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토요일 오후, 50명 남짓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였다. 촛불투쟁으로 교체된 정부가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면서 2017년 대선 이후부터 한국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는 뜨거운 이슈가 되어 왔다. 그 정책의 대상이 되는 노동자들, 간접고용, 특수고용, 사회서비스, 예술인, 기간제 노동자들, 그리고 무기계약직 노동자들과 일군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정부 정책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할 말이 많다. 그 정책이라는 것이 오히려 노동자들의 현실을 흔들거나, 또 다른 비정규직으로 옮아갈 것을 요구하거나, 오히려 양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할 말 있는 노동자들의 수다회 “비정규직, 모여라”]는 그래서 꼭 필요한 자리였다. 이 갑갑한 현실에 폭풍 수다를 떨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였다. 

예술인 노동자들은 사회보장을 확대해 주겠다는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 보장이 아니라 자영업자와 같이 임의가입 형태로 보장하겠다는 것에 할 말이 있다.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노동이 공적 서비스로 행해지는 것이어야 함에도 대부분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문제를 느끼고, 정부의 사회서비스 공단을 통한 서비스 제공과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관심을 두었지만 정부 정책은 ‘선언’에 그치고 있는 현실에 불안이 크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종속성 운운하며 노동조합을 할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할 말이 많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직접고용 정규직화 하겠다고 했지만 자회사라는 방식으로 또 다른 간접고용을 강요하는 현실에 할 말이 많다. 공공부문에 대해서 비정규직 제로를 특히 내세웠지만, 기간제 교사, 비정규직 교수, 돌봄교사 등 정부 대책에서 제외되어 평생 비정규직 인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노동자들도 모였다.  차별받고 고용불안이 잔존하는 또 다른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노동자들도 함께 자리했고, 자본의 손해배상청구로 인해 고통당하고 노동권을 억압당하고 있는 손배소 피해 노동자들도 같이 모였다.

먼저 모인 이들이 한명씩 자기소개를 하고, 투쟁하는 이야기,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50여명이 한명씩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 시간 남짓 진행되었지만, 모두가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같은 현실과 같은 투쟁도 있고, 전혀 몰랐던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야기도 있었다. 그렇게 귀를 기울여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모둠 토론에 들어갔다. 인사를 나누는 시간 동안 궁금했던 서로에 대한 질문과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모둠별로 해당되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의미 있는 점, 한계나 문제가 있는 부분들, 바꿔나가야 할 정책의 내용이나 노동자들의 의견을 모았다. 30분이라는 토론 시간은 금새 흘러갔다.

모둠토론을 마친 이후에는 각 모둠의 토론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간단히 핵심 요약 발표를 요청하는 사회자에게 “짧게는 못해요”라며, 모둠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신나게 풀어놓았다. 정부 정책이 늘 노동자들에게는 마음에 안들고 성에 안차지만, 그것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현장에서 문제되는 것들과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내용이 부족하거나 방향이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비판도 하고, 노동자의 입장에서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의견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정부 정책에 대해 함께 평점을 매기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1점부터 10점까지, 만점은 있지만 0점은 없는 점수매기기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의 평점은 매우 낮게 나왔다. 토론모둠이 구성되지 못해 정책에 대한 평가만 진행한 ‘최저임금 (2020년까지) 1만원 정책’이 3.9점으로 가장 높았고, 노조할 권리 보장-손배소 금지 정책이 2.58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당사자들에게 10점 만점에 절반도 받지 못하고 있는 정부 정책, 이제라도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제대로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모두 할 말이 너무도 많지만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공연히 선언하면서 오히려 그 목소리가 감추어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지금까지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권리를 보장해야 할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활용하며 차별과 고용불안을 겪게 해 왔는데, 그런 현실을 제대로 바꾸어 내기 위한 정규직화에 대해 오히려 ‘특혜성 혜택’이라거나 ‘공정성’을 해친다거나 하는 이유로 목소리를 내는 것을 가로막혀 왔었다. 잘못된 현실을 교정하자고 요구하는데 이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억지 주장을 하는 것처럼 내몰리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다른 사회주체들의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권리를 박탈당해 온 것이 마치 없었던 일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러한 현실속에서 노동자들은 다시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기 위해 단결과 연대, 그리고 투쟁을 이야기한다. 정부에도 바라는 것이 많지만, 그것들을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크다. 

그래서 세시간의 토론회를 함께 한 노동자들은 같은 문제를 가진 이들끼리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이후에도 함께 해 나갈 것을 서로에게 약속했다.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같은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느낀 자리였다. 우리부터 더 많이 함께 해야 조금 더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고, 우리의 목소리를 더 크게 내야 세상에 울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시간이었다

Posted by 바꿈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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