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오래된 것은 죽어가고 있으나 새로운 것은 탄생하지 못한 시기이다. 

_안토니오 그람시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청년이 사고로 죽었습니다. 19살. 비정규직 수리공이었던 그의 가방에서 나온 컵라면 하나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2011년,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 라는 글을 남긴 한 30대 작가는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요절했습니다. 

  

청년 문제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방구석, 학교 도서관, 고시원이나 학원에 숨겨져 있거나, 편의점이나 식당 등지에서 알바를 하는 ‘열정과 노력’으로 포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구의역에서 컵라면 하나 가방에 넣고 사고로 죽은 청년과 남는 밥과 김치 좀 달라며 죽은 청년의 이야기는 어쩌면 며칠 전 당신의 식사를 서빙하던 청년의 내일일 수 있고,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바코드를 찍던 알바생의 삶과도 맞닿아 있을지 모릅니다.  

비단 불우한 청년 몇몇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청년세대를 착취하는 사회적 구조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힘들게 대학을 가도 높은 등록금에 시달리고, 졸업하면 더 높은 취업의 벽에 부닥칩니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살고자하는 집을 구하는 것도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게 청년들이 진 빚은 늘어만 가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년들 역시 줄어들지 않고있습니다.

  

철저한 경쟁 사회, 약육강식과 천박한 자본주의가 성공의 척도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 인생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푸르름의 대명사인 ‘청년’ 이라는 이름은 너무나 가혹한 단어일지 모릅니다. 오히려 흙수저, 금수저로 상징되는 부의 되물림 속에서 무한경쟁 하는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더 어울리는 표현은 아닐까 합니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던 담론과 의제는 점차 낡고, 사라져 가는데 미래를 채워나갈 청년들의 현실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습니다. 당면한 문제를 청년 개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단지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로 탓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결함이 심각합니다. 지금 청년들의 삶이 이상한 게 맞는다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이 바로 ‘위기’입니다.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은 위기의 시대에 새로운 것을 이끌어 내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새것은 결국 청년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확산하는데 있습니다. 지난 1년간 바꿈은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노력해왔고, 이 책은 그러한 노력의 작은 성과물 입니다.

  

이 책에는 청년들이 함께 모여 나누었던 ‘스토리’가 있습니다. 임신했다고 해고당한 청년, 숱한 성희롱과 차별 그리고 야근에도 회사를 참고 다녀야하는 청년, 비정규직을 전전하고 실습생의 부당함을 이야기하는 청년이 있습니다. 채식주의자, 성소수자, 남성 페미니스트와 에이즈 환자와 장애인을 지켜본 이들도 있습니다. 직업군도 다양합니다. 개성공단에서 일했던 청년, 유치원 선생님, 전직 기자, 자영업자, 노동조합, 시민단체 활동가, 프로게이머까지 있습니다. 우리 사회 청년들이 얼마나 다양한 곳에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그리고 약자라는 이유로, 을(乙)에 속한다는 이유로, 소수라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차별과 혐오 그리고 편견에 싸워야했는지도 꺼내어 놓았습니다. 

  

이 책에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거대 담론과 구상이 담긴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단지 청년하면 떠오르는 표상적인 단어들을 나열하지도 않았습니다. 청년 담론을 넘어 청년이 주도하는 사회를 꿈꾸고 그 이야기를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노동, 정치, 사회, 환경, 여성, 인권, 통일 그리고 게임 분야까지, 지금 청년들이 몸으로 직접 부닥친 다양한 현실을 다룰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지난 1년 간, 각 분과별로 매달 한 차례 이상의 모임을 가져왔습니다. 참 수많은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냉소적인 청년들도 많았습니다. 매번 이야기해 왔지만 현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청년들에게 거짓 희망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지난겨울, 광장에서 타오른 촛불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었습니다. 수많은 목소리들의 힘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그 촛불에 기대 이 책에 나온 청년들의 현실이 변화와 희망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봅니다.


끝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때로는 갈등이 있었고 때로는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지만 마침표를 찍어준 필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각 분과별로 코디 역할을 수행하며 청년들의 토론과 논의를 이끌 접점이 되어준 권윤섭, 박영민, 자유, 추재훈, 조민정, 황희두, 박승하 코디분들께 특별히 더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 책의 기획을 위해 모임을 지원해준 서울시와 출판에 애써주신 <민중의 소리>에도 감사드립니다. 불확실한 기획으로 투박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공유하고 기록한 이 책 한권은 비록 작은 성과에 불과하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큰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독자들께서 청년들이 다룬 여러 이슈를 한 번 더 공유해주고, 조금 더 관심을 보여주신다면 낡은 시대와 가치를 넘어, 더 많은 공감과 사회적 목소리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시대적 위기도 슬기롭게 이겨내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변화는 늘 작은 곳에서 시작합니다. 앞으로도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은 ‘청년’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는 청년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바꿈의 활동에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2017년 여름

42명의 필자를 대신해 홍명근(바꿈 상임활동가 드림)




머리말 - 거듭나기를 꿈꾸며 

  

1부 노동 - 취업과 회사, 우리 안의 이야기 

서른한 살, 내 꿈은 한국을 떠나는 것 - 에이삐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의 삶 - 프리하고 싶은 프리랜서 

바다 위의 졸음 - 나보배 

부장님은 왜 이러실까? - 권윤섭 

취직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겁니다 - 이동철 

실습생 문제를 해결해야 제2의 ‘김군’을 막을 수 있다 - 김종민 

경력 15년차 헤어디자이너입니다 - 우은정  

  

2부 여성 - 세상 그 간극 넘어 

그 여성들은 왜 사라졌을까? - 갱 

당신의 게임 속 그녀가 소비되는 방식 - 양혜진 

‘생리’에 어긋난 사회 - 박영민  

채식주의자, 에코페미니즘을 말하다 - 박지원 

우리를 가두고 있는 코르셋 - 정 

분노와 용서 사이, 그 어딘가 - 두호 

  

3부 인권 - 여기 사람 있어요 

게임의 법칙, 대형스포츠 이벤트의 베일에 가려진 살기 위한 목소리 - 자유 

대학교에서 장애인을 본 적 있으신가요? - 김민해 

박근혜, 최순실도 인권이 있을까? - 조응 

윤가브리엘에게 향한 낙인의 흔적을 지우고 싶다. - 정욜 

대학 내 성소수자 혐오와 탄압, 그리고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대표자들 - 동그리 

동물실험 그날 - 윤종훈 

  

4부 통일 - 통일을 위한 청년은 있다 

나는 딱 하나 남은 ‘북한학과’ 학생입니다 - 추재훈 

나는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 박아람 

나는 개성공단에서 일했습니다 - 임지훈 

우리가 올 줄 알았지? 국가보안법이 바꾸어버린 한 청년의 삶 - 김한태경 


5부 환경 - 청년, 환경을 말하다 

미래에 ‘코털인간’이 생긴다고? - 장아림 

우리가 몰랐던 종이의 삶 - 진주보라 

환경권을 박탈당한 청년들 - 이동이 

정형화된 결혼식은 거부한다, 웨딩에 환경을 더하다 - 이우리 

사회 다양성을 추구하는 삶, 환경운동가 - 김현경 

우리는 꽃들의 이름을 잊었다 - 심규원 

  

6부 사회 - 대한민국, NO라고 말하기 

도시라는 동물원, ‘불임 권하는 사회’ - 전병조 

‘NO’를 외치는 사람들 -인권활동가들의 인권현황- - 여재희 

020 청년 활동 그리고 노동문제 - 남동진 

결국 ‘노오오오오력’의 노예 - 국도형 

  

7부 게임 - 무엇이 게임을 욕하게 하는가? 

프로게이머 탄생과 게임의 흐름 - 유회중 

e-스포츠 종주국 한국의 프로게이머 해외 진출 - 길지영 

사이버 동북공정, 전부 다 빼앗길 것인가? - 황희두 

정말 죄인일까? 사회가 게임에게 씌운 누명 - 홍지연 

폭력적인 게임이 범죄자를 만드는 게 아니다 - 한동훈 

  

8부 정치 - 정치하는 청년, 청년이 하는 정치 

청년이 정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 - 박승하 

세상을 바꾸는 힘, ‘정치하는’ 청년 - 이성윤 

새로운 정치의 시작을 위한 청년 정치 활성화 - 박규남 

이용당하기 싫으면 이용해라! - 박재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진실이나 정직, 사회 정의와 관계없이 이익만을 추종하는 인간사를 빗대 나온 속담이다. 최근 벌어진 박근혜, 최순실과 그 부역자들의 국정농단이 비근한 예다. 대통령 자격 미달자 박근혜의 사리사욕과 버티기 생떼……, 끝내 천만 촛불은 하늘을 가린 손바닥을 걷어내고 말았다. 


한국 사회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 많았고, 감춰진 진실은 다양한 형태로 그 실체를 드러냈다. 통쾌하게 진실이 밝혀진 경우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가슴 아픈 사건사고로 이어진 뒤 알려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는 19살 비정규직 청년의 죽음이 그랬고,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30대 작가의 자살이 그랬다. 그런 일이 있고서야 ‘바꾸자.’는 말이 나왔고, 흡족하지 않은 대책이 발표되는 식이었다. 


<청년 사이 꿈을 묻다>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날것 그대로 까발린다. 더 이상 가슴 아픈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실을 담아낸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세대를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예를 들면 ‘힘들게 들어간 대학에서 비싼 등록금에 시달리고, 졸업한 뒤 높은 취업의 벽에 부닥치고, 어렵게 취업해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신음하고, 그것도 비정규직으로 전전하며 비싼 집세 걱정을 해야 하는 현실’을 여과 없이 그려내 한국사회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이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쉽게 읽힌다는 점이다. 에세이 형식의 글뿐만 아니라 글의 주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카드뉴스’ 식의 슬라이드가 도입부에 배치돼 읽는 이의 이해를 돕는다.  

  

<청년 사이 꿈을 묻다>는 청년들이 썼지만 묵직하다. 청년 42명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임신했다고 해고당한 청년, 숱한 성희롱과 차별 그리고 야근에도 회사를 참고 다녀야 하는 청년, 비정규직을 전전하고 실습생의 부당함을 이야기하는 청년’이 저작에 참여했다. ‘채식주의자, 성소수자, 남성 페미니스트와 에이즈 환자와 장애인을 지켜본 청년’도 함께 했고, ‘개성공단에서 일했던 청년, 유치원 선생님, 전직 기자, 자영업자, 노동조합, 시민단체 활동가, 프로게이머’ 등 다양한 직업군의 청년들’도 가세했다. 무엇보다 이 책이 힘이 있는 이유는 생지옥인 한국 사회를 비판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희망의 낱알을 심어내고 있다는 점에서다. ‘청년 담론을 넘어 청년이 주도하는 사회를 꿈꾸는 청년들의 이야기’는 여태까지 봤던 그 여느 책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 '바꿈(세상을 바꾸는 꿈) 청년네트워크(change2020.org)'는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는 2030 청년들의 모임입니다. 2017년 각 사회적 의제별로 청년들의 주도적인 목소리를 담고자 노동·여성·인권·통일·환경·게임·정치·연극 등 8개 분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2017년 7월에 출판된 '청년 사이 꿈을 묻다'는 평범한 청년 42명의 이야기이자, 그들이 직접 경험하고 느꼈던 우리 사회의 모습과 자신의 삶을 동시대의 청년에게 날것 그대로 전하고 묻고 답한 기록을 담은 책입니다. 2017년 현재, '청년 담론을 넘어'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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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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