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규제 개혁 왜 필요한가.pptx

최순실 사태로 유탄 맞은 스타트업…바람직한 창업 생태계 성장위한 전문가 조언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잘 숙성된 술맛에 제대로 취하고 싶으면 말이다. 

그런데 기껏 고생해 담근 술을 노린내 나는 헌 부대에 담는다면? 그간의 노력은 허공으로 날아가고, 다음날 숙취만 거세진다. 지금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를 둘러싼 정부와 사회의 대응 방식이 꼭 그렇다.


10일 국회 의원회관 제 2세미나실. ‘제2의 전성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최근의 창업 열풍을 대한민국 경제의 새 동력으로 올바르게 자리매김시키기 위한 해법을 논의키 위해 정부와 정치권,  법률 전문가, 업계 관계자 등이 머리를 맞댔다. ‘최순실 사태와 청년 스타트업의 명암, 사전규제가 스타트업 기업 짓누른다’는 주제 아래 진행된 이번 정책 토론회에선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의 양적 팽창과 질적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과 이를 뛰어넘기 위한 제언이 쏟아져 나왔다. 

참가자들이 내놓은 주장과 지적, 방안들은 각자의 시선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띠었다. 그러나 각각의 목소리들이 일관되게 지적하고, 지향하는 지점은 이렇다. 스타트업이라는 새 술을 과거라는 헌 부대에 담지 말자는 것.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는 것. 당초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여 가량 진행된 토론회를 비즈업이 정리했다. 


대학생 창업자인 김민규 삼디몰 대표. 지난 2014년 4월 창업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경찰서를 근처도 가보지 않았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해부터 경찰서와 법원을 제 집 드나들 듯 드나들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설립한 삼디몰은 고객들이 직접 3D프린터를 만들 수 있도록 ‘인증을 받은 3D 부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 사이트.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용품안전관리법이 규정하고 있는 안전 인증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대표를 형사 고발했다. ‘3D 프린터’에 대한 법 규정이 전무한 상황에서 '일반 프린터’ 규제 조항을, 그것도 ‘3D 프린터 완제품’이 아닌 ‘3D 프린터 부품 업체’에 적용한 것. 

김 대표는 “제 상황을 문의했더니 인증 표준 콜센터나 미래창조과학부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산자부와는 전혀 다른 판단을 내려줬다”고 전했다. ‘3D 프린터’라는 신산업군에서 발생한 규제 이슈에 대해 정부 간에도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최순실 사태와 청년 스타트업의 명암, 사전규제가 스타트업 기업 짓누른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민규(가운데) 삼디몰 대표와 박병종(왼쪽) 콜버스랩 대표, 이번 토론회 사회를 맡은 전진한 바꿈 상임이사

김 대표의 사례는  과거엔 존재하지 않았던 신산업에 옛날 잣대를 들이댄 전형적 케이스다. 마차 타던 시절의 속도위반 딱지를 자동차에 붙인 격.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의 태생적 특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낡은 조치라고 지적한다. 새로운 기술 및 아이디어로 기존 산업에 도전하는 게 스타트업의 역할인데, 정부가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 

정부가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선정,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는 ICT (정보통신기술) 산업군에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한 지경에 봉착한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등 요새 잘나간다는 이른바 신산업군은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단어조차 거론되지 않았던 것들이며, 기존 산업 분류로는 제대로 구분조차 하지 못하는 ‘융합사업’적 특성도 갖고 있다. 과거의 낡은 규제를 적용하려야 할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게 ICT군의 스타트업 생태계인 셈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이정환 법률지원단 간사(변호사)는 “보통 회색 시대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으로선 기존 법률을 적용하려는 정부 탓에 현실에 맞지 않은 규제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며 “ICT는 융합산업의 특성 때문에 다양한 소관법령과 연계돼 있고, 이 때문에 정부 부처별로 문제로 삼는 이슈와 입장이 달라 애를 먹는다”고 전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한경수 스타트업 법률지원단장(변호사)은 “전통 산업에 적용했던 규제가 신산업 분야에도 효율적일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각 산업의 특성에 맞게 규제 체계를 정비하는 것은 시대 과제”라며 “적어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CT 등 신산업 분야에선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 체계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해법을 내놨다. ‘네거티브 규제’란 ‘안 되는 것 빼곤 다 되게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현행 대한민국의 규제 시스템은 허가된 것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 방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초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는 예외적으로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도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새로운 길엔 꼭 걸림돌이 있다

O2O방식의 심야 셔틀버스 서비스 업체인 ‘콜버스랩’. 밤 늦은 시각, 귀가를 위해 십수번의 승차거부와 바가지 요금을 감내해야 했던 올빼미족들에게 콜버스랩은 가뭄에 내린 단비였다. 이용자들이 이렇게 기다려온 서비스가 있나 싶을 정도인데, 정작 콜버스랩을 운영하는 박병종 대표는 “사업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고 토로한다. 

콜버스랩을 가로막고 있는 ‘표면적’ 방해꾼 역시 낡은 규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핑퐁 게임을 하며 회사의 운영 방식 이것저것을 지적했고, 그 사이 박 대표가 애당초 품었던 사업 모델은 사상누각의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나 콜버스랩의 ‘실질적’ 장애물은 따로 있다. 택시조합 등 이해관계자와의 충돌이 근원적 문제다. 콜버스랩 탓에 자기 이익이 줄어들 위기에 놓인 택시단체들이 유명 일간지 1면에 ‘콜버스는 불법 서비스’라는 내용의 광고를 낼 정도로 저항은 극심했다. 여론의 눈치에 민감한 정부·지자체는 시장의 기존 이해관계자와 '뉴 챌린저' 모두를 외면하기 어렵다. 결국 둘 사이의 힘의 대결을 어설프게 중재하거나 다른 심판에게 떠넘기는 형태의 핑퐁게임만 하게 된다. 

‘이해관계자와의 충돌 문제’ 역시 스타트업 생태계가 풀어야 할 중요하고도, 난해한 숙제다.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업체들의 거센 반발을 산 온라인 중고차 경매어플 서비스 업체 ‘헤이딜러’. 인터넷에서 신용카드만으로 본인인증을 할 수 있는 매우 간단한 방법을 개발하고도, 관련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이동통신사의 조직적 방해 탓에 2년 넘게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한 채 정부 인·허가만 받고 다닌 ‘한국NFC’. 새로운 길을 닦으려는 스타트업들이 이해관계자라는 걸림돌에 걸려 좌초 위기를 맞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이 문제에 대해 이태훈 서울산업진흥원 투자지원팀장은 “대개의 스타트업 아이템은 지금껏 세상에 존재치 않았던 혁신을 내놓는 게 아니라 기존의 것을 조금 다른 각도의 아이디어로 현실화한 것”이라며 “이는 기존 레드오션 시장에 진입할 확률이 높고, 그만큼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도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순실 사태와 청년 스타트업의 명암, 사전규제가 스타트업 기업 짓누른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 왼쪽부터 이태훈 서울산업진흥원 투자지원팀장, 양경준 케이파트너스앤글로벌 대표, 황승익 한국NFC대표, 이정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법률지원단 간사(변호사)

사실 ‘이해관계자 vs 뉴 챌린저’간 대결은 사람이 먹고 사는 밥그릇 문제여서 쉽사리 풀 수 없다. 다만 이 문제를 푸는 데 있어 주안점을 둬야 할 부분에 대해 “고객이 중심이다. 고객이 어떠한 제품·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편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가지고 판단하면 된다”고 한 이태훈 팀장의 조언은 새겨둘 만하다. 얼핏 당연한 지적처럼 들리지만 실상 신구산업간 충돌에서 항상 포커스를 둔 것은 양쪽 세력 그 자체였지, 사이에 낀 고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말뿐인 ‘창조경제’는 이제 그만…창업 활성화를 위한 진짜 정책이 필요하다

이번 토론회에선 일련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말미암은 창조경제의 몰락, 이 때문에 예기치 않은 유탄을 맞고 있는 스타트업에 대해서도 여러 목소리가 나왔다. 

한경수 변호사는 “슬로건에 그친 창조경제 정책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경제 지표는 역대 최저 경제성장률, 역대 최고 실업률, 역대 최대 가계부채 등 3관왕을 기록했을 정도로 최악이었다”며 “창조경제에 대한 철학의 부족, 대기업을 억지로 동원한 관치 경영 등이 실패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는 “최순실 사태로 스타트업이 두려워하는 건 지금까지의 창조경제 동력이 떨어져 청년 창업 기업들의 지원이 사라지고, 그래서 창업을 도외시하는 문화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며 “벤처기업들은 정권이 바뀌면 칼바람이 불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야당 입장에서도 창업 정책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의 공동 주최자인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술 산업의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김대중 정부 때의 벤처기업 육성부터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까지 방향성은 같다”며 “창업 활성화 정책과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고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스타트업 법률 지원단’(스법단)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법률지원단, 변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스법단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시민단체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이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 및 발전을 위한 법률 지원, 교육 캠페인 진행 등을 목적으로 지난해 말 설립한 단체다. 창업·자영업 전문 뉴미디어 ‘비즈업’은 이번 토론회를 비롯, 앞으로 전개될 스법단의 활동 전체를 밀착 취재해 동영상 등 깊이있고 다채로운 디지털 콘텐츠로 소개할 예정이다. /기사=비즈업 유병온기자 on@bzup.kr, 사진·영상=백상진기자 100pro@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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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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