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밥 먹여 주면 좋겠다.

[인터뷰] 극단 99도 홍승오, 진한나씨



‘지옥고’

2017년, 대한민국 청년 주거 문제의 단상을 보여주는 단어다. ‘지옥고’란 ‘지’하방과 ‘옥’탑방, ‘고’시원이 합쳐진 신조어다. 2015년 서울에서 혼자 사는 청년 중 약 70%는 소득의 30%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으며 23%는 무려 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다. 서울 거주 청년 10명 중 2명은 주거 빈곤 상태인 셈이다. 


이와 같은 청년주거빈곤시대 ‘고시원’을 주제로 청년예술인의 삶을 그린 창작연극이 있다. 청년들이 직접 기획·연출·출연은 물론 실무까지 진행한 ‘고시원의 햄릿공주’ 다. 본 연극은 지난 5월 14일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삶을 연극으로 재조명하기 위해 노력중인 극단99도 홍승오 대표와 진한나씨를 만나보았다. 


“사람들은 예술을 하면 당연히 가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홍승오씨와 진한나씨는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만든 극단99도에서 연극을 하고 있다. 지난 14일 막을 내린 ‘고시원의 햄릿공주’는 청년예술인에 대한 편견과 어려움을 해학적으로 담고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자살이 자꾸 늘어만간다. 이를 본 염라대왕은 청년들의 자살을 막고자 두 명의 저승사자를 이승에 내려보낸다. 청년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고시원에 도착한 두 명의 저승사자는 그곳에서 주인공 ‘정소정’을 만난다. 희극을 쓰는 정소정은 주거빈곤,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무너진 자존감, 불안한 미래,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하나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두 저승사자는 정소정의 자살을 막으려고 노력해보지만…….


진한나 - “청년 예술인들의 삶을 대중에게 좀 더 가볍게 공감하고자 하는 게 핵심이었어요.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너희들이 좋아하는 거 하고 있으면서 왜 징징되냐고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게 참 어려운 문제인거 같아요.” 


실제 극단 99도를 비롯해 대학로 청년극단들은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청년 창작극은 관객 동원이나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출연료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연극을 올리는 것 조차 쉽지 않은 형편이다. 배우들은 자연히 연극보다 아르바이트로 내몰린다.


홍승오 - “연습시간 외 시간에 알바를 하는데 편의점이 많아요. 실제 고시원의 햄릿공주에 출연한 배우들도 보면 공연 끝나면 저녁에 알바하러가고 다시 와서 연습하기도 해요. 더 안타까운 것은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연극이 본업이니 관련된 일을 하면서 부수입을 얻으면 좋은데 구조적으로 그렇지 못한 게 아쉬워요.”


진한나 - “게다가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면 집세와 생활비 등의 지출이 껑충 뛰어올라요. 그렇다보니 지방에서 올라온 청년예술인들은 자연스럽게 고시원에 몰리게 되요. 고시원이 원래는 고시 공부에 집중하기 위한 공간인데 어느덧 또 다른 주거 공간이 되어버린 셈이죠.” 


17년 간 그림을 그린 일러스트 작가 난나의 죽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이 삶 자체를 파괴한다는 점이다. ‘고시원의 햄릿공주’ 주인공 정소정의 실제 모티브가 된 일러스트 작가인 난나가 대표적이다.  


진한나 - “‘난나 작가는 17년 동안 일러스트를 그린 작가에요. 난나 작가의 일러스트는 인기도 있었고 <문화일보> <시사인> 등에 게재 될 정도로 인정받았어요. 누군가는 삽화를 글 속에 들어가는 부속품 정도로 생각하지만 하나의 예술 장르로서 작품성도 있다고 평가받았어요. 그러나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실제 난나 작가의 삶은 그림을 그리는 동안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난나 작가는 논술학원에서 알바를 병행해야 했다. 학원 알바 이후 너무 바빠 작업하기도 힘들어 했다. 이렇다 할 만한 롤모델도 없었고, 월세가 밀릴 때도 있었다. 친구들을 만나기도 어려워졌고, 가족들과 교류도 줄어갔다. 그렇게 난나 작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난나 작가의 유서의 내용은 고시원의 햄릿공주 연극 첫 장면에 인용되었다.


‘나는 나를 잃어가는 게 싫어. 이 편지가 네게 갔을 때는 방황이 끝나 있을 거야.’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연극하면 안 된다.


문화예술 활동은 고정적 수익이 담보되는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 수준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전업으로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홍승오 - “오랫동안 연극을 해온 기성 연극인도 먹고 살기 어려워요. 심지어 최근 10여년 간 문화예술 분야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지면서 역사가 30년씩 된 극단들도 지원받지 못하고. 연극제 일주일 전에 극장을 닫아버린 일도 있었어요. 이런 상황에 청년 연극인까지 생각할 여력 자체가 없는 거 같아요.”


그렇다면 이들은 이렇게 힘든 연극을 왜 하는 걸까? 

홍승오 -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사실 연극 하면 안 됩니다. 아무래도 좋아서하는 게 가장 큰 거 같아요.”


예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진한나 - “외국에서는 삽화를 따로 모아 전시회를 하기도 해요. 예술적 지위나 대우도 달라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삽화만 그려도 먹고 살 수 있다는 점이에요.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해요.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고, 삶을 영위하기 위해 예술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해요.”  


극단 99도는 이러한 노력을 바라기만 하지 않는다. 고시원의 햄릿공주는 5월 9일 대선 날 첫 공연을 했다. 그 이유는 투표독려운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투표 인증샷을 보여주면 전석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했다. 뿐만 아니라 사진전, 관련 음반, 마을 라디오 팟캐스트, 심지어 봉사활동까지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진한나 - “사회적 참여를 열심히 해야 우리가 연극을 통해 메시지가 더 진정성 있게 전달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다시 우리 연극을 통해 시민들에게 시대정신이 전달되고요. 사회적 문제의식 화두를 던지고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극단99도를 시민운동처럼 해보고 싶어요.”


홍승오 - “올해는 서울청년에술단에서 7월, 12월 각각 1편씩 공연을 앞두고 있어요. 최종목표는 4대보험과 고정수입이 나오는 극단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그리고 극단을 후배들한테 공감 받을 수 있도록 여러 활동들을 하고 싶어요. 연극만 해서 밥 벌어 먹는 시대가 올지는 조금 회의적이지만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려고 해요.” 


한국에서 스스로 숨을 끊는 사람은 하루 40여명에 이른다. 그 속에는 수 많은 청년들이 있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은 그들이 왜 죽음을 택했는지 이유를 알아보고 만들어도 늦지 않는다. 


고시원. 

그 좁은 공간에서 먹고살기 위해 시급 6,000원을 벌면서 주거 생활비를 다 벌려면 도대체 몇 시간을 일해야 하는가? 그런 노동 후 다시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을까? 예술도 하나의 노동으로 대접받고 예술로 밥 벌어 먹을 수 있는 시대가 하루 빨리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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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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