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꿈'을 또 바꿀거다, 일단 5년만 한다"

[인터뷰] 진보 콘텐츠 네트워크 '바꿈' 준비하는 백승헌 변호사
오마이뉴스 2015.07.07 안홍기, 이희훈, 박소희

시국 사건·공안 사건을 도맡아온 30년 경력의 변호사,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전 회장, 2000년 총선시민연대 활동으로 낙선 운동을 벌이고, 2010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야권 연대에 힘써온 백승헌 변호사가 한동안 잠잠하다 싶더니 또 새로운 운동을 하겠다고 나섰다. 


백 변호사가 그동안 해 온 일이 굵직굵직했고 파장도 컸기에 이번 일도 성과가 있겠거니 생각할 법도 하지만, 뭘 하려는지 얘길 듣고 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진보 콘텐츠 네트워크를 표방하는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제목만 들어선 뭔지 잘 모르겠는 데다 5년 활동하고 나면 해체한다는 말은 더 의아하게 들린다. 

지난 3일 서울시 서초구 법무법인 지향 사무실에서 만난 백 변호사는 "여전히 분투하고 있는 각각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하나의 점이라면, 이들을 이어주는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지금은 이것도 약해진데다 장(場)이 안 선다"고 했다. 거꾸로 말하면 '장이 서려면 시민사회단체들의 네트워크가 제대로 서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뭘 하겠다는 거냐'는 물음에 그는 "각 세대, 부문, 단체가 활동하는 것이 공개의 장으로 올라오는 과정을 돕는 것"이라며 "재미있고, 쉽고, 공감대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카드 뉴스나 인포그래픽, 만화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환하는 걸 바꿈 사람들이 해내려고 한다"고 했다. 

이제야 전진한 알권리 연구소장이 '바꿈'에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이유가 짐작된다. 전 소장은 '투명 사회를 위한 정보 공개 센터'를 만들어 한국의 정보 공개 운동의 수준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각 단체나 시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입수·분석하는 데부터 '바꿈'의 콘텐츠 활동이 시작될 걸로 추측된다. 

백 변호사는 자신이 바꿈의 'n분의 1'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이끌어가는 활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의사 결정 기구를 세대 통합적으로, 20~60대를 골고루 구성하려고 한다. 20대가 깍두기가 아니라 의사 결정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시민으로부터 세상을 바꾸는 꿈을 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꿈'은 7일 오후 7시 서울역 12번 출구 상상캔버스에서 창립 총회를 연다. 백 변호사와 함께 박순성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새로운 코리아 구상을 위한 연구원장)가 이사장을 맡을 예정이다. 이 기사를 읽고도 어떤 활동을 하겠다는 건지 궁금하다면 '바꿈'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한편 일부 변호사들이 과거사 관련 위원회 활동 중 조사·결정한 사건의 재심이나 손해배상청구 등을 부당 수임했다며 검찰이 벌이는 변호사법 위반 수사 선상에는 백 변호사도 올라 있다. 그는 지난 1월 보도 자료를 내고 "검찰의 수사는 민변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악의적 공격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인터뷰에서 백 변호사는 "수임 비리란 건 변호사가 경제 활동을 하다가 무리하게 수임했다는 건데, 과연 내가 수임을 경제적인 이유나 부당한 이유로 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486 아저씨'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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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사회를 바꾸는 동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고, 분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엇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희훈



- 30년 가까이 인권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민변 회장으로, 총선시민연대로, '희망과 대안' 활동 등 끊임없이 많은 정치·사회 활동을 해왔다. 오십이 넘었는데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저는 한국 현대사가 총체적으로 나아진 것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이 동력이 굉장히 약해졌다. 동시에 사회 전체에 불만이 팽배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왜 그럴까 고민해봤다. 그런데 제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들의 분투는 계속되고 있었다, 문제는 사회를 바꾸는 동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고, 분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엇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한국 현대사를 바꾸는 동력이 가장 컸던 세대가 이른바 486세대 아닌가. 
"제가 1980년대에 대학교에 입학했으니 '486세대'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청년들을 만나면서 든 생각은 '혹시 486세대가 처음으로 사다리를 걷어찬 것 아닐까?'였다. 발전한 것들을 후배 세대에게 건네야 하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 아닐까? (486 세대의) 진짜 잘못은 거기에 있을 수 있겠더라." 

- 흔히 말하듯 486세대가 '꼰대'가 됐다는 말인가? 
"그 세대가 변했다는 말이 아니라 역할 이야기다. 예를 들면,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의 경우 같은 세대의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여전히 진보적이고 열려 있는 편일 거다. 하지만 그 회사의 젊은 세대가 오 대표를 본다면 여전히 부족하게 느낄 거다. 이런 사람들이 없어져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를 보고 부족한 것을 바꾸고, 전체가 변해야 한다는 고민이 핵심이었다. '여전히 (사회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사회를) 바꾸는 방법도 바꾸자'는 뜻으로 '바꿈'이란 이름을 정했다." 

- 그래서 청년들의 얘기를 듣고 나온 게 바로 '바꿈'이라는 기획인가. 
"지난해 8월부터 계속 만났다. 지금도 일주일에 1번 이상 모인다. 처음에는 무슨 단체를, 어떤 기획을 하자는 게 아니라 고민부터 하자고 모였고, 올해 초 어떤 단위를 만들자는 얘기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세대, 개방성, '꼰대가 안 되는 방식' 등에 집중하게 됐다.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점이라면 이어주는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지금은 이것도 약해진 데다 장(場)이 안 선다. 또 사회가 발전할수록 공감대가 넓어지고,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자극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이 굉장히 무너졌다. 사람들이 옳고 그름보다는 어느 쪽이 유리하고, 어디에 속했느냐에 기댄다. 하지만 진보적 가치든, 보수적 가치든 집단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봐야한다. 이 부분을 개방적으로, 공동으로 기획하려는 것이 바꿈의 중요한 문제 의식 중 하나다. 사회 전체가 성찰하고, 공감대가 넓어지고, 건전한 상식이 좀 더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노력을 같이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 기존의 시민사회 운동과는 다르지만, 바꿈 역시 운동이라는 뜻인지. 
"그렇다. 시민단체와는 다르지만 이것도 하나의 기획, 운동이다. 다만 이런 문제 의식은 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필요한 집단이 정치다. 하지만 지금 정치는 문제 해결 집단이 아니라 문제 집단 아닌가?(웃음) 그럼 이 문제 집단을 해결하는 동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 안에서는 안 된다. 한편으론 밖에서 비판한다고 해서 나아지지도 않는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자, 우리가 좋은 정치를 가질 사회적 기반이 있을까? 의제를 설정할 싱크탱크는? 다양한 언론은? 사회적 기반은 부족하고, 통로는 막혀있다. 정치권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시민들이 움직여야 한다. 정치가 시민과 같이 가도록 해야 한다." 

- 백 변호사는 총선시민연대 활동이나 '희망과 대안'을 통해서 국회의원들의 인적 구성을 바꾸어내려는 노력을 많이 했는데 결국은 '사람을 바꾸는 문제'로 귀결되지 않을까. 
"'바꿈'은 '희망과 대안' 활동에서 얻은 반성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사회 문제는 여전하지만, 그 해결 방법에는 혁신이 필요하다'였다. 방식에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그래서 바꿈이 나왔다. 

지금의 정치권은 예전보다 젊은 당원이 현저히 줄었다. '1년마다 당원 평균 연령 1년이 늘어난다'고들 한다. 인적 소통이 막혀있어서다. 그 통로가 만들어지는 일은 우리 정치 현실에서 굉장히 절실한 문제다. 바꿈이 그걸 완화하고, 길을 연다면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우리 활동이 정치권에 사람을 들여보내기 위한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어떤 영역에서 지혜를, 또는 전체 정치권에 복합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우리는 어떤 개인이 정치에 접근하면 정치를 할 것인지를 평가하는 쪽으로만 이어진다." 

"시민이 보기에 '괜찮은 사람'을 정치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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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이 부분을 '누구 눈에 들어가면'이 아니라 '시민이 보기에 리더십이 괜찮은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가는 것으로 만들고 싶다." ⓒ 이희훈



- 정치하는 사람을 바꾸는 게 아니라 문제에 좋은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하겠다는 건가. 
"4년 전 청년비례대표가 화제였고, 실제로 그들이 국회에 들어갔다. 하지만 청년 전체가 전보다 더 정치에 열심히 참여하게 됐을까? 오히려 예전보다 정치에 더 관심이 없다는 쪽으로 드러났다. 저는 이 부분을 '누구 눈에 들어가면'이 아니라 '시민이 보기에 리더십이 괜찮은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가는 것으로 만들고 싶다." 

-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할 거다. 예시를 들어 설명해달라. 
"각 세대, 부문, 단체가 활동하는 것이 공개의 장으로 올라오는 과정을 돕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다수의 단체가 오프라인 활동의 결과물로써 온라인 공간을 운영한다. 자료실 정도에 그칠 경우가 많은데 온라인 활동의 중심은 시민과의 접촉에 둬야 한다. 그러려면 재밌고, 쉽고, 공감대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카드 뉴스나 인포그래픽, 만화 같은. 그렇게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환하는 것을 바꿈 사람들이 해내려고 한다. 다른 활동들을 지원하거나 돕거나 공동으로 하는 것을 기본으로." 

- 그런데 카드 뉴스나 인포그래픽 같은 건 지금 언론사들이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바꿈이 언론사는 아니다. 하지만 시민단체나 정치권 등과 소통하려면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하니까... 그 과정은 언론 같은 기능을 한다고 본다." 

- 이 결과물들은 어떤 공감의 과정을 거치는가. 
"전파도 그렇지만, 발굴 과정부터 공감대를 만들려고 한다. 우리가 모든 사회 현안을 다룰 수는 없다. 그래서 초기부터 논의해온 분들과 정치 개혁, 안전 사회, 청년, 복지, 평화 통일 이 다섯 개 분야를 중심으로 활동하기로 얘기했다. 

그리고 변화는 여러 사람의 참여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초기라 활동가, 학자 견해가 중심이지만, 이 기획을 어느 정도 유지·발전시킨다면, 시민으로부터 세상을 바꾸는 꿈을 사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꿈의 목표다. 그 꿈을 받아 세상을 바꾸는. 일종의 의제를 발굴하는 과정이다. 서구에서는 그 역할을 싱크탱크들이 한다. 그러나 한국은 제대로 된 연구 기관도 없고, 있더라도 매우 소규모다. 대신 그들을 네트워크로 엮을 수 있다. 우리가 부족하다고, 인적·물적 자원이 없다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흩어진 것을 모으면 더 다양한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 이 활동을 함께 하는 이들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투명 사회를 위한 정보 공개 센터' 출신 전진한 소장이다. 그래서 외부에서 보기에는 정보 공개 활동으로 활동가들을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당연히 그것도 앞으로의 활동 중 하나다. 저희는 일종의 기획, 프로젝트다. 그래서 활동 기한도 5년으로 정했다. '기획'이라는 특성이 강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물론 5년 뒤에 다시 논의할 수도 있지만, 일단 초기부터 참여하는 사람들의 역할은 5년까지로 정했다. 그 기간 동안 강제로 부지런해지자는 측면도 있지만, 무기한 활동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조직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게 활동의 목표가 돼 버리기 쉽다. 활동이 중심이지 단체의 생존이 중심이 아니다." 

- '바꿈'을 또 바꾸겠다는 얘기인가. 5년 뒤엔 '바꿈 시즌 2'로 간다든지. 
"그렇다. 사회적 수요에 맞춰 바꿈도 바꿔 나가야 한다. 이름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 또 당장 형식은 법인 형태이지만, 운영은 최대한 개방적으로 하려고 한다. 우선 의사 결정 기구를 세대 통합적으로, 20~60대로 구성하려고 한다. 20대가 깍두기가 아니라 의사 결정의 중심일 수 있도록." 

-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려면 '바꿈' 활동가들의 역할이 중요하겠다. 
"아까도 얘기했듯 이 활동은 네트워크로 이뤄진다. 각 분야 단체와 활동가들을 잇는 것이고 '바꿈'의 상근 활동가 숫자를 최소화할 것이다. 일종의 아메바형 활동이랄까?(웃음) 영양소가 충분하면 분열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하듯, 수요가 많이 늘면 계속 분열할 수 있을 것이다. 소수의 기획이 아니어야 성공할 수 있고, 또 시민에게 더 열릴 수 있다." 

- '바꿈'을 준비하는 과정에 공교롭게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취급한 과거사 사건을 수임,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인데...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우연찮게 시기가 겹쳤는데... 제 입장은 지난 1월 보도 자료를 내 설명을 드렸고 수사가 진행 중이라 그 이상 말씀드리긴 부적절한 것 같다. 다만 수임 비리라는 건 변호사가 경제 활동을 하다가 무리했다는 셈인데, (제가 문제의 사건 수임을) 경제적 이유로, 아니면 부당한 이유로 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어쨌든 바꿈 기획에는 저도 n분의 1로 참여하고 있으니, 검찰 수사 등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도 안 되고." 

- 산을 좋아하는 편인가? 사무실에 그림이 많다. '우공이산' 서화도 있고. 
"'우공이산' 왼쪽에 보면 '무오년 봄에 대전에서 조소당이 씀'이라고 적혀있다. 조소당은 신영복 선생님 아호다. 제가 인권운동사랑방 운영위원할 때 받았다. 무오년이 1979년이고, 대전은 비전향장기수들이 모여있던 곳이다. 옥중에서 쓰신 글씨다. 그분이 1979년의 봄이라는 시점에 어떤 마음으로 쓰셨을까...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많이 생각해봤다. 전망은 어둡고, 본인은 (감옥에) 갇혀 있던 시기였으니까." 

- 다시 산을 옮겨야 할 텐데. 
"산을 옮기지 않고, 제가 산으로 가면 되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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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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