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근(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문재인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연일 뉴스에서 보도되는 사드문제와 해묵은 숙제인 북핵문제, 일본과 위안부 합의 재협상 등 산적한 외교·안보 현안 속에 꼭 잊지 말아야 한 가지가 있어 이렇게 편지를 전합니다. 바로 ‘개성공단’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개성공단은 작년 2월 폐쇄되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개성공단 중단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 외화유입 차단 위한 것" 이라며 국회에서 국정연설을 했지만 그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개성공단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남북관계의 숱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남북교류협력의 상징처럼 버텨왔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제재조치인 5.24조치로 남북교류가 전면 중단되었을 때도 개성공단만은 유일하게 남아 전체 남북교류의 99%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개성공단 하나만으로도 전체 남북교류협력이 오히려 증가하는 이상 현상도 있었습니다. 


대북제재로 신규투자가 금지되었음에도 개성공단이 성장세가 지속된 것은 개성공단이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개성공단은 남과 북 모두 win-win 하는 남북경협사업입니다. 저렴한 노동력과 인접성, 같은 언어 사용하면서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한 개성공단은 지난 10여년 간 30배 넘는 성장을 해왔고, 남북 노동자는 5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이 모든 게 3단계로 계획된 개성공단 계획 중 1단계의 일부일 뿐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개성공단 그 자체가 한반도 ‘평화’였습니다. 한반도 위기 상황이면 남북대화의 창구로서 상호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개성공단을 출구전략 없이 무작정 폐쇄하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남북경협 기업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고, 관련 종사자들과 거래처, 관계 업체들 모두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통일과 관련된 꿈을 키운 청년들의 바람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개성공단 관리위원회에서 일하고 싶었다는 한 20대 청년은 대학때부터 학생회, 대외활동 모두 ‘통일’에 집중해왔다고 합니다. 실제 북한대학원대학교에도 진학하고 입학금도 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입학한지 한 달만에 개성공단은 폐쇄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합니다, 


개성공단 상황실에서 일했다는 30대 청년도 만났습니다. 남북관계 악화에도 불구하고 그는 북한사람과 함께 일하는 동안 북한사람은 그저 동료였다고 합니다. 작은 통일과 탈분단이 이루어지는 곳, 그곳이 개성공단이었다고 이야기한 그는 남북관계 악화로 고작 1년 전 일을 옛날 이야기처럼 느끼는 듯 했습니다.


대학 학과 중에는 이제 동국대 북한학과만 남았습니다. 고려대는 작년 ‘북한학과’를 ‘통일외교안보전공’으로 개편한다고 합니다. 이에 앞서 2006년에는 관동대 북한학과가 폐지되었고, 2008년에는 선문대 북한학과가, 2010년에는 명지대 북한학과가 문을 닫았습니다. 하나 남은 동국대 사정도 좋지 않습니다. 최소 규모의 정원만 유지하며 폐과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남북경협이 모두 중단된 와중에 그들이 ‘북한’이라는 현실적으로 특화된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 합니다. 


남북교류 중단은 청년세대 통일인식 악화로도 이어졌습니다. 2015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과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20대는 20.3%로 30대(30.6%), 40대(27.1%), 50대(33.7%)보다 더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20대는 74.5%가 가능하다고 응답해 30대(71%), 40대(70%), 60대 이상(68.8%) 보다 더 높아 심각한 안보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내일이면 미국으로 떠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건 개성공단은 북핵이나 사드 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과는 별개의 ‘민족 내부의 문제’라는 점을 미국에 전달하고 설득하는 것입니다. 실제 도라산역을 방문하면 그곳에는 ‘입국’ 대신 ‘입경’ 이라고 쓰여 있고 ‘출국’ 대신 ‘출경’ 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헌법상에 나와있듯이 남북은 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중앙 간판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이곳은 남쪽의 마지막 역이 아니라 북쪽으로 가는 첫 번째 역입니다.’ 



무엇보다 그곳에는 미국 부시 전 대통령이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과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교류협력을 의미를 되새기며 서명한 철도 침목이 놓여있습니다. 미국 부시 대통령 서명은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이 철도가 한민족을 이어주기를 기원합니다.’ 즉 미국도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교류협력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 박근혜 정권은 통일대박의 헛된 구호와 통일준비위원회, DMZ세계평화공원 같은 의지와 실천 없는 거짓말로 남북관계의 기대와 전망은 늘 실망으로 끝났습니다. 그럴 때 마다 생각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바로 김대중-김정일 두 정상이 손을 맞잡은 6.15 남북공동선언과 노무현-김정일 두 정상이 만났던 10.4 남북공동선언의 감동이었습니다. 그때는 한반도에 갈등과 대립이 아닌 평화와 번영이 함께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개성공단이 있었습니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내일부터 진행될 한미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삼아 남북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 리더십을 기대해봅니다. 6.15, 10.4 그 때처럼 말입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