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일이 발표된 날에 국회 대관이 정해졌어요. 국회라면 일반인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대통령이 처음 본 전시가 제 전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마침 (더불어민주당 대선) 상황실이 거기 있어서 문재인 대통령(당시 후보)이 지나갔죠.”


창문이 있는 방은 한 달에 22만 원, 없는 방은 그보다도 저렴한 월 18만 원이었다. 지독하게 좁은 주거지, 고시원을 찍은 사진전이 지난 대선 기간(5/8~12)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강원도가 고향인 심규동 사진가(29)는 서울에서 지낼 때면 고시원에서 살았다. 그곳에서 수년 씩 지낸 어른들을 만났다. 결혼을 하지 않고 이곳에 계속 산다면 어떨까, 스스로를 탐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사람들에게 고시원의 실태를 보여주고 싶었다. “고시원이 학생, 돈 없는 사람들 외에도 정말 주거 공간이 됐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몰라요. 새로운 사회 현상을 알리고 싶었어요.”


“완전 적자…기초생활수급자가 밥을 사줬다”


사진을 전공하지 않은 젊은 작가가 촬영에 1년이라는 시간을 통째로 투자하고, 전시를 여는 일은 ‘밑지는 장사’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인 21세기에 필름을 사용한다면 원가는 더 올라간다.


“완전 적자죠. 거지처럼 살면서 했어요. 생활 시간대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야 하니까 카페 같은 아르바이트는 못 해요. 시간대가 자유로운 엑스트라 알바를 하면서 했는데, 그건 바로 돈이 들어와요. 그런데도 돈이 없으면 기초 생활수급자가 밥을 사줬어요. 장애인 수급자가 더 좋다며 어떻게 받을 수 있도록 알아보라는 팁을 주기도 했어요.(웃음)”


전시는 엄청난 부담이었다. 장소를 구하는 것도 문제였거니와 사진 인화비 등 전시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도 어마어마했다. 신현림 시인의 도움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시를 열수 있게 됐지만, 나머지는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전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열었던 크라우드 펀딩 반응이 다행히 꽤 좋아,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었다.


“작품 뒤처리에 또 돈…폐기처분 고민했다”


우여곡절 끝에 전시가 열린 국회라는 공간은 일반인과 정치인 모두에게 ‘고시원’의 현실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적격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대선 기간에 국회에서 그런 사진전(고시원 관련)을 한다는 게 이슈가 되고, 기사나 언론의 반응은 좋았어요. 그런데 전시장에는 대선 기간이라 오히려 국회의원들이 거의 없었어요. 텅 빈 국회였죠.” 그나마 전시장이 더불어민주당 대선상황실로 가는 통로에 있어서 대선 당일 문재인 당시 후보가 그 앞을 지나갔다는 게 위안이랄까. 


닷새 기간의 전시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사진들을 처리하는 문제가 남았다. “그게 다 짐이에요. 강릉(고향집)까지 이동하는 데 포장하고, 용달비 같은 돈이 또 나가야 하니까 차라리 폐기처분할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팔리는 사진도 아니고요.”



언론의 주목에도 불구하고, 후속 전시를 열겠다고 나선 곳은 전혀 없었다. 그러던 중 청년 문제를 고민하는 ‘극단99도’에서 제안을 해왔다. “전시장에 극단 대표가 왔어요. 얘기하던 중에 다양한 방향을 얘기했는데 창고가 있어서 맡아주실 수 있다고 했어요.”


극단99도의 연습실에서 진행 중인 심규동 작가의 사진전 <고시텔>



당시 극단99도는 ‘고시원의 햄릿공주’(주최 바꿈, 세상을바꾸는꿈 / 후원 6월포럼)라는 제목의 연극을 한창 공연 중이었다. 청년 예술인들 등이 모여 사는 고시원을 무대로, 포스터에 새겨진 ‘예술이 밥 먹여주면 좋겠다’는 주제를 표현한 작품이었다. ‘고시원’이라는 공통점을 찾은 청년들은 그렇게 한 공간에서 고민을 공유하게 됐다. 서울 성북구 한성대 인근에 위치한 극단99도의 연습실에서는 지난 26일부터 기한 없이 심 작가의 <고시텔>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예술이 밥 먹여주면 좋겠다’


전시회처럼, 심규동 작가의 작품 활동 역시 이어질 것이다. “전시를 보러 온 이들과 대화를 했는데 대부분이 저처럼 전공이 아닌데 소설가가 되고 싶은 사람,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사람들이었어요. 제 이런 행보가 그 사람들에게 희망이 됐더라고요. 그래서 포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정의롭지 못하거나 문제점 있으면 그걸 표면에 드러내서 그게 조금이라도 알려지거나, 좋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사회적인 이슈를 정면으로 다루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고시원> 전시회와 사진집 출판은 ‘사진가’ 심규동의 출발선이다. 그렇지만 그는 이 선 앞에서 순간순간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니까 제 사진은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게 돼 버리는 것 같았어요. 이 사람들을 이용해서 내가 작가가 되려고 하는 건가….” 


뷰파인더를 통해 들여다 본 이들을 사진 속 피사체로만 인식하지 않으려 매순간 고뇌하는 작가가 우리 시대에 한 명 더 있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선의에 기대는 지금 같은 시스템은 곤란하다. 생계는 말 그대로 문제다. “고시원에 있을 때 나이가 차니까(30살이 된 이후) 카페 알바 같은 게 퇴짜를 맞더라고요. 저보다 더 어린 친구들이 그 자리에 들어온 거죠.”


문재인 정부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범죄라고 규정하며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정치 지향이나 학연‧지연이 아닌, 예술이 그 성과와 존재가치만으로 평가 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그리하여  ‘예술이 밥 먹여주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작점으로 삼기에 참 좋은 날이다.


김지혜 ‘바꿈, 세상을바꾸는꿈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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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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