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알릴 의무와 세월호

2016.5.26. 경향신문

 

전진한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


지난 5월18일 롯데물산이 서울시에 제출한 ‘잠실 제2롯데월드 안정성 연구용역결과 보고서’에 관한 정보공개심의회가 열렸다. 이 회의를 위해 정보공개법을 심층적으로 연구한 전문가 5명과 정보공개정책과 관계자, 그리고 용역담당 주무부처 공무원 등이 참여했다. 이 회의에는 속기사도 배석해 회의 전 과정을 속기록으로 남긴다.


이날 회의는 롯데 측의 비공개 요청이 있었기에 더욱 세밀한 토론을 거쳐야 했다. 우선 공개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담당 공무원과 치열한 청문 과정을 거친다. 이후 어떤 결정이 시민들에게 더 유익할 것인지 심층적 토론을 한 후 참석자가 모두 동의하는 가운데 공개결정을 내렸다. 며칠 후 이 과정을 담은 기록은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에 게재된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정보공개심의회는 위에서 언급한 과정을 거쳐 모두 대면회의로 진행했다. 엄청난 업무량과 압박감에 참석자와 준비하는 공무원들 모두 힘들지만, 시민을 위한 의무라고 생각하며 일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4년간 261건을 심의했고, 이 중 63%를 공개로 결정했다. 이것이 바로 시민의 알권리가 어떻게 실현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반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참사에 관한 알권리는 전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선원의 과실 이외에도, 선체에 결함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이는 세월호를 인양한 후 직접 실물로 조사해야 침몰 원인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목포해양경찰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123정의 폐쇄회로(CC)TV 영상 보유 사실을 부인하다가 뒤늦게 보유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 CCTV 영상은 생존자 구조 책임에 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어 철저히 분석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사고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런데 정부는 세월호 특조위(이하 특조위)가 6월 말 활동을 종료한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정부에서 예산 등을 지원하지 않으면 특조위는 유지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특조위가 실질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이고, 이후 피해자들이 조사를 요구한 신청사건은 230건이나 된다. 이 사건들은 모두 복잡하게 관련돼 있고 향후 치밀한 조사가 요구됨에도 조사기관 자체가 사라져 영구히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욱 걱정스러운 점은 특조위가 해체되면 기록물관리법 제25조(폐지기관의 기록물관리)에 따라 조사를 위해 생산·수집했던 기록들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이 기록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경우, 이를 분류하는 작업에만 몇 년이 걸릴지 예측할 수 없다. 쉽게 말해 수년간 시민들은 세월호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처럼 특조위가 해체되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알권리 및 진상조사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만약 해체가 결정되더라도 일반 시민들이 언제라도 접근할 수 있도록 이 기록들을 세월호 추모시설에 전시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다시 서울시 얘기로 돌아와 보자. 지난 5월20일 전국 최초로 지방영구기록물관리기관인 서울기록원의 첫 삽을 뜨는 기공식 행사를 했다. 서울기록원이 완공되면 각종 기록을 다양하게 수집하고 체계적인 보존·전시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행사에 행정자치부 장관과 차관, 국가기록원 원장이 불참하고 직원 몇 명만 참석시켰다. 


주무관청의 책임자로 이 행사보다 더 중요하고 바쁜 일정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답답한 노릇이다. 혹시 시장이 야당 소속이라 불참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국가는 시민들에게 각종 정보를 알릴 의무가 있다. 그것이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국가는 단 한 명의 알권리를 위해서, 제도 개선과 예산 배정을 해야 하며 그것이 다른 참사를 막는 예방주사가 된다. 알권리가 곧 살 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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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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