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내 수업을 들었던 청년이 졸업한 후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동화작가를 꿈꾸었고, 수업에도 활발하게 참여하며 두각을 보이던 친구였다. 이 청년은 지원하는 회사마다 떨어져 너무 힘들었고, ‘자기소개서’만 쓰다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수업 뒤풀이 때, 동화작가에 대한 간절한 열망을 들었던 적이 있어 가슴이 아렸다.


문제는 최근 졸업을 한 많은 청년들이 이런 선택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버니 샌더스는 2010년 미국 의회에서 필리버스터를 통해 ‘우리는 아이들과 손주들이 부모보다 낮은 생활수준을 영위하는 최초의 세대가 되는 것을 지켜보고 싶지 않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서울시는 청년수당을 지급할 3000명을 공개 모집했다. 청년수당은 월 50만원을 최대 6개월까지 주지만, 사용처를 학원 수강비, 교재 구입비 등으로 제한했다. 신청 자격과 사용처가 까다로워 신청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마감 결과 청년수당 신청자는 총 6309명, 평균연령은 만 26.4세, 미취업기간은 19.4개월이었다. 지원자들의 가계소득은 일반 가계 대비 58~75% 수준이었다. 이들은 학업을 마친 후,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어떤 지원도 없이 피폐한 삶을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기준대로 청년수당을 지급하더라도 3000명 이상이 탈락해야 한다. 청년수당조차도 50% 이상 떨어져야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서울시가 청년수당 사업을 강행할 경우 시정명령, 직권 취소 결정, 교부세 감액 등 법적·행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실적으로 서울시가 이런 조치에 대응할 방법은, 대법원 제소밖에 없다. 법적 다툼이 지속될 경우 청년수당을 지급하기가 쉽지 않고, 그 피해는 청년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러면 정부의 이런 대응은 합리적인 것일까. 우선 세계적 흐름에 맞지 않는다. 2016년 7월 발간된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25개 선진국에서 65~70% 계층이 소득이 정체했거나 감소하고 있다. 


특히 30대 미만,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소득 정체가 컸다고 한다. 하지만 청년수당과 같은 사회 보장 소득 등을 도입한 후 소득이 정체·하락한 경우는 20~25%로 줄어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청년수당 도입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청년실업자 수는 2010년 33만명이었으나 2015년 상반기에는 20대 청년 실업자만 41만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실제로 취업을 포기한 사람까지 합치면, 최대 100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청년들의 어려운 현실을 계속 외면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이미 한국에서는 그 병폐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청년 자살률은 청년 사망률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청년 실업률 증가로 우울증과 무기력증이 사회 곳곳에 퍼져나가고 있다.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계급·세대 간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고, 향후 정치적 문제로 비화해 감당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제 사회적으로 청년에 관한 구조적 지원 방안을 고려해야 할 때다. 그런 면에서 청년수당, 배당 문제는 정치권이 받아들여, 국가적 의제로 만들어야 한다. 또 정부는 청년수당의 문제점만 부각하지 말고, 청년들의 현실을 현장에서 관찰하고 고민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서울시의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의 현실을 부인하고 있다. 청년이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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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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