된 회의록 파일을 공문서로 승인하지 않았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무죄 취지를 밝혔다. 2013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사초 폐기 논란은 불필요한 정쟁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애초 이 사건을 검찰에서 기소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 비약이었다. 우선 모든 공공 기관은 녹취록 초본에 대해 회의 참석자들과 결재권자가 회의록의 발언과 맥락을 검토해 수정하는 절차를 거친다. 최초 초본은 부정확한 부분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수정은 필수적이다. 오탈자 및 맥락에 맞는 수정 절차를 거친 뒤 초본은 폐기하고 완성본을 승인된 정식 기록으로 등록하게 된다. 녹음을 했을 경우 원본 파일을 일정 기간 보존하는 것이 보통이다.


노무현 정부 관계자들은 이 과정을 충실히 지켰다. 우선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 초본 파일을 열어 확인한 뒤 '처리 의견'란에 "내용을 한 번 더 다듬어 놓자는 뜻으로 재검토로 합니다"고 명시적으로 기재한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정확하지 않은 부분을 수정하라는 취지이지 폐기하라는 뜻이 아니었다. 게다가 녹음 원본은 국가정보원에 보존되어 있어 대통령 기록 폐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이 사건의 경우 1심 재판부도 "이 사건 회의록 파일처럼 녹음 자료를 기초로 해서 대화 내용을 녹취한 자료의 경우 최종적인 완성본 이전 단계의 초본들은 독립해 사용될 여지가 없을 뿐 아니라 완성된 파일과 혼동될 우려도 있어 속성상 폐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정리해 초본 폐기의 정당성을 인정해줬다.


오히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녹음 원본과 수정된 회의록을 모두 보존하게 함으로써 당시 회담에서 어떤 발언이 있었는지 우리는 생생히 볼 수 있었다. 역설적이게 이조차도 국정원에서 자신들의 필요성에 의해서 공개했지만 말이다.


이 사건을 포함해 체계적인 대통령 기록을 남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모들은 참 많은 고초를 당하고 있다. 후세대를 위해 대통령기록물법을 제정하고 기록을 남긴 것이 오히려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무기로 돌아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생생히 보았던 정치인들과 시민들은 기록을 남기면 부관참시를 당할 수 있다는 교훈을 생생히 얻었다. 역사적으로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전임 대통령 기록을 정치적 목적으로 왜곡하고, 악용한다면 향후 대통령들의 온전한 기록 보존은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민감한 기록은 생산조차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이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 발전의 손해로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 국민의 알 권리도 기록이 존재할 때 가능하다.


대통령직의 경험은 시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이는 기록으로 남겨져야 하고 그 기록은 우리 후세들을 위해 활용돼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러한 자산을 너무 쉽게 폄훼하고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곤 한다. 향후 대통령들이 자신들이 생산해 놓은 기록으로 평가받고 그 기록이 몸의 핏줄처럼 전국 곳곳에 유유히 흐르는 사회가 오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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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찌라시'가 대통령 기록인가?

앞뒤 맞지 않는 '유출 문건' 스캔들
프레시안 2015.10.21

전진한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

서울중앙지법 형사협의28부는 지난 15일 대통령 기록 무단 유출 관련 선고 공판에서 조응천 전 비서관에게 무죄, 박 경정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날 선고 가운데 법원은 정윤회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담은 문건 유출이 '대통령 기록물 위반'이라고 기소한 것을 인정하지 않고 조응천, 박경정 사건 관련자 전부를 무죄 선고했다. 아울러 조응천 전 비서관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향후 대통령 기록물과 관련해 이 판결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 분명하다. 향후 대통령 기록물 범위에 관한 법적 해석을 한 거의 최초 판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어떤 의미가 있고,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할 경우 어떻게 법 적용을 해야 할지 분석해보자.

논리가 맞지 않는 청와대  

공공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5조에는 기록물 관리의 원칙으로 '공공기관 및 기록물 관리 기관의 장은 기록물의 생산부터 활용까지의 모든 과정에 걸쳐 진본성(眞本性), 무결성(無缺性), 신뢰성 및 이용 가능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관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 진본성과 신뢰성이다. 

진본성이란 책임성 있는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생산한 기록이 맞는지, 합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관에서 기록이 위조되지 않은 채로 관리되고 있었는지 아닌지를 말하는 것이다. 신뢰성은 해당 업무 과정에서 생산된 문건이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지를 말한다. 이 두 가지 여부와 함께 위에서 언급한 4가지가 부합할 때 공식적인 기록으로 인정받는다. 

▲ 정윤회 씨. ⓒ프레시안(최형락)


그러면 이번 사건을 여기에 적용해보자. 애초 청와대는 정윤회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담은 문건에 대해 '찌라시'(증권가 정보지) 수준이라고 밝혀 그 내용이 공인되지 않았음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청와대에서 이 문건을 공식적 결재 라인을 거치지 않은 비공식 기록이라는 것을 뜻하며(진본성 결여), 내용이 청와대 업무와 무관하다는 것(신뢰성 결여)을 의미한다. 하지만 사정은 이러함에도 청와대는 "찌라시도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한다"며 조 전 비서관 등을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대통령 관련 기록들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는 상황을 반성적으로 보고 제정된 것"이며 "전자 파일이 존재하고 종이 원본도 이관돼 보존되고 있다면 추가 생산된 문서까지 기록물로 분류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청와대에서 공식적인 문건으로 인정하지 않는 기록물까지 대통령 기록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이다. 이런 재판부의 판결은 매우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대통령 기록물법에는 대통령 기록물을 무단으로 은닉 또는 유출한 경우 징역 7년 이하로 처벌하게 되어 있다. 이는 처벌 자체가 매우 엄중함으로 그 적용도 매우 신중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검찰은 "원본과 같은 내용의 복사본이나 추가 출력본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유출이 돼도 괜찮다는 논리"라며 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위 검찰의 항소 내용은 청와대 스스로 '유출 문건이 짜리사에 불과하다'고 밝힌 내용과 논리상 맞지 않는다. 따라서 대통령기록물법상 유출 혐의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공무상 기밀 누설 등도 내용의 정확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 적용이 쉽지 않다.

노 전 대통령의 '이지원 시스템' 유출은?  

이와 유사한 사건은 또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대통령 기록 열람권 확보 차원에서 '이지원 시스템'을 복사해 봉하 마을에 있는 관저에 보관한 적이 있다. 당시 이명박 정부 관계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지원 원본 기록을 유출했다며 관련 기록 관계자 등을 대통령기록물법으로 고발했다.

이 사건도 여러 가지 해석의 쟁점이 있었다. 우선 이지원 등에 보존된 기록은 종이 기록이 아니라 전자 기록이다. 기록학계에서는 전자 기록에 원본 기록은 없으며 진본 기록만 있다고 하는 것이 통설로 통한다. 가령 노트북에서 생산한 기록을 USB로 보존하고 동시에 이메일로 보냈을 경우 원본 기록을 따지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진본 기록 여부는 앞에서 밝혔듯이 '합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관에서 기록이 위조되지 않은 채로 관리되고 있었는지 아닌지'를 따진다. 위의 경우 합법적 틀 내에서 대통령기록관에서 관리되고 있었던 이지원 시스템이 진본 기록이 되며 봉하 마을로 유출된 기록은 사본 기록이 된다. 이 사건의 경우 대통령 사본 기록을 유출할 경우 법 적용을 어떻게 할지 따지면 될 문제였다. 

향후 대통령 기록물 관련 사건이 일어날 경우, 법 적용을 신중해야 한다. 잘못 하면 '찌라시'에 불과한 문건이 영원히 보존해야 할 '대통령 기록'이 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호에는 "대통령 기록물의 보호·보존 및 활용을 위해 효율적 관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정윤회 문건은 대통령 기록으로 대통령기록관에서 보존해야 할 대통령 기록이 되고 후세대에 이 문건을 대통령 기록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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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회관과 여성화장실

서울신문 2015.10.02

김은희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이사

 

생로병사만큼 인간에게 공평하게 다가오는 것이 있을까? 생명은 모두에게 고귀하고 질병의 고통은 권력의 있고 없음을 차별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도 사회가 되고 제도가 되면서는 양상이 달라진다. 사실 건강불평등으로 자주 논의되는 대상이 여성이다. 건강의 질도 낮아서 긴 노년을 보내는 여성들은 대부분 몇 가지 이상의 병원과 약을 달고 산다. 골골백세라고나 할까.

 

김창엽 교수의 책 [건강할 권리]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길지만 타고난 잠재력으로는 지금보다 더 차이가 많이 나야 한단다. 그렇다면 여성들의 수명이 본래보다 줄어들었다는 말인데, 건강의 성 불평등은 고용과 노동, 정치적 권한 등 다른 불평등 구조와 뗄 수 없고 이런 불평등 구조를 통해 여성의 건강 잠재력이 훼손된 탓이란다. 이런 사례로 생각나는 여성 정치인이 있는데, 바로 박순천여사이다(보통 한번 장관이면 물러나도 계속 장관으로 불리고, 국회의원도 다르지 않은데 왜 그런지 모르지만 박순천의 이름 뒤에 따르는 호칭은 여사이다).

 

우리나라 제헌의회를 구성하는 첫 선거 당시에는 당선자 200명 중 여성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안동에서 실시된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임영신이 첫 여성의원이고, 2대 국회에는 210명 국회의원 중 임영신과 함께 종로갑에서 박순천이 당선되어 여성의원은 두 명이 되었다. 박순천은 이후로도 4~7대 국회에 내리 당선되어 활동한 초창기 여성정치인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당시에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남성의원의 공격을 받자 나랏일이 급한데 암탉 수탉 가리지 말고 써야지 언제 저런 병아리 길러서 쓰겠느냐. 암탉이 낳은 병아리가 저렇게 꼬꼬댁거리니 길러서 쓰려면 아직도 멀었다고 되받아친 일화로 유명하다.

 

그런데 강단 있는 여성정치인 박순천을 오래도록 괴롭힌 지병이 있었으니 바로 방광염이다. 국회에서 활동하면서 소변을 참아서 생긴 병이란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말도 안되는 이야기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만들어지기 전에 국회 청사로 사용했던 지금의 서울시의회 건물에는 아예 여성화장실이 없었다.

 

국회의사당에서 국정을 논하는 사람으로 여성의 존재를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여성 국회의원이라야 한 두 사람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다고 해도 쓴웃음 나는 얘기다. 당시 박순천과 존경하는 선배동료 의원으로 활동했던 남성들은 그 고통을 알았을까? 그들이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남성들은 겪어보지 못한 의회 내 소수자인 여성의 경험이었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그 후로 세월이 흘러 세상은 바뀌고 있다. 여성 국회의원들이 늘어나면서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의 성 평등 감수성도 조금은 나아졌다. 지난해 개정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여성들의 화장실 이용시간까지를 고려해 공중화장실의 경우에는 여성화장실의 대변기 수가 남성화장실 대·소변기 수의 1.5배 이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남성화장실에도 영유아용 기저귀교환대를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도 만들어졌다. 고인이 된 분이 하늘에서라도 이 소식을 들었으면 얼마나 반가웠을까?

 

여자화장실을 만드는 일은 이제 너무나 당연해졌지만, 한국사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정치적 소수자이다. 매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하는 성격차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지위는 조사대상 142개국 중 117위로 2006년 이래로 거의 나아지지 못한 세계 꼴찌 수준이다. 지난 201219대 총선 당시에 전체 국회의원 당선자 300명 중 여성은 47(15.7)이었다.

 

경제규모나 사회적 조건이 비슷한 OECD국가들과는 비교할 것도 없고, 아시아 평균치인 18.4%에도 미치지 못하고, 딱 아랍지역 평균치(15.7%)와 같다. ‘여풍(女風)’이 불고 있는 게 아니라 아직 갈 길이 머나먼 것이다. 여성정치참여확대를 위한 할당제를 실시하고는 있지만, 기득권을 강화하는 단순다수소선거구제 하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정치적 권한이 확보된 유럽선진국들은 대부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비례대표제와 여성정치참여는 매우 높은 긍정적 상관성이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제 확대를 위한 정치개혁 요구가 높다. 어느 분은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돕는다고 하더라만,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여성정치참여 확대를 위해서라도 시민들이 스스로 나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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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뭐했어?" 이런 말 좀 하지마세요

내가 좋아서 하는 프리랜서 아나운서 일... 왜 당당하게 밝히지 못했나
오마이뉴스 2015.09.27.

이윤이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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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7년 8월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이 주관하는 '2007 방송엔터테인먼트 채용박람회'가 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한 아나운서 아카데미 부스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누군가 나에게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물으면, 나는 그냥 우물쭈물 거리며 "이것저것 하는 프리랜서예요"라고 답한다. 프리랜서면 백수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정말 백수는 아니다. 

"일 좀 그만 해"라고 버릇처럼 핀잔주시는 울 엄마는 내 목소리가 들리는 라디오, 내 얼굴이 나오는 TV를 꼭꼭 챙겨 보신다. 그렇다. 나는 무명 프리랜서 방송인(아나운서 겸 작가)이다. 

무명이라 나 하나쯤은 이 바닥에 있어도 없어도 티 나지 않을 정도지만, 누가 뭐래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을 만큼 단 하루의 게으름도 없이 꿋꿋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왜냐, 내가 정말 사랑해서 선택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원했던 분야가 애초의 꿈과는 조금 다를 수는 있겠지만, 누군가 등 떠밀어 갖게 된 직업도 아니고, 정말 내가 되고 싶어 선택한 직업이다. 

그래, 프리랜서가 되기 전까지는 공채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하지만 공채 인원은 한정되어 있고, 모든 일은 각각의 능력에 따라 주어지기 마련이다. 그릇이 달랐겠지. 아무튼 나는 프리랜서 방송인이다.

프리랜서는 돈 끌어모으면 안 되나요?

나는 입버릇처럼, 나를 불러주는 곳이라면 어디든 기꺼이 가겠다고 말해 왔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해야 인맥도 넓어지고, 참여하는 방송도 많아진다는 속설(?) 때문이다. 물론 내가 생각한 '어디든'은 '아무데나'도 아니고, '아무렇게나'도 아니었다. 비록 유명하진 않지만, 나름의 신념을 가진 방송인으로서 그 열정을 바치고 싶다는 진심에서 우러난 말이었다. 그러나 나 홀로 생각한 마음의 소리일 뿐이었다. 정말 아무데나, 아무렇게나 부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버렸으니까. 

"미혼이고 젊은데 뭐 그렇게 돈이 필요해?", "집 좀 살지 않아?", "소문에 돈 끌어 모은다는 얘기가 있던데."

미안하다, 우리 집은 좀 살지도 않고 나는 돈을 끌어 모은 적도 없다. 그런데 내 생계를 위해 돈이 필요한 것과 미혼이고 젊은 것은 무슨 상관인지 잘 모르겠다. 프리랜서 아나운서겸 작가로 활동하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출연료나 원고료가 입금될 시기가 되면 특히 많이 듣게 되는, 나를 벙어리로 만들어 버리는 말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프리랜서는 일반 직장인들에 비해 좋은 벌이 기회가 자주 주어진다. 하지만 안정적이지도 않고,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법이나 제도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있다 해도 절차가 복잡하거나 어떤 제도가 있는지 알아보기조차 쉽지 않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에 만 분의 일도 못하고 사는 경우가 다반사다. 물론, 직장인들도 직장생활에 애환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선 내 이야기를 풀기로 했으니, 좀 더 풀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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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진 아나운서, '카트'에 공감 지난 2014년 9월 30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카트>제작보고회에서 박혜진 아나운서가 사회를 보고 있다. <카트>는 주류영화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이야기로, 한국사회에서 심화되고 있는 노동현실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 이정민



어느 날 갑자기 협의도 없이 나의 출연료가 깎였다. 이유는 '회사 사정' 때문이었다. 연차는 쌓이는데 출연료가 깎인다는 것은 '나가'라는 소리거나, 정말 실력이 없거나(그럼 교체해야지)의 이유이지 않을까? 특별한 이유 없이 회사사정 때문이라고만 할 뿐이었다. 일개 대기업이 단돈 5만 원을 깎아 어디에 쓰려는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 그러나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니니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내 열정에 찬물을 부은 것에 분함을 느끼며 다른 곳으로 옮겨갈 기회를 노리는 방법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무슨 일은 그렇게 많이 시키는지...

또 연차와 능력에 맞게 임금을 협상할 수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특히 아나운서 업무는 더더욱 치열했다. 인정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너 말고도 싼 값에 하려는 애들이 많다"라고 하며 말도 안 되는 비용을 부르기도 했다. 그런데도 먹고 살기 위해 치사하지만 해야만 했다. 일을 취미로 하는 게 아니니 당연한 거다. 

이런 상황이 올 때마다 이곳에 발을 들일 이름 모를 어린 후배들에게 미안함의 부채의식을 갖게 됐다. 누군가는 나의 전철을 밟아 말도 안 되는 비용에 자신의 열정을 팔고 있을 거라는 안쓰러움 때문이었다. 이 일을 위해, 부당한 임금을 받으면서도 별다른 항변을 못하는 게 억울했다. 

프리랜서는 한 군데가 아닌 여러 곳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A직장에서 B직장에 소속된 것을 티내거나,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고 강한 정신력이 요구되기도 한다. 어떤 일도 쉬운 일이 없다는 것쯤은 잘 안다. 

"어젯밤에 뭐했어?" 이 질문은 하지 마세요

하지만, 최저 생계비도 안 될 돈을 주며 생색내는 모습에는 할 말을 잃었다. 남의 지갑 벌리는 일이 이렇게도 힘든 일일까? 꿈 한번 잘못 꿔서 이런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걸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많지만, 이런 곳이 산재해 있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가. 내가 아니라 해도 또 다른 누군가가 그 빈자리를 채우게 될 테니 말이다. 

'열정'을 불사르는 중이라며 자기위안도 수천, 수만 번을 했다. 그럼에도 부당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사흘도 채 안 되는 시간을 주고 15분짜리 구성물 4편을 만들어 오라는 오더가 내려오는가 하면(고료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일단 글부터 쓰고 원고료를 책정해 주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새벽에 깨워 일 시키는 것을 너무도 당연시 여겼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녹화를 위해 무거운 눈꺼풀을 깨워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내 모습이 참 초라했다. 

내부 변심 문제로 된통 맞은 적도 있었다. 분명 그들과 협의한 대로 원고를 썼지만, 그들의 변심에 나는 원고료 한푼도 받지 못하는 꼴이 됐다. 좋은 글이었든 나쁜 글이었든, 본인들의 변심이든 노동의 대가를 치르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심한 업무 강도에 나는 제대로 먹지도, 싸지도, 자지도 못하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했다. 그런데도 피곤기 있는 얼굴을 보이면 따뜻한 위로보단 "어젯밤에 뭐했어?", "그래서 되겠어" 식의 비아냥거림만 있었다. 차라리 진심으로 걱정해 줬다면 더 좋았을 텐데... 어젯밤 당신네들이 시킨 일을 하느라 못 잤단 말이다. 맡은 바 책임을 지겠다는 어리숙함 때문에 열정과 건강을 맞바꾸는 짓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 기계처럼 말하고, 공장처럼 찍어내듯 글을 쓰는 게 내 직업이었구나. 그래서 선뜻 내 직업이 '무엇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토록 사랑하는 일을 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돈벌이가 시원찮아서도 아니고, 하는 일이 부끄러워서도 아니다. 정말 거지같은 취급을 받고 사는 내 스스로가 불쌍해서였다. 
       
우리는 보다 인간답게 살아 가기 위해 일한다. 하지만, 그 이하의 취급을 당하며 일하기도 한다. 비단 나의 직업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지금 이 글을 함께 읽고 있는 누군가도 이하동문이라며 울분을 토할 것이고, 누군가는 울음에 목이 메여 소리조차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런 사회적 병폐에 대항할, 당연한 권리를 찾아줄, 한 목소리를 내줄, 진정한 '지붕'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프리랜서에게 융숭한 대접을 해 달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고용자로서 당연히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나처럼 이렇게 힘없는 프리랜서 아나운서, 작가, 피디들을 위해 싸워줄 이가 있을까? 우리끼리 모여 한 목소리를 낸다고 들어줄까? 아니 들리기나 할까? 이 땅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힘의 논리로만 돌아가는 것 같다. 힘없는 사람을 보호해줄 제대로 된 법조차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신고조차 접수되지 않는다. 

아, 그러고 보니 내년이 총선이다. 법의 사각지대의 놓여있는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보호해줄 대표가 300명 중에 꼭 한 명은 있었으면 좋겠다. 허울뿐인 법 새로 하나 제정해 주고, 맡은 바를 묵묵히 하는 그들의 어깨를 토닥여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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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장발한 그이의 속사정

[주장]비례대표 축소라니...예술인 복지 전문가 비례대표가 필요합니다

오마이뉴스 2015.09.11


이소망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이사


얼마 전 대학 선배를 만났습니다. 편의상 박 선배라고 부르겠습니다. 박 선배는 목 뒤까지 늘어진 까만 생머리를 찰랑이며 나타났습니다. 까맣고 긴 생머리가 마르고 피부가 하얀 선배의 얼굴에 썩 어울려 보였습니다. 작년 겨울에 만나고 올해 들어 처음 보는 거였습니다. 그새 머리를 길렀나 봅니다. 사실 우리는 그보다 훨씬 자주 만나던 사이였습니다.


창작지원금 받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박 선배와 저는 사회과학을 전공했습니다. 우리의 후배, 동기, 선배들은 전공과 어울리는 길을 걷거나, 이해되는 정도로 빗겨가거나, 전혀 다른 길을 가되 누가 봐도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해 사회에 발을 디뎠습니다. 취업 이후 바빠진 친구들과는 마음껏 만날 수 없었지만 우리 둘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이 우리는 취직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박 선배와 제가 영 놀고먹기만 하는 한심한 종자들은 아닙니다. 박 선배는 연극배우가 되고자 했고 저는 글쟁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뿐입니다. 

그뿐입니다만, 우리는 배우가 되고 글쟁이가 되기 위해 힘써야 하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편의점과 식당, 행사장, 일용직 업무를 위해 써야 했습니다. 우리도 처음엔 취업에 성공한 친구들처럼 격려와 응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한해, 두해, 시간이 흘러 몇 해가 지나도 변변치 않은 일자리를 전전하다 보니 우리를 바라보는 뭇사람들의 시선이 어느 순간 한심한 눈초리로 바뀌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이상한 것은, 박 선배가 연극배우가 되어 무대에 오르고 제가 글을 발표하기 시작했음에도 우리가 갖고 있는 자질에 대한 의심을 계속해서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여전히 일용직을 전전하는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말하자면 예술을 온전한 직업의 형태로, 그러니까 직업의 사전적 풀이에 따라, 온전히 생계를 유지하는 데 써먹고 있지 못하는 데서 기인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 선배와 저는 생계와 작업 두 상황 사이에 놓여 있는 외줄을 아슬아슬 타며 지냅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생계 유지도, 연기도, 글쓰기도 할 수 없습니다. 다른 방법은 없느냐고요. 그리 물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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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최고은 감독의 영화 <격정소나타>의 한 장면.
ⓒ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2011년 11월, 시나리오 작가 고 최고은님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되었습니다. 국민연금, 고용보험, 의료보험 혜택은 포함되지 않았고 산재보험은 가입이 가능하지만 예술인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예술인 복지법'을 통해 2013년 설립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1인당 300만 원씩 3개월간 창작지원금을 지원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원대상으로 뽑히는 게 까다로워 대상이 되더라도 지원금을 신청하는 것 자체가 매우 번거롭게 되어 있습니다. 

예술인 본인을 포함해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의 소득 수준까지 증명해야 하는 터라 혹자는 얼마나 가난한지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절차라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지원금을 주는 정부도 꽤나 떨떠름한가 봅니다. 올해는 복지재단이 신청한 예산을 지난 6월까지 편성하지 않고 있다가 7월 고 판영진, 고 김운하 배우님의 잇따른 사망 이후 부랴부랴 집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받기도 싫고 주기도 싫은 이름만 좋은 창작지원금입니다.

한여름에 장발한 선배, 사정 듣고 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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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정진후 원내대표 등 대표단이 지난 1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비례대표 축소 저지, 3당 회담 수용을 촉구하는 농성에 돌입했다.

ⓒ 남소연


박 선배의 장발은 배역을 위해 일부러 기른 게 아니었습니다. 그가 쑥스럽게 말했습니다. 이발할 돈이 없다고 말입니다. 작년 겨울부터 일이 뚝 끊겼다고 합니다. 낮에는 무대와 오디션에 매달리느라 야간 편의점 일을 찾았는데, 그나마도 주인이 인건비를 아낀다고 그만 나오라 했답니다. 

먹을 돈과 차비는 쥐고 있어도 이발할 돈은 없었던 겁니다. 박 선배를 만난 그날은 하필이면 늦더위가 맵게 달아오른 날이었습니다. 땀으로 젖은 그의 머리칼 사이로 벌겋게 열이 오른 목덜미가 보였습니다. 선배에게 물었습니다. 요새 제일 고민하고 있는 것이 뭐냐고 말입니다. 

그의 대답은,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거였습니다. 아름다운 연기로 아름다운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뒷목에 붙은 머리칼을 털며 더위를 몰아내는 이 남자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이것입니다.

창작지원금, 차라리 안 받는 것이 속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는 사람들한테 무슨 돈까지 주느냐'는 불편한 시선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술인을 근로자나 노동자로 봐주는 시선은 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힘써 노동하고 진심으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있습니다. 

요즘 비례대표와 관련한 정치권의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정치권이 너무 걱정스러운 것은 비례대표제를 줄인다는 소식입니다. 비례를 줄이다니요? 세상에 이렇게 저와 제 선배처럼 힘들고 괴로운 약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지역을 위해서 일하는 의원을 늘린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예술인을 이해하고 대신하여 제대로 된 법안을 발의하는 대표자가 선출되려면 비례대표제는 확대되어야 합니다. 

비례대표제 확대로 예술인 복지 전문가가 당선될 수 있다면, 예술인들도 사회의 건강과 선을 위해 '일하는 시민'으로 받아 주십사 부탁드리는 것이, 이들을 사회보장 체계에 편입하고 제도적인 지원 체계를 행정이 아닌 현장중심으로 만들어 주십사 청하는 것이 어쩌면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어보며 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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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만 표 또 버릴 겁니까...어느 대구 남자의 호소

오마이뉴스 2015.09.01

전진한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


내 고향은 대구다. 대구 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을 꼽으라면 더운 날씨다. 도시 주위가 산으로 감싸져 있는 분지 지역이고 큰 호수나 강이 없어 여름은 웬만한 인내가 아니면 버텨내기가 어렵다. 가장 기억에 남는 더위는 1994년 여름이었다. 난 당시 다행히도 군대에 있었지만, 군에서 본 대구의 풍경을 잊을 수 없다. 당시 대구는 내내 38~39℃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한 방송사에서 날계란을 도심 아스팔트에 풀어 계란 프라이를 만드는 장면을 내보낸 적도 있었다.

이 장면은 당시 최고의 특종으로 화제가 됐는데, 지금도 날씨가 더우면 이런 방송이 많이 보도되곤 한다. 그래서 대구 음식은 부패를 막기 위해 대부분 양념이 강하다. 따라서 대구에서는 더위를 많이 타고, 맵고 짠 것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은 살기 어려울 수 있다.

그 다음 대구에서 살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정치적 성향 때문이다. 대구에서 현재 새누리당(과거 한나라당) 이외에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일평생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이 당선 못하는 풍경을 볼 가능성이 크다. 나도 대구에서 총선과 지방선거를 네 번 치렀으나 단 한 번도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하지 않았다. 과거 대구에서 개혁적인 이미지를 가진 당선자가 한두 번 나오긴 했지만, 정당 후보자가 아닌 무소속으로 나온 경우였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다보니, 대구에서 개혁적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의 정치적 소외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무리 개혁적이고 뛰어난 사람이 선거에 출마하고 그를 지지해도 당선하지 않으니 사실상 일당 독재가 지속되고 정치적 무관심도 커진다. 나 자신도 선거를 치르면서 왜 이런 무의미한 투표를 계속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한 당이 계속해서 당선되는 지역은 정치적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도시에 비해 발전 속도도 느리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2013년 기준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16개 시·도 가운데 최하위이고 1인당 지역총소득도 14위다. 실제 서울대 행정대학원 조사에 따르면 대구 시민 10명 중 9명이 스스로 중간이하의 계층이라고 인식하는데, 이런 인식은 전국 최하위라고 한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활력을 잃다 보니 청년들이 직장을 찾지 못해 고향인 대구를 떠나는 비율도 높다. 대구뿐만 아니라 지역주의가 고착화돼 있는 지역은 이런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몇십 년째 지속되고 있다. 정치인 중 누구 하나 이런 현상을 두고 올바르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28년간 버려진 유권자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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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정진후 원내대표 등 대표단이 1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비례대표 축소 저지, 3당 회담 수용을 촉구하는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이 악순환이 반복되는 가운데 근본적인 해결점을 제시한 국가기관이 있다. 올해 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2대 1(200석 / 100석)로 도입할 것과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정치권에 촉구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지역주의 완화와 유권자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선'이었다. 

바로 대구와 같은 지역에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도 대표성을 부여하고 직능별 대표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해결책이었다. 선관위의 발표가 있을 때만해도 많은 시민들은 이를 정치권이 잘 반영해 정치발전의 주춧돌로 사용할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상황은 전혀 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2014년 헌법재판소가 인구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 간 유권자 수 편차 비율이 2대 1을 넘지 않도록 하라는 결정이 있었다. 이 같은 결정에 정치권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행하기 위해 비례대표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직능·약자를 대표할 54석마저 줄이자는 결론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 일부 의원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후안무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몇 개월 만에 지역주의 타파와 직능·약자를 보호할 선관위의 촉구는 어디로 사라지고, 오히려 지역주의 강화와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는 제도에 대한 논의만 살아남은 격이다. 

앞서 내 경험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정치에서 소외되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 선거 때만 하더라도 시민들이 당선자에게 던진 표수가 1144만 표였는데, 낙선자에게 던진 표도 무려 1036만 표다. 1000만 표가 넘는 유권자의 의사가 모두 '쓰레기'가 된 것이다. 이러한 사표는 지난 28년간 총선에 투표한 것을 다 합치면 7160만 표에 이른다(참고 : 선거에서 사라지는 표를 살려주세요).

현재 흘러가고 있는 정치권의 모습이 매우 우려스럽다. 지금이라도 정의당과 녹색당 및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의원 정족수 논의를 다시 진행하고 비례대표제 확대를 받아들여야 한다. 새누리당을 비롯해 정치권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선거제도를 개악한다면 역사적 오점을 남길 수 있다는 인식해야 한다. 수많은 시민들이 정치권을 매섭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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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가 봉인 세상, ‘헬한국’

한겨레 2015.08.27.


이의진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활동가


홍대, 이태원, 연남동, 서촌, 상수동 등은 요즘 뜨는 동네, 즉 ‘핫플레이스’로 지칭된다. 각종 음식점, 커피숍, 소품가게 등 다양하고 개성 있는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동네상권이 형성된 곳이다. 주말 이 지역은 사람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골목골목을 메우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손님들이 많으면 가게 주인들은 많은 돈을 벌어 행복한 비명을 지를까? 

현실은 정반대다. 뜨는 동네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잘돼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것이 아니라,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절망의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다른 지역 상권의 자영업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필자는 2011년에 카페를 창업했으나 작년에 폐업을 했다. 실제 자영업자로서 살아보니 임대료뿐만 아니라 각종 세금, 재료비, 인건비까지, 3000원짜리 커피로는 감당이 안 됐다. 처음에는 그럴듯하게 매출이 나오기는 했으나, 카페를 차리고 불과 4~5개월 만에 주변에 카페가 4개가 더 생겼다.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손님이 없는 날에는 겨우 15잔을 팔아보기도 했다. 나중에는 알바 없이 하루 12시간 이상을 혼자서 카페 운영을 했다. 그래도 수중에 들어오는 소득은 직장생활을 할 때의 임금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한국 자영업자의 수는 546만명이다. 그중에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397만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은 업주 한명이 모든 장사를 책임지고 있는 형태일 것이며, 실제 소득은 저소득일 것이다. 게다가 노동시간은 12시간을 넘기기 일쑤이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다. 

직원을 두고 있는 가게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지인 중 홍대에서 카페를 운영했던 분이 ‘월 임대료가 500만원이고, 직원들 임금도 줘야 하는데 한달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무섭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월 임대료만 500만원이라니 아무리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라지만 도대체 커피를 몇 잔이나 팔아야 임대료를 낼 수 있다는 것인지 놀라워했던 적이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한겨레


이렇듯 소위 ‘뜨는 동네’에서 장사를 하는 영세업자들은 치솟는 임대료에 등골이 휘고, 점점 밀고 들어오는 대형 프랜차이즈들 때문에 더욱 설 곳이 없어지는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재개발, 재건축을 이유로 가게를 비워달라고 하는 건물주들의 통보다. 가게가 잘되면 계약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재계약이 아니라 건물주의 자녀가 가게를 오픈할 거라며 자리를 비워달라고 하는 경우까지 있다. 

우리나라에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있다. 그동안 권리금은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어서 위와 같은 상황에서 거리로 나앉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올해 5월에 법 개정을 통해 권리금 회수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되었다. 하지만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면적 3000㎡ 이상) 점포 또는 준대규모 점포 일부를 예외로 규정해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서민 임차인이 대다수인 전통시장 상가가 배제되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일본은 법을 통해 계약 때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외에는 계약 해지를 할 수 없도록 한다. 또 계약기간이 끝나도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철거도 건축물 노후화로 인한 경우로 한정한다. 법원은 사유가 정당한지, 건물주가 임차인에게 영업 손실에 적절한 보상을 하는지를 심사한다. 영국과 프랑스도 건물주의 사정으로 계약을 갱신하지 못하게 되면 임차인에게 고액의 보상금을 줘야 한다. 임대료를 올릴 때도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이제 내년 4월이면 총선이다. 총선 때마다 각 후보들의 공약으로 뉴타운을 내세움으로써 재개발, 재건축이 난무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 가운데 최전선에서 지옥을 맛보는 것은 다름 아닌 영세업자들이다. 우리는 용산참사를 통해 그 실상을 똑똑히 보았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심각해져 가는 이런 상황에서 임차인을 보호하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제대로 된 법이 제도화되어야 하며, 임차인들의 목소리를 담아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당선되길 바란다. 비례대표 의원 취지가 각 분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라면, 그 가운데 약 550만명의 소상공인들을 대변해줄 수 있는 몇 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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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약자'를 위한 비례대표

경향신문 2015.08.27.

전진한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


여야는 지난 18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를 열고 20대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야당과 시민사회에서 주장했던 의원정수 확대 문제는 결국 포기하고만 것이다. 


이번 여야 합의는 여러 측면에서 매우 우려되는 점이 많다. 우선 이번 합의로 지역구 의원 수는 늘어나고 비례대표 의원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헌법재판소가 인구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 간 유권자 수 편차 비율이 2 대 1을 넘지 않도록 하라는 결정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지역구 의원 수를 늘릴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비례의원 제도를 축소·폐지하자는 주장을 하는 동시에 비례대표 의원 대부분이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만약 비례대표 의원을 줄이고 지역구 의원이 늘어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상해보자. 우선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국회의 관심이 현저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그동안 청년실업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국회는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청년고용촉진법이 존재했지만 사실상 훈시규정만 나열되어 있을 뿐 청년들의 취업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를 끈질기게 사업적 이슈로 만들고,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에 정원의 3% 이상 청년 미취업자 고용을 강제하는 법안을 만들어낸 사람이 청년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장하나 의원이다. 

애초에 장 의원은 이 법안의 적용대상을 대기업까지 확대하려 했다. 하지만 조직적인 저항으로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장 의원은 청년들의 경제적 권리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청년경제기본법’(가칭) 발의도 준비 중이다. 이것이 바로 초선 비례대표의 힘이다. 

이러한 성과들은 입법발의 내용에서 객관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우선 국회 전진영 입법조사관의 조사에 따르면 지역구 의원들은 주로 농림수산, 국토개발, 조세 정책에 관심이 많은 반면 비례대표 의원들의 법안 발의는 여성가족, 보건복지, 노동 분야 등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것들이 많다고 밝혔다. 비례대표를 줄이는 것은 곧 국회에서 약자에 대한 관심을 줄이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다. 

더 큰 문제는 표의 가치가 지금보다 더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올 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2 대 1(200석/100석)로 도입할 것과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지역주의 완화와 유권자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선’이었다. 

이는 필자가 개인적으로 충분히 경험한 문제다. 고향인 대구에서 서너 번의 투표를 했지만 단 한 번도 지지하는 후보자가 당선된 경험이 없다. 심지어 지지한 후보가 30% 이상 득표를 했음에도 낙선자 신세가 됐다. 대구에서 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표는 무의미한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정치적 무관심은 늘어나고, 그 무관심은 사회적 약자를 억압하는 무기로 돌아오는 것을 수없이 경험하고 보았다. 

물론 비례대표제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여러 보완점이 필요하다. 그동안 비례대표를 어떤 기준으로 영입하고 또 당선 가능한 번호로 배치하는지 외부에서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부적절한 공천 헌금을 매개로 부적합한 인사가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 비례대표 선출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비례대표 수를 늘려 온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19대 국회 동안 세월호 사태, 메르스 사태 등 수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정치권의 이익을 위해 야합을 하는 순간 20대 국회에서도 이와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회적 불행은 국회의 무관심 속에 서서히 자라난다. 정치권은 고통받고 있는 약자들을 위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정치개혁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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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국정원 상대로 남편 월급 공개 소송 낸 사연은...

국회 대책비와 공금의 사익 편취 행위

2015.07.01.

전진한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준비위원, 알권리 연구소 소장

지난 한 달간 우리 사회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투명한 정보 공개'가 왜 중요한지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수많은 어둡고 음습한 곳에서 '부패'라는 곰팡이가 스멀스멀 자라고 있고, 그 곰팡이들이 우리 사회를 서서히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곰팡이 중 가장 충격적으로 보았던 사례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의해서 밝혀진 '국회 대책비'다. 이 사건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국회 대책비라는 돈은 특수 활동비라는 국가 공금에 의해서 배정된 예산인데, 이 예산을 자신이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스스로 밝힌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다른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이 고백을 했다.

공금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으면 그 자체로 법을 위반했다는 것이고, 자신들에게 제기된 혐의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다른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는데 왜 이런 주장을 했을까? 추정컨대, 정치권을 비롯해 수많은 행정 기관에서 이 돈을 사익 편취 행위를 하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특수 활동비는 개인 봉급 및 활동비로 쓰는 것을 서로 묵인 및 방조하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이와 관련해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몇몇 의원들은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별다른 논의와 진전이 없어 보인다.

남편의 월급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필자는 2009년쯤 특이한 경험을 한 사례가 있다. 중년의 여성 한 분이 남편과 이혼 소송 중인데 남편의 월급을 제대로 알지 못해 재산 분할 과정에서 불리하다고 필자에게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난 이혼 전문 변호사한테 상담하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남편이 국가정보원 직원이었는데 국정원에서 받은 월급 이외에 급여성 특수 활동비로 외도를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혼 소송과 별도로 정보 공개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금인 특수 활동비가 이렇게 사용되었으니 당연히 공개해야 하고, 자신이 받아야 할 돈이 외도에 쓰였으니 자신의 재산권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당시 이 상담을 받고 공개 여부 판단이 굉장히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만약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특수한 임무 수행의 대가로 지급되는 공금으로 외도를 했다는 뜻이 된다. 결국, 이 여성분은 국정원을 상대로 자신의 남편 월급 및 수당을 공개하라는 정보 공개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이렇게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는 것은 국회 대책비를 포함한 특수 활동비는 영수증  및 사용용도 등을 첨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국가 공금의 사익 편취 행위를 인정하는 셈이 된다. 참고로 2015년 정부 예산 중 8810억6100만 원이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편성되어 있고 이 돈은 언제라도 이런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이런 사례가 확산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실상 권력을 가진 공직자들에게 급여 이외에 막대한 이익을 합법적으로 보장하게 되고, 이는 결국 국민의 거센 조세 저항을 부를 것이다. 아울러 반드시 적재적소에 사용되어야 할 세금들은 또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공직자들에 의해 계속 엉뚱한 곳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에서도 관례화돼 있는 특수 활동비

게다가 이 같은 돈이 국회에서 관례화되었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국회는 매년 정부의 특수활동비 사용을 '예산 및 기금 운용 계획 집행 지침'을 통해 이를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3년에 국회가 지적한 내용 일부를 살펴보자.

○ 특수 활동비. 업무 추진비, 특정 업무 경비 집행 요건 엄격화
- (특정 업무 경비) 정부 구매 카드 사용이 원칙, 불가피할 경우 외에는 현금 지급 금지 지급 일자, 지급 금액, 지급 사유 등 지출 내역을 구체적으로 기록·관리.  (2013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 지침) 

놀랍지 않은가? 이런 분명하고 명백한 지적을 하고도 '국회 대책비'라는 국가 공금으로 아들의 유학비, 생활비로 썼다고 전·현직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다.

이런 공금들은 생각보다 많은 곳에 존재한다. 우선 정치권만 하더라도 1980년 이후 1조가 넘는 국가 보조금을 정당에 지급한 이후 단 한 번의 감사원 감사가 없었다. 2014년 한 해 동안 새누리당에 지급된 보조금만 363억 원, 새정치민주연합 338억 원이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전에 일했던 '투명 사회를 위한 정보 공개 센터'에서 정보 공개 청구를 해보니 사용 내역 상당수가 '조직 활동비'라는 명목으로 대부분 식대로 사용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국회 대책비를 포함한 특수 활동비의 사익 편취 행위는 이번 기회에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아울러 행정부를 감시해야 할 국회도 스스로 이런 행태를 돌아보고 특단의 대책을 세워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우리는 메르스 사태를 통해 똑똑히 보았다. 향후 국회와 사법부의 판단을 우리는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박근혜 대면보고 기피증, 메르스 사태 키웠다
대통령 대면보고와 e-지원 시스템
프레시안 2015.06.17.
전진한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준비위원, 알권리 연구소 소장

박근혜 대통령이 대면보고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이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관련해서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메르스 첫 환자가 확인된 뒤 6일이 지나서야 박근혜 대통령에게 첫 대면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것도 별도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 아니라 국무회의 자리에 참석해서야 보고를 했다.

국가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각 참모진이 대통령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보고서 형태(서면)로 보고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고서는 ‘보고’의 보조수단이지 완결적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면보고는 보고의 주체와 내용이 명확히 기록되지만, 복잡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 또한 긴급사태가 벌어졌을 경우, 관련 대응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심각성을 대통령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과 대응이 기민하지 못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 과거 대통령들의 보고는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과거의 사례를 보면 향후 박근혜 대통령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지점들이 보일 것이다. 이명박,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 ‘보고 스타일’을 살펴보도록 하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 달리 대면보고를 매우 좋아했다. 하지만 문제는 독대보고를 좋아했다는 점이다. 지금도 포털에 ‘이명박 독대보고’를 검색해보면 원세훈 국정원장,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 등 수많은 가신에게 독대보고를 받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독대보고의 문제는 보고자에게 힘이 실리고, 보고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공식적으로 알 수 없어 국정의 왜곡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원세훈, 이영호 두 사람 모두 이후 큰 문제들을 일으켰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유독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도 관련 기록을 공개하지 않아 문제가 되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직 시절, 청와대에서 생산했던 수많은 비밀기록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묶어 최장 30년 동안 이명박 전 대통령 본인만 볼 수 있도록 만들어버렸다. 아마 2010년 당시 신종플루 사건 당시 대응 관련,  현 정부에서 참고할 만한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국가재난 대응과 관련해 역대 정부에서 가장 참고할 만한 모범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참여정부에서 찾을 수 있다. 참여정부도 수많은 긴급사태와 관련해 실수와 문제점을 드러내긴 했지만 대통령의 신속한 대응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참모들과 수시로 만나 보고와 토론을 즐겼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대부분 대면보고였으나 기록관리비서관(사관)이나 부속실 비서진들을 배석시켜 관련 사항을 꼭 기록하게 하였다. 

▲ 지난 17일 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중앙 메르스 관리대책본부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문형표 복건복지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대의 문제점은 앞서 언급했듯이 대통령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본인의 정치적 입지에 이용하고자 과장·왜곡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보고하는 자리에 반드시 기록자를 배석시켰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와 관련해 위 제도를 잘 벤치마킹 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염태영 수원시장이다. 이 두 시장들은 지금까지도 사관제도를 두고, 수많은 참모 및 외부 전문가와 논의 했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대면보고를 활발히 하면서도 철저히 기록해, 부작용을 예방하는 것이다. 


또한 청와대 업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e-지원 시스템(업무관리시스템)을 개발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e-지원 시스템은 말단 행정관부터 수석비서관까지 그들이 보고한 보고서를 다 등록하고, 버전관리를 통해 그 과정에서 어떤 변경사항이 있었는지 모두 기록하는 것이다. 즉 행정관이 애초에 기획한 문건과 수석비서관이 그걸 어떻게 수정했는지 등의 경과를 대통령이 다 파악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지금도 이 시스템에서 생산되었던 수많은 보고서는 대통령기록관리시스템(PAMS)에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이명박 정부에서 기능이 대폭 축소된 위민시스템으로 변하고 말았고 지금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조차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위 사안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향후 반드시 참고해야 할 사안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1년 전 세월호 참사 때도 실패했다. 이 두 가지 사건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35%로 떨어진 게 이를 증명한다. 이런 사태가 지속할 경우, 국정 장악력은 흔들릴 수밖에 없고, 이는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스스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초기대응에 실패한 원인을 규명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정스타일에 큰 변화를 주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수시로 참모진과 전문가들을 만나 토론하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관련 사안들은 배석하는 비서진들에게 기록하게 하고 그 기록을 통해서 새로운 국정운영의 동력을 찾아야 한다. 

또한 실시간으로 보고되는 각종 보고서를 투명하게 등록관리 해, 복수의 관계자들에게 스크린 하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 혼자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모든 분야를 이해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민들과도 소통해야 한다.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정부 3.0 캠페인을 더욱 크게 확대해, 국민소통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직 박근혜 대통령 임기는 반 이상 남았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넘어가고자 한다면 또 다른 위기는 빠른 시일 내에 올 것이다. 이번 사태가 스스로 국정운영에 관해 돌아보고, 과거 대통령들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는 계기가 되어 국정스타일의 대변혁이 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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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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