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메르스 병원 비공개', 법에 따른 걸까?

정부, 지금이라도 정보공개법 따라 제대로 절차 밟아야

프레시안 2015.06.04.


전진한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설립준비위원, 알권리 연구소 소장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국가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유치원과 학교에서 야외 활동이 취소되거나 휴교령이 잇따르고 있고, 동네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메르스에 대한 지나친 공포를 조성하는 건 문제이지만, 애초에 이 문제를 원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정부의 무책임이 이번 사태에 크게 한몫했다.

 특히 병원에서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병원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공포가 더 퍼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각종 확인되지 않은 병원 정보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되고 있는데도, 이 와중에 광주에서는 괴담 유포자가 검거되어 큰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분석해 보도록 하자.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발생해 시민들이 혼란에 빠진 적이 있다. 쇠고기 원산지 표시위반 음식점 이름 공개, 구제역 매몰지 공개, 화학물질 관리업소 현황 등이 문제가 되었을 때 시민 사회에서는 공개를 요청했다. 정부는 처음에는 비공개로 일관하다가 몇몇 사례를 공개로 전환했다.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한 병원 정보 공개 논란도 위의 사례와 비슷한 상황이다. 병원 정보가 공개되면 해당 병원은 극심한 영업 손실과 신뢰성 훼손이 불가피하고, 그 병원을 이용하고 있거나 입원해 있는 환자들도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병원에서 감염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일반인에게 무작정 비공개 원칙을 고수해서 사회적 불안감을 높이는 건 더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사태들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고, 그때마다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 문제를 지금이라도 법적·제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 한 개발자가 언론이 공개한 메르스 확진 환자 사망 병원과 시민들이 제보한 감염 환자가 다녀간 병원을 구글 지도 위에 표시한 '메르스 확산 지도(http://www.mersmap.com)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더 이상 국가에게 기대할 바가 없다는 것을 시민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정보공개법 916호에는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하게 되어 있다.

 다만 이 조항에는 두 가지 예외가 있다. '사업 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危害)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위법·부당한 사업활동으로부터 국민의 재산 또는 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법인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더라도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과 맞아떨어지는 법 조항이다. 이 조항에는 영업이익과 국민적 알 권리를 균형적으로 판단하라는 법정신이 내포되어 있다. 다만 수많은 쟁점이 숨어있기에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고, 많은 토론과 고민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토론과 고민의 과정을 다루는 곳이 바로 정보공개법상 구성된 정보공개위원회와 각 부처 및 자치단체별로 구성되어 있는 정보공개심의위원회다.

 필자가 정보공개심의위원회(서울시)에 직접 참가해보면, 사안별로 놀랍도록 쟁점이 다양하고 고민해야 할 지점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이처럼 쟁점들을 검토하는 행위를 '공익검증제도' 또는 '이익형량평가'라고 한다. 공공기관은 어떠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문제에 차분히 대처하며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산하에 구성되어 있던 정보공개위원회는 이명박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산하로 격하되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별로 구성된 정보공개심의위원회 역시 서울시 및 경찰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관이 서면심의로만 이루어지는 등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서도 병원 정보의 공개 여부를 어떤 단위에서 논의했는지도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만일 몇몇 사람의 판단만으로 정부가 병원 정보를 비공개하기로 일관했다면, 이는 적절치 않다. 정부가 민감한 정보를 일방적으로 비공개하기로 했다면, 시민이 무지하고 쉽게 선동되어 계몽해야 할 대상이라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5일 보건당국이 메르스 확산 진원지로 평택성모병원을 공표했다. 5월 15일~25일에 평택성모병원을 방문한 사람은 모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의 뒤늦은 대응으로 인해 우리는 대략 한달 동안 메르스를 방치한 셈이다. ⓒ연합뉴스 


 결론적으로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병원 정보는 정보공개법 제916호에 따라 공개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이고, 그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시민에게 상세히 설명해야만 한다. 개별 병원의 피해는 정부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다.

 유언비어는 정부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때 더욱 기승을 부린다.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시민의 불안한 심정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무작정 이를 처벌하거나 막는다고 해서 진정되지 않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메르스 사태가 하루속히 진정되어야 하지만, 이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관련 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할지 신중한 판단을 하고, 시민에게 설명 책임을 다하는 등 최선의 대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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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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