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 2번 김종인'에 묻혀버린 사람들

더불어민주당 비례공천 사태에서 소외된 것은 결국 청년비례

오마이뉴스 2016.3.24.

박영민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자원활동가


종단이 정해준 단독후보와 이를 둘러싼 세력다툼, 이전 총장을 지지하는 교직원. 2014년 말부터 시작된 동국대학교의 총장선거 사태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각 이해관계들은 학내의 민주주의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의 진정성을 교묘히 이용하려 했고 언론은 이들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뱉어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생들은 끈질기게 행동했다. 40여 일의 고공농성, 2000여 명의 학생들의 총회, 50일의 단식투쟁 등 이미 고인 물이 되어버린 종단과 학교에 맞서 최선을 다했다. 학생들의 진심에 힘입어 동조단식을 결의한 4개의 천막이 생겨나고 학내는 민주주의를 되찾으려는 열망으로 가득했다. 지난 2년간의 동국대의 모습은 이번 더불어민주당 비례공천 사태와 어딘가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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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총선 더민주 공천장 수여 받은 박경미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20일 앞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천장 수여식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비례대표 후보 1번을 받은 박경미 홍익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에게 공천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날 김 비대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야 현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을 바꿀 수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에게 힘을 몰아 달라"고 호소했다.

ⓒ 유성호



유치하다 못해 헛웃음이 나온다. 국민들에게 반감을 사는 후보들을 내세우는 것도 모자라 당헌·당규를 무시하는 행태, 당무정지라는 카드를 들고 나오는 모습까지 무엇 하나 이해하기 어렵다. 어느 일당 체제 독재국가의 선거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자행되는, 더군다나 자신이 진보임을 주장하는 야권에서 발생한 터무니없는 사건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불합리로 점철된 비례공천을 발표하고 비대위원들이 독불장군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청년비례대표 후보들은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5분 면접', 내정 의혹, 현 의원들의 공천개입 논란 등 수차례의 부당함에도 인내심을 발휘하려 했던 후보들은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의 청년비례후보 폄하발언에 결국 참았던 분노를 표출했다. 


이들은 홍 위원장의 사퇴와 공식사과를 요청하며 수용되지 않을 시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홍 위원장과의 면담을 진행하려 했고, 약속된 만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들에게 가로 막혀 진입하지 못했다. 언론 또한 논문표절부터 각종 문제 발언, 김 대표가 2번을 받을 것인지, 14번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논란 등에 집중하느라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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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과 장경태, 정은혜 비례대표 후보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비례대표 선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김 의원은 "당헌에 명시되어 있는 청년 비례대표 2명을 명확하게 당선 안정권에 배치해 달라"며 "청년 비례대표 2석을 일반투표를 통해 중앙위원회에서 선출하는 것은 명백히 당헌 위반이다"고 주장했다.

ⓒ 유성호



김 대표의 번호에 그리도 집착한 비대위원들과 언론은 청년들의 비례대표 번호에는 관심 갖지 않았다. 홀수에 여성을 배치해야 한다는 규약을 무시하면서도 그들이 지키고 싶었던 것은 청년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청년후보이자 여성인 16번의 정은혜 부대변인이 이러한 더민주의 생각을 정확히 증명한다. 규약위반을 감수하면서도 당선권 안에 청년을 배치하지 않는 지도부, 이를 전혀 문제 삼지 않는 언론. 선거특수 마냥 '청년팔이'를 이용하려 했던 당 지도부와 언론의 초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힘겹게 싸움을 이어온 동국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청년비례대표 후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 선언했다. 그들은 착한 내가 떠나면, 여긴 정말 나쁜 놈만 남아있는 정당이 된다는 말과 함께 지도부가 보여준 부끄러운 모습을 꼭 바꿀 것이라고 다짐했고 스스로에 당당했다. 


다른 공간 속의 똑 닮은 두 가지의 사건은 그들의 지도부만큼이나 우리를 부끄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놈이 그놈'하는 식의 염세주의는 나의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말 같지도 않은 사안으로 싸우고 있는 기득권의 모습에 우리까지 놀아날 수는 없다. 선거를 결정짓는 사람은 비례대표의 다양성과 상징성을 더럽히는 이들이 아닌 표를 던지는 '우리'다. 


지쳐 버렸다고 말하기엔 희망적인 청년들이 여전히 빛나고 있다. 속보로 쏟아지는 비례공천관련 기사들 속에서 보다 나은 사회를 꿈꾸는 우리가 응원해야 할 대상이 누군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회가 진보하려면 누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정의를 위해, 이 나라, 혹은 민주주의를 위해 진짜로 싸우고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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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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