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청와대 재직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조 장관이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사건이다. 사안의 중대성으로 볼 때 향후 국회 청문회 및 검찰조사 등을 통해 사실 여부를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이런 논란은 문화계뿐 아니라 이미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필자도 정보·기록관리 운동을 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너무 많이 당했다. 우선 정부 산하 언론교육기관에서 정보공개교육을 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각각 한 번씩 퇴출당했다. 강의 때마다 높은 평가점수를 받았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퇴출당한 것이다. 담당자들은 연신 미안하다고만 했다. 이후 청와대 고위직이 나를 포함한 특정 강사 몇 명이 좌파성향이라며 불편해한다는 말이 들려왔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정부3.0 운동’ 회의에 참여한 적이 있다. 공공정보를 적극 개방·공유하고, 시민들과 소통하겠다고 정부가 만든 자리였다. 이 회의를 주도하던 행정자치부는 처음에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세월호·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정부3.0 운동은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사실상 멈추었다. 내가 소속되어 있던 단체가 정부3.0 정책을 비판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후 관련 회의는 시민사회 출신들이 배제되고 관료 및 친정부 학자들로 채워졌다.


그 결과 정부3.0의 대표 서비스인 대한민국정보공개 포털은 사이트 개설 첫날 개인정보 5만건이 대구에 있는 시민단체로 유입되는 사고가 터졌다. 이 사이트는 이후에도 온갖 문제를 노출해 시민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박근혜 정부 4년차인 지금 정부3.0 운동은 부처 간판으로만 존재하고, 실체를 알 수 없는 정책이 되어버렸다.


박근혜 정부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유독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지원키로 결정한 사실이 드러났으나 관련 회의록은 없었다. 공공기록물법은 이 회의를 회의록 작성 대상회의라고 규정했지만 유일호 부총리는 법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이런 실태를 조사해야 할 국가기록원은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국가기록원은 1960~1990년대 한국의 경제성장 기록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다분히 박근혜 대통령을 의식한 움직임이었다. 너무 노골적이라 보기가 민망했는지 보수신문도 비판했다.


정부 실태를 비판하면 관련 전문가는 ‘종북 좌파’로 몰렸고, 블랙리스트로 찍혀 생계를 위협당했다. 실제 나를 포함해 정부에 비판적인 기록전문가 몇 명이 ‘기록학계 3대악’이라고 불린다는 소문이 돌아다녔다.


왜 기록하고 공개하자는 활동가를 싫어했을까? 최근 최순실 사태를 보면 정확한 답이 나온다. 특정 업체를 통해 온갖 특혜를 주려고 하는데 공개하라는 말이 얼마나 듣기 싫었을지 짐작이 간다.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아부를 떨면서,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자 했는데 기록하라는 말이 귀에 거슬렸을 것이다. 나는 눈치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장막은 걷히고 햇빛이 어둠 곳곳을 비추고 있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을 비난하기 전에 함께 기생하며 특혜를 누렸던 자들에게 더욱 주목해야 한다. 박근혜와 최순실이 사라져도 이들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정보공개 캠페인을 ‘선샤인 액트’라고 지칭한다. 햇빛은 곰팡이와 부패를 막는 역할을 한다. 지금이라도 햇빛을 통해 부패동조자들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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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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