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우리미래 공동대표)


매주 토요일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였다. 100만명이 모인 광장에선 사람들의 열기가 영하의 추위를 녹이고 있었다. 10년 전에도 나는 촛불을 들고 광화문광장에 있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던 그 현장에서 나는 처음으로 현실정치가 교과서의 정치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나라 헌법 제 1조 1항과 2항이다. 10년 전에도, 지금도 헌법에 명시되어있는 이 정의는 헌법에 명시만 되어 있을 뿐 현실에선 적용되고 있지 않는 듯 하다. 그저 이상적인 글로, 단지 좋은 글로 남겨두지 않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정치참여가 필요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정치참여에 대한 인식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번 계기를 발판삼아 우리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투표하는 청년’에서 ‘정치하는 청년’으로의 탈바꿈이다. 언론, 학자를 포함한 기성세대들은 청년들에게 선거날 놀지 말고 투표장에 나갈 것을 매번 주문했었다. 


2012년 대선 2030세대의 투표율은 69%였으니 전체 투표율이 75%였음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투표율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청년의 삶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대학등록금이 비싸다는 건 10년 전부터 이야기가 나왔고 최근 3년에는 최저임금을 올려달라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정치권을 향했다. 하지만 대학등록금은 여전히 비싼 채 선거철에만 나오는 이슈가 되었다. 최저임금은 매년 조금씩 오르고 있지만 지금 속도로 언제 1만원이 될지 알 길이 없다. 왜 청년들의 목소리는 정치권에 반영되지 않을까? 왜 청년이슈는 매 선거철 모든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우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만 남아있을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투표하는 청년’으로 즉, 정치의 객체로 남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투표를 하면 세상이 바뀔꺼라는 잘못된 믿음이 우리를 정치의 객체로 머물게 했다. 


등록금과 임금을 비롯한 주거문제, 육아문제 등 청년이슈들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청년정치인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청년 유권자 비율은 40% 가까이 되지만 300명의 국회의원 중 청년국회의원은 1%인 3명 뿐이다. 이 3명도 사실상 청년국회의원이라고 볼 수 없다. 새누리당 신보라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청년정책 중 하나인 청년배당을 강하게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 김해영의원은 40대가 되면서 사실상 청년의원으로 볼 수가 없게 됐다. 국민의당 김수민의원은 시작부터 리베이트 사건에 휘말려 곤욕을 치러야했다. 이정도면 사실상 20대 국회에 청년국회의원은 없다고 봐야한다. 최소한 청년유권자 비율에 가까운 120명의 청년국회의원은 있어야 청년문제가 국회에서 다뤄지고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균 연령 55.5세의 20대 국회의원이 과연 청년의 삶을 공감할 수 있을까? 1억이 넘는 연봉을 받는 정치인들이 시급 6,470원 받는 청년의 삶을 대변할 수 있을까? 나는 불가능 하다고 생각한다. 정확하게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 11월 16일은 2017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었던 날이다. 5년 전에 수능을 봤던 나는 올해 수능 날짜가 언제였는지, 올해 입시제도는 어떻게 바뀌는지 모른다. 더 이상 수능이 ‘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루 10시간 학교에서 공부하는 고등학생들의 삶이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장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해야하는 나는 고등학생들의 인권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평균나이 55.5세의 국회의원들이 2030세대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공감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각 세대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세대가 직접 정치에 뛰어들어야한다. 18세 선거권 보장이 이슈인 지금 나는 선거권 뿐만 아니라 피선거권까지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학교 내에서 이뤄지는 주입식 교육, 비정상적인 교육시간, 강압적인 학교 문화, 서로를 죽이는 경쟁문화를 해결할 수 있다. 고등학생의 삶은 누구보다 고등학생이 더 잘 알고, 청년의 삶은 누구보다 청년이 더 잘 대변할 수 있다. 유권자 비율 40%에 맞춰 최소한 120명의 청년 국회의원은 있어야 한다. 청년의 문제를 정치권에서 다루고 해결하려면 ‘투표하는 청년’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는 청년이 정치를 해야한다. ‘투표하는 청년’에서 ‘정치하는 청년’으로 탈바꿈 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표만 해서는 우리의 삶이 변하지 않는다.


새로운 정치 판을 짜기 위해서도 ‘청년’이 정치권에 많아야 한다. 2012년 시민들은 안철수에게 새정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새정치가 무엇인지는 누구도 정의할 수 없었다. 누구는 지역구도를 타파하는 것을 새정치라 얘기했고, 누구는 정경유착을 근절하는 것을 새정치라 했다.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것을 새정치라 정의한 사람도 있었다. 나는 새로운 주체들이 나서 기존에 없었던 전혀 다른 방식의 정치를 시작하는 것이 새정치라고 생각한다. 2017년인 지금, 십상시가 존재하고 친박, 친문과 같은 계파정치가 아직도 정치권에 존재한다. AI가 인간과 바둑을 둬 이기는 오늘이지만 조선시대에나 있을법한 정치가 여전히 여의도에서 진행되고 있다. 


촛불은 불면 꺼진다는 어느 국회의원의 망언에 시민들은 꺼지지 않는 스마트폰 플래시를 들고 나왔다. 2017년 촛불은 스마트폰 플래시로 진화했지만 국회의원은 여전히 바람으로 불을 끌 수 있다는 구시대적인 발언과 발상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 이제는 2017년에 맞는 정치를 해야한다. 2017년 정치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정보)과 정치의 결합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보화시대에, 스마트폰에 최적화 된 세대가 바로 청년들이다. 인터넷과 정치의 발칙한 결합을 청년들이 시작하고 있다. 이미 그 움직임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정치 스타트업 ‘와글’과 개발자 협동조합 ‘빠흐티’에서 개발한 국회톡톡은 입법 청원 플랫폼이 대표적인 예다. 


시민 누구나 입법제안을 할 수 있으며 이 제안 지지자가 1천명이 넘으면 국회의원들에게 입법제안이 전달된다. 그리고 이에 동의하는 국회의원이 법안을 만드는 구조이다. 온라인과 정치가 접목되고 있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직접민주주의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청년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다. 발전된 기술과 정치의 결합, 이것이 새정치의 시작라고 생각한다. 인터넷과 정치를 접목한 이런 트렌드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었다. 뉴질랜드 ‘루미오’, 미국 ‘브리드게이드’, 스페인 ‘디사이드 마드리드’ 등이 대표적이 예다. 미디어와 정치를 결합한 새로운 정치판을 청년들이 짜고 있다.


부패할대로 부패해진 일부 정치인에 비하면 청년은 깨끗하다는 장점도 있다. 가진 게 없으니 깨끗할 수밖에 없다. 무릎 꿇는다고 깨끗해지지 않는다. 몇 번의 대국민 사과로는 청렴해 질 수 없다. 새로운 세대를 주축으로 하는 새로운 정치만이 새정치가 될 수 있다.


청년의 정치참여를 이야기 할 때면 “청년들이 뭘 아냐?”, “무엇을 믿고 이 나라 정치를 맡기냐?”는 질문을 몇 번 듣곤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새 시대를 연 것은 늘 청년들이었다. 젊은 화랑들이 신라의 주축이었고, 일제와 맞서 독립을 외친 많은 독립운동가들도 그 시대의 청년들이었다. 독재자 끌어내리고 민주화시대를 연 세대 역시 그 시대의 청년들이었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위 두 질문에 산 증인이자 답변이 아닐까. 


우리의 모든 일상이 곧 정치이다. 내가 내는 등록금, 내가 받는 최저임금, 내가 사는 집, 결혼, 육아, 취직 이 모든 것이 정치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정치를 혐오하고 무시하면 내 삶은 바뀌지 않는다. 더럽고 비열하지만 그래도 내 일상을 바꾸는 가장 빠른 길은 정치를 바꾸는 것이다. 정치는 더럽고 기존 여당은 부패했으며 야당은 무능함의 끝을 보여줬다. 이제는 색다른 정치를 해야한다. 엘리트 중심의 정치가 아닌 평범한 시민들의 정치를 여의도에서 해야 한다. 부패한 여당 대신 깨끗한 청년이 나서야 한다. 무능한 야당을 교체할 새로운 기술과 세대가 필요하다. 정치가 평범한 청년들의 의지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이제 답은 하나다. 


평범한 청년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하는 청년’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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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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